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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덕형 코마코 국장

새로운 아이디어 원한다면 지구를 스캔한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야

고승연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코믹한 광고로 단순한 재미를 넘어 제품의 매출 신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급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는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권덕형 코마코 국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1) 유머러스한 광고일수록 간과하기 쉬운 제품과 광고 콘셉트의적합성(relevance)’을 반드시 확보하라.

 

2)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끈기 있게 따라가며 기다려라.

 

3) 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부터 들여다보고 주변을 민감하게 살펴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연아(한성대 산업공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말 그대로뜬금없는 광고였다. 수십 년간 똑같은 검은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의리!”를 외치던 배우 김보성이 자신의 이미지와 쉽게 연결되지도 않는 비락식혜 광고에 등장한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하나. 식혜가 전통의 건강음료니까우리 몸에 대한 의리로 다른 음료 대신 식혜를 먹으라는 거다.(QR코드 1) 광고 내내의리의 김보성식 발음으리를 응용한 언어유희가 넘쳐난다.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 “‘으리으리음료” 등이 아예 자막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별다른 맥락 없이 등장한 광고 한 편은 현재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본래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소재로 쓰이면서 이미 유행하고 있었지만 이 광고가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사람들은 가능한 모든 단어에으리를 넣어 재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premium’이라는 단어는프으리미엄으로, ‘creative’크으리에이티브로 표기하는 식이다. 단지 광고만 인기를 얻은 게 아니다. 광고하는 제품, 비락식혜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QR코드 1

 

비락식혜를 만드는 팔도에 따르면, 지난 57일 광고를 처음 공개한 이후 같은 달 31일까지 총 540만 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신장한 수치다. 광고 전후 25일간을 비교해보면 판매량 증가는 더욱 극적이다. 광고를 시작한 이후 전체 판매량은 광고 전보다 38.5% 늘었다. 할인점에서는 104.4%, 편의점에서는 51.9% 뛰었다.1

 

이 광고는 대기업 계열 거대 광고기획사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코마코(KOMACO)에서 기획·제작했다. 그런데 코마코는 지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광고, 베가 아이언 광고 패러디왕뚜껑광고(QR코드 2)를 만든 회사다. 당시 왕뚜껑은 초여름에 광고가 론칭된 이후 광고노출 전 3개월 대비 30%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왕뚜껑과 비락식혜. 두 제품 모두 장수 브랜드지만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일종의부활을 만들어냈다. 2년 연속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광고로 장수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코마코의 권덕형 국장을 DBR이 만났다.

 

QR코드 2

 

 

Choi Hoon-Seok

권덕형 코마코 국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997년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했다. 애드벤처( JWT애드벤처), 에이블리, MBC애드컴 등을 거쳐 현재 코마코에서 일하고 있다. 포스코의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GS칼텍스의착한 기름 이야기등의 캠페인에 참여했고 지난해 서울영상광고제 TV CF Awards를 받은 왕뚜껑단언컨대광고와 올해 한국광고협회 선정 월간 베스트 광고에 오른 비락식혜의리편을 만들었다.

 

광고가 크게 성공했다. 특히 광고한 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성공을 실감하는지.

이미 판매량 신장률 등은 보도가 많이 됐다. 광고를 만든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다. 원래 광고 목표가 비락식혜라는 전통 음료를 젊은 사람들이 먹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유튜브 조회수도 광고 론칭 후 3일 만에 100만 건이 넘어갔고 한 달 만에 약 290만 뷰를 기록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회수도 조회수지만 로그인을 해야만 클릭할 수 있는좋아요수가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게 23000건이다. 최근 히트했다고 하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다고 하는 다른 회사 광고의 경우좋아요클릭 수가 5000건 수준이었다. 또 매출이라는 측면을 봐도 의미가 있다. 광고만 뜨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광고는 물론 손쉽게 사 마실 수 있는 식음료 제품인 이유도 있지만나도 한 번 사먹어야지라는 생각이 소비자들,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된 걸 알 수 있다. 광고 자체를재미있다고 생각하고또 한 번 봐야지라고 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렇게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페이스북 등 SNS나 이거 오늘 사마셨다. 김보성에 대한 의리!”라고 올리는가 하면 단체로 편의점에서 식혜를 사마시고인증샷을 올리기도 하더라. “보성 형님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라고 글을 쓰면서 말이다. 이런 식의 반응은 그동안 다른 식음료 광고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난 이런 게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전통 음료인 식혜, 김보성이라는의리캐릭터는 곧바로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나?

