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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밍과 슬로건 커뮤니케이션 전략

목표있는 네이밍, 희망파는 슬로건 소비자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심어라

황부영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마케팅과 브랜딩은 어떻게 다른가

솔직하게 말하자. 제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 꾸며도 마케팅은 궁극적으로잘 파는 것이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어떤 짓을 하더라도 많이 팔 수 있다면 마케팅은 성공한 것이다. 경쟁사의 마케팅 활동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마케팅이라고까지 하니 말이다. 거기까진 가지 않더라도 보통의 마케팅이란 전통적 의미의 마케팅 구성요소인 4P 믹스를 잘 이용해 많이만 팔면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마케팅의 결과는 숫자로 측정되기 마련이다. 판매량, 매출액, 수익률 등. 극단적으로 말해서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에 대해 무엇을 떠올리게 되든 많이만 팔면 되는 것이 마케팅이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마케팅과 비교해 어떻게 다를까? 브랜딩은설혹 지금 당장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우리 브랜드 하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떠오르는 무엇인가가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강력하게 떠오르는 연상 때문에 억지로 팔지 않아도 스스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 된다. 마케팅은 목표고객의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도구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소비자가 심정적으로 동의하든 말든 구매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브랜딩은 소비자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우리 브랜드를 인식하게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의미한다. 우리 브랜드가 주는 의미를 받아들이고 선택할 때 망설이지 않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간단하다. 마케팅은파는 것’, 브랜딩은남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실적으로는 마케팅 활동이 지극히 제한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상정하고 담배를 예로 들어 마케팅과 브랜딩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자. 젊은 층, 특히 학생들에게 시장기회가 있다고 판단돼 ABC라는 신제품을 내기로 했다고 하자. 제품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풍미를 내도록 하고, 이름도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감각적으로 짓고, 패키지 디자인도 젊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써서 만든다. 가격도 2000원 정도로 싸게 한다. 촉진 믹스 중 광고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모델을 기용해 만들고 판촉도 학교 주변에서 시연회를 마구 개최하는 식으로 집행한다. 유통도 (물론 바람직한 사례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주변 편의점에 집중한다. 이렇게 하면 정말 많이 팔릴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분명 성공한 사례다. 이렇게 마케팅하면 단기적으로는 많이 팔리겠지만 ABC란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떠올리는 것은 고작해야젊은 애들이 피는 싼 담배정도가 될 것이다. 브랜딩은 다르게 접근한다. 먼저 ABC 하면 소비자들이 무얼 떠올리게 하는 것이 공감을 많이 얻고 또 기업에도 도움이 될지를 명확히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젊은 층이남자다움이란 가치에 많이 공감할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ABC 하면남자다움이 떠오를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정리한다. 제품도 남성적인 향기와 마초적인 느낌이 나는 디자인을 채택한다. 가격도남자답게’ 3000원 정도로 한다. 광고는 남자다운 남자를 상징하는 모델을 써서 진행하고 유통도 거기에 맞춰서 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처음에는 잘 안 팔릴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이런 노력을 지속하면 ABC란 브랜드를 볼 때 고객들은남자다움이란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남자다움이란 가치에 공감하는 소비자라면 집 앞에서 쉽게 ABC를 살 수 없을 때 10분 걸어서라도 ABC를 사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브랜딩이다.

 

 

