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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웨어러블 기기가 주는 고객생채정보 ‘맞춤마케팅’의 혁명이 시작됐다

조광수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마케팅/세일즈

 

 

 

 

지금까지 마케터들과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은 성별, 나이, 거주지역 등의 인구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취향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실제 고객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선진 IT 기업들은 온라인상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명시적/비명시적 데이터를 추출해 고객 성향을 유추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T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생리심리적 데이터(심박, 동공의 움직임, 체온 등을 통한 고객의 마음상태분석)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행동, 거래 데이터와 결합돼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조광수 교수가 2015 48일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한 내용 중 일부를 정리, 보충한 것입니다.

 

 

예전부터 IT 산업과 소매 산업, 그리고 마케팅 분야에서는 개인화와 맞춤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혹은 초맞춤화(hyper-customiz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과 다른 차원에서의 개인화와 맞춤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어떤 근거로 우리는(hyper)’라는 접두사를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전통적인 마케팅 이론이나 실무에서의 개인화란 고객 마음의 상태를 측정하거나 이해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보니 개인화 마케팅은 쉽지 않았다. 이제 웨어러블 기기들과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확산이 이런 개인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차근히 살펴보자.

 

개인화의 정의와 개념부터 명확히 하라

여유가 있는 집의 부모들은 중고생 자녀에게 11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곤 한다. 대학에서 교수가 학생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다. 강의실 안의 학생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특히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11일 때 교육의 효과가 가장 높다고 가정한다. 기업인, 특히 마케터들도 이와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도 기본적으로 소비자에게 11 맞춤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가정을 갖고 있다. 11 개인화를 해서 개별 소비자에게 맞춰줄 수 있다면 니즈를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고 더 많은 판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것이 생각처럼 잘 안 된다. 분명히 개인화(personalization)와 맞춤화(customization)에 관심은 많지만 현실 비즈니스에서 실천하고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화를 보는 관점과 정의가 다르다. 업계 내에서도 용어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해 같은 용어를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사례가 흔치 않게 발견된다. 연구자들도 헛갈리고 업계에서도 방향성을 잡기 힘들다. < 1>에서 보듯 학자들 사이에서도 개인화와 맞춤화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다.

 

 

 

또 마케터와 IT 업계가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IT 업계에서는맞춤화에 초점을 둔다. 이는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니즈를 외부로 표현하고 그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를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IT 서비스의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이다. 아이폰의 화면은 작은 아이콘들로 구성돼 있는데 사용자가 마음대로 다운로드받고 이동시켜서 자신만의 화면을 만들 수 있다.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쇼핑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메뉴를 세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마케터들은개인화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고객 프로필을 기반으로 이들에게 맞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만든다. 엄밀히 말하자면맞춤화개인화의 소주제라고 볼 수 있다. 개인화를 하되 그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맞춤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개인화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경우고 맞춤화는 사용자 개인이 주체가 되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개인화는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마케팅은 대량 생산 시스템과 매스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기반으로 하는매스마케팅이기 때문이다.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이른바 ATL(Above The Line)이라고 불리는 채널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더군다나 마케팅 인력은 개인화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관계관리(CRM)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의 CRM 업무를 보면 고객의 나이, 성별, 거주지역, 매장방문 횟수 등의 변수를 가지고 고객관리를 한다. 이런 데이터들은 상대적으로 구하기는 쉽지만 정적인(static) 속성이 있다.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서는 개인화의 근본 가정인 11 같은 효과적인 개인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자녀를 위한 과외 선생을 구하는 일에 비유해보자. 과외 선생님이 몇 살이고 성별은 어떤지, 어느 동네에 사는지가 중요한가? 물론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중요한 변수는 이 선생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생을 가르칠 것이며 이 선생님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의 고객관리도 마찬가지다. 패션매장에서 고객을남자여자로 나눠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고 하자. 하지만 남자라고 해서 모두 남성적이고 근육질이어서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패셔너블함을 추구하는 남성 고객도 있다. 인구지리학적인 데이터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알아내기 어렵다. 개인화의 성패는 결국 그런 주변부적인 정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읽는 행위에 달려 있다. 즉 마음에 접근해야 한다.

