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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ing Sales

"마지막 기회 놓치면 후회..." 고객의 지갑을 여는 ‘심적 회계’ 활용법

오정환 | 171호 (2015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마케팅

사람의 마음에도 회계가 존재한다. 사람이 이익을 통해 얻는 효용과 손해를 통해 잃는 효용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며 세일즈맨은 이 불균형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당장의 손해를 강조하라. 제품은 여러 가지를 권했다가 줄이는 식으로 영업하라. 비싼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딸려오는 관련 제품 구매에 덜 망설인다. 기쁨은 나눠서 제공하고 슬픔은 한꺼번에 제시하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현안 가운데 하나는 고령화다. 현재의 30∼50대가 노후를 잘 준비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당장 먹고살기 바쁜 이들에게 노후 준비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생각은 있으나 아직 먼 훗날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철학자 데렉 파피트(Derek Parfit)는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관계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처럼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도 어느 정도 먼 관계이기 때문에 미래의 자신이 얻게 될 효용보다 현재를 더 중시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을 심적 회계라고 한다. 심적 회계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1년 후 20만 원보다 현재의 10만 원을 선호하는 것이다. 현재의 10만 원은 지금 사용하면 바로 만족을 얻지만 1년 후 20만 원은 현재만큼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실제로 그 돈이 내게 들어올지 말지도 알 수 없으니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예는 길에서 주운 10만 원보다 애써서 번 10만 원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현상이다. 범죄 행위로 쉽게 획득한 돈을 유흥비로 날려버리거나 복권 당첨자들이 몇 년 못 가 파산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인간 심리를 세일즈에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 미래가 아닌 곧 닥칠 위기를 강조하라

고객과 상담할 때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연금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나중을 위해 이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먹히지 않는다. 20대 젊은이에게 60대 이후 연금을 이야기하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20∼30대에게 50대 때 골다공증에 걸릴 수 있으니 지금부터 칼슘제를 먹어야 한다고 하면 별로 효과가 없다. 고객이 구매를 미루려고 할 때 영업인은 지금 당장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고객님 사고는 예고 없이 옵니다. 자꾸 미루실 일이 아니죠’ ‘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차가 이렇게 잔고장이 많은데 굴러만 간다고 계속 타시려고요?’ ‘아무 증상 없이 몹쓸 병으로 진단받는 사람 여럿 봤어요. 건강은 당장, 오늘부터 관리해야 하는 겁니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회사는 더 큰 손실을 입을 겁니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어요’. 이처럼 곧 닥칠 위기를 강조하면 고객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고객이 얻을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심적 회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고객들은 먼 미래의 손실보다는 지금 당장의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홈쇼핑 채널에서 나오는매진임박자막이다. 쇼파에 앉아 넋 놓고 홈쇼핑을 보던 사람이매진임박’ ‘마지막 찬스’ ‘놓치면 후회같은 메시지를 보다가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은 위기감에 구매를 결정한다. 필자가 아는 화장품 영업인은 제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식이다. “고객님 지금 회사 차원에서 주름개선 화장품 판촉행사를 하고 있어요. 이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립스틱 제품을 하나씩 더 드리는 행사인데 제가 사무실을 나설 때 보니 얼마 안 남았더군요.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립스틱 한 개를 손해 보시는 거예요. 빨리 결정하셔야겠어요.” 고객의 손실을 강조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병 주고 약 주기방법이다. 성과가 좋은 영업인과 나쁜 영업인 사이에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성과가 좋은 영업인은 제품 서너 가지를 한꺼번에 권하는 반면 성과가 나쁜 영업인일수록 한두 개 제품만 권한다. 고객에게 서너 가지를 권하려면 스스로 취급하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지만 고객의 심적 회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처음에 많은 제품을 권했다가 고객이 부담을 느끼면 그중에 한두 개를 빼는 것이다. 그러면 고객은 심리적으로 싸다는 느낌을 갖는다. 건강기능식품을 살 계획이 전혀 없는 고객이 영업사원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구매 계획이 없던 고객에게는 80만 원도 큰돈이고, 150만 원도 큰돈이다. 고객을 지나치게 배려한 나머지, 또는 고객이 구매 자체를 거절할 것 같은 불안감에 80만 원어치만 권했다고 치자. 구매 계획이 없던 고객은 이 돈에도 부담을 느껴 제품 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깎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 매출은 80만 원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150만 원을 권했다면 어떨까? 고객이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때 한두 가지 제품을 빼주면 150만 원어치를 고민하던 고객은 부담이 확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당연히 구매가능성이 올라간다.

