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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중독마케팅’의 끝은 파괴 착한소비 자극하는 ‘전두엽 마케팅’을…

양승은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A씨의 하루

 

“오래간만에 만난 회사 동료와 식사를 한 후 항상 하던 대로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를테이크아웃해 사무실로 들어간다. 얼마 남지 않은 점심 시간, 매일 체크하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해 오늘의 특가상품을 확인한다. 꼭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사두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제품을 구매한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자 오늘이 백화점 정기세일 마지막 날인 것이 생각났다. 오후 업무를 끝내고 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함께 세일 상품들을 둘러보면서 미리 점 찍어 뒀던 몇몇 상품들을 구매했다. 미리 정해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세일폭이 크고 맘에 드는 옷 두 벌과 친구가 추천해 준 화장품을 사 들고 집으로 왔다. 이제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백화점 구조라서 쇼핑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쇼핑 후기를 나눈다. 동시에 밀린 웹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 돌아와 쇼핑한 물건들을 꺼내어 막상 살펴보니 매장에서 볼 때만큼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나머지는 포장도 풀지 않은 채로 거실 한편에 뒀다. 샤워를 하고 나와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어 마시면서 TV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 보니 한 캔, 두 캔 늘어간다. 어질러진 식탁을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스마트폰으로 아침에 일어날 시간에 알람을 맞춘 후 아무 의미 없는 인터넷 기사들을 검색하다 창을 켜 놓은 채로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 배터리가 방전돼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지각이다!”

 

이 같은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 일과에서 우리는 수많은 중독현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경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반복되고 심해지면 본격적인 중독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원래중독(addiction)’이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주로 의학용어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도박, 쇼핑 등 물질이 아닌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중독현상이 늘어감에 따라 넓은 의미에서행위 중독(behavioral addiction)’ 역시 중독이라 보고 있다.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이 행위 중독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중독되는가?

 

 

경제학에서 말하는합리적인 소비자는 경제적 효용의 극대화를 목표로 선택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선호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중독된 소비자는 선택을 결정하는 가치가 경제적 효용이 아니라 중독된 대상에 대한 갈망이다. 중독은 소비자들을 합리적인 소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끈다. 중독된 소비자들은 그들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갈망의 대상만이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중독이 되고 나면 이성은 힘을 잃게 된다. 중독된 물질 혹은 행위에 대한 갈망이 이성을 강하게 억누른다. 이런 갈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 중독이 심각해지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게 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해진다.

 

중독의 메커니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중독 증상은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시되는 중독의 형태로서 의학적 치료와 신경정신과적 상담치료가 요구된다. 하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물질 중독보다는 행위 중독이다. 쇼핑 중독, 도박 중독, 최근에는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행위 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 섭취와 같은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이 결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에 있어서는 물질 중독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유에 대해서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져왔다. 중독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혀 내는 데 근간이 된 대표적인 연구는 Olds Milner 1954년에 발표했다. 그들은 쥐의 뇌에 전극을 연결해 전기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는데 오늘날보상센터, 쾌락중추(pleasure center)’라고 알려진 영역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영역에 전극을 부착했고 그 결과 뇌의 영역에 따라서 쥐들이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쥐들은 <그림 1>과 같이 레버를 누르면 전기 자극이 가해지는 실험 상자 안에 넣어졌는데 특정 영역에 전극이 부착된 쥐의 경우 한 시간 동안 레버를 1920번이나 누른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거의 2초에 한 번꼴로 전기 자극을 원했다는 것이다.1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쥐에게 연결된 전극은 뇌의 쾌감 중추를 자극했고, 따라서 쥐는 전기 자극이 주는 쾌감에 중독된 것이다.

