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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전략 관점에서 본 특허전략

특허를 지도로 그려라 전략이 보인다

배성주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최근 애플과 삼성의 특허 소송은 국내 여론을 통해 그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되면서 특허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양산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특허가 단순히 지식을 공유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인 변수임을 인지하게 됐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변수를 어떻게 활용해 기업의 경쟁우위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허에 관한 전략적 접근의 부재는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기업들이 특허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하면 경쟁 기업들로부터의 특허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방어적인 형태의 특허출원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방어적인 특허출원만으로는 지속적으로 급변하는 기술변화의 흐름에 대처하기 힘들다. 기술기반 기업의 핵심전략으로 기술전략의 체계를 수립하고 핵심적인 하부전략으로 특허전략을 수립해야 기술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특허를 기업의 핵심적인 전략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술전략과 특허전략의 확립과 체계적인 연동을 위해서 기업에 요구되는 실행계획(action plan)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학계와 업계에서 각각 기술전략과 특허전략에 관한 연구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저자들은 오랜 토론을 통해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특허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방법으로 네 가지 실행계획을 제시하고자 한다.

 

1.특허전략에 관한 시각의 전환

기술전략의 원천으로서 특허전략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사항은 특허를 전략적 변수로 이해하고 이를 기술전략의 큰 틀 안에서 기획해 실행에 옮기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방어적인 의미에서의 특허출원 개념을 버리고 특허전략을 기술전략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이전까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특허에 관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특허를 전략적인 변수로 간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특허 괴물이라고도 불리는 비실시기업(NPE·Non-practicing Entity) 등이 늘어나자 비로소 기업들도 방어적인 의미에서의 특허구성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실제로 현업에서 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강연과 컨설팅을 진행해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특허를 방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특허 공격 대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에도 나타나는 경향이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주로 대기업들을 위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중소기업들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특허를 전략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신제품 개발과정 등과 연계해 기술전략의 일부로 가져가고 있는 기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1차적인 원인은 특허에 관한 담론이 대부분 소송과 이에 대한 대비에 그쳐 왔고 특허출원과 소송에 관한 서비스 이외에 전략적인 접근에 관한 청사진과 디테일이 제공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기업 스스로 특허에 관한 전략적인 시각을 발전시켜오지 못하고 소송방어 등 단기적인 접근에만 치중해 온 책임도 분명히 있다.

 

최근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서 보듯이 글로벌 기업들은 특허를 기술전략과의 연계를 통해 경쟁사를 압박하고 시장에서 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 중요한 기술전략의 원천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특허로 보호된 플랫폼은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점을 바꾸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제까지 몇몇 특허 전문가의 손길에만 맡겨 놓았던 특허 관련 업무를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자사의 기술전략과 통합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기술전략 조직과 특허전략 관련 조직의 통합

 

특허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전략이 체계적으로 수립돼 있고 변화에 대응 가능한지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기술기반 기업들은 이제 기술전략 부서를 만들고 자신들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현재의 기술뿐 아니라 미래에 각광받을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기술전략조직과 장기적인 기술전략이 수립돼 있지 않다면 우선 이 부분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술전략 조직과 특허 관련 인력을 통합해 운영하는 일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현재 특허 소송에 대한 대비 및 방어적인 전략 구사를 위해 특허 전담 부서를 두고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허에 관한 투자의 대부분이 이러한 특허 전담부서를 만드는 데 쓰여지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특허 전담부서의 고립을 불러온다. 이로 인해 기술전략과의 연계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방어적 의미의 특허전략 구사를 위해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려고 기술 관련 조직과 협업을 시도하지만 아직은 특허를 위해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개념 자체가 기술조직 전체에 공유되기가 쉽지 않다. 특허라는 것이 당장 상업화해야 할 기술에 집중하는 기술 관련 조직 및 인력들에게는 자칫 부담스러운 부가적 업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술전략 조직과 특허 관련 조직을 통합해 운영하고 특허와 관련된 기술적 요구사항들이 전체 기술전략의 틀 안에서 기획되고 관리되며 조직의 다른 기술인력들과 공유돼야 한다.

 

조직 통합 운영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제품 및 플랫폼의 디자인에 따라 특허에 관한 의사결정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개발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특허 관련 업무를 보는 인력들이 고립된다면 현업의 기술개발 인력들과 멀어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 개발됐던 기술들, 현재 자사와 경쟁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 그리고 미래에 개발돼야 할 관련 기술들에 관한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들은 실제 일찌감치 특허 관련 조직을 만든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장기적으로 기업의 기술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3.특허조직과 통합된 기술전략 조직과 연구개발, 신제품 개발 조직 간 정보공유 및 협업

 