 

성공한 개인화 전략의 사례로 캐나다의 리더스다이제스트가 있다. 이 잡지는 북미 지역에서 각 가정으로 책이나 CD, DVD 등의 우편판매 카탈로그를 보내는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무차별적으로 동일한 카탈로그를 보내는 게 아니라 각 고객의 과거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고객을 4종류로 나눠서 각기 다른 카탈로그를 만들어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영진은 최근 10주 동안 구매 기록이 한 건 이상 있는 4710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세그멘테이션을 만든 후 각 그룹의 구매 성향에 맞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보냈다. 예전과 같은 카탈로그를 받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그룹별로 특성화된 카탈로그를 받은 그룹은 최소 16%에서 최대 74%까지 구매액이 늘었다.

 

온라인 업계에서는 포털 사이트인 야후가 선두주자였다. 야후는 ‘My Menu’라는 기능을 만들어서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서 자신만의 맞춤화 초기 화면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방식은 이제 거의 모든 대형 온라인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다. 맞춤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화면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내가 쓰던 스마트폰을 남에게 주면 제대로 쓰지 못할 것이다. 화면 어디에 어떤 앱을 둘지를 내가 정했기 때문이다.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공간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긴 어렵다. 심지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누군가 커피매장 안에 들어갔을 때 그 매장의

커피 할인 쿠폰이 모바일로 날아온다고 해보자.

과연 매출에 도움이 될까?

 

스마트폰은 개인화, 맞춤화의 영역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이 스스로 세팅하는 장비이기 때문이지만 또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장비라는 점도 중요하다. 덕분에 마케터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각자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사용자 본인에게만 보이고 남들은 볼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에서는 나만의 맞춤화도 가능하지만 기업 역시 나를 상대로 한 개인화가 가능해졌다. 이 두 가지 측면의 개인화가 모바일에서 만나면서 절묘한 순간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여러 센서 덕분에 사용자의 공간위치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과 사진, 웹사이트 방문 기록, 주문 기록 등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전보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개인화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빅데이터분석이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상당 부분 스마트폰 덕분이다.

 

위치기반 서비스의 한계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인화의 진보도 있지만 한계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치기반 서비스(LBS·location-based service). 스마트폰의 GPS 기능, 와이파이, 블루투스, ‘비컨(Beacon)’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입수하고, 이를 이용해서 프로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의 숍킥이 대표적인 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스마트폰과 통신신호을 이용해서 위치정보를 파악한 후 식당 쿠폰을 주고, 커피숍에 가면 마찬가지로 커피 할인 쿠폰을 주는 식의 서비스들이다. 왜냐하면 공간정보를 알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즉 식당에 간 사용자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족함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용자의 위치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구매의도를 추론할 수 있다고 봤으나 막상 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 식당에 들어갔다거나 식당 바로 옆을 지나고 있다고 해서 이 사람이 밥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공간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긴 어렵다. 심지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누군가 커피매장 안에 들어갔을 때 그 매장의 커피 할인 쿠폰이 모바일로 날아온다고 해보자. 과연 매출에 도움이 될까? 매장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이미 마음속에 커피를 마시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런 상황에서 할인을 해주면 매출을 오히려 갉아먹는다. 매출에 도움이 되려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이 커피를 사 마시도록 만들거나(즉 약한 구매의도를 강화시켜주던가), 아니면 경쟁사 매장에서 커피를 사려는 사람을 우리 매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경우는 생각하면 굳이 LBS 방식이 아니라도 매장 밖에서 쿠폰을 보내는 게 효과적일 수 있으리란 아이러니한 가설이 생긴다.

 

 

경쟁사 제품을 선택하려 하는 순간에 마음을 돌려놓는 쿠폰이 보다 효과적인데, 이런 측면에서 LBS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쿠폰은 전통적인 종이 쿠폰을 이기기 어려웠다. 종이 쿠폰은 구매의 맥락 안에서, 즉 구매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순간에 제시하기 쉽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 가면 매대 앞에 ‘1+1’ 등의 쿠폰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여러 종류의 콜라를 진열해놓은 매대에 펩시콜라 프로모션 쿠폰이 꽂혀 있다면 코카콜라를 사러온 사람도 펩시콜라를 집어 들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이런 쿠폰의 힘은 선택의 순간에 작용할 수 있으면서도 굳이 모바일 쿠폰처럼 스마트폰 열고 앱 열고 쿠폰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모바일 쿠폰은 이런 의사결정의 순간을 잡아내기도 힘들고 그 순간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사용자가 일단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도 심리적 장벽이 된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쿠폰은 할인 쿠폰과 배달 쿠폰이다. 이미 구매를 결정한 상황에서 이런 쿠폰을 보내주면 구매의사를 강화하고락인(lock-in)’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LBS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초콜릿 바 구매 실험

