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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를 줄이자” 일본, 미래를 걸다

정재영 | 12호 (2008년 7월 Issue 1)
지구 온난화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노력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저감은 물론 에너지 소비 효율화 등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기술을 보유,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의 기술 개발과 정부의 종합적인 로드맵 제시가 함께 보조를 맞추는 모범 사례다. 이는 전통적인 일본의 관(官) 주도 산업정책에 기인하는 바도 크겠지만 환경이라는 ‘공공재’ 특성상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3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Cool Earth-에너지 혁신 기술 계획’ 보고서가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에 시사하는 점은 무척 많다. 이 글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2050년까지 집중적으로 추진키로 한 혁신기술 21개 중 우리와 관련이 깊은 대표적인 10개 기술을 살펴보고,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그림1 ‘일본이 2050년까지 중점적으로 추진할 탄소 저감기술’ 참조)
 
‘Cool Earth’ 보고서의 기술은 2050년 완전 실용화가 목표다. 현재 실용화되었거나 기존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은 제외했으며, 적어도 2030년까지 어느 정도의 실용화가 기대되는 것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보고서 원문은 발전·송전, 운송, 산업,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1가지 탄소저감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는 이 가운데 핵심적인 중요 기술 10가지를 소개한다. 괄호 부분은 보고서 내용에 추가한 필자의 해설 또는 부가적인 지식이다.
 
고효율 석탄 화력발전
석탄은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석유나 천연가스 등에 비해 경제성,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일본은 석탄 화력발전의 효율을 높이고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초초임계압발전(A-USC) 방식을 개선하고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석탄가스화연료전지복합발전(IGFC)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선된 초초임계압발전은 기존 방식보다 더 높은 고온고압의 증기를 활용한 발전효율 향상 기술이다. 2015년까지 섭씨 700도급의 A-USC를 개발하면 발전효율을 46%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GCC는 석탄을 가스화해 가스·증기 터빈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발전효율을 2010년 46%, 2030년 이후 57% 높이는 것이 목표다. IGFC는 IGCC에 연료전지를 조합해 발전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발전 효율을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2025년 55%, 장기적으로는 65%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산화탄소 회수 및 저장 (CCS, 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 기술
CCS는 화력발전 등 대규모 배출원의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이를 회수해 땅속이나 해저에서 장기간 저장 및 격리하는 기술이다. CCS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단기간에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1톤을 회수하기 위해 4200엔 정도가 들지만 2020년까지는 비용이 톤당 1000엔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이 기술은 특히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산업에서도 배출량을 0에 가깝게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북미,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하다)
 

혁신적 태양광 발전
태양광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환경친화적 발전 방식이다. 현재 주류는 결정실리콘 태양전지를 사용하는 1세대 기술이다. 2세대 기술(2030년까지 개발)은 현재보다 얇은 실리콘 부품을 사용하거나, 실리콘을 다른 소재로 대체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3세대 태양광 기술(2050년까지 개발)은 양자나노구조 등 새로운 재료와 구조를 활용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전도 고효율 송전
이것은 초전도 물질을 활용해 송전 시 발생하는 손실을 억제하는 기술이다.(초전도는 특정 물질이 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면 전선에 전류가 흐를 때의 에너지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트륨계 철강을 활용하면 2020년 이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능형 고속도로 교통시스템 (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사람·도로·차량을 네트워크로 연결, 교통사고나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할 경우 2050년까지 차량 1km 주행당 이산화탄소를 약 25% 저감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은 단기적으로 2012년까지 프로브(probe) 교통정보(자기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브 차량을 통해 입수·가공·처리한 주행 교통정보)를 이용한 신호제어 기능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ITS의 완전 실용화는 2020년대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일본과 우리나라는 모두 자동차 생산이 주요 기간산업이다. 미래에는 특히 제조와 서비스를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도 교통 효율화 시스템 구축과 노하우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은 자동차용 전지를 가정용 전원 등 외부전력을 통해 충전하고, 차를 운행할 때 이 전기를 기존의 내연기관과 함께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순수하게 전기만을 연료로 한다.
 