브랜딩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원래 브랜딩은 마케팅 4P 중 하나인 제품전략에서제품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하는 네이밍과어떤 디자인을 적용할까하는 디자인 작업을 일컫던 말이다. ‘Brand Loyalty’를 상표충성도로 번역하던 시절에는 브랜딩이 네이밍과 디자인 작업이란 기능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요즘에는 상표충성도란 말 대신에 대부분브랜드 충성도란 용어를 사용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브랜드가상표와 등치되는 개념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는 말이 된다. 이 맥락에서 브랜딩은우리 브랜드의 가치나 의미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고 왜곡 없이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의미하게 됐다. 브랜딩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의 하나가 된 것이다.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의 개념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브랜딩은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결정짓는 상위개념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브랜드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이제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브랜드 전략을 새로 수립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많아졌어도 여전히 브랜드를 상표명이나 식별부호 정도로 인식하고 멋진 이름에 세련된 디자인이 브랜딩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 하면 이런 것을 떠올리도록 하겠다는 명확한 목표 인식을 정립하고 소비자들이 그런 목표 인식을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보통 성공한 브랜드는 제품력 80에 커뮤니케이션 역량 20 정도가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이 0이 되면 어떻게 될까? 커뮤니케이션이 0이 돼도 제품력 80은 그대로 남아 그만한 가치를 지니게 될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80 정도의 가치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는 전형적인합리성의 오류. 커뮤니케이션이 0이면 제품력이 99라도 브랜드 가치는 0이 될 수 있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평가할 때 품질(Quality)이 아니라인식된 품질(Perceived quality)’을 놓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제품은마케팅해야 하지만 브랜드는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훌륭한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네이밍과 슬로건을 통한 브랜딩의 5 원칙

우리 브랜드 하면 이런 것을 떠올리도록 만들겠다고 목표로 정한 인식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단순한브랜드의 정체성이 아니다. ‘What we are’가 아니라 ‘What we want to be seen(as)’이다. 심지어 단순히 정체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Identity 대신에 Intent란 용어를 쓰는 곳도 있다. 목표 인식,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잘 전달돼 소비자가 결과적으로 브랜드를 떠올리는 인식을 브랜드 이미지라고 한다. 아이덴티티는 원인이고 이미지는 결과다. 아이덴티티가 input이면 이미지는 output이 되는 것이다. 브랜딩,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은 당연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다. 목표 인식(Perception)을 명확히 정립하고 브랜드를 둘러 싼 많은 요소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이 의도한 목표 인식을 제대로 느끼고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제대로 브랜딩을 하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1. 브랜드 요소에 목표 인식을 최대한 많이 담는다

기업이 의도한 목표인식대로 소비자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노력 이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있다. 기업의 목표인식(, 브랜드 아이덴티티)을 담는 기본적인 브랜드 요소에는 네임, 슬로건, 디자인, 카테고리 설정 등이 있다. 네임 쪽으로 올라갈수록 직관적이다. ‘척 보면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카테고리 설정으로 내려갈수록 추상적이다. 직관적이란 얘기는 그만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자산을 쌓기에는 지나치게 가벼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목표인식이세탁조가 완전히 회전해서 세탁력이 탁월한 세탁기를 지향하는 경우 직관적인 네이밍이란통돌이 세탁기같은 이름을 짓는 것이다. 얼마나 직관적인가? 하지만 이런 브랜드 네임으로 오랫동안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직관적인 네임이라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판단이다. 만일 커뮤니케이션 자원이 부족한 작은 회사라면통돌이 세탁기라고 네이밍해도 용서가 된다. 제품의 범주가 좁은 기업에도 이는 동일하게 해당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자원도 충분하고 제품의 범주도 좁지 않은 기업이 이런 식의 직관적인 네임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인 브랜드 운용 전략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목표인식을 담는 요소에서 네임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일을 하는 분의 이름이김 개똥이라고 해서 그분의 훌륭함이 가려지지는 않을 것이며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 천하의 박색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품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름과 얼굴이 하는 일을 돋보이게 한다면 더 좋겠지만.