 

이 영역이 바로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으로 오늘날 쾌감, 보상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 쾌락센터이다. 측좌핵은 음식을 섭취하거나 성적 자극을 받는 경우, 혹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일상적이고도 특별한 여러 경우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고 이때 우리는 쾌감을 느끼게 된다. 마약에 중독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카인을 흡입하면 도파민이 10배로 증가한다. 도파민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우리 뇌는 물질 중독이나 행위 중독이나 동일한 쾌락중추가 반응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이 신경학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행위 중독 역시 물질 중독만큼이나 강력한 것이며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2

 

뇌의 보상체계

 

중독성 있는 물질이나 행위가 이뤄졌을 경우 뇌에서는 도파민 보상 체계가 활성화된다. 이때 우리의 뇌는 그것이 약물 등에 의해서 도파민이 분비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행위로 인한 경험 때문에 분비된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며 심지어 그것이 실제인지, 상상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 또 실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상상을 통해 행위를 경험했을 때조차도 뇌는 이것을 구분하지 못해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결국 어떤 형태든 즐거움, 쾌락, 만족을 경험하게 되면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생성, 분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그림으로 살펴보면 <그림 3>과 같다.3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관할하는 뇌신경의 기저는 변연계(limbic system). 여기서 식욕, 성욕, 보상, 혹은 분노나 공포와 같은 감정을 조절한다. 외부 자극에 대한 1차적 감정반응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 영역은 귀 바로 위쪽에 있다. 이 변연계는 시상하부(hypothalamus), 편도체(amygdale), 해마(hippocampus)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서로 어우러져 감정과 기억에 관여하게 된다.

 

먼저 시상하부는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식욕과 같은 욕구 체계를 통제하고 관리한다. 두 번째 영역인 편도체에서는 감정을 관할한다. 마지막으로 해마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저장한다. 한편, 사람의 행동을 지시하는 것은 변연계가 아닌 대뇌 피질의 역할이다.

 

중독의 원인이 되는 쾌락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음식이나 물건과 같은 자극이 발생한다. 이 자극의 내용이 변연계에 들어오면 우리는 충동을 느낀다. 그런 다음 대뇌 피질의 지시에 따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하게 되고 행동에 대한 결과가 다시 변연계에 신호로 되돌아 오면서 배쪽뒤판영역(VTA·ventral tegmental area, 혹은 복측피개영역)에서 마치 약물을 섭취했을 경우와 마찬가지의 신경 전달 물질, 즉 도파민이 분비된다. 바로 이곳이 뇌의 보상회로의 중추 영역이다. 이 도파민은 측좌핵 혹은 중격의지핵(NAcc: nucleus accumbens)으로 보내지고 사람은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 경로를 보상경로 혹은 도파민 경로라 부른다.

 

우리 뇌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상태에서는 일정 수준의 도파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약물이나 쇼핑 중독처럼 높은 갈망을 해소해 주는 쾌감과 만족을 느끼게 되면 다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때 도파민이 자연스럽게 분비된 것인지, 외부 자극에 의해 유입된 것인지를 우리 뇌가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강한 자극이 있을 경우 뇌 속에 있는 도파민 공장에서는 이미 도파민이 초과 공급상태이므로 생산이 중단된다. 그렇게 되면 외부 자극의 충족을 통한 쾌감이나 만족이 없이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을 것이고 도파민을 분비시켜줄 대상 물질 혹은 행위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로써 그 사람은 중독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상태를신경적응상태(neuroadaptation)’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중독의 전형적인 특징이자 지표다.

 

신경적응상태에 이르게 되면 과다자극(hyperstimulation)이 발생하는 동안 도파민은 평소보다 더 많이 분비되지만 그것이 수용체에 작용할 기회는 더 줄어든다. 실제로 전달되는 도파민의 양은 더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쾌감이나 만족을 얻기 위해서 자신을 더 자주 자극에 노출시키게 되고 결국 물질이나 행위에 중독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즐거움 수준에는 신경체계, 혹은 보상체계가 반응하지 않는 신경적응상태는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된다. 따라서 중독의 대상이 되는 물질이나 행위를 더욱 갈망할 수밖에 없다.