아시다시피 광고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 아이디어를 낼 때에는 광고 대상이 되는 제품과 상관이 있든 없든지구 전체를 한번 스캔해본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비락식혜의 경우 전통 음료라고 해서 처음부터 협소하게 좁혀서 항아리 속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정말 온갖 것을스캐닝하던 중 팀원 중 막내가김보성의 의리 시리즈 패러디가 유행이라며 재미있는 패러디를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나 역시재밌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막내 팀원이 그 패러디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왔다. 그날 저녁 회의에 아예 구성안을 들고 들어온 것이다. “우리 몸에 대한 의리라는 콘셉트를 만들어 왔다. ‘어르신들 드시는 음료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젊은 소비자 층으로 타깃을 확대하는 게 목표였는데 젊은 사람들도 몸 생각해서 색소, 탄산, 카페인 없는 전통 음료인 식혜를 마시도록 유도하고, 이를자신의 몸에 대한 의리로 개념화하면 분명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리라는 개념으로 묶어내면서 제품 광고와 적절히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꾸몄다. 누군가의 말을 패러디하자면 나는 디렉터니까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처음에 배우 김보성 캐릭터와 비락식혜를 연결시킨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2012년에는남자라면이라는 라면 광고에 당시더티 섹시이미지로 각광받던 배우 류승룡을 모델로 썼다. 그때도 재미는 있었고 평도 좋았는데 워낙남자라면이라는 제품명과 배우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졌다. 제품 네이밍 차원에서의 적합성(relevance)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보성과 비락식혜에서 적절성 혹은 적합성을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걸 만들어 내느냐, 마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우리 회사에서도 젊은 팀원들이 유행하는 유머코드, 재미있는 현상 등을 포착해 광고에 활용해보자고 들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나는제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진다. 김보성과 비락식혜의 경우몸에 좋다는 다소 직접적인 부분과 김보성 씨가 그간 만들어온우직한 이미지’, 한때의 큰 유행이 지난 뒤에도 꿋꿋이 전통 음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비락식혜의 이미지가 매칭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또 우리의 타깃층이었던 젊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상에서의리라는 단어와 이미지를 변형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적합성을 만들어내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겼다.

 

 

 

‘장안의 화제가 된 비락식혜의리광고

 

대한민국에의리 열풍이 불고 있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코드를 이번 광고에서 잘 잡아내신 것 같다. 왜 이런 열풍이 불까?

