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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Says

“꿀벅지! 확 와닿죠” 쉽고 적극적인 이름은 자산이다

허행량 | 159호 (2014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하이(Hi)’라고 말하는 사람이헬로(Hello)’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이유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일 때아이(i)’가 포함된 단어를, 부정적인 기분일 때(o)’가 포함된 단어를 더 자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남. ‘아이(i)’라는 모음은 웃을 때 관련된 근육과 연관된 모음이어서 이를 발음할 때 말하는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함

이름을 가급적 발음하기 쉽게 지어야 하는 이유

미국 변호사 500명을 대상으로 이름의 발음 난이도와 사회적 지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변호사일수록 고위직인 것으로 나타남. 이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perceptual fluency)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됨

‘꿀벅지’가 사람을 홀리는 이유

‘꿀벅지’초콜릿 복근처럼 감각기관에 관련된 용어를 메타포로 활용할 경우 뇌 반응이 크게 나타남. 의사들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병의 증상이나 약의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수박모양 위(watermelon stomach)’ ‘맥주배(beer belly)’ 등의 은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람임. 사람들은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을 음식이나 과일에 비유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

 

상품·서비스 이름 = 자산(asset)

‘이름이 고와야 듣기도 좋다라는 속담처럼 이름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기업이나 사람, 그리고 상품과 서비스의 이름은 많은 정보를 말해준다. 사람 이름이라면 인종, , 계층을 드러내며, 또한 인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상품 이름은 그 자체로 원산지, 품질 등을 말해주기도 한다. 사람이나 기업, 상품이나 서비스는 이름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이 때문에 창업하거나 또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기업이나 상품 서비스 이름은 소비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신경과학자들이 가세하면서 지금까지 인문학의 영역이었던 이름에 대한 연구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로 기업이나 개인은 영어 이름에 더욱 익숙해 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요, 영화, 드라마에 영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이상하다 할 정도로 영어가 넘친다. 개인이나 기업 이름은 물론 상품이나 서비스도 영어 이름이 많다. 세계화 시대인 이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상품이나 서비스, 개인이나 기업 이름 짓기에 접근해야 하는 셈이다. ‘얼굴 보아가며 이름 짓는다는 속담처럼 자신에게 걸맞은 이름을 찾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름이 얼마나 중요하느냐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허리케인 이름과 그 피해 정도에 대한 연구다. 2014년 일리노이대 정기주(Kiju Jung) 대학원생 연구팀은 허리케인의 명칭이 남성 이름일 때와 여성 이름일 때 사망자 수(미국)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추적 비교했다. 60년간(1950∼ 2012) 허리케인 이름과 사망자 수를 비교한 결과 허리케인이 남성 이름보다 여성 이름일 때 훨씬 큰 피해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이름을 가진 허리케인은 사망자가 평균 15.15, 여성 이름을 가진 허리케인은 세 배인 41.84명으로 조사됐다. 허리케인 이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시뮬레이션에서도 사망자가 14.87명에서 41.45명으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그림 1)

 

그림 1 남성적 허리케인 이름 vs. 여성적 허리케인 이름

 

 

허리케인 이름이 이처럼 사망자 수의 차이를 낳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연구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실험연구를 했다. 허리케인 이름이 여성 이름일 때 사람들은 허리케인 강도(intensity)를 얕잡아 보고 대비 조치를 소홀히 했고 그 결과 세 배가 넘은 사망자 피해를 본 것이다. 즉 기상 당국이 남성과 여성 이름으로 미리 지어둔 허리케인 이름 가운데 알파벳순으로 무심코 선택한 것이 이처럼 심각한 사망자 수의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이(i)

이름은 행복도 좌우한다. 2014년 독일 에르푸르트(Erfurt)대 러머(Rummer) 교수팀은 이름을 포함한 단어 속에 들어 있는 모음과 감정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일 때아이(i)’가 포함된 단어, 부정적인 기분일 때(o)’가 포함된 단어를 더 자주 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모음의 종류와 기분과의 관계는 근육 활동과 연관돼 있다. 구체적으로아이(i)’라는 모음은 웃을 때 관련된 근육과 연관된 모음으로 이를 발음할 때 말하는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아이(i)’(o)’를 반복 발음하면서 읽고 있는 만화의 흥미도를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아이(i)’를 말하는 사람(평균 = 5.67)(o)’를 말하는 사람(평균 = 5.00)보다 만화책을 더욱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실험결과에 비춰볼 때 모음 발음과 기분 간에는 상호작용 효과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모음 발음이 기분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발음하는 모음의 종류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이(Hi)’와헬로(Hello)’라는 영어인사 가운데 어느 쪽이 행복하고, 또한 행복할 확률이 높을지는 분명하다.

