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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적 의료기기, 만들면 팔린다? 소비자·의사·보험회사가 만족해야 물건 된다

김치원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좋은 기술이 있고 이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의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병원(의료서비스 제공자)과 보험회사, 소비자의 이해관계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효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또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보수적인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1. 소비자의 효용

1) 제품에 의학적 효용이 있는가

2) 소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가

3)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이용해 그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가

4) 해당 제품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2. 보험회사의 효용

1)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가

2)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3. 의료기관의 효용

1) 이 제품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

2) 의사가 자비를 들여 구입할 가치가 있는가. 의사가 평상시에도 사용하는 제품/기술인가

3)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가

 

2014 11,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뇨병 관리 앱을 만드는 웰닥을 주요 파트너 중 하나로 소개했다. 두 회사는 2015 8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당뇨병 관리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웰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선도하는 회사 중 하나이며 당뇨병 관리 앱블루스타를 만들었다. 이 앱에는 혈당은 물론 약물, 식이 및 활동을 관리하고 저혈당 등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돕는 알고리즘이 내장돼 있다. 웰닥은 블루스타에 대한 임상 시험을 거쳐 FDA승인을 받았으며 미국에서 보험 등재까지 받아냈다. 그 결과, 이제 미국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당뇨병 약을 처방하듯이 블루스타 앱을 처방할 수 있다. 처방을 받은 환자는 보험회사의 지원을 받아 이 앱을 사용해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의료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회사 중 하나처럼 보인다. 그리 특이할 것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를 보면 이런 모범적인 과정을 잘 거쳐온 회사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그 이유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포함되는 헬스케어 산업의 전반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많다. 헬스케어 제품의 사용과 관련된 주체만 해도 소비자, 병원 혹은 의사, 보험회사까지 세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규제기관이 미치는 영향도 어떤 산업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플레이어들은 조직마다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을 한번에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그림 1)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업의 특성상 이들은 보수적이고 변화에 대한 저항도 크다. 병원과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보험회사 역시 보수적으로 돈을 다루는 금융업이면서 또 병원 및 의사를 밀접하게 상대하는 과정에서 더욱 보수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나마 소비자는 변화를 선뜻 받아들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의료 장비 혹은 서비스는 환자가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신용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영화와 같이 사서 쓰거나 경험해본 후에야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경험재나 노트북이나 개인용 컴퓨터와 같이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도 시간을 투자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주위에 물어보면 품질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탐색재와는 구분된다. ( 1) 예를 들어 누군가 암에 걸려서 대한민국 최고 명의라고 알려진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았다고 하자. 이 환자 입장에서 자신이 받은 그 수술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명한 의사, 명의로부터 받은 수술이기 때문에 최고 수준이겠거니 하고 믿을 뿐이다. 이렇게 소비자는 의료서비스 구매에 있어 병원과 의사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병원과 의사는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다수의 소비자가 혁신적인 의료 제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이렇게 다양하고 보수적인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기본 목적, 이해관계자에게 의미 있는 효용을 제공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헬스케어의 주된 이해관계자인 1. 소비자, 2. 병원 혹은 의사, 3. 보험회사들이 어떤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해서 효용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어떻게 효용을 제공해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1. 소비자의 효용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들 중 상당수는 일반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약속한다. 기존에 없었던 제품 혹은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제품을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주체로 소비자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헬스케어 제품을 만들 때는 별로 감안할 필요가 없었던 소비자의 니즈가 중요한 고려대상이 된다.

 

소비자를 직접 비즈니스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 병원 혹은 보험회사와 같은 다른 이해관계자를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보험이 커버해주지 않는 의료 제품에 굳이 큰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또 앞서 지적한 것처럼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환자가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신용재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 신용재는 소비자들이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신뢰를 쌓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똑같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헬스케어 제품은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거나 구매하는 제품에 비해서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 의료기기라기보다는 신기한 아이디어 상품 정도로 여겨지기가 쉽다.