뭔가 새삼 각광을 받게 된다는 건 우리 현실 속에서 그게 부족하거나 부재하기 때문일 거다. 의리라는 게 뭘까? 어쨌든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될 것, 혹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또는 이것만큼은 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닐까. 그런 것들이의리라는 단어와 김보성을 통해서 구체화된 것 같다. 나처럼 광고 일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사실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마음이 있다. 다들 뭔가 활용해 재미나고 독창적인 걸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데의리라는 게 그런 여지를 주는, 즉 열린 구조였던 걸로 보인다. 무슨 말이냐 하면의리라는 게 자기만의 사례를 집어넣어서 만들 수 있는 그런 단어였고, 또한 지금 사람들이 뭔가 부족하고 이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단어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을 비꼬거나 비난하는 측면이 전혀 없는 코드다. 그래서 부담 없이 단어를 가지고 놀 수 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도아메으리카노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작년에 배우 이병헌이 모델이었던 베가 아이언 스마트폰 광고를 정말 한 장면도 안 빼고 완벽히 패러디한 왕뚜껑 광고도 만들었다.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왕뚜껑 라면에서 한동안 뚜껑이 없어졌던 적이 있다. 물론 종이로 된 겉포장은 있었지만 라면을 덜어서 먹는다는 핵심 콘셉트를 없애버렸던 거다. 그래서 네티즌들이왕뚜껑의 배신이라며 비판했다. 서운해 하기도 했고. 그러던 차에 고객사(광고주 팔도)에서 다시 뚜껑을 부활시키며 다소올드해진 제품인 왕뚜껑을 부활시켜보려고 했다. 고민이 시작됐다. 예전에 왕뚜껑은왕입니다요!”라는 카피로 유명했다. 일단은왕의 귀환이라는 콘셉트로 가볼까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광해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써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염두에 두고 있던 모델인 이병헌 씨가 베가 아이언 CF를 찍은 게 아닌가. 그 순간 머리에 섬광처럼 번뜩이는 게 있었다. 옛날 생각이 났던 거다. 10년 전 스카이 뮤직폰이 출시됐을 때클럽편 광고를 왕뚜껑에서 완전히 똑같이 패러디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국내 역사상 최초의광고 전체 패러디였다. 패러디라는 게 자주 쓰긴 어려워도 10년쯤 지났으니 한번 다시 해볼 만하다 싶었다. 광고주들끼리도 마케터 모임 등에서 서로 알고지내는 사이여서 곧바로 협의할 수 있었다. 나중에 왕뚜껑과 베가 아이언이 함께 프로모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을 정도니까 궁합이 잘 맞고 잘 의기투합했다고 볼 수 있다. 3개월 정도 진행된 광고였는데 광고 노출 이후 왕뚜껑 판매량이 노출 전 3개월 대비 30% 신장됐고 분기 매출 순위는 6위에서 4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나름 오래된 제품 왕뚜껑을 부활시킨 셈이다.

 

2013년과 2014년의 히트 광고 모두 장수 제품에 활력을 넣고 부활시킨 느낌이다. 브랜드 부활 프로젝트라고 할까? 둘 다 코믹한 콘셉트로 만든 이유도 궁금하다.

장수 브랜드, 조금 처져 있는 오래된 제품. 이걸 나는친구이긴 친구인데 잘 안 만나게 되고 소원해진 친구정도로 본다. 물론 그 브랜드, 그 제품에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현재 소비자에게 전혀 필요 없다면 그건 아무리 노력해도 되살릴 수가 없다. 그런데 분명 소비자들과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즉 멀어진 친구 같은 관계라면 다시 만나게 해줘야 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는 방법이 뭘까? 소원해진 친구 사이라면경조사. 굳이우리 다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저 기쁨이나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그걸 계기로 다시 연락하고 지내면 되는 거다. 제품을 광고하는 입장에서도 관계가 오래됐고 거리가 멀어졌다면 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이럴 때자극을 줘야하는데 나는 굳이 말하자면경사에 해당하는코믹한 광고를 만든 거다.이와 관련해 비슷한 사례, 재미난 사례가 광고계에 하나 있다. ‘이라는 루마니아 초코바 광고인데 루마니아 국기 모양이 초코바 포장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조금씩 외면하자 이 초코바 회사가 페이크 광고를 만들었다. “미국 기업이 우리 회사를 사게 됐다며 초코바 포장지에 있던 루마니아 국기를 성조기로 바꿨고 이를 실제 광고처럼 뿌렸다. 난리가 났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반대 시위를 조직하려 할 정도였으니까. 다소 충격적인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그 초코바와 루마니아 소비자들의 관계는 부활했다.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얘기다. 경조사 비유로 보면조사를 일부러 만든 셈이다. 왜 하필 코믹함이냐고 물으셨는데 식음료 광고에서는가벼움이 용인된다. 우리가 가진 한계 상황과 범위 내에서 웃음을 주는 건 항상 환영받는다. 진화생물학 이론을 보니까 우리가 웃는 이유는적대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하더라. 유머러스한 광고 역시 아주 원초적인 호의를 보여주며 고객과의 관계개선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코믹한 광고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무조건 웃기려다 보면 화제는 되지만 광고효과는 별로 못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선에서의 코믹함이어야 한다. 모델 선정도 그렇고, 표현방법에서도 그렇고, 아까 말했던 relevance를 잃어버리고 수용가능한 선을 넘어버리면 소비자들이 오히려 외면하게 된다. 간혹 내가 볼 때도아 이건 좀 심하다싶은 광고들이 있다.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심지어 욕설을 넣어 유튜브에 띄우거나. 흥미를 끌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긴 하겠지만불쾌함이나불편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좋은 이미지를 갖기가 어려워진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학교에서 관심을 끌려고 나쁜 짓 하는 애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우리가 만든 남자라면, 왕뚜껑, 비락식혜 광고는 모두 식음료 제품이기 때문에 본능을 조금 건드리거나 가볍게 가도 되는 거였다. 이와 달리 보통 감성광고, 진지한 광고,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광고는 고가의 제품에 활용한다. 지속적으로 긴 호흡으로 시리즈 광고를 노출하면서 그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호감을 갖게 만들고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그 제품을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도록 만드는 것이다.