 

2004 MIT 퍼포스(Perfors) 교수팀은 모음과 이름의 섹시함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아이(i)’를 활용한 이름은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o)’를 활용한 이름은 매력도나 섹시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름에아이(i)’와 같은 전설모음(front vowels)을 포함하느냐, 아니면(o)’ 같은 후설모음(back vowels)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이름의 매력도나 섹시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Edgar처럼 전설모음을 포함할 경우 섹시한 반면 George처럼 후설모음을 포함한 이름은 섹시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림 2)

 

그림 2 섹시한 이름 vs. 섹시하지 않은 이름

 

 

주가를 춤추게 하는 이름

기업 이름은 주가까지 춤추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프린스턴대 알터(Alter) 교수팀은 기업 이름의 난이도가 주가와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투자하는 기업 이름의 난이도가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실 실험과 실제 주식시장 분석 결과 발음하기 쉬운(principle of fluency) 이름을 가진 기업의 주식은 어려운 이름을 가진 기업의 주식보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같이 1000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어려운(disfluent) 이름을 가진 기업에 비해 쉬운(fluent) 이름을 가진 기업은 투자한 지 하루 만에 평균 112달러의 이익을 더 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같은 이름 효과는 상쇄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이유로 인간은 인지 자원(cognitive resources)의 투자를 줄이기 위해 복잡함보다 단순함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우리 주변에는 힐튼(Hilton), (Gap), (Dell) 등 가족 이름을 내건 기업이 많다. 아시아나 중동지역에서는 거의 95%에 해당하는 기업이 가족 이름을 내건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미국에선 가족 기업이 기업의 90%, GDP 65%, 노동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다. 그렇다면 가족 이름을 내건 기업의 실적은 어떠할까.

 

130여 개 미국의 상장 기업(2002∼2006)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가족 이름을 내건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고객불만 처리를 중시하는 책임자를 훨씬 많이 배치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 이름을 내건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산수익률(ROA)도 높았고, 재정상태도 좋은 편이었다. 더욱이 기업시민권(corporate citizenship) 수준도 높았다. 실제 가족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직업만족도, 기업 혁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 기여가 높았다. 우리나라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이름을 기업명으로 내건 기업은 회사는 물론 가문의 명예가 기업 실적이나 평판에 달려 있다는이중부담(double burden)’ 때문에 더욱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름이 신뢰, 매력, 지위를 좌우한다.

이름은 신뢰를 좌우한다. 2013년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뉴먼(Newman) 교수 연구팀은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과 어려운 이름을 가진 사람의 위험성과 그 사람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평균 = 2.70)은 발음하기 쉬운 이름(평균 = 2.46)에 비해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됐다. 흥미로운 것은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과 어려운 사람의 주장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사람의 주장이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에 비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즉 발음하기 쉬운 사람의 이름이나 그 사람의 주장은 호의적으로 평가되고 더욱 신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려운 이름을 가진 사람은 그 반대로 평가됐다.

 

이름의 발음은 신약의 위험성 평가까지 좌우한다. 제약회사는 신약의 이름을 짓는 데 많은 고민을 한다. 발음이 쉽다는 것은 익숙하다(familiar)는 의미로 리스크가 적다고 해석된다. 대부분 복잡한 이름은 단순한 약 이름에 비해 훨씬 위험한 약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조사를 통해 적합한 약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한다.

 