일본은 2015년까지 자동차용 배터리 용량을 현재 용량 대비 1.5배 향상시키고, 비용은 7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는 배터리 용량 7배, 비용은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또한 1회 충전시 운행 거리도 현재의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500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GM은 최근 시보레 브랜드를 통해 ‘Volt’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발표했다. 가정용 전원을 통해 충전이 가능한 이 차는 2010년 시판 예정이다. 최근까지 재무적 어려움을 겪어왔던 GM은 이 멋진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자동차로 2008년 비즈니스위크지 선정 주요 혁신기업 중 1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것은 그만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수송용 대체연료
바이오매스(biomass) 대체연료 부문에서는 식용이 아니면서 충분히 원료 확보가 가능한 식물과 해조류 등 셀룰로오스계 재료를 활용해 에탄올을 제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본은 2015년까지 볏짚·폐자재 등을 활용해 리터당 100엔, 비식용 작물을 이용해서는 리터당 40엔의 바이오 연료를 각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바이오매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지만, 교토의정서 상에서는 탄소 중립적인 연료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연료가 국제 식량 가격 폭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비식용작물 및 폐자재를 활용한 수송용 대체원료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집중 조명을 받을 전망이다)

혁신적 제철 프로세스
폐열 회수 등 에너지 절약 설비를 도입해 제철 프로세스에서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는 기술이다. 일본은 2030∼2050년에 용광로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흡수액을 만들고, 코크스 제조시 발생하는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철광석 환원에 재활용하는 기술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차세대 고효율 조명
차세대 고효율 조명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소자(EL), 마이크로캐비티(Microcavity, 미소광공진기) 등의 기술이 핵심이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좀 더 적은 전력으로 백열등(15∼25lm/W)과 형광등(80∼100lm/W)의 발광효율을 능가하는 조명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하다. LED 조명의 경우 발광효율 목표를 2020년까지 200lm/W 로 하고 있으며 유기 EL 조명은 2020년 100 lm/W, 2030년 200 lm/W다. (차세대 고효율 조명의 수요는 향후 에너지 소비효율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민간뿐 아니라 기업과 공공부문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조명과 같은 ‘눈에 띄는 부분’에 대한 기업과 공공부문의 투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월마트는 이미 전세계 6700개 지점에서 LED를 이용해 에너지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필립스는 2016년까지 백열전구 생산을 중단하는 등 새로운 조명 기술 보급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초고효율 히트펌프
히트펌프 기술을 활용하면 화석연료의 연소가 아닌 공기열이나 지중열 및 태양열 등을 이용해 주택의 냉난방과 온수공급 등이 가능하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 또는 응축열을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전달하거나, 고온의 열원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냉난방장치를 말한다. 난방의 경우 압축기에서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냉매를 기화시킨 다음 응축기로 보내 높은 온도의 열을 온도가 낮은 바깥 쪽으로 내뿜는다)
 
냉난방과 온수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중 약 50%의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냉매나 열교환기의 효율 향상을 통해 2030년까지 히트펌프의 비용을 4분의 3 수준으로 낮추고 효율은 약 1.5배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에는 비용 50% 절감, 효율은 2배 향상이 기대된다.
 
일본의 계획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너지 기술 강국인 일본은 미래의 저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민·관 공동으로 노력 중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앞으로 10년 주기로 관련 기술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킬 계획이다.

일본의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은 산업 구조가 비슷한 우리나라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필자는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 관련 기술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체연료뿐 아니라 우리의 강점인 IT를 적극 활용한 ITS와 같은 효율화 시스템 및 네트워크 시스템 연구가 시급하다. 또 일본 기업에 비해 하이브리드 기술의 열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은 수소와 같은 좀 더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원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어렵거나 상대적 열위에 있는 부분에서는 해외에서 협력 대상을 찾아 기술 상용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우리의 강점인 제조 경쟁력과 테스트베드 제공 등의 방법을 적극 활용하면 쉽게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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