 

Y밴드라는 제품의 사례를 보자. 머리띠 형태의 제품으로 뇌에 전기자극을 줘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개선하고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기기다. 와이브레인(YBrain)이라는 업체가 미국에서 초기 임상시험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국내 대형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해 보자.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성과를 입증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인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제품은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개선해 준다는 엠씨스퀘어 같은 제품과 비슷하게 보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림 2)

 

 

그런데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에 맞는 효용을 가진 제품을 내놓는 것이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제품의 경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알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반면(물론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는 소비자의 요구사항 자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원할 것 같은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과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지, 그 효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4단계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1) 제품에 의학적 효용이 있는가

이 분야의 기업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의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학적인 효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의학적인 의미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제품에 의학적인 효용이 있다고 해서 사용자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의학적 효용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간단한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서 각종 건강 관련 검사를 손쉽게 받도록 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건강 검사를 손쉽게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게 돼 더 건강하게 살도록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비즈니스 효용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다. 모든 검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사상 이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질환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질병 유무 검사에 있어서 검사상 이상 유무와 실제 질환 유무를 가지고 2×2 매트릭스를 만들면 < 2>와 같다.

 

 

실제 존재하는 질환이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를 진짜 양성, 즉 진양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질환이 없지만 검사에서 질환이 있는 것처럼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가짜 양성, 즉 위양성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검사, 첨단 기술을 이용한 검사라 해도 위양성 결과를 0으로 줄일 수는 없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직접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는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전문 장비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 위양성 진단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가 널리 보급돼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 질병 검사를 하게 되면 진양성도 많이 발견되지만 위양성도 늘어나게 된다. 스스로 하는 1차 검사에서 질병이 의심된다는 양성 판정이 나온 환자들은 확진을 위해 병원에 갈 것이다. 그리고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2차 검사를 받게 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장비가 없었다면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을 위양성의 경우도 2차 검사를 받게 되며, 이로 인해 많은 검사 비용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제 환자가 아니지만 위양성 판정 때문에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차 검사 과정에서 오히려 건강에 해를 입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일명 에이즈)를 검출하는 검사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보도에 따르면 컬럼비아대 공대 사무엘 시아(Samuel Sia)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폰에 연결해 피 한 방울을 가지고 15분 만에 HIV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이 진단기기의 생산 비용은 34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들은 HIV 1차 검사에 사용되는 ELISA라는 검사 방식을 이용했다. ELISA를 이용한 HIV 검사는 질병이 있는 사람 중에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는 비율(민감도·sensitivity) 99.7%, 질병이 없는 사람 중에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는 비율(특이도·specificity)98.5%. 제대로 진단할 확률이 이렇게 높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 해당 질병의 유병률, 즉 검사 대상자가 이 질병을 실제로 가지고 있을 비율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 15∼49세 인구의 HIV 유병률은 0.1%. 이 검사기기가 한국에서 출시됐다고 가정하자. 또 가격이 싸고 신기해서 100만 명이 이 기기를 이용해 검사를 받았다고 해보자. 그 결과를 정리하면 < 3>과 같다.

 

 

우리나라 HIV 유병률이 0.1%이기 때문에 검사 대상자 100만 명 중 실제로 HIV에 감염된 사람은 1000명이다. 이 검사의 민감도가 99.7%이기 때문에 이 1000명 중에서 997명은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고 3명은 음성으로 나온다. 한편 100만 명 중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999000명이다. 검사의 민감도가 98.5%이므로 999000명의 98.5% 984015명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고 14985명은 양성으로 나온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 3>의 축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사람을 가지고 생각해보자. HIV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은 총 15982명이다. 이 중에 실제로 HIV에 감염된 사람(진양성) 997명뿐이다. 비율로는 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위양성이다. 보통 HIV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들은 확정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94%의 위양성 진단자들은 불필요하게 불안해하면서 추가 검사까지 받은 셈이다.

 

, 어떤 질병의 유병률이 아주 낮은 경우, 검사의 정확성이 상당히 높다고 해도 양성이 나온 사람 중 실제로 질병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매우 낮을 수 있다. 이런 검사의 한계는 일반 소비자 대상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뿐 아니라 병원에서 실시하는 기존 검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의사가 해당 질병의 유병률과 환자가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을 감안해서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스스로 가정에서 검사를 하면 불필요한 검사가 훨씬 많이 이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개인들이 확진 검사를 받으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확진 검사에 따르는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검사를 통해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해를 입게 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2) 소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가

이제 의학적 효용 다음 단계에 대해서 살펴보자.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이 빠지는 두 번째 함정은 소비자가 문제로 생각하지도 않는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다. 소비자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사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여기에 해당하는 제품이 적지 않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등 여러 곳에서스마트 물병이라 불리는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에 1.5∼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하나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으므로 스마트 물병이 이런 상황의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보통 물병 혹은 물병 뚜껑의 형태로 제작돼 사용자가 하루 종일 마신 물의 양을 측정하고 목표치만큼의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알려준다.