 

쇼핑 중독: 전전두엽(Frontal Cortex)이 잠들어 버린 중독된 소비자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코카인만큼이나 강력한 중독의 유혹거리들에 노출돼 있다. 날로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눈이 휘둥그레지는 IT기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기업과 브랜드들은 소비자를 유혹하고 중독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인들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쾌락에 대한 갈망을 더욱 증대시킨다.

 

브랜드, 제품, 광고와 같은 소비와 관련된 자극은 소비자에게 그 제품을 사고 싶은 충동을 발생시키고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소비자들은 구매 욕구에 따라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결국 구매를 통해 욕구에 대한 보상을 얻은 소비자들의 두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거쳐서 인간의 보상체계가 구성된다.

 

‘쇼핑 중독(shopping addiction)’ 혹은강박적 구매(compulsive buying)’는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중독 현상이다. 한 번도 신어보지 않아 티끌 하나도 묻지 않은 구두로 가득 차 있는 신발장, 풀어 보지도 않은 쇼핑백, 옷장 가득 쌓여 있는 가방 등이 쇼핑 중독자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경미한 쇼핑 중독(mild-compulsive buying)은 겪어봤을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백화점이 겨울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눈여겨봤던 겨울 코트가 세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가격이 만만치 않아 발길을 돌려 집에 왔지만 하루 온종일 머릿속엔 코트 생각뿐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도 사람들 코트만 눈에 들어오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퇴근길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백화점으로 향하고 있다. 혹시나 매진됐을까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드디어 구매 완료!”

 

합리적 소비자라면 가격은 둘째치고라도 나에게 다른 코트가 있는지, 혹은 기존의 옷들과 새 코트가 잘 어울릴지, 앞으로 코트를 입을 일이 많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중독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는 그런 계산은 없다. 오직 새 코트를 사느냐, 못 사느냐만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인터넷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굳이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바로 당장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매일매일 할인하는 제품의 정보까지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우리를 쇼핑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각종 장치들이 마련된 셈이다. 결국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쉴새없이구매버튼(buy button)’이 눌러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머릿속 구매버튼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지름신은 그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뉴로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구매버튼의 위치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쇼핑 중독을 종종 충동구매와 혼돈하기도 하는데 이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구매, 비합리적 소비라는 측면에서 둘이 비슷할 수도 있으나 충동구매는 그 순간에 대한 통제불능으로 인한 결과라면 쇼핑중독 즉, 강박적 구매는 구매 자체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쇼핑 중독은 사고자 하는 대상을 마주했을 때에만 발생하는 충동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지속적으로 구매 자체에 대한 욕구, 강박이 발생하는 상태다.

 

학자들은 강박적 구매는 주로 만성적이며 부정적 환경이나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적 맥락 안에서 상실감을 느끼거나 결핍 상태를 초래할 때, 따라서 부정적 감정의 해소가 필요할 때 강박적 행위가 나타난다는 것이며, 이것이 소비맥락에서는 쇼핑 중독으로 만성화된다는 것이다.4

 

쇼핑 중독자라면 더 이상 쇼핑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정상적인 일상생활 혹은 사회 생활이 불가능해 진다. 미국의 경우, 쇼핑 중독자들이 전체 인구의 6%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범불안장애(GAD·generalized anxiety disorder)와 우울증(depression)보다 더 높은 수치다. 쇼핑 중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위험성 역시 물질 중독과 동일하다.5  특히 강박적 구매의 경우 남성이나 여성에 관계없이 동일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 결과는 뇌에 엄청난 손상을 가한다.

