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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alk

사람, 기업, 환경을 아우르는 디자인

정임수 | 11호 (2008년 6월 Issue 2)
정리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디자인 경영의 개념
거스 로드리게즈 부사장:
디자인 경영은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단순히 제품이나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체 브랜드 경험(total brand experience)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홍범식 대표: 1980, 1990년대 기업들은 제품의 품질, 기술, 성능, 가격 등 실질적인 가치로 경쟁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업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자인도 사람들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해석하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경영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철배 상무:
디자인 경영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 디자인 경영은 디자이너에게 동기를 부여해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는 디자인이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자극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이너를 기업 전체 활동에서 가장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는 것을 디자인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로:디자이너가 기업 조직의 모든 영역에 참여한다는 넓은 의미의 개념이 무척 흥미롭다. 디자인을 새로운 혁신이나 창조를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로 여기거나,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는 절차로 여긴다면 디자인은 기업은 물론 서비스, 정부 등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 직업(profession)에 초점을 맞춘 좁은 의미의 디자인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후 다른 영역에서 그들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스킬을 배워야 한다.
 
디자인이 곧 혁신이자 새로운 경쟁력
이:미국의 도블린(Doblin)이나 아이디오(IDEO)처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회사(design firm)가 이제는 혁신 기업(innovation firm)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
고객 인사이트는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파악해야 할 인간 속성의 근원이며, 혁신을 위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 필요한 요소다.
 
도블린, 아이디오는 이런 고객 인사이트를 파악하고 인간의 욕구, 니즈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가치를 둔다. 이들 기업이 원래 뛰어난 디자이너여서 찬사를 받는것이 아니라, 그 전에 고객을 통찰하는 능력을 통해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훌륭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혁신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매우 다르다. 고객 인사이트와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 기업은 좋은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은 비슷한 품질과 성능, 가격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라는 가치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스스로 혁신 기업이나 브랜드 회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혁신을 위해 사람들의 참여가 중요
이:필립스에서 혁신의 개념은?
 
로:필립스 디자인은 19701980년대부터 이미 인간에 대한 연구,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편돼왔다. 필립스는 1982년 기업 최초로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휴먼 팩터 디비전(Human factor division)’을 디자인 조직에 설립했다.
 
현재 인간 공학 전문가, 인터랙션 디자이너,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디자이너,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4050명의 전문가들이 사회, 문화 트렌드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혁신을 위해 인간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좋은 디자인은 비즈니스, 기술, 예술 등의 다른 영역과 결합된 모든 인간 활동과 관련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필립스는 혁신을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디자이너들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앞서 말했듯이 인간공학 연구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을 참여시킨다. 그리고 이른바 문화적 리더(cultural leader), 문화적 혁신가(cul-tural innovator)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시킨다. 또 웹이나 가상 플랫폼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킨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며 디자인 컨셉트를 혁신하고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
   
 
디자인, 경영 마인드 접목해야
이:디자이너는 심미적인 요소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으면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영자들은 전혀 다른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평가한다. 경영자들은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다고 말한다. 디자이너와 경영자가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로:의사결정자(decision maker)와 독창적인 사람(creative)은 매우 다른 논리구조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자는 합리적이고, 사실을 따지고 들며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디자이너와 같은 독창적인 사람들은 감성적이고 경험을 중요시하며 감정적인 관점으로 사물을 본다.
 
기업이 혁신에 실패하는 원인은 이런 차이점에 있다. 필립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 전문가와 경영 컨설턴트가 함께 일하는 파트너십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능력과 경험을 경영 컨설턴트의 경험과 접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혁신을 위한 핵심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홍: IT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2030년 전 고유의 전통적인 엔지니어만 있다가 여기서 세일즈 엔지니어가 나왔고, 또 세일즈맨도 나왔다. 이렇듯 디자인 분야에서도 디자인만 하는 전통적인 고유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비즈니스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단계의 디자이너가 나와야 한다.
 
환경, 건강도 고려한 디자인
이:인간 중심 디자인, 사용자 중심 디자인, 고객 주도 디자인 등이 쓰이고 있다.
 
로:사용자를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만으로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없다. 디자인은 비즈니스 이익뿐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의 발전, 더 넓게는 전 세계의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필립스는 ‘3P’라고 부르는 세가지 전략 차원에서 디자인을 생각한다. 바로 Profit People Planet이다. 비즈니스 이윤을 따지고, 사람들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며, 환경과 건강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디자인은 사람들을 이해함과 동시에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은 사람들과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소비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또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디자인 컨셉트를 추구해야 한다.
 
혁신기업, 로컬 전략 없이도 성공
이: LG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디자이너들은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하나의 그룹으로 보고 일한다. 반면 마케팅, 판매, 영업 등의 계획을 세우는 그룹들은 각 로컬 시장, 각각의 소비자 그룹에 따라 일한다. 이들은 현지화하려고 애쓰는 반면 디자이너들은 글로벌화하려고 애쓴다.
 
로:궁극적으로 기업은 개인화(persona-lize),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통해 브랜드 성취도를 높이고,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인다. 따라서 글로벌, 로컬 차원으로 시장을 나누는 게 아니라 결국에 개개인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 개인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홍:기업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기업의 입지가 약하다면 시장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 선도 기업이라면 글로벌 전략이나 현지화 전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애플이 대표적인 예이다. 뛰어난 제품, 뛰어난 디자인에 아이튠이라는 플랫폼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아이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도 아주 잘 팔린다. 애플이 창의적이고 강한 브랜드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로컬이냐 글로벌이냐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편집자주 필립스의 거스 로드리게즈 디자인 담당 부사장(CDO·Chief Design Officer)과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이철배 상무, 올리버 와이먼의 홍범식 대표가 5월 29일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 경영’ 대담을 가졌습니다. 로드리게즈 부사장은 서울대 한국디자인산업센터가 주관한 ‘제6회 국제디자인문화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이들이 창조와 융합을 주제로 디자인 경영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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