 

이런 제품에 대해서 들어보면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센서와 앱을 통해서 물을 적게 마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물을 열심히 마시게 될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제품의 시장성은 다른 데서 결정될 것이다. 하루 권장량인 1.5∼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은지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 중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은 많겠지만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소비자 교육을 통해서 물 마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있는 회사들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만한 시간적, 재정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나오는 다른 제품들에서도 유사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업라이트(UpRight)라는 회사는 자세를 똑바로 잡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았다. 허리에 제품을 붙이면 자세가 구부정할 때 진동이 와서 자세를 바로잡도록 알려준다고 한다. 비트바이트(BitBite)라는 제품도 있다. 귀에 끼우고 있으면 음식물을 씹는 습관을 측정해서 천천히 오래 씹도록 알려줘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이런 제품들도 스마트 물병과 비슷한 경우다. 업라이트가 알려주는 데로 자세를 바로 잡고, 비트바이트가 시키는 데로 씹는 습관을 바르게 하면 분명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앉는 자세와 씹는 습관을 교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소비자의 인식은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 변한다.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미모의 비결이라고 이야기하면 전국적으로 물 많이 마시기 열풍이 불지도 모른다. 또 목표 고객을 특정 집단으로 좁힘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다뤄던 스마트 물병, 업라이트, 비트바이트를 가지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만들면 자녀의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을 겨냥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런 제품은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가 사용하는 경우 부모가 관리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게 된 사례를 한 가지 살펴보자. 임신부의 체중 관리에 대한 것이다. 임신 기간 중 체중은 12㎏ 정도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임신 기간 중 체중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노력하고 관리하는 임신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 누군가가 몇 년 전에 임신부 체중 관리 서비스 혹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체중 관리에 신경 쓰는 임산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교육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이 임신 후에도 날씬한 모습을 보여준 것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몇 년 전에 비해 관련 제품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3)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이용해 그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가

다음으로 생각해 볼 단계는 소비자가 문제로 인식하지만 굳이 해당 제품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과 조루 치료제 시장의 엇갈린 운명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아그라 출시 후부터 크게 성장했다. 현재 한국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 1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본 몇몇 제약회사들은 발기부전과 비슷한 성 기능 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조루를 치료하는 제품을 개발하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2009년에 최초의 조루 치료제인 프릴리지가 출시됐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시장에 나왔지만 출시 후 4년이 지난 2014 1∼3분기의 국내 매출은 28억 원에 그치고 있다. 조루가 있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다수의 사람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원한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조루 치료제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비뇨기과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보통 사람들은 조루를 질병이라기보다는 남자의 성적 능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즉 사람들은 일견 서로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성기능 장애, 발기부전과 조루에 대해 한쪽은 약물의 도움을 받는 질환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지만, 다른 쪽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소비자가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존재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그 제품의 도움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소비자가 이 제품을 이용해서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가 하는 이슈 역시 앞서 살펴본 소비자의 문제 인식 이슈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활동량 측정계인 핏비트(Fitbit)와 체성분 측정계인 인바디 사례를 생각해 보자. 두 제품 모두 지금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이 주는 효용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시장을 선도했던 이들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인바디는 1996년에, 핏비트는 2008년에 각각 첫 제품을 내놓았다. 이들 제품이 나왔을 때 체지방과 활동량을 측정하는 제품을 사용해 건강을 향상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인식은 변해갔고 그 결과는 다들 잘 아는 바와 같이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할 때는