과학자들은 음식첨가물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과 쉬운 이름으로 구분한 뒤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첨가제를 발음이 어려운 이름(Hnegripitrom)과 쉬운 이름(Magnalroxate)으로 구분해 유해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발음이 어려운 이름(평균 = 4.76)이 쉬운 이름(평균 = 3.68)보다 유해성이 높다고 평가했다(1 = 아주 안전함, 7 = 아주 해로움). 또 다른 실험에서 놀이공원 놀이기구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Tsiischili)과 쉬운 이름(Ohanzee)으로 구분해 각각의 흥미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의 놀이기구는 아주 따분하고 위험한 것으로 평가한 반면(평균 = 4.35), 쉬운 이름의 놀이기구는 그 반대로 평가했다(평균 = 3.02). 이처럼 사람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발음하기 쉬운 이름에 대해서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이름을 발음하기가 쉬운 사람은 어려운 사람에 비해 사회적 지위도 높았다. 실제 미국 변호사 500명을 대상으로 이름의 발음 난이도와 사회적 지위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변호사일수록 고위직,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변호사는 하위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음의 난이도가 만사는 아니지만 이름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perceptual fluency)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선 실제 이름이 백인을 연상시키는 경우와 흑인을 연상시키는 경우로 구분해 구직 서류를 제출한 뒤 인터뷰 전화를 받는 비율을 비교한 결과 백인임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인터뷰 요청을 50% 이상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꿀벅지’가 사람을 홀리는 이유

과학자들이 새삼 놀란 것은 메타포(metaphor·은유)의 파워다. 우리가 흔히 쓰는꿀벅지’ ‘초콜릿 복근이란 용어는 상상보다도 더 강력한 효과를 낳는다. 2014년 에모리대 레이시(Lacey) 교수팀은 메타포를 사용할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얼마나 크고 어떻게 다른지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연구했다. 가령 ‘bad day’ 대신 ‘rough day’를 쓸 경우 어떻게 반응이 달라지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bad day’란 표현보다 촉각이란 감각을 연계시킨 ‘rough day’란 표현이 촉각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추가로 자극해 반응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같은 뜻을 의미하는 말이라도 감각기관에 관련된 용어를 메타포로 활용할 경우 반응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욱 흥미로운 연구는 미각과 연계된 용어를 포함한 문장을 사용할 경우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본 실험이다. 2014년 베를린자유대 시트론(Citron) 교수팀은달콤한(sweet)’이란 용어를 활용했을 경우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추가로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구체적으로 무미건조한 표현과 미각을 포함한 메타포로 구성된 37가지 사례를 피실험자에게 보여준 뒤 반응을 비교했다. 가령그녀는 그를 친절하게 보았다(She looked at him kindly)’는 문장과그녀는 그를 달콤하게 보았다(She looked at him sweetly)’는 표현으로 구분해 실험했다. 그 결과 미각과 연계된 표현을 할 때 훨씬 더 크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칭찬을 받았다란 표현과달콤한 칭찬을 받았다란 두 가지 표현 가운데 미각을 활용한 표현이 더욱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의사들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병의 증상이나 약의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 메타포를 활용한다. 가령 위전정부에 붉은 선상 모양이 생기는 혈관확장증(gastric antral vascular ectasia)수박모양 위(watermelon stomach)’라고 말해 환자의 이해를 돕는 식이다. 맥주배(beer belly)나 밀크커피반점(café au lait spots)처럼 과일이나 먹을 것에 비유해 환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암세포 크기를 호두(walnut)나 오렌지(orange)와 같은 과일로 표현하는 것도 미각과 연계된 메타포를 활용한 예다. 사람들은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을 음식이나 과일에 비유해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고 반응이 크다는 것을 알아서다.

 

유사 이름 효과

이름이 유사하면 주식 투자, 거주도시, 직업, 학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일견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회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주식을 매매한다. 기관투자가들은 흔치 않은 ‘X’라는 이니셜로 시작하는 주식보다는 흔한 ‘M’으로 시작하는 주식을 더 많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도 주식투자를 할 때 자신의 이름과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주식을 구매하는 성향이 있었다. 수지(Susie)는 스타벅스(Starbucks) 주식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이름은 거주 도시와 직업을 결정하는 데도 관여한다.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이름과 유사한 도시에 거주하는 경향이 높았다. 자신의 이름이루이스(Louis)’라면세인트 루이스(St. Louis)’에 거주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자신의 이름과 유사한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예를 들어, ‘데니스(Dennis)’ 이름을 가진 사람이덴티스트(dentist·치과의사)’가 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스트라이크 아웃을 상징하는 ‘K’로 시작하는 이름을 갖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 또한, 모든 학생이 성적평가에서 ‘A’를 원하지만 이름이 ‘A’ ‘B’로 시작하는 학생에 비해 ‘C’ ‘D’로 시작하는 학생이 ‘A’ ‘B’를 받는 확률은 크게 떨어졌다. 이름 이니셜이 스트라이크 아웃이나 성적을 좌우하는 등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 법대를 4등급으로 구분한 뒤 변호사의 이름 첫 자가 A B, C D인 변호사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를 추적한 결과 A B는 일류대, C D는 이류대를 졸업할 확률이 높았다.