 

 

2012남자라면’, 2013왕뚜껑광고

 

2012년부터 성공시킨 광고를 보면 모델계보가 류승룡, 김준현, 김보성으로 이어진다. 당시에 가장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모델로 삼는다. 참 잘 골라낸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사들이 모델 연구를 한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예인을 키울 때나, 정당에서 정치인을 키울 때에도 비슷한 연구와 분석을 한다. 여러 방면을 보는 거다. 연예인의 경우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되고, 품성과 다른 재능, 노래와 시너지를 일으킬 다른 면도 봐야 한다. 광고 모델도 마찬가지다. 지금 어떤 한 가지 이유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모델을 선정해선 안 된다. 그 모델이 가지는 장점을 폭넓게 보고 그걸 최대한 살려 제품이나 브랜드와의 적합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최근의 유행어를 만들어 낸 개그맨, 한창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를 모델로 써서 광고가 항상 성공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광고를 못 만들 사람이 어디 있겠나. 광고 모델이 이미 드러낸 캐릭터나 장점 이외의 것들, 제품과의 시너지와 적합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코믹광고든, 감성광고든 모델 자체도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거나 자신이 내세우지 못했던 다른 측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즐거워야 한다. 그러면 보통 성공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내나? 요새 마케터나 광고인뿐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는 모두의 화두이기도 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건 무엇보다도끈기. 물론 쉽게하고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지만 흔치 않은 경우다. 끈기라는 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될 때 끝까지 이를 놓치지 않고 가는 거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이 생각의코너를 딱 돌아가면 보통 사람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그냥 놓아버리고 만다. 근데 바로 그 코너를 돌아간 그곳에 아이디어가 있다. 결국 대부분의 아이디어라는 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의 조합, 새로운 융합인 건데 그걸 얻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계속 사유해나가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거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이디어가 막히면 기다린다.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릴 때에도 대충 방향은 예상하고 그쪽을 보면서 기다리지 않나. 아이디어, 창의적 생각을 기다리는 과정도 비슷하다. 생각의 폭을 최대한 넓혀 놓고 최근의 사회 트렌드, 내가 광고할 제품에 대한 스터디를 최대한 해놓은 상태에서 방향을 잡아놓고 기다리는 거다. 나는 아직 담배를 피우는데 새벽 2시쯤 흡연구역으로 내려가 담배를 피우면서새벽 3시쯤 되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벽 3시에 다시 담배를 피우면서새벽 4시쯤 되면 꼭 아이디어가 완성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리고 한 시간 더 집요하게 끈기를 갖고 생각의 꼬리를 연결하고 기다린다. 보통 그러면 새벽 5시쯤에는 반드시 창의적이고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최근 만들어 호평을 받은 제약 광고도 딱 그런 과정을 거쳐 새벽 5시에 나왔다. 그날 그렇게 밤을 새고 PT 하러 갔다.

 

요새 모든 광고는 IMC(통합마케팅)의 관점에서 기획된다. 비락식혜의 경우 어떻게 기획하고 추진했나?