의학이 생각보다 불완전한 학문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의료 행위 또한

불완전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4) 해당 제품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소비자 효용과 관련해서 살펴볼 마지막 단계는 소비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여부다. 의학적 효용이 있기는 하지만 막상 소비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면 분석 장비인 제오(Zeo) 사례를 살펴보자. 제오는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는 장비다. 띠 형태의 장비를 머리에 두르고 자면 수면 패턴을 측정하고 분석해 전용 앱이나 장비를 통해 어떤 패턴으로 잠을 자는지 알려준다. 분석 결과에는 수면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결과는 원통형 모니터링 장비로 전달되며 여기서 나는 빛과 소리를 통해서 쾌적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사용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신체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의학적으로 분석해서 현대인의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인 수면의 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에서 제오는 크게 주목받았다.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인 존슨앤존슨과 전자제품 유통 회사인 베스트바이의 벤처캐피털 자회사로부터 총 270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청진기가 사라진다>는 책으로 유명한 에릭 토폴(Eric Topol) 박사가 여러 강연에서 사례로 다루는 등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기록하고자 하는 자가측정(Quantified Self) 운동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제오는 의외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2013년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제오의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언급되는데 그중에서도 제품의 한계가 문제였다. “당신은 잠을 잔다고 생각하지만 수면의학적으로 보면 양질의 수면을 취한 것이 아니다라는 정도밖에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제품의 한계였다. 수면의 질이 나쁘면 굳이 이렇게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또한 수면의학적인 문제가 있을 때 단순히 빛과 소리를 조절해 주는 것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이 장치만으로는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할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문제가 곧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심근 경색을 진단할 수 있는 단백질인 트로포닌 I를 스마트폰에 연결할 수 있는 검사 키트를 통해 빠르게 검사할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생각해 보면 이 장비를 사용해서 집에서 가슴 통증이 있을 때 심근경색 여부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심근경색을 의심할 정도의 심한 가슴 통증이라면 심근경색이 아니라고 해도 안심하고 집에 있어서는 안 된다. 급성 대동맥 박리나 긴장성 기흉과 같이 생명이 위험한 응급질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한 가슴 통증이 있으면 트로포닌 I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응급실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가슴 통증이라는 문제이지 심근경색이라는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주기 위해서는 가슴 통증이 생겼을 때 응급실에 뛰어가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기다리면서 지켜봐도 되는 상황인지를 알려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슴 통증을 가라앉힐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심근경색이라는 질병을 진단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경우가 진료받는 것을 수월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병의원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내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전문의의 진료를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는 진료 예약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1∼2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예약 없이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응급치료클리닉(urgent care clinic)이나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며, 한번 이용하는 데 수백에서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손쉽게 이용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해 1차 진료를 수월하게 이용해 주는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격 진료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원격 진료 회사들이 음성이나 영상 통화 혹은 채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원격진료 회사인 텔라닥(Teladoc)의 경우 빠른 성장을 이어오다 2015 6월에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또 돈은 있지만 외래 진료를 다녀오는 시간을 절약하고 싶거나 혹은 자택과 같은 익숙한 환경에서 진료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페이저(Pager)나 힐(Heal) 같은 앱은 미국 내 몇몇 대도시에서 왕진을 원하는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의원 예약 서비스 또한 진료 받는 것을 수월하게 해준다. 병의원들이 갖고 있는 예약 시스템에서는 환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예약 부도가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 소비자가 예약 부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가급적 빨리 진료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병의원 입장에서도 갑자기 예약 부도가 나면 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손쉽게 확인하고 추가 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니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할까? 상대적으로 손쉽고 저렴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원격 진료나 예약 서비스가 큰 효용을 주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한국인들은 병원에 가기로 결정하기 전에 궁금하거나 스스로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몸이 좋지 않다고 느꼈을 때 집에서 가만히 지켜봐도 될지, 혹은 병원에 가야 할지 판단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당장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면 어떤 식으로 몸을 관리할지를 도와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부모라면 한밤중에 아이가 열이 나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상당한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할지, 아니면 해열제를 주면서 두고 봐도 될지, 또 해열제를 주고 나서도 애매하게 열이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에열나요라고 하는 앱이 나왔는데 바로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꼭 열이 아니라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똥오줌 색깔이 이상할 때, 먹은 것을 토했을 때 등 유사한 경우를 수없이 겪는다. 육아 백과사전을 찾으면서 고민하다 결국 한밤중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당장 응급실을 찾아야 할 문제인지, 지켜봐도 될 문제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이외에 소비자가 해결을 원하는 문제들은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의지식인서비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서비스에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질문과 답을 올린다. 지식인 의료 분야에서 상담 건수가 가장 많은 영역은 산부인과이며 그 다음은 피부과다. 과의 특성으로 보았을 때, 굳이 의사를 만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경우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더해 비뇨기과 상담 건수도 제법 많은 것을 보면 소비자들은 건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문제나 의사를 만나서 이야기하기에는 민망한 문제를 네이버 지식인 상담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진출한 클라라(Klara)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피부과 의사에게 피부 병변 사진을 보내고 채팅을 통해 문진을 한 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자.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효용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1) 의학적 효용이 있는가? 2) 소비자가 문제로 인식하는가? 3) 소비자가 이 제품을 이용해서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가? 4) 제품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할 때는 의학이 생각보다 불완전한 학문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의료 행위 또한 불완전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는 효용을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의학적 효용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의학적 효용이 있다는 사실이 전부는 아니며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 질문 중에는 상대적이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답이 바뀔 수 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어떤 요인에 의해서 답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성급하게 제품을 만든다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2. 보험회사의 효용