 

최근 들어 쇼핑 중독이 더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화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인터넷 쇼핑이나 모바일 쇼핑이 가능해 지면서 쇼핑의 지리적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자체에 대한 중독 피해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쇼핑 중독과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이 만났을 경우 발생할 거대한 위험을 생각해야만 한다. 국내의 경우 아동, 청소년, 성인의 전체 인터넷 중독률은 7.2%이며 청소년과 성인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1.1%. 더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중독의 연령별 중독률을 살펴봤을 때 청소년이 10.7%로 가장 심각했다는 것이며, 스마트폰 중독률 역시 청소년 중독률이 18.4%로 전년 대비 7%포인트나 증가해 성인(9.1%) 2배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6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 기기,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서 또 다른 중독의 위험이 심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미디어에 빠질 경우 마치 우리가 생각을 하고 뇌가 활성화 상태인 것 같지만 이는 정상적인 인지과정을 통한 활성화가 아니므로 전두엽의 기능이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청소년기에 진행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청소년기의 뇌는 미완성 단계라서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 따라서 과다자극이 발생했을 경우 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독으로 인한 뇌손상 혹은 변형이 일어났을 경우 회복 또한 더 어려울 수 있다.

 

중독되지 않는 소비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을 현혹하려 기를 쓰고 달려드는 마당에 중독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은 없을까? 뉴로마케팅 연구자들은 그 해답을 뇌 과학에서 찾고자 한다.

 

인간의 뇌는 많은 영역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영역이 맡은 역할이 있다. 어느 영역 하나 쓸모 없는 곳이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영역을 꼽으라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될 것이다. 전전두엽은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앞쪽, 이마 부위에 위치하고 있는 영역으로 인지적인 부분을 총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흔히두뇌의 CEO’ ‘두뇌의 사령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자극, 그에 대한 반응은 모두 전전두엽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전두엽에서도 배외측전전두엽피질(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이라고 불리는 영역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며, 복내측전전두엽피질(vmPFC·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 영역은 감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쇼핑 중독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 전전두엽의 역할에 달려 있다. 전전두엽의 DLPFC가 담당하는 인지기능 중 하나가 바로 통제와 절제다. 따라서 쇼핑 중독 상태라는 것은 전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 중독을 막으려면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소비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필자 중 한 명이에 발표한 연구7 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 혹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윤리적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고급 인지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전두두정엽 신경망(fronto-parietal network)의 활성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인의 이익 혹은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는 전두엽을 많이 사용함을 보여주는 것이다.8

 

윤리적 제품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필자의 또 하나의 연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필자는 논문에서 윤리적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를호모 에볼루티스라고 명명했다. 이는 윤리적 제품에 관심을 갖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전두엽이 더 활성화된 진화된 소비자라는 의미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설계할 때사회공헌환경보호라는 2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선정하고 광고자극을 구성했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의 3대축인 3P(planet, people, profit)에서 이윤(profit)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를 고른 것이다.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친화적인 부분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친환경 텀블러와 보온·보냉과 같은 성능에 중점을 둔 기능성 텀블러를 대비했다. 사회공동체 안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공헌적 측면을 보기 위해서는 최근 화두가 된 공정무역(fair-trade) 원두커피와 공정무역이 아닌 제품의 품질에 중점을 둔 프리미엄 커피를 실험에 사용했다.

 

