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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ing Sales

너무 많은 상품 앞의 고객은 불편하다 ‘미끼상품+포커싱’ 구매를 도와주자

오정환 |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비슷비슷한 상품 중에 더 나은 것을 고르는 일은 스트레스다. 숙고체계와 직관체계 등 인간의 사고방식 두 가지 중에 숙고체계를 가동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이럴 때 고객이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미끼상품을 제시하면 영업에 도움이 된다. 고객이 고민하는 지점을 파악해 직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해서 좀 더 쉽게 구매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뇌신경학자들은 우리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눈다. 초기 연구에서 학자들은 좌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우뇌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좌뇌-우뇌로 나누는 이분법적 학설이 많이 후퇴했지만 머릿속에 두 가지 체계가 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행동경제학을 창설한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두 가지 체계를 시스템1과 시스템2로 불렀다.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상향식(bottom-up) 과정과 하향식(top-down) 과정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시스템1, 시스템2라고 부르면 헷갈린다. 이것은 동네 이름을 지을 때 신림1, 신림2, 신림3동 하는 것과 같다. 상향식 과정, 하향식 과정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 직관체계와 숙고체계다. 어떤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과 대니얼 골먼이 쓴 <포커스>에는 직관체계와 숙고체계를 < 1>처럼 비교해 놓았다.

 

 

 

직관체계는 생존을 위해 유용하다. 등산을 하다 뱀을 만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뱀을 앞에 놓고 토론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 도망을 가든지, 뱀을 잡든지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다. 재빠른 판단과 동작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직관이다. 현장에서 고객을 만났을 때 탁월한 영업인이라면 직관적으로 고객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맞는 영업기술을 빠르게 발휘한다. 고객을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고, 방법을 생각하고, 참고서적을 뒤지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는 숙고형 시스템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숙고체계를 사용하면 실수와 오류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왜 직관체계를 사용할까? 인간이 반사적이고 충동적이며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과 학습으로 알 만큼 알고 있어 뻔한데도 다시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고, 토론하는 숙고체계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그동안 경험으로 익힌 지식이 직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다. 뇌의 무게는 보통 1.4㎏이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20% 정도를 쓴다. 만약 결정할 때마다 숙고체계를 사용한다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영업할 때 100% 직관체계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숙고체계가 필요하다. ‘신상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명할까?’ ‘고객에게 가장 유리하게 보험을 설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유익을 줄까?’ 같은 고민에 답을 얻으려면 숙고체계를 활용해야 한다.

 

고객은 어떨까? 고객은 구매를 결정할 때 숙고체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 직관을 따른다. 상품의 장점을 살펴보기 전에 일단 영업인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다소 가격이 높더라도 잘 챙겨주는 영업인에게 제품을 구매한다. 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건강기능식품 영업인이 와서 어깨를 주물러 주고, 감기에 걸리면 직접 감기에 좋은 차를 만들어 주고, 시댁에서 채소를 보내왔다며 가져와서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성을 중시하는 숙고체계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직관체계가 작동한 결과다.

 

 

미끼상품으로 고객의 판단을 도와라

비슷비슷한 상품 중에 더 나은 것을 고르는 일은 고객에게 스트레스다. 즉 숙고체계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고객을 피곤하게 한다. 고객은 이럴 때 직관체계를 사용하려고 한다. 고객이 이것저것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쉽게 선택하도록 하려면 미끼상품이 필요하다. 다음에 제시한 보험 상품을 보자.

 

보험 영업인이가족사랑보험하나만 들고 설명한다면 고객은 뭐가 좋은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보험은 다 그런 것인 줄 안다. 그런데 < 2>에서 제시한 보험 상품을 보면가족사랑보험이 얼마나 좋은 상품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같은 보험료를 내지만 재해사망, 재해장애, 일반 사망만 보장하고 암 진단비와 수술비, 5대 중증질환은 별도 특약에 가입해야 보장받을 수 있으니 이 상품과 비교하면가족사랑보험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여기서가족건강보험은 미끼상품이다. ( 3)

 

 

 

고객이 두 가지 상품을 두고 결정을 못할 때도 있다. ()은 가격이 비싸지만 품질이 우수하고 ()은 가격이 싸지만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 고객은 () () 중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고 영업인은 ()을 판매하기를 바란다면 ()과 비슷하지만 ()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미끼상품을 내밀어야 한다. 고객이 볼 때 ()은 비교 대상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지만 ()은 미끼상품과 견줘 좋은 점이 드러나므로 ()을 선택하기가 쉬워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사람들이 미끼(decoy)에 걸려드는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에 나오는 광고다.( 4)