이와 관련해 최근 필자의 연구팀이 재밌는 실험을 수행했다. 60명의 참가자를 임의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초콜릿 바가 놓여 있는 방에 들여보냈고 다른 한 그룹은 놓여 있지 않은 빈방에 들여보냈다. 두 그룹 모두에게 초콜릿 바 50% 할인 쿠폰을 보내준 후 구매의향을 알아봤다. 즉 위치기반(LBS)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의 생각대로라면 눈앞에 초콜릿 바가 있는 사람들이 할인 쿠폰을 받았을 때 더 강한 구매 욕구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빈방에 있던 사람들의 쿠폰에 대한 반응, 즉 구매 의사가 더 높았다. 이는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사람은 무언가 눈앞에 있으면 아주 세세한 특징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흠을 잡기도 좋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는 보다 추상적으로 평가를 내린다. 눈앞에 없으니 흠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이후 실험에서는 같은 조건을 반복하되 실험자들을 배가 고프게 만들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배가 고플 때 초콜릿을 상상한(눈으로 보지 않고) 사람들이 구매 의지가 가장 강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뛰게 하거나 명상을 하게 해서 갈증상태를 달리했다. 이때 물에 노출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물 값을 얼마나 낼 것인가를 물었더니 앞서 초콜릿 바 실험과 마찬가지로 갈증상태에서 물을 보지 않고 있는 경우가 높은 값을 지불할 의사가 생겼다. LBS를 이용하는 서비스에서는얼마나 배가 고픈가’ ‘왜 물을 마시고 싶은가라는 심리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효과적인 초맞춤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리마케팅

개인화는 1)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춰 마음을 읽어야 하며 2) 거기서 선호를 만들고, 구매를 발생시켜야 완성된다. 하지만 11 같은 개인화를 하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건 무척 어렵다.

 

그런데 이를 단순하면서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바로리마케팅(remarketing)’ 기법이다.1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내가 한번 검색해 본 상품이 이후에 배너 광고에 등장하는 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람의 선호를 찾아서 전해주는 것이다. 요즘은 약간 발전한 방식으로 광고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야구공을 검색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도서를 고르고 있을 때 야구공 광고를 띄워주면 어색함이 들고 구매 욕구로 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야구공과 관련된 다른 상품, 즉 운동용품이나 어린이 장난감 등을 검색할 때 야구공 광고가 나온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동적 리마케팅이라 부른다.동적 리마케팅은 맞춤설정 매개변수를 추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효과가 좋다. 리마케팅은 단순하지만 이미 고객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를 이용하기 때문에 효과적인개인화수단이 될 수 있다.

 

규범적(prescriptive) 개인화와 적응적(adaptive) 개인화

개인화는 크게 규범적(prescriptive) 개인화와 적응적(adaptive) 개인화의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개인화는 규범적 혹은 규정적이며 정적이다. 예를 들어 남자는 어떠하다, 20대는 어떠하다로 미리 규정을 해 놓고 무조건 적용하는 것이다. 규범적 개인화에는 다시 세 가지 유형이 관찰된다.

 

 

1) 명시적(explicit) 개인화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전해줄 때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 주문할 때 고객에게 먼저 이름을 물어보거나 혹은 멤버십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이름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낯선 사람끼리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없어서 잘 정착되지 못했지만 서양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방문객의 프로필을 기본으로 개인에게 적합한 내용을 제시하거나 사용자의 직접적인 인풋에 기반해 제품 추천이 이뤄지는 경우를 명백한 개인화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통신회사 AT&T는 소비자가 원하는 데이터, 음성, 문자메시지 사용량을 선택하면 적절한 요금제를 추천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림 1)

 

 

 

페이스북도 이렇게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에 따라 반응하는 방식을 쓴다. 페이스북에서 이름으로 사람을 검색하면 네트워크(소셜 그래프)상에서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 다른 말로 하면 촌수가 가까운 사람부터 상단에 배치된다. 페이스북에 등록된 친구가 가장 위에 보여지고, 친구의 친구가 그 다음에 나온다. 관련이 없는 사람은 아래쪽으로 밀린다. 또 친구가 아니더라도 내가 여러 번 검색해본 사람이 상단에 올라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기도 한다. 내가 검색해 본 사람뿐 아니라 나를 검색해 본 사람 역시 상단에 표시되는 것이다. 상호간에 서로 검색해본 횟수가 많은 사람이 가장 위에 보여진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의 인풋을 통해 관계를 검증한다.