이 두 제품군을 CSR 제품의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와 non-CSR 제품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로 제작했다. 그리고 두 제품에 대한 광고를 접한 후 구매결정을 내릴 때 소비자의 두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뇌파검사(EEG)를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일반 제품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에 비해서 CSR이 강조된 제품의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이 전두엽이 더 활성화됐다. <그림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CSR 관련 제품은 두정엽(parietal lobe)에서 더 강한 알파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고차원적 인지기능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전두-두정엽 신경네트워크의 활성화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또한 <그림 5>를 보면 원두커피(A)와 텀블러(B) 모두 일반 제품을 볼 때보다 CSR 제품을 볼 때 전두엽 영역의 활성화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9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인지적 과정을 통해 전전두엽에서 내린 구매 결정은 단순히 감정적 흥분 혹은 만족과 같은 과정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구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는 감정에 의존하는 소비보다 더 고차원적이며 더 깊은 사고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감정에 의존한 결정은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이성적 판단에 의해 내린 결정과 사고는 정교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뒤바뀌지 않고 지속력이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지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내려진 구매결정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가 더 오래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와 같은 인지적 구매 결정을 촉진시키는 제품이 윤리적 제품이다. 이에 비해 중독에 의한 구매는 구매행위 자체에 대한 갈망일 뿐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충성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타인과 함께하려는 것은 언뜻 보면 이타심과 같은 순간의 감정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 머릿속에서는 이것이 매우 이성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두엽 영역은 윤리적, 친사회적 행위와 같은 도덕적 판단과 연관이 있다.10  도덕적 판단은 나 혼자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나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사회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전두엽이 사회인지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전두엽에 이상이 생긴 경우 안타까움, 공감과 같은 친사회적 정서를 느끼는 것이 어려워진다.11 12

 

물론 우리가 어려서부터 인간의 사회성에 대해서 교육받고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고 교육받아온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즉 윤리적 소비에는 매우 고차원적인 인지과정이 개입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두엽이 활성화된 소비는 중독에 이르지 않는다.

 

이제 기업의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전두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연구를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윤리적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전두엽 활성화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전두엽은 인지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감성적인 측면에만 호소하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성적인 부분에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간의 인지용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고와 같이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아내야 하는 경우에는 인지능력범위 내의 정보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의 정보가 인간의 제한된 인지능력을 초과할 경우 아예 지나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양은 물론 시각적 요소와 광고문구의 배치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정보 제공의 형태가 직설적이냐, 은유적이냐에 따라서도 인지적 처리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광고의 내용뿐만 아니라 제시 형태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소비자를 중독시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마케터들의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중독된 소비자가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무조건적으로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 보탬이 될 수는 있다. 매우 근시안적인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중독으로 인해 고통받고 이를 주변에서 지켜본다면 그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중독된 소비자가 중독에서 벗어난 후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해 돌아서거나, 혹은 중독된 소비자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 지인이나 가족들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독이 아닌 전두엽을 쓰는 이성적 소비를 통해 소비자와 애착(attachment)관계를 형성한 브랜드는 소비자 자신의 만족은 물론 주변의 추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두엽을 많이 쓰는 소비를 통해 확립된 기업가치는 백 년을 이어갈 수 있으며 대를 이어갈 수 있다.

 

쇼핑 중독 그 너머로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광고 문구가 있다. 한 카드사의 광고에서내게 힘을 주는 나의 XX카드야∼”라는 멘트로 항상 광고의 끝을 장식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카드대란, 신용불량자 급증 등의 불건전한 소비생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신용카드가 생기면서 지출에 대한 개념이 약해지고 스트레스와 각종 압박에 대한 탈출구로 소비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쇼핑 중독자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최근에는 카드사 광고가 달라졌다. 국내 모 카드사의 최근 광고를 보면, ‘참 실용적인 7라는 메인 카피를 가지고꼭 필요한 물건인지, 7초만 생각해보세요라고 광고한다. 이 카드사는 몇 년 전만 해도 “Why not?”이라며 은근슬쩍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기업은 이제 좀 더 충성도(loyalty)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전두엽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활동을 촉진시켜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의 소비활동이 전두엽에 의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소비였다고 인지할 때 소비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며 재구매와 같은 소비 지속력도 높아진다. 또 중독과는 달리 구매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높은 만족감과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양승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연구원 glias@daum.net

양승은 연구원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소비자 행동 및 뉴로마케팅을 연구하고 있다. 등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은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lee9@skku.edu

이은주 교수는 미국 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마케팅 Ph.D. 및 소비자 유통 Ph.D.(dual Ph.D.)를 받았고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마케팅, 소비자행동 및 광고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 미국소비자학회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했고등 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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