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설빙

빙수에 팥 대신 떡고물! 핫 플레이스 점령한 디저트 카페

이방실 | 167호 (2014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코리안 디저트 카페설빙의 성공 요인 및 시사점

1) 범주적 차별화(categorical differentiation)

: 빙수에 팥을 사용하지 않고 인절미 콩고물을 사용하는 등 혁신적 메뉴 개발 통해 기존 카테고리(빙수)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범주 창조

2) 끝없는 실험 거쳐 스위트 스폿(sweet spot) 발견

: 고객을 대상으로 끝없는 신제품 제안과 테스트, 정교화(fine-tuning) 과정을 통해

히트 메뉴 개발

3) ‘비주얼(visual)’ 효과 통해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 콩고물, 생딸기 등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설빙 대표 메뉴의 이미지가 소비자직찍사진을 통해 SNS에서 퍼지면서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권(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됐던 브랜드는설빙(雪氷)’이다.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설빙은 올여름 전국에빙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4월 부산 남포동에 첫 매장을 연 후 전국 곳곳에 퍼진 매장 수만 460여 개에 달한다. ‘스타벅스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아니고엔제리너스처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아닌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가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접수한 것이다.

 

특히 설빙은 일단 매장을 열면 대부분 점포를 최소 50평에서 크게는 100평에 달하는 대형 공간으로 꾸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구나 서울에선 이태원역 인근에 있던스타벅스’ 100호점 매장 자리, 가로수길에 자리 잡고 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블루밍가든자리 등 소위 지역 랜드마크가 될 만한핫플레이스입지를 꿰차고 들어선 경우도 있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와 고급 레스토랑도 임대료가 부담돼 매장을 빼는 상태에서 한 그릇에 만 원도 안 되는 빙수 메뉴가 핵심인 설빙이 대신 들어서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며 올여름 급성장한 설빙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떡카페시루에서의 시행착오 통해 히트 메뉴 개발

설빙은 창업자인 정선희 대표(32)가 지난 2011 10월 부산 남천동에 문을 연 떡카페시루가 시발점이 됐다. 인제대 식품영양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외식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하고 온 정 대표는다양한 전통 디저트가 대중화돼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이렇다 할 만한 메뉴가 없는 게 안타까워 시루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약과, 다식, 정과 등 한국에도 고유의 디저트가 많지만 대개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나 먹지 일상적으로 즐기지는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 특히떡은 케이크나 쿠키보다 훨씬 몸에 좋은 건강식인데도 대개 나이든 사람들만 좋아하고 10∼20대 젊은이들에겐 외면당하고 있는 게 아쉬워 떡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매장 규모는 20평 정도에 좌석도 스무 개 남짓 들어가는 자그마한 매장이었다.

 

시루를 운영하며 정 대표는 떡을 주제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초콜릿, 치즈,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를 떡과 결합해 여러 메뉴를 만들었다. 음료도 오미자차, 대추차, 매실차 등 일반적인 한국 음료부터 감잎, 뽕잎, 연잎, 겨우살이 등 갖가지 전통차를 선보였다. 정 대표는시루를 운영하면서 개발했던 신메뉴를 정리해 놓은 스프링노트 개수만 따져도 10여 권이 넘는다매주 메뉴판에 적어놓는 메뉴가 달라졌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정된 메뉴로 장사를 한 게 아니라 계속해서 메뉴를 바꿔가며 가게를 운영한 이유는 다양한 신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대중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가기 위해서였다고. 정 대표는단순히 부산에서 가게 하나 운영하려고 시루를 연 건 아니었다처음부터 한식 디저트의 대중화와 세계화가 목표였고 시루는 그 비전을 이뤄나가기 위한 첫 단계였다고 강조했다. 향후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시루를 일종의테스트 베드로 삼아 차근차근 사업 준비를 해 나갔다는 설명이다.