기술전략 조직과 특허전략 조직을 통합한 후 더 중요한 이슈는 특허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해 통합된 기술전략 조직과 R&D 조직, 그리고 신제품 개발 조직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조직 통합이 특허전략과 기술전략이 연계돼 운용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면 여기서 말하는 기술전략조직과 R&D 및 신제품개발조직과의 협업체계는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맞서 보다 적극적인 특허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R&D 조직의 기술개발 방향과 신제품개발조직의 제품개발 계획을 특허 전략과 같이 연계시키기(align)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보다 실질적인 수준에서 특허전략이 계획되고 실행되려면 이러한 기술 관련 조직들과의 원활한 업무와 협업체계는 필수적이다. 조직의 크기에 따라서는 연구개발과 신제품개발팀에 파견돼 팀의 일원으로 개발 단계 전반에 걸쳐 필요한 특허전략을 개발하고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

 

해외 기업 중 신제품 개발과의 연계로 효과적인 특허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들 수 있다.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시작되면서 애플은 구글의 약점을 간파해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별다른 노력 없이 구글로부터 수억 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출시 3년 만에 가전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1) 이렇게 애플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기까지에는 제품개발 전략과의 치밀한 연계가 있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들을 기획, 개발을 진행하면서 각 제품에 적용된 모든 새로운 기능들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관련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2010년 등록된 단 566개의 특허만으로 기존 가전업계의 전통적인 특허강자인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 한편으로는 애플이 직접 개발하지 않은 특허에 대해서는 매입을 통해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완했다. 특히 애플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록스타컨소시엄(Rockstar Consortium)이 매입한 노텔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애플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에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뛰어난 서비스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던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로 인해 많은 업체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했다. 개발단계의 기술에 대해 특허전략과 관련된 기술전략을 미리 고려하기에는 구글의 자유로운 개발 문화가 이러한 특허전략과 관련된 업무와 잘 융화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구글은 뒤늦게 노텔 특허포트폴리오 매입에 뛰어들었으나 이에 실패한 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리게 된다.

 

위의 예시들을 통해 기술전략과 연구개발 및 제품개발 등과 연계된 특허전략이 어떻게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지, 또 연계되지 않은 특허전략이 얼마나 큰 사업적인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살펴봤다. 특히 제조업에 기반을 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우 직무 발명을 통해 수많은 특허를 양산해 내고 있지만 기술전략과의 연계성 측면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 혹은 사업부, R&D, 특허전담 부서 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효과적인 특허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특허전략을 담당하는 기술전략조직과 실제 기술개발과 관련된 연구개발 및 신제품개발조직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 특허전략이 기술개발에 뿌리를 두고 계획되고 실행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특허전략 체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선행돼야 할 일이다.

 

 

4.기술전략과 특허전략의 통합적인 설계와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의 개발

기술개발과 전략수립의 연계를 위한 조직 통합과 의사소통 체계가 구축됐다면 이제는 기술개발 방향에 따른 특허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특허전략의 수립을 위한 방법론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자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기술개발의 방향과 일치돼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일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점검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1.현재 우리 회사 특허 포트폴리오의 범위와 질적 수준은?

A.현재의 기술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는?

B.특허 포트폴리오의 경쟁사 대비 강약점 및 기술 트렌드와의 매칭 정도는?

C.특허 포트폴리오의 장단기 구성 전략은? (R&D, 라이선싱, M&A, 파트너십 등)

 

2.경쟁사 특허 포트폴리오와 비교하면?

A.현 경쟁사, 잠재 경쟁사가 가진 특허 포트폴리오와 비교할 때 필요한 조치는?

B.경쟁사의 특허 포트폴리오 발전 과정을 분석할 때 경쟁사의 기술전략 방향은?

C.특허 침해나 소송 등이 예상되는 분야 및 이에 대한 사전 대응책은?

 

3.특허 포트폴리오가 회사의 사업전략, R&D 전략과 잘 연계(align)돼 있는가?

A.현 특허 포트폴리오가 신제품 기술, 새로운 시장 진출을 잘 뒷받침할 수 있는가?

B.회사의 신규 사업전략 추진에 필요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 방안은?

C.특허 조직의 기능을 강화하고 전략기획, 신사업 개발, R&D 부서 등과 연계를 강화할 방안은?

 

4.특허 포트폴리오 관련 비용 절감 또는 수익 증대 방안은?

A.회사 보유 기술 중 유지, 라이선싱, 매각 기준을 정하고 특허 관리 비용을 절감할 방안은?

B.특허를 경영자산으로 만들거나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은?

 