 

1)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가

의료계에서 가장 흔한 지불 방식은 의료보험이다. 지불하는 주체(보험)와 사용하는 주체(환자)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이를 ‘3자 지불 방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병원이 장비를 구매해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고, 사용할 때마다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혈당측정기처럼 소비자가 보험 적용을 받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회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서 어떤 효용을 기대할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미국의 보험회사들은 영리 회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은 매출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효용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비용을 줄여주는 경우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허위 청구를 통해서 보험금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의료보험 지불 제도는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다. 피 검사나 CT, MRI 등 검사 종류에 따라, 또 수술 종류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다. 병원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런 검사 혹은 수술을 실시하고 보험회사에 그 비용을 청구한다. 이때 보험회사는 모든 청구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는다. 대상 질환, 실시 방법 등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시행하고 정해진 원칙에 따라, 또는 그 결과를 제출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불해준다. (‘보험수가 체계 분류참고.)

 

보험회사들은 병원에서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수가를 요구하는 허위 청구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병원이 환자에게 MRI 검사를 시행하고 보험회사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미리 정해져 있는 기준을 만족시키는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가 내놓은 판독 결과도 남겨야 한다. 이러다 보면 역설적이게도 가장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비가 보험회사로부터는 외면받을 수도 있다. 그 장비로 제대로 검사했는지를 점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시장의 강자인 제너럴일렉트릭이 만든 휴대용 심장 초음파 기기브이스캔은 의료비를 높일 수 있고 허위 청구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브이스캔은 기존 심장 초음파보다 화질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의사 가운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휴대가 간편하다. 심장병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기존의 초음파보다 가격도 싸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열어가는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사용이 간편하다는 사실 때문에 보험회사로부터 외면받았다. 청진기를 사용할 때처럼 손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굳이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을 환자에게도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 건수가 크게 늘어나서 의료비가 상승할 수 있다. 또 사용이 너무 쉽다 보니 미리 정해진 기준을 만족하는 환자에게 사용했는지, 검사를 제대로 시행했는지를 추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브이스캔은 결국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의료기관이나 국가기관에서 제한적으로 구매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회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험 스타트업인 오스카(Oscar) 2014년 말에 활동량 측정계 회사인 미스핏(Misfit)과 협력해 1 6000 가입자 중 희망자 전원에게 미스핏 플래시 기기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개인별로 매일의 활동량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때마다 1달러씩, 한 달에 최대 20달러의 아마존닷컴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신규 진입자가 보여줄 수 있는 혁신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보험회사인 존행콕(John Hancock)은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회사인 바이털리티(Vitality)와 협력해 희망 가입자에게 역시 활동량 측정계인 핏비트를 지급하고 건강 생활 습관 달성 여부에 따라서 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고령자를 위한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2015년부터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보험회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미국 사례들이 많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이외 지역의 보험회사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홍콩의 매뉴라이프(Manulife)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자가 핏비트 혹은 미스핏을 회사 전용 앱인 매뉴라이프무브(ManulifeMOVE)와 연동해서 사용하면 활동량에 따라서 5∼10%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보험회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전용 보험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스타트업인 직토가 생산한 웨어러블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새롭게 내놓은 연금보험 상품에서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전용 앱 혹은 활동량 측정기를 제공해 일정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체중 감량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눔은 건강보험공단과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국적 생명보험 회사인 알리안츠와 함께 보험 고객을 위한 전용 앱을 내놓으면서 건강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은 민간 보험회사와는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눔과의 시범 프로그램 이외에도 다양한 웨어러블 제품들과 시범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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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수가 체계 분류

보험수가 체계란 보험회사가 병원 또는 의사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아래와 같은 5가지가 존재한다. 행위별 수가제가 가장 기본이다. 의료비 상승을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다른 지불 방식도 도입됐다.

1. 행위별 수가제: 외래진료 1, 심전도·혈액 검사 등 검사 1건당 가격이 매겨져 있으며 병원은 의료 행위를 할 때마다 그 돈을 보험회사로부터 지불받는다.