 

시루 매장을 열고 첫 6개월 동안의 매출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어떤 메뉴든 대중화시키려면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빵과 케이크류에 익숙해 있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대부분 시루 매장을 찾는 고객은 떡을 원래 좋아하는 나이 든 중장년층이었다. 젊은 층 가운데 일부 시루를 찾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마니아층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일단 한번 먹어보게만 하면 떡의 매력에 빠뜨릴 자신이 있었지만일단 한번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반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정 대표는 메뉴 개발 전략을 바꿨다. 기존엔 떡을주재료로 삼고 초콜릿,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부재료로 더해 메뉴를 개발했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었다. ,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빵이나 빙수처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주재료로 삼고 떡을 부재료로 접목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퓨전 메뉴를 만들겠다는 융합 전략은 계속 펼쳐나가면서도 주객을 전도시키는 역발상 접근법을 취한 것. 기존엔 시루가 떡카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떡을 핵심으로 내세워 신메뉴를 개발했는데 오히려 그점이 젊은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빙수나 빵을 중심으로 메뉴를 개발해 이를 알려나가면 젊은이들도 좀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고 봤다. 때마침 시기도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고, 특히나 빙수는 가수 윤종신이 부른팥빙수라는 노래까지 있을 만큼 대중적인 메뉴라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제품이 바로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다.

 

인절미 빙수는 우유로 만든 얼음을 갈아 빙수를 만들고 그 위에 인절미 콩고물을 수북하게 쌓아 올린 메뉴다. 인절미 빙수를 보고 흔히눈꽃빙수라고 말하는 것도 갈려져 있는 얼음이 뽀얗고 부드러운 눈송이 같아서다. 수북하게 쌓인 콩가루 위에는 아몬드를 얹고 연유를 가미해 달고 시원하면서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특히 빙수에는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여겨지는 팥이 없는 게 특징이다. 정 대표는평소 당뇨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도 드실 수 있는 빙수가 없을까 고민하다 개발한 메뉴라며당도가 높은 팥 대신 콩가루를 집어넣어 건강을 좀 더 생각한 게 이 메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절미 토스트는 부드러운 빵과 쫄깃한 인절미가 조화를 이룬 퓨전 메뉴다. 식빵 두 조각 사이에 인절미를 넣고 오븐에 구워낸 메뉴인데 빵 사이에 치즈처럼 인절미가 얇게 들어가 있어 식감이 좋은데다 토스트 위에 콩가루와 아몬드를 뿌려 고소함을 한층 더했다.

 

 

새롭게 적용한 퓨전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만들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정 대표가 그토록 공략하기 원했던 젊은 층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교 시간만 되면 인근 초··고교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인절미 빙수와 인절미 토스트를 맛본 이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에 메뉴를 소개하면서 시루를 부산의 대표 맛집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네이버 검색창에인절미 토스트를 치면남천동이 자동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당시 시루에서 내놓은 남천동 인절미 토스트 관련 블로그를 검색해 보면개인적으로 인절미를 좋아하지 않아서 먹기 전엔 별로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 입 먹어보고선 그 편견을 싹 깨어버렸어요. 완전 굿!(블로그 ID: 꿀물)” “인절미 토스트. 진짜 별거 아닌 메뉴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블로그 ID: 도시괭이)” 등 호평이 많다. 정 대표는네티즌들의 도움으로 시루가 부산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서울에서 메뉴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일본의 웬만한 관광 가이드북에도 시루가 소개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 표방하며설빙(雪氷)’ 오픈

인절미 토스트와 인절미 빙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결심했다. 대중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게 됨에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한식 디저트 카페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시루를 운영하면서 또 다른 브랜드인설빙(雪氷)’ 론칭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브랜드인시루를 사용하지 않고설빙브랜드를 새롭게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좀 더 효과적인 대중화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시루는 시루떡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연상되듯이 너무느낌이 나서 떡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에겐 자칫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대중화를 하려면 일단 이슈를 만들어 입소문이 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히트 메뉴인 인절미 빙수를 연상시킬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눈꽃빙수의 또 다른 말인설빙(雪氷)’이다.