사실 요즘 너나 할 것 없이 IMC 얘길 한다. 광고주도 많이 요구한다. 보통 피상적으로는 유튜브 조회수와 유행어 생산, 혹은 트렌드 선도 등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데 그런 걸로 치면 코마코는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 자부심이 좀 있다. IMC가 성공적이려면 전통 매체 중심의 사고를 의식적으로라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번 비락식혜 광고도 온라인 유튜브에 먼저 노출시켰다. TV CF를 중심에 놓고 부수적으로 유튜브와 SNS를 활용하고 바이럴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요즘 광고계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기존 신문 방송 등 4대 매체 중심 사고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너무나 확실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단순히 일방적커뮤니케이션에서솔루션으로의 진화다. 광고회사는 이제 브랜드 솔루션 회사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놓고 이걸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고 구매하도록 하려면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할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다. 광고회사지만 무조건 광고부터 만들어보고 매체에 노출시키자고 할 게 아니라 만약 이벤트성 프로모션이 해법일 수 있다면 그걸 기획해버리라는 거다. 어떤 제품의 경우엔 TV CF나 지면광고도 필요 없고 바이럴을 위한 동영상 하나 제대로 띄우면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땐 바로 그 지점에 집중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광고란 대체 무엇인가?

광고란, 브랜드와 소비자가 어제까지 맺고 있던 관계를 내일 어떤 관계로 이어갈 것인가를 놓고 대화하는 것이다. 남녀가 만나 대화하면서 어제까지 맺고 있던 관계에서 조금씩 그 성격이 바뀌어 가지 않나? ‘내일은 영화를 보는 사이가 될까?’ ‘또 다음날부터는 사귀는 사이가 될까?’ 그 다음엔내일은 약혼하는 사이가 될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고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에 따라 그렇게 바뀌어가지 않나? 어제와 오늘과 다른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모색하는 대화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미디어들이 생겨나는 건데이트할 장소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전엔 지금처럼 공원과 카페가 많지 않았다. 동네가 심심했다.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도 뻔했다. 그런데 요즘은 영화관도 멀티플렉스화돼 다채로워졌고, 산책할 길도 많고, 찾아가볼 맛집도 정말 많다.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가상공간마저 많이 생겼다. ‘4대 매체라는 심심한 동네에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채널이 많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소비자 입장이 돼서 기업, 제품, 브랜드에 대해네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가’, 이 브랜드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하고 나와 이 브랜드는 어떤 관계인지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대화해보는 게 필요하다. 브랜드나 제품 입장에서는내 소비자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날 사랑해줄지, 날 봐 줄지등을 고민하는 거고 대화를 시도하는 거다. 정말 연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랑이라는 게 남녀 간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우정역시 사랑의 한 형태이고관계형성의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에서경조사 비유를 통해 얘기한 친구 관계라는 관점에서 봐도 괜찮을 듯싶다.

 

기업이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대상인 소비자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소비자들의 변화는 어떻게 파악하나?

과거 소비자들과 비교해보면 요즘 소비자들은여지를 많이 남긴다. 어떤 한 사람만을 바라보지 않게 된 것이다. 옛날 소비자는 브랜드나 제품에 한번 충성하면 꽤 오래갔고 변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나는 평생 이것만 썼어라는 소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새는 너무도 당연히이게 좋아보여서 이걸로 바꿨어라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브랜딩하기가 그래서 더 어려워졌다. 결혼이나 연애에 빗대어 보면 세상에멋진 놈들이 많아졌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거다. 다들 제품력은 좋아졌고 큰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의 다양성과 가변성을 따라잡기 위해 기민한 조직, 민첩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해졌다.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시장조사’ ‘유행파악이런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기고 실행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스스로 민감해져서 바라봐야 한다. 나 역시 소비자 중 한 명이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휩쓸리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씩 주변으로 확장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가족, 친구, 그리고 내가 다니는 거리의 풍경 등 주변의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주변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그렇지 않다.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얼마나 될까. 인간에게, 소비자에게 어떤 보편성이 있다면 그건 내 안에서도 분명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게 앉은 자리에서도 진리를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주변사람과 환경에 대한 민감함, 그리고 해석해보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생활 속에서소비자 트렌드라는 큰 화두의 답을 찾아낼 수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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