 

목표인식을 브랜드 요소에 최대한 반영한 성공적인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소비자의 동향을 읽은 결과 고기능성 화장품 - 그래서 비싸도 괜찮은, 마치 피부가 치료될 것 같은 -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정하자. 브랜딩은 목표인식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 하면 소비자가 무엇을 연상하게 만들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고민 끝에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로 하여금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마치 약과도 같다고 떠올리도록 하자는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목표인식을 담는 근본적인 요소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네이밍이다. 그래서 네임은이 쉽게 연상되도록 짓도록 했다. ‘이 쉽게 떠오르도록 만들려 하다 보니 약이 가장 쉽게 연결돼 떠오르는 장소를 네이밍의 소재로 과감히 차용했다. 약이 많은 곳, 치료의 느낌이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곳, 바로 병원이 네이밍의 소재로 활용됐다. 바로 ‘Clinique’라는 브랜드다. 물론 이성적으로 이 브랜드를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병원이 연상될 것이다. 그러면 목표가 달성됐다고 봐도 좋다. 병원이 연상되기만 하면, 병원에서 쓰는 약처럼 과학적인 화장품으로만 느껴지기만 하면 성공인 것이다. 탁월한 네이밍 사례다. 하지만 더 의미가 있는 것은 Clinique가 네이밍으로만 목표인식을 가져오는 데 그친 것이 아니란 점이다. Clinique는 목표 인식인약처럼 과학적인 기능성 화장품을 네임에는 물론 다른 브랜드 요소에도 적절히 담아냈다. 먼저 슬로건. 슬로건으로는알레르기 테스트 완료’ ‘인공향료 전혀 없음을 사용한다. 약처럼 매우 신중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을 주려는 의도임이 명확히 드러난다. 동시에 디자인에도 목표인식을 명쾌하게 담았다. 비싼 가격의 화장품이지만 흔히 하듯 패키지에 검은색과 황금색을 쓰고 화려하게 만들어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보여주겠다는 식의 접근은 아예 없다. 약처럼 보이게 패키지도 간결하게 디자인한다. 브랜드 네임도 인쇄체에 가깝게 워드마크로 디자인해 활용한다. 물론 용기도 스포이드나 스프레이 형태를 많이 사용해 말 그대로 약의 느낌이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장치도 하나 더 곁들였다. 본인들의 범주를 화장품이 아닌 화장품과 관련된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Clinique는 그저 화장품이 아니라 화장품(Cosmetics)에 제약(Pharmaceutical)이 결합된 새로운 카테고리인 ‘Cosmeceutical’ 혹은 ‘Cosmoceutical’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목표인식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근본적인 브랜드 요소에 하나하나 정밀하게 담아낸 모범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하나 더. Clinique는 매장도 화려하지 않게 꾸미고 매장에 있는 직원에게 가운을 입히고 피부 컨설팅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가운을 입었다고 아무도 그들을 의사나 간호사로 인지(認知·Cognition)하지는 않지만 소비자 모두는 그들을 마치 의사나 간호사인 것처럼 지각(知覺·Perception)하게 된다. 최소한 의사나 간호사가 연상되기는 한다는 것이다. 접점도 이런 식으로 구성해 완벽한 목표인식의 굴레를 소비자에게 씌워 놓는 것이다.

 

2. 네이밍의 3가지 포인트를 잊지 않는다

“이름은 존재의 집이다라고 하이데거는 말했다. 네이밍의 기본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가르침이다.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의 존재가치를 담는 그릇이 돼야 할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네이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목표인식을 잘 담아야 하는 것이지만 직관적인 브랜드 네임을 도입하지 않는 한 이것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실무적으로 네이밍을 접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 포인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는 근본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네이밍이지만 브랜드 네임으로 다 해결하겠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이후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네임에 디자인, 슬로건 등의 다른 브랜드 요소를 결합해 총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무리한 네임이 난무하게 된다.

 

두 번째 포인트는 브랜드의 수준에 따른 네이밍의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하는 브랜드 네임을 패밀리 브랜드 수준에서 쓸지, 개별 브랜드 수준에서 쓸지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Farquhar Herr는 브랜드의 위계수준(Brand Hierarchy)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여러 개별 브랜드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패밀리 브랜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연상이 가능한 네이밍을 도입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 돼야 하며 개별 브랜드의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폭이 좁더라도 명확한 연상이 가능한 방향으로 브랜드 네임을 개발해야 한다.