 

설빙에 들어갈 메뉴는 모두 시루를 운영하면서 수차례 검증을 거친 메뉴들 가운데 엄선했다. 하지만 시루에서 쓰는 조리법을 그대로 쓰지 않고 향후 프랜차이즈가 가능하도록 레시피(recipe)를 개선했다. 정 대표는매장 하나만 운영할 때는 떡이든 콩고물이든 방앗간에서 재료를 가져다 쓰면 되지만 가맹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공장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대량 생산 시에도홈메이드느낌이 나도록 맛과 식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유통기한은 늘릴 수 있는 조리법을 찾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메뉴 이름에도 변화를 줬다. 무엇보다 빙수라는 표현을 다 빼고설빙으로 통일했다. 예를 들어 시루의 히트 제품인 인절미 빙수는인절미 설빙으로, 뚝배기 팥빙수는밀크팥 설빙등으로 각각 대체했다. 정 대표는설빙은 빙수 전문점이 아니라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며소비자들에게 여름철 한정 메뉴로 각인돼 있는빙수라는 표현 대신에설빙이라는 브랜드명을 적극 사용함으로써 빙수도 4계절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주고 싶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년 여간의 준비 끝에 정 대표는 2013 4월 부산 남포동에 설빙 1호 매장(직영점)을 열었다.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고 자갈치시장도 인접해 있어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부산시 핵심 상권이자 관광 명소인 남포동에서 정면 승부를 내기로 한 것. 매장은 건물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 100평 규모(좌석 수 약 100)에 달하는 대형 매장이었다. 정 대표는시루에서 충분히 테스트를 거쳐 메뉴에 대해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대형 매장으로 1호점을 시작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변변한 홍보활동 한 건 없이 그저 주변 상인이나 행인, 관광객 등에게 시식 제품을 만들어 나눠줬을 뿐인데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정 대표는매장을 열고 불과 한 달 만에만석이 된데다 피크타임 때에는 대기 시간만 평균 1시간이 걸렸다 “5∼6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는 하루 매출이 무려 1400만 원에 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절미 설빙 한 그릇의 가격이 60001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에 2333그릇을 팔았다는 말이 된다. 글자 그대로대박이 난 것이다. 심지어 당시 식도락가들 사이에선부산 남포동에 가면 씨앗호떡과 밀면을 먹고 설빙에서 인절미 빙수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일종의 투어 코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였다. 결국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어 설빙은 1호점 개점 이후 한 달 반 만에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2호점(2, 60평 규모)을 냈다. 광고 하나 내지 않았는데도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쳐, 부산 서면에 1호 가맹점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2층 대형 점포전략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본격화

설빙은 가맹점 사업자를 모집할 때 특이하게도 “2층에 최소 50평 이상의 대형 매장으로 점포를 열 것을 권유했다. 2층의 경우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1층에 매장을 낸다. 하지만 설빙은 이와 반대로 2층 매장을 고집했다. 가맹점 사업자들의 초기 투자비용은 덜어주면서 소비자들에겐 좀 더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빙은 빙수 한 그릇만 후딱 먹고 서둘러 나가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인 만큼 대형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정 대표는 통상 1층에 20평 규모로 매장을 열 수 있는 자금이면 2층에 최소 50평 정도로 매장을 열 수 있다부산 남포동의 설빙 1, 2호점 사례에서 실제 증명됐듯이 메뉴만 좋으면 2층에 가게를 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면서 가맹점 사업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장 콘셉트는도심 속 힐링(healing) 공간으로 잡았다. 심신 안정의 기능을 주기 위해 흙과 허브를 활용한 고급 인테리어 마감재를 사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조명등을 인절미 형상으로 만들고 온 가족이 함께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3대가 같이 모여 다과를 즐기는 형상을 부조 이미지로 만들어 벽면에 설치하기도 했다. 특히 한글 캘리그라피(caligraphy, 아름답고 개성 있는 서체 기반의 손글씨(hand-lettering) 기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붓글씨 자체를 매장 인테리어의 핵심 디자인 요소로 채택했다. ‘설빙이라는 브랜드명은 물론이고 사계절을 담은 눈꽃빙수’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네처럼 감성 넘치는 문구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느낌이 어우러진 붓글씨가 매장 곳곳에 쓰여 있다. 정 대표는요새 감각 있는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 기법 중 하나가 캘리그라피라며 “‘코리안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설빙의 브랜드 콘셉트와도 잘 맞아떨어져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캘리그라피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설빙 가맹점은 초기엔 부산과 울산, 대구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가다 작년 말부터 호남과 충청도 및 수도권 지역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한 지 불과 여섯 달 만에 매장 수는 50여 개에 달했고 올 3월엔 100개를 돌파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핵심 상권에 동시다발적으로 매장을 여는 전략을 택해 화제성을 극대화시켰다. 지난 4월 브랜드를 출시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건국대(직영점)를 비롯해 인사동, 홍대, 종로 등에 동시 다발적으로 가맹점을 열었다. 부산에서 이름 깨나 날리던 지방 맛집이 갑자기 한꺼번에 서울 핵심 상권에 들어서자 서울 기반의 가맹점 사업주들의 관심이 설빙에 집중됐다. 이후 설빙은 서울에서만 한 달에 무려 20개가 넘는 매장을 열 정도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서울 상권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시기에 정 대표는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드물게 생딸기를 넣은 빙수 제품생딸기 설빙을 내놓은 것이다. 대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용하는 딸기는 대부분 냉동 딸기다. 워낙 쉽게 뭉개지는 과일이다 보니 보관과 유통이 어려워 생딸기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 대표는 설빙의 제품 회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생딸기를 가져다 써도 재고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3월 식자재 유통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 계약을 맺고 산청 딸기 농가로부터 생딸기를 매달 10톤씩 공급받아 생딸기 설빙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밑에 깔린 눈꽃얼음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슬라이스된 딸기를 수북하게 얹어주고 그 위에 찹쌀떡을 올린 후 생딸기 하나를 통으로 얹어주는 메뉴다.