자사가 현재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의 점검과 강화를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면 일단 특허 전략을 위한 큰 그림은 그려진 셈이다. 특허전략을 보다 세밀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경쟁사 대비 자사 기술이 어느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림 2>에서 제시된 특허맵은 반도체 패키징 산업에서 글로벌 1, 2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두 기업(앰코(Amkor)와 스태츠칩팩(STATSChipPAC): 각각 맵에 녹색(A)과 빨간색(S) 점으로 표시)을 선정해 경쟁사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을 한 결과이다. 이러한 특허맵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기술 분야에 관해 보다 나은 특허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우선 양사가 모두 특허 관점에서 중립적인 포지션(Neutral Position)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맵의 좌측 하단을 살펴보면 히트싱크(Heat Sink·반도체 소자의 방열판) 관련 기술영역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영역에서는 양사의 특허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 기술적으로 대등한 기술영역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두 가지 중립적인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우선 해당 기술영역 내 양사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크로스라이선싱(cross-licensing)을 통해 양사 간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양사 모두 동일한 기술영역에 대한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다. 반면에, 대등한 기술영역이라 양사 간 특허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서로 간의 공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특허에서 주도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Offensive Strategy)을 추구할 수 있다. 맵 중앙의 웨이퍼 범프(wafer bumping·반도체 칩 연결 공정) 관련 기술영역을 살펴보면 해당 기술 분야의 경우 스태츠칩팩(빨간색 점)이 특허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스태츠칩팩의 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이 반도체 패키징 공정상 꼭 요구되는 기술이고 해당 기술에 대한 회피 방안이 많지 않다면 경쟁사들이 스태츠칩팩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을 소지가 크다. 따라서 특해침해 소송을 통한 보상금 혹은 라이선싱 아웃(licensing out)을 통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경쟁사가 주도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보다 방어적인 전략(Defensive Strategy)을 구사해야만 한다. 맵 좌측 하단 및 우측 상단의 서킷보드(circuit board)나 리드프레임(lead frame) 기술 영역의 경우 앰코사(녹색점)가 특허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스태츠칩팩 입장에서는 특허 리스크를 최소화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1) 경쟁사 특허 무효화 2) 관련 특허 매입 3) 회피 설계 등 세 가지의 방어적 전략을 구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스태츠칩팩에서 꼭 필요한 기술의 경우 앰코사의 보유 관련 특허에 대한 무효화를 시도할 수 있다. 또한 스태츠칩팩은 관련 기술 특허에 대한 매입을 추진, 해당 기술영역 내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앰코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술에 대한 특허 매입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자사가 필요한 특허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은 자사 특허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상대방이 이를 역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입에 대해서도 별도의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스태츠칩팩은 관련 기술 특허를 개발함에 있어 기존 앰코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도록 회피설계 등 출원전략을 보강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 수 있다.

 

특허맵을 통해 자사가 앞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전략(Technical Strategy)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맵 좌측 상단의 볼랜드(Ball Lands) 관련 기술영역을 보면 경쟁사인 앰코사가압도적으로대부분의 관련 특허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의 후발주자인 스태츠칩팩의 입장에서 보면 기술전략, 혹은 기술로드맵(TRM·Technology Roadmap) 수립 시 현 경쟁사 특허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기술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기술개발을 할 때 많은 리스크를 줄이고 어떻게 우회 디자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미 경쟁사가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술영역의 경우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게 되면 많은 특허 리스크나 분쟁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직접 개발 대신 다음과 같은 대안 전략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우선 경쟁사의 특허를 라이선싱 인(Licensing-in) 또는 크로스 라이선싱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체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과 라이선싱 비용의 트레이드오프를 잘 따져 예상 투자수익률(ROI)에 따라 효율적인 기술확보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기술영역 내 경쟁사 특허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특허 리스크가 없는 공백(white space) 기술을 발굴, 개발할 수도 있다. 이 전략은 전체적인 R&D의 효율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추후 경쟁사들과의 크로스 라이선싱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맺음말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의 실행계획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없으면 절대로 실행 불가능한 규모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야말로 기술전략과 특허전략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특허가 기술개발에 나쁜 영향을 줘서는 안 되겠지만 현재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술기반 기업들 간 특허 전쟁은 전략적으로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됐다. 저자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실행계획은 특허를 위한 부서, 특허만을 위한 전략이 아닌 자사의 기술전략과 기술개발에 통합된 특허전략을 위해 꼭 필요한 체크리스트다.

 

특허전략을 구사하는 일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업이 특허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특허와 관련된 생태계의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IP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 중견 기업들의 경우 거세지는 NPE, 글로벌 경쟁업체로부터의 특허 공세에 모두 직접 대응하기란 한계가 있다. 따라서 특허청이나 여러 산하기관들의 다양한 특허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특허전략을 수립하거나 국내 특허전문관리회사들과의 연계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통해 외부의 전문역량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까지 많은 기업들이 특허전략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다 해도 주로 방어적인 대응에 그쳤다. 본 글에서 제시된 다양한 실행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보다 자주적이고, 또한 자사의 기술개발 방향과 일치된 특허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

 

 

 

배성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sjbae@yonsei.ac.kr

배성주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보경제학 석사와 MIT 슬론 스쿨에서 박사 학위(Technological Innovation, Entrepreneurship & Strategy)를 받았다. 홍콩대 경영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 기술경영협동과정 실무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SNS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 개발과정, R&D 관리, 기술전략 및 기술조직 등이다.

 

성상용 톰슨로이터코리아 IP사업팀장 sang.sung@thomsonreuters.com

성상용 팀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코리아(Sun Microsystems Korea) IT 컨설팅사업부에서 기술 컨설팅 업무를, 소프트웨어OEM 사업부에서 원천기술 라이선싱 업무를 각각 담당했다. 현재 톰슨로이터코리아(Thomson Reuters Korea) IP & Science 사업부에서 지식재산(IP)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 배성주 | - (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한국지식경영학회, 한국생사관리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이사
    - 전 홍콩대 경영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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