 

2) 암시적(implicit) 개인화

암시적 개인화 방식은 웹사이트 방문자의 로그데이터로 행동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개인의 성향을 추론한다. 사진 공유 서비스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화면은 개인이 새로운 키워드를 ‘Pin()’ 할 때마다 그에 맞게 변한다. (그림 2) 사용자의 관심사들을 메인화면에 적절한 비율로 배치해준다. 사용자가 직접 지정하거나 심지어 변화를 인식할 필요도 없다.

 

 

 

3) 하이브리드 개인화

유형 1)과 유형 2)의 결합이다. 사용자가 은연중에 남기는 기록, 행동을 추적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검색어나 인구통계학적인 정보를 결합해서 이를 기반으로 제품 추천이 이뤄진다.

 

미국의 영화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이 더 많은 영화를 보도록 자동 알고리즘에 따라 여러 편의 영화를 화면상에서 추천해준다. 만일 사용자가 특정 영화를 좋아한다고 체크할 경우 넷플릭스는 이와 연관된 영화를 추천해주기 위해 여러 변수를 추적한다. 예를 들어아이언맨 3’를 좋아한다고 밝힐 경우 이 영화와 연결지어지는 특성을 자동적으로 고려한다. 아이언맨’ ‘악당’ ‘여자친구’ ‘억만장자’ ‘대령등의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슈퍼히어로’나노기술’ ‘바이러스등의 주제를 담은 영화, ‘사무용 빌딩’ ‘군대 기지’ ‘부유층 맨션등의 장소가 나오는 영화, 그리고영웅적인’ ‘스릴 있는’ ‘모험적인’ ‘구조하는내용을 담은 영화들이 고려된다. 그와 동시에 사용자로부터 < 2>와 같은 여러 명시적 혹은 비명시적인 데이터들을 함께 수집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추천작이 화면에 표시된다.

 

 

 

 

초개인화: 적응형(adaptive) 개인화의 시대다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추려는 개인화를 위해 인간의 마음에 관한 이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체화된 인지(embodied and distributed cognition) 접근이 적절하다. 체화된 인지는 철학의 깊은 성찰과 사유에서 시작해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혁신적인 틀로 수용되고, 인공지능과 로봇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마케팅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이론 중 하나다. 즉 폭넓은 분야에 걸쳐 인간이해를 다지는 최신 이론이면서도 이미 기초와 응용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펼치고 있다. 체화된 인지의 틀에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1) 마음의 내적 상태와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

2) 공간과 맥락

3) 시간

4) 사회적 관계

 

앞서 살펴본 AT&T,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처방형 개인화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개인화다. 이 전략에서는 체화된 인지의 틀 4요소 중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회적 관계 측정에서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뤄냈다. 공간은 GPS나 비컨 같은 IoT 기계로 측정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시간의 문제는 모바일 기기로 측정 가능하다. 다만 가장 중요한 마음의 문제는 알아내기 어렵다. 이 사람이 기쁜지, 슬픈지, 짜증내고 있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행동은 파악할 수 있지만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의 생리심리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늘어나면서 처방형이 아닌적응형개인화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위딩스(Withings)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체중계는 체중뿐 아니라 심박 수, 체지방, 실내 공기질, 실내 온도도 체크한다. 이런 정보들은 사용자의 신체상태뿐 아니라 심리상태를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들의 등장으로 인간의 생리심리 데이터를 24시간 뽑아낼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소비자의 마음의 상태와 마음의 내용이다. 내 앞에 있는 소비자가 마음속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원하는지, 커피빈 커피를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흥분했는지, 피곤한 상태인지의 여부만 알 수 있어도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확도가 크게 올라간다. 이는 마케팅의 혁명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지금까지의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간접 변수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웨어러블은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고객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핏빗(Fitbit), 샤오미 미밴드, 애플워치, 삼성과 LG의 스마트 워치 등이 이런 생리심리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몸에 착용하는 스타트 의류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을 달구고 있는 IoT와 인간의 접점이 웨어러블에서 창조되고 있다.