2. 포괄 수가제: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 질병마다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받는다. 국내에서는 맹장 수술, 백내장 수술 등이 해당되는데 진료에 들어간 행위의 종류와 상관없이 일정 액수를 받게 된다. 과다 진료를 줄여 의료비 절감을 유도할 목적으로 도입되지만 적정 수준 이하의 진료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

3. 일당 정액제: 환자의 입원 기간 동안 하루당 일정한 액수를 지불받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요양병원에 적용된다.

4. 인두제: 병원이 담당하는 환자군에 대해서 1인당 1년간 일정 금액을 지불받는 방식이다.

5. 총액 계약제: 병원들이 매년 미리 결정된 (계약된) 일정 금액을 지불받는 방식이다.

 

 

2) 이 제품이 보험회사의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사실 디지털 헬스케어 상품들이 보험회사의 의료비를 얼마나 절감해 줄 수 있을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의료비를 절약하기보다는 경쟁 보험회사들의 비슷비슷한 상품과 마케팅 측면에서 차별화해서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거대 보험사들은 매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보험상품을 차별화해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기꺼이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까지 보험회사들은 위에서 본 것처럼 웨어러블 제품을 이용해서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웰니스 케어에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보험회사들이 웨어러블 제품을 활용할 때 어떤 점을 감안해야 할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활동량 측정계를 나눠줬을 때 활동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이 기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활동량이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운동을 많이 하던 사람을 단순히 발견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보험 가입자와 보험회사 모두 윈윈할 수 있겠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경우 보험회사는 굳이 할인해줄 필요가 없었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셈이니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이 손해는 측정한 활동량이 적거나 아예 활동량 측정계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보험료를 올려서 만회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가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이다. 목표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해서 적절한 활동 없이 무의미한 움직임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심박 수 등 운동의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할 수 있다. 또 걸음 수나 건강한 식습관과 같은과정 지표가 아닌 체중과 같은결과 지표를 평가대상으로 삼는 것도 대안이다.

 

3. 병원의 효용

 

1) 이 제품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의료기기가 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보험과 무관하게 병원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기기 업체가 병원에 직접 판매하는 B2B 형태다. 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환자 진료에 사용하는 의료기기들로, 로봇 수술에 사용하는 다빈치(daVinci) 로봇이 대표적이다. 또한 병원 업무 효율이나 환자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기기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의료 공급자가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대개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다.

 

병원도 최소한의 수익을 거둬야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 비용만 드는 곳에 무작정 투자하기는 어렵다. 수술 로봇의 경우 보험적용을 받지 못한다 해도 운영 효율을 높여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병원들이 앞 다투어 도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만 들 뿐 뚜렷한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기기의 도입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예는 아니지만 유리 앰플(주사약)을 깔 때 약물에 미세한 유리 조각이 섞이는 것을 막아주어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 안전주사기가 있다. 일반 주사기보다 비싸지만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당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생산업체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비용을 부담해주거나 보험을 적용해주지 않았고, 비용에 부담을 느낀 병원들은 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좋은 용도의 제품이라 해도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이라면 의료 공급자에게 직접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구글 글라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구글이 만든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는 정식 소비자 판매용으로 출시되지 않았고 의료용으로 개발된 것 또한 아니지만 여러 선도적인 의사들이 그 장점에 주목하면서 의료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 수술장에서 무균 수술복에 장갑을 낀 의료진이 구글 글라스를 사용해 환자의 생체 징후나 CT 혹은 MRI 영상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응급 현장에 나가 있는 응급 구조사가 착용한 구글 글라스를 통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처치를 지시할 수도 있다. (‘구글 글라스의 의료 현장 활용 사례참고.)