 

한편 의미가 큰 이름이 더욱 빨리 각인되고 반응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영국 켄트대 야오(Yao) 교수팀은 어휘가 표현하는 의미의 크기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고래(whale)와 같은 큰 것을 의미하는 단어와 자두(plum)처럼 작은 것을 의미하는 단어를 처리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작은 것일 때보다 큰 것일 때 사람들은 훨씬 빨리 처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보통 단어를 처리할 때 500밀리세컨드(1000분의 1)가 걸리지만 이른바 큰 것을 가리키는빅 워드(big words)’ 20밀리세컨드가량 더 빨리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림 3)

 

그림 3 큰 것을 의미하는 단어(big words) vs. 작은 것을 의미하는 단어(small words)

또한 성(castle)과 부(wealth)라는 큰 개념과 호주머니(pocket)와 독특한(unique)이라는 작은 개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비교한 결과 큰 개념을 의미하는 어휘에 더 빨리 반응했다. 구체적인 개념과 추상적인 개념, 예를 들면 성과 부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개념()에 훨씬 빨리 반응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작은 단어에 비해 큰 단어는 더 큰 감정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즉 상어, 천재 같은 큰 단어가 도토리, 바늘 같은 작은 단어에 비해 훨씬 빨리 처리되고, 큰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혁명보다 진화를 택한, 이름

이름을 비롯한 문화상품은 혁명보다는 진화를 선호한다. 2012년 와튼스쿨의 버거(Berger) 교수팀은 신생아의 이름과 태풍 이름을 추적 조사해 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밝혀냈다. 우선 100년간 미국에서 태어난 28000만 명의 아동 이름 7000여 개의 변화 추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 해에 인기 있는 이름과 유사한 이름이 다음 해에도 역시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행하는 이름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음소·phoneme)만 변화했다. 예를 들면 카렌(Karen)이라는 이름은 우선 캐시(Katie)로 점진적인 변화를 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름의 특정 음소가 이전 해에 인기를 끌었다면 다음 해에는 이 음소에 다른 음소를 추가한 이름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이름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 곧바로 시들해지는 반작용도 가져왔다.

 

사람들은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에 대해서는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발음하기 쉬운 이름에 대해서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허리케인 이름과 신생아의 이름을 비교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허리케인의 이름이 사회적 주목을 받으면 같은 음소를 가진 신생아의 이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카트리나(Katrina)가 지나간 뒤 K로 시작하는 신생아 이름이 9%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지속적이지 않고 허리케인의 피해가 증가하면서 더는 신생아의 이름도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은 개인이나 기업의 핵심자산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을 지을 때, 과학지식을 토대로 지을 때 성공 경영을 담보할 수 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해야 하는 우리 기업은 특히 이름 짓기에 더욱 고심해야 할 때다. 이름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정체성이자 브랜드를 구축하는 핵심자산이다. 벤츠, 아이폰 등은 하나의 이름에 브랜드를 집중 구축하고 버전만을 업그레이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하는 기업은 이름 짓기에서도 혁명보다는 진화를 선택한다.

 

참고문헌

Jung, K et al,. (2014). Female hurricanes are deadlier than male hurricanes. PNAS.

Rummer, R et al,. (2014). Mood is linked to vowel type: the role of articulatory movements. Emotion, 14-2, 246-250.

Alter, A & Oppenheimer, D. (2006). Predicting short-term stock fluctuations by using processing fluency. PNAS, 103-24, 9369-9372.

Newman, E et al,. (2014). People with easier to pronounce names promote truthiness of claims. Plos One, 9-2, e88671.

Lacey, S et al,. (2012). Metaphorically feeling: comprehending textural metaphors activates somatosensory cortex. Brain and Language, 120, 416-421.

Citron, F et al,. (2014). Metaphorical sentences are more emotionally engaging than their literal counterparts.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Yao, B et al,. (2013). Semantic size of abstract concepts: it gets emotional when you can’t see it. Plos One, 8-9, e75000.

Berger, J et al,. (2012). From Karen to Katie: using baby names to understand cultural evolution. Psychological Science, 23-10, 1067-1073.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SSCI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 허행량 허행량 | - (현)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매일경제신문> 기자
    - <스타마케팅>,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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