 

 

 

구독 유형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유형인 59달러짜리 인터넷판 정기구독은 비교적 합리적으로 보인다. 125달러짜리 두 번째 유형은 다소 비싼 듯하지만 크게 무리는 없다. 그런데 세 번째 유형을 보니 125달러에 인쇄물은 물론 인터넷으로도 기사를 볼 수 있다. 앞의 두 유형과 비교해서 같은 가격에 인쇄물과 온라인을 다 구독할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인쇄물만 정기구독을 할까 싶다. 온라인 정기구독과 오프라인 정기구독만 제시했다면 고객은 고민 좀 해야 한다. 생각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 영업인들은 온·오프라인 복합 상품을 제시해서 골칫거리를 없애줬다.

 

인간에게는 물건 고유의 가치를 알려주는 계측기가 없다. 그래서 다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것이 더 좋다는 것에 주목하고 거기에 따라 가치를 매긴다. 가구를 사러가서 비싼 가구를 본 다음 절대 싸구려 가구를 사지 못하는 것이나 비싼 옷을 본 다음에는 싼 옷을 사지 못하는 것도 비교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59달러짜리 온라인 정기구독이 125달러짜리 오프라인 정기구독보다 더 이익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125달러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정기구독을 할 수 있는 것이 125달러에 오프라인 형태의 정기구독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익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댄 애리얼리는 대학생 100명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이 선택 문항을 제시했을 때 대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골랐다.

● 온라인 정기구독 - 16

● 오프라인 정기구독 - 0

● 오프라인과 온라인 정기구독 - 84

 

대학생들은 거의 모두 오프라인판보다 온·오프 패키지판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비교 상품을 빼고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 온라인 정기구독 - 68

● 오프라인 정기구독 - 32

 

치과에서도 비슷한 영업 방법이 종종 쓰인다.

()사에서 제작한 임플란트 98만 원

()사에서 제작한 임플란트 215만 원

()사에서 제작한 임플란트 390만 원

 

 

 

당신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은 값이 싸서 미덥지 못하고, 그렇다고 ()을 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이런 이유로 대부분 중간 것을 선택한다. 여기에는 극단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사 제품이 ()을 선택하게 만드는 미끼상품으로 작용한다. 치과에서는 고객이 ()을 선택했을 때 이익이 가장 많을 것이다.

 

가구를 사러가서

비싼 가구를 본 다음

절대 싸구려 가구를 사지 못하는

것이나 비싼 옷을 본 다음에는

싼 옷을 사지 못하는 것도

비교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많은 제품을 제시하면 구매결정을 방해한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선택 안이 많으면 유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구매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형 서점에 가면 책 사기가 어렵다. 책이 많아서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어 애를 먹는다. 이를 과학적으로 실험한 학자들이 있다. 아이옌거(Sheena S. Iyengar)와 마크 래퍼(Mark R. Lepper).

 

이들은 슈퍼마켓에서 한 진열대에는 잼 6종류를, 다른 진열대에는 잼 24종류를 진열한 다음 1달러 할인권을 주고 쇼핑객들에게 시식하게 했다. 1시간마다 두 진열대의 자리를 바꿨다. 진열대가 있는 통로를 지나간 242명 중 40%는 잼 6종류가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데 비해 60% 24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쪽에 매력을 느낀 셈이다. 그러나 6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30%였지만 24가지 잼이 놓인 진열대를 방문한 고객 중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단 3%에 불과했다.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 대안을 준비한 쪽에 매력을 느끼지만 선택 대안이 너무 많으면 결정을 미룬다.

 

영업인들은 고객에게 여러 가지 상품을 권하고 싶어 한다. 이런 제품, 저런 제품을 다 꺼내 놓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세일즈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 과도한 선택 안은 세일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무엇을 살지 생각해봐야 겠어요” “이 중에 무엇이 적합한지 집에 가서 상의해 보고 연락드릴게요같은 말을 듣기 쉽다. 고객이 집에 가서 진짜 생각을 할까? 집에 가서 가족 누구와 상의를 할까? 상의하기보다는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구매 욕구는 곤두박질친다. “다음에 할게요같은 답이 최종 결정일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상품을 늘어놓지 마라. 고객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것은 3가지 중 하나를 고를 때다. 나쁜 것’ ‘좋은 것’ ‘구매능력이 안 되는 것이렇게 세 가지를 보여주고 선택을 유도하면 고객은좋은 것을 고를 것이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ecooh@naver.com

필자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오정환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을 지냈다. 한국세일즈코치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에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멘토링> <한 번 더 세일즈> <세일즈, 심리학에서 답을 찾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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