 

프랜차이즈에서 생딸기를 사용한다는 발상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철 딸기를

아낌없이 얹어주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정 대표는

“매달 10톤가량의 산청 딸기가 100여 개 매장으로

공급됐지만 어느 하나 재고로 고생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잘 팔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에서 생딸기를 사용한다는 발상에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철 딸기를 아낌없이 얹어주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정 대표는매달 10톤가량의 산청 딸기가 100여 개 매장으로 공급됐지만 어느 하나 재고로 고생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잘 팔렸다생딸기 빙수가 전체 매출액의 40%에 육박할 정도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시루 시절부터 검증받았던 인절미 빙수에 일반 프랜차이즈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생딸기 빙수까지 화제를 모으면서 설빙의 인기는 수직 상승했고 전국 곳곳에 설빙 매장이 들어섰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강남역, 신논현역, 건대입구역, 신촌역 등 핵심 상권에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2∼3개 매장이 한데 모여 있을 정도다. 현재 서울에 있는 설빙 매장 수는 70곳이 넘는다.

 

인절미 토스트와 인절미 설빙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매장 콘셉트는도심 속 힐링(healing) 공간으로

잡았다. 심신 안정의 기능을 주기 위해

흙과 허브를 활용한 고급 인테리어 마감재를

사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사점

현재 설빙 매장 수는 460여 개에 달한다. 부산 남포동 매장과 서울 건대역점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맹점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한 게 작년 여름부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신생 브랜드인 설빙의 성공 요인에 대해 정 대표는커피와 케이크에 편중돼 있는 국내 카페 시장에 웰빙 디저트를 제공하자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원가 부담이 높아지더라도 좋은 재료로 건강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초지일관 지켜왔던 게 고객들로부터 큰 사랑을 얻은 이유 같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라는 것도 설빙의 강점이다. 장금식 설빙 홍보이사는설빙의 고객층은 친구들과 무리지어 오는 10대부터,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20∼30대 직장인, 자녀와 손주들 손에 이끌려 매장을 찾는 40∼50대 중장년층과 60대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이 넓다젊은 층이 좋아하는 각종 빙수류는 물론 인절미 토스트처럼 나이 드신 분들께 인기가 많은 사이드 메뉴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절미 토스트 같은 메뉴는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어 식사와 디저트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최근의 트렌드와도 잘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설빙의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범주적 차별화(categorical differentiation)

떡카페시루나 한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한설빙은 자칫 시루떡, 팥빙수 같은 기존 식품 카테고리의 진부함에 빠질 근본적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설빙이 고객들로부터 차별화된 인식을 끌어내고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층이 좋아할 혁신적 메뉴의 개발을 통해 기존 카테고리와 확실한 범주적 차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범주적 차별화는 IT 기업들(: LED TV)과 자동차 업계(: CUV, Crossover Utility Vehicle)에서 자주 사용하는 차별화 전략인데 최근 식품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재료를 통해 퓨전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거나 빙수에서 팥을 사용하지 않고 인절미 콩고물을 사용하는 식의 역발상은 기존 제품 카테고리와의 차별화를 통해 참신함을 전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기업의 이미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2) 끝없는 실험 거쳐 스위트 스폿(sweet spot) 발견