 

이렇게 구글 글라스는 여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그 효용을 보여줬다. 그런데 병원에서 구글 글라스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된다는 효용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구글 글라스 구입 비용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병원들은 구글 글라스를 구입해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글 글라스는 환자 안전 혹은 의사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이는 병원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원 입장에서 구글 글라스를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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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라스의 의료 현장 활용 사례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은 바이탈메디컬(VitalMedicals)이라는 구글 글라스 앱 제조사와 공동으로 의사가 시술 도중에 구글 글라스를 사용해 환자의 생체 징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 진료 현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 시술자가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또한 생체 징후를 표시해주는 다른 감시 장비를 확인하는 빈도를 줄여주면서 시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디애나대 병원의 폴 쇼텍(Paul Szotek) 박사는 구글 글라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서 그 내용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탈장학회의 연차 총회 자리에 모인 600여 명의 의사들에게 전송했고, 수술 중에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해 MRI와 엑스레이 사진을 구글 글라스로 불러와서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시카고 지역에 있는 메덱스(MedEx)라는 엠뷸런스 서비스 업체는 구글 글라스 앱을 개발하는 프리스틴(Pristine)이라는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응급상황에서 사용하기 위한 앱을 만들었다. 시카고의 한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어 병원에 있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현장에 있는 응급구조사의 구글 글라스를 통해서 전송되는 정보를 보고 적절한 처치를 지시하거나 조언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보스턴에 있는 베스이스라엘(Beth Israel)병원은 구글 글라스를 통해 응급실 병실 바깥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그 환자에 대한 정보가 글라스에 뜨도록 하는 앱을 자체 개발했다. 이 앱은 새로운 환자들이 계속해서 밀려들지만 환자를 파악할 시간이 없는 응급실에서 담당 의사가 빠르게 환자를 파악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의사들이 자비를 들여 구입하거나 평상시에도 사용하는 제품/기술인가

그렇다면 의사들이 자비로 사서 써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1500달러의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의사들의 최신 제품 수용도가 일반인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나왔던 PDA폰은 분명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일부 의사들을 제외하고는 자비로 이런 기기를 사서 쓴 경우가 별로 없었다. 심지어 분당서울대병원은 2003년 개원 당시 직원들에게 PDA폰을 지급하고 병원 전자의무기록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예상보다 적은 의료진만이 이를 사용했다. PDA폰이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사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는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만한 장비가 아니면 다수 의사들 역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구글 글라스 역시 스마트폰처럼 일반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의사들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는 문화가 생겨야 병원에서 의료 목적으로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의료에서 구글 글라스 활용의 관건은 의사들이 스마트 글라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적으로 스마트 글라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의료 공급자는 꼭 일반적인 병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경우 보건소나 보건지소를 의미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국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제너럴일렉트릭의 브이스캔 초음파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지만 미군 야전 진료소에 공급해서 전장에서 부상당한 환자에게 빠르게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 글라스도 마찬가지로 보험의 적용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119처럼 응급 진료를 제공하는 업체나 국가기관에서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가

의료기관에서 보험 적용 없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오바마케어의 일환으로 도입되는 책임의료조직(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시스템과 진료 성과에 따라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부여하는 성과지불제도(P4P·Pay for Performance)는 향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책임의료조직은 1차 의료기관부터 대형 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 서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구성된다. 소속된 의료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평소에 건강을 유지해서 환자가 입원할 만한 일을 줄이고 굳이 대형 병원에 입원해 있을 필요가 없는 환자들은 빨리 퇴원시켜 장기요양시설로 보내며, 퇴원한 후에는 재입원할 일이 없도록 관리해 의료비를 절감하면 그 절감액의 일부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돼 있다.

 

성과지불제도는 의료의 질과 치료 성과를 평가해 우수한 의료기관에 대해 보상한다.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평가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퇴원 후 30일 내에 재입원하는 비율이다. 기존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환자를 건강하게 해주는 곳보다는 검사와 수술을 많이 하는 의료기관이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책임의료조직 시스템과 성과지불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서 환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해 입원할 일이 없도록 하고 평소에 집에서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는 병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이런 제도가 정착된다면 브이스캔 초음파나 구글 글라스처럼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라 해도 환자의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병원이 직접 구매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결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건강을 향상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문, 잡지에서도 신기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자사가 가지고 있는 특정 분야 기술에서 출발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속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급급하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 병원이나 보험회사 등 의료의 틀 안에 있는 다른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만족시킬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를 둘러싼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아이디어 혹은 뛰어난 의학적 효용에만 집중해서 제품을 만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제품을 만드는 초기단계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또 이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는 회사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doc4doc2011@gmail.com

 

필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후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조교수로 옮겨 병원 전략을 수립하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을 자문했다. 현재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인 눔의 전략 및 의학 자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의료, 미래를 만나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모든 것>이 있다.

  • 김치원 김치원 | -(현)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
    -맥킨지 서울사무소 경영컨설턴트
    -삼성서울병원 의료관리학과 임상조교수
    doc4doc2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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