 

애플워치의 경우, 심박센서가 있어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고 GPS 센서와 가속도 센서도 달려 있다. 애플이 굳이 심박센서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심장이 얼마나 뛰는지를 알아내서 의료건강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이런 단순한 서비스는 생각보다 유용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심박을 재야 할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심박센서에 가속도 센서, GPS 센서 등에서 얻는 정보와 아이폰과 연동해서 얻는 정보 등을 결합하면 이전에는 얻을 수 없었던 인사이트가 나온다. 예를 들어 가정해보면, 어떤 물건을 만지거나 아이폰에서 누군가가 보낸 e메일을 읽으면서 심장박동이 올라갔다면 그 메일에 담긴 정보와 이 사람의 흥분도 사이에 패턴을 뽑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로 안구추적(eye tracking)이 있다. 비컨(beacon)을 이용해서 매장에서 고객이 어떤 물건 근처에 있는지 알아낸다고 해서 고객이 그 물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서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고객이 그 물건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프로모션에 이용하기 좋다. 더불어 동공까지 커지면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고 동공이 작아지면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뜻이다. 쇼핑몰 디스플레이 앞에, 혹은 매대 앞에 눈동자의 방향과 동공의 크기, 눈 깜빡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안구추적기를 둔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구글 글라스 같은 스마트 글라스 기기에 안구추적기가 있다면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어 마케팅에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적응형 개인화 전략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사례로 조본(Jawbone)과 네스트(Nest)의 컬래보레이션을 들 수 있다. 네스트는 잘 알려졌다시피 집안의 적정온도를 맞춰주는 온도조절기이고, 조본은 심박 수를 측정하거나 수면패턴을 측정하고 진동 알람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지금까지 네스트의 활용도는 실내가 너무 더우면 온도를 낮추고 너무 추우면 온도를 높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같은 온도라도 덥게 느껴질 수도 있고 춥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방금 막 격렬한 운동을 마치고 들어왔을 때와 깊은 수면에 빠져 있을 때 원하는 온도는 다르다. 조본이 측정하는 생리데이터를 네스트에 전달해 개인의 수면과 활동시간에 맞춰 실내온도가 자동 조절되게 할 수 있다.

 

 

웨어러블을 이용한 쌍방향 개인화

웨어러블 기기는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바꿔준다. 지금까지 마케터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시각과 청각 중심이었다. TV나 라디오, 신문, 잡지 같은 시청각 매체였기 때문에 사용자가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웨어러블은 촉각적(haptic)인 피드백 채널을 갖고 있다. 시각과 청각적 신호는 주변의 타인과 공유되지만 촉각적 신호는 당사자에게만 전달된다. 더욱이 시청각으로 주는 프로모션은 촉각 신호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동패턴 같은 햅틱 피드백을 통해서 개인적이고 사적인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다. 또 촉각 신호를 이용하면 당사자가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구매 의사결정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촉각은 본능적으로 인간의 소유욕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을 살 때 만져보게 하면 만지지 않는 경우보다 구매율이 확연히 높아진다. 필자의 연구진 실험에서도 촉각의 효과는 확인된다. 태블릿으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딱딱한 케이스보다 부드러운 케이스를 씌워놓으면 부드러운 물건의 구매선호가 높아진다. 앞으로 개인화에는 햅틱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유형의 개인화, 맞춤화 방식을 소개하고 그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봤다. 지금까지의 개인화는 규정적, 규범적으로퉁치고 넘어가자는 식의 어설픈 모델이었다. 반면 미래의초개인화는 개개인의 마음을 알아낼 수 있는 생리심리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간, 시간, 사회적 맥락 데이터와 연결하는 체화된 인지 분석 모델이 사용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웨어러블 기술이다.

 

과거에도 인지과학에서는 뇌영상 촬영뿐만 아니라 눈동자 추적, 심박 측정, 피부전기전도 등 생리 데이터를 통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무수히 연구해왔다. 이제 웨어러블과 IoT 같은 IT의 진보 덕분에 이런 연구가 마케팅 기업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마케팅과 인지과학을 휘감을 수 있는 거대한 초개인화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조광수연세대 정보대학원 UX Lab 교수 kwangsu.cho@gmail.com

조광수교수는 미국 미츠버그대에서 인지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정보과학과 학습공학과 컴퓨터공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WCU 해외 석학교수로 초빙돼 귀국했다.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 디자인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는 다중감각 사용자경험(UX), 학습, 커머스, 마케팅, 게임, 머신러닝, 로봇, 접근성 등을 연구한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운영했고 다수 기업에서 경영전략, 상품기획, 서비스, 시스템 개발, 마케팅과 관련해 자문과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우수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상을 수상했고 2013년 동아일보에서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리 =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 조광수 | - (현) 성균관대 WCU(World Class University) 교수
    - (현)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장
    - (현) 서비스IT융합포럼 의장
    - (현) UI/UX미래준비의장
    - 미주리대 정보과학과 학습공학,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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