 

 

끼워 팔기도 심적 회계를 활용하는 세일즈 방법이다. 이미 비싼 양복을 구매하기로 하고 결제를 하려는데 판매원이양복에 어울리는 이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어떻습니까? 이 넥타이가 본래 7만 원짜리인데 양복을 사셨으니 특별히 5만 원에 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면 대부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이미 비싼 양복을 샀는데 그까짓 것 더 못 사겠느냐는 심적 회계가 작동한 것이다. 자동차에 많은 옵션이 있는 것도 이런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이익보다 손실을 강조하라

광고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영화를 보러 갔다. 10∼20분 보고나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재미없는데도 선뜻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한다. 티켓 구매비용을 손해 보기 싫은 심리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한 뒤 중도 해지하고 싶어도 원금을 손해 보니 마지못해 보험료를 계속 납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까워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두 번쯤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 아까워서,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 아까워서,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아까워서 손해가 분명한 데도 포기하지 못하는 경험 말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심리 때문에 일어난다. 액수가 같은 손실과 이익이 있다면 손실액으로 생긴 불만족을 이익금이 가져다주는 만족보다 더 크게 느낀다는 뜻이다. 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이렇게 느끼는 효용의 차이는 2.5배에 달한다. 손해에 대한 두려움이 이익에 대한 만족보다 강하니 영화가 재미없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매몰비용 효과또는콩코드 효과라고 한다. 콩코드 여객기는 1969년 영국과 프랑스가 큰맘 먹고 개발하기 시작한 초음속 여객기다. 파리에서 뉴욕까지 7시간 이상 걸리는 비행시간을 3시간대로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처음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수익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간에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비난이 컸다. 하지만 이미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 상태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개발된 후 항공료는 일반 여객기보다 훨씬 비쌌다. 콩코드를 타려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결국 이 여객기는 많은 적자를 남긴 채 운항을 포기했다.

 

 

 

이렇게 매몰비용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은 과거 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미 들어간 돈(매몰비용)을 포기한다는 것은 과거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므로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영업인은 고객이 이미 타사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더라도 굳이 비난할 필요가 없다. 고객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할 것이고 당신은 고객 실수를 지적하는 셈이니 오히려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계약은 영영 물 건너갈 수도 있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해보자. “고객님 잘 선택하신 거예요.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셨겠어요. 혹시 사용하다가 불편한 건 없었어요?” 이미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고 대신 불편한 점이 없냐고 물으면서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 자사 제품을 막 계약한 직후에도 칭찬은 필수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한 후에도 제대로 산 것인지 불안해 한다. 이때 고객의 판단을 응원하는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잘 선택하셨어요” “오늘의 투자가 고객님께 큰 이익을 드릴 겁니다등과 같은 한마디가 고객의 불안을 씻어줄 것이다.

 

 

 

 

 

세일즈에서 매몰비용 효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이익보다 손해를 강조해야 한다. ‘지금 해약하시면 그동안 쌓아놓은 포인트가 소멸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금 보험을 해약하시면 원금 손실이 있습니다. 아깝지 않으세요?’ ‘다음 달부터는 보험료가 오릅니다.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매달 더 많은 돈을 내야 돼요’.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적립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단의 극대화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때로는 본품 구매보다 포인트나 마일리지가 더 중요한 목적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캐시백이다. 신용카드로 주유하면 주유 금액의 얼마를 적립하는 캐시백이 있다. 필자에게도 그것이 1만 원 이상 모이면 가족과 나가서 치킨을 사먹은 기억이 있다. 캐시백을 모으려고 신용카드로 열심히 기름을 넣었던 것도 기억난다. 주유보다는 캐시백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된 것이다. 어린이용 과자에 들어 있는 스티커나 작은 장난감 등도 같은 원리다.

 

 

고객의 기쁨(이익)은 나누고 슬픔(손해)은 합하라는쾌락적 편집의 원칙도 세일즈에 활용할 만하다. 그래야 고객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

 

 

고객의 기쁨(이익)은 나누고 슬픔(손해)은 합하라는쾌락적 편집의 원칙도 세일즈에 활용할 만하다. 그래야 고객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가격을 15% 할인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한꺼번에 15% 할인하지 말고 나눠서 제공한다. 회원 고객 5% 할인, 주말고객 5% 할인, 휴가철 특별할인 5% 등 나눠 제시해야 고객의 만족이 올라간다. 반대로 손해는 합해야 불만족을 줄일 수 있다. 고통은 한번에 느끼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번 표를 사는 것보다 고통을 줄여준다.

 

 

고객은 먼 미래보다 당장 닥칠 위기에 민감하다. 먼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세일즈에 유리하지 않다. 지금 당장 손해를 본다고 강조하라. 고객은 이익보다 손해를 더 크게 느낀다.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을 때 고객이 당하는 손해를 강조하라.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적립해주면 재구매 확률이 높아진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오정환리더십아카데미 원장을 지냈다. 한국세일즈코치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저서에 <영업, 질문으로 승부하라> <세일즈 멘토링> <한 번 더 세일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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