설빙은 초기에 다양한 메뉴를 실험했다. 대중화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한식 디저트의대중화라는 비전을 가지고대중이 사랑할 킬러 아이템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택된 인절미 빙수는눈꽃 빙수라는 닉네임을 얻었을 정도로 고객 취향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 배트로 공을 칠 때 가장 효율적인 위치. 어떤 분야에서든 최적화된 부분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의미로도 사용)을 정확히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정선희 대표는 이 킬러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디저트 카페설빙을 대대적으로 론칭했다. 경영자의 직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실험(experiment) 정신이다. 고객에게 직접 묻기보다는 고객에게 상품을 제시하고 반응을 살피는 편이 더 정확하고 시장지향적인 접근법이다. 끝도 없는 제안과 테스트, 정교화(fine-tuning) 프로세스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설빙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3) ‘비주얼(visual)’ 효과 통해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 극대화

최근 SNS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입소문 마케팅이 활발하다. 성공한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에는 언제나 비주얼(visual)이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멋진 사진이 곁들여지지 않으면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설빙의 입소문은 뽀얀 얼음 위에 수북하게 쌓아 올려진 콩고물의 비주얼 임팩트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와는 다른광고 이미지가 아니라 친구들이 올려놓은직찍사진의 비주얼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탄으로 등장한 생딸기 설빙의 비주얼도 이러한 패턴을 이어갔다. 카페나 레스토랑의 비주얼은 메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간의 크기와 인테리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설빙은 처음부터 대형 점포를 고집했다. 넓고 시원시원한 분위기와 현대적인 붓글씨 인테리어는 감각적인 비주얼을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른바도심 속 힐링이라는 콘셉트를 스페이스 마케팅으로 녹여낸 것이다.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저서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에서 공간 디자인을 통해 영예, 환희, 탁월함, 장엄함, 열망, 황홀감, 안정(휴식)과 같은 7가지 감정을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소가 제공해야 할 감정과 일치하는 공간이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도전 과제

전무후무한 빠른 성장세를 보인 설빙이기도 하지만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겨울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설빙 매출액의 대부분이 여름철 별미로 인식되는 빙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빙수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겨울철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절미 빙수가 여름철엔 더할 나위 없는 효자 메뉴지만 겨울철엔 애물단지나 다름없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인절미 빙수 외에도 커피, 허브차, 한방차 등 각종 음료와 인절미 토스트처럼 4계절 즐길 수 있는 보조 메뉴들이 있긴 하지만 여름철에 폭발적 인기몰이를 했던 인절미 빙수만큼 큰 돌풍을 몰고오기는 힘들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설빙의 겨울철 매출액은 한창 피크 때인 여름철 매출액에 비해 적게는 2분의 1, 많게는 3분의 1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여름철 매출액이 워낙 커서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계절별로 매출액 진폭이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 건 분명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설빙이 한때의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으려면스테디셀러역할을 할 수 있는 메뉴 구성이 필요하다.

 

현재 설빙은 올여름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생딸기 설빙을 시즌 한정 메뉴로 내놓고고구마케익 설빙’ ‘고구마치즈 토스트등 국내산 고구마를 재료로 삼은 겨울 메뉴를 선보이는 등 신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 대표는고구마케익 설빙은 빙수 본래의 차가운 성질에 부드럽고 따뜻한 고구마를 접목해 빙수 비수기인 가을과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메뉴라며제철 재료들을 적극 활용해 빙수가 단지 여름 한 철에만 먹는 메뉴가 아니라 4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디저트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가맹점들에 대한 위생 관리도 향후 개선돼야 할 문제다. 지난 8월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에서 방영된먹거리 X파일프로그램에 따르면 몇몇 눈꽃빙수 전문점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빙수 제작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행태를 보여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본사 차원에서 빙수 제작을 위한 특수 기계를 만들어 각 매장에 보급해도 이를 매일 사용하는 가맹점 직원들이 청결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위생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청결과 위생 관리에 대한 철저한 가이드라인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눈꽃빙수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미투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도 향후 설빙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설빙이 한때의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겨울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눈꽃빙수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미투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도 향후 설빙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김상훈서울대 경영대 교수 profkim@snu.ac.kr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