 

세 번째 포인트는 사내 공모로 네이밍을 해결하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등록을 통해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 브랜드 네임의 경우 사내 공모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선 내부 임직원의 창의력이란 것이 내부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그다지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출되는 안들이 그다지 써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이 겹쳐진다. 사안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등록을 통한 법적 보호 획득에서 까다로운 편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통신사업 관련 ‘Hanafone’이란 브랜드가 있었다. 처음에 등록이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슷한 이름이 이미 있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등록돼 있는 ‘Hanafone’과 유사한 브랜드의 이름은 ‘One-Phone’이였다. ‘Hanafone’ ‘One-Phone’이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지만의미상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등록이 어려운 이유였다. 그만큼 쉽지 않다. 그러니까 내부 공모를 통해 괜찮은 네이밍 대안이 나오더라도 막상 등록하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나오는 아이디어의 수준도 높지 않은데 그나마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등록이 어려워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굳이 사내 공모를 해야 할 이유는 없게 된다. 단 한 가지, 개발하려는 브랜드가 사내에서 미리 화제가 돼야 할 필요가 매우 클 경우라면 사내공모도 용서가 된다.

 

3. 브랜드 슬로건으로 인식의 방향을 제시한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브랜딩)의 목표는소비자들에게 우리 브랜드를 인식하는 방향을 제시해 어렵지 않게 의미를 받아들이게 하고 그 인식 방향대로 제품을 보게 해 마침내 품질 인식에도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평가하는 경우, 평가대상이 이러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같은 행동을 놓고도 평가의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이 사람은 참 명랑한 사람이다라는 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농담을 할 때 미리 정보를 가진 사람은 그 정보가 제공하는 방향성대로농담을 좋아하는 명랑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이고 정보가 없는 사람은참 가볍고 못 믿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들이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하는 인식의 방향성을 광고 등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표출하기 마련이다. 특히 대부분의 경우, 브랜드의 방향성은 그 브랜드의 슬로건에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브랜드 슬로건을 보면 그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얻고자 하는 인식의 방향성을 알 수 있게 된다. 생각해 주기 바라는 방향을 제시해 소비자들이 쉽게 우리 브랜드의 의미를 받아 들여 공감하게 되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생명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공감이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그 인식 방향대로 제품을 보게 된다. 공포영화를 본다고 치자. 공포영화라고 미리 알고 무서워 할 준비를 하고 보는 것과 무슨 장르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보는 것 사이에는 관객의 반응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 영화의 장르를 미리 얘기해 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브랜드 슬로건이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목표인식,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쉽게 나타내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브랜드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브랜드 슬로건의 역할이 된다. 목표인식을 반영해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슬로건이다.

 

잘 만들었다는 정도를 넘어 명작이라고 불렸던 브랜드 슬로건으로 필립스 사례를 들 수 있다. 세계에서 기술 특허를 많이 내는 전자제품 기업 중의 하나인 필립스는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을 봐주길 원했다. 목표인식은무슨 종류이든 기술의 구현 수준이 다른 전자제품을 만드는 곳이었다. 이런 방향대로 소비자가 자신들을 바라봐 주길 원했던 필립스는 ‘Let’s make things better’이라는 슬로건으로 인식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슬로건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라는 절묘한 의역으로 더욱 빛을 발했다. (현재 필립스는 ‘sense & simplicity’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

 

 

 

 

4. 태그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슬로건과 태그라인은 쉽게 혼동되는 개념이기도 하며 실제로 큰 구분 없이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같은 말이 슬로건으로, 또 태그라인으로 동일하게 쓰일 수도 있다. 간단하게 구분한다면 브랜드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표어 형태의 글이 브랜드의 시각자극에 항상 붙어서 함께 제시되면 태그라인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모습으로 보여지면 그것은 슬로건이 된다. 그러니까 슬로건은 슬로건이자 태그라인으로 동시에 쓰일 수 있지만 태그라인이 항상 슬로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슬로건이다. 슬로건을 아예 브랜드의 시각자극과 함께 보여줘 소비자의 머리에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 태그라인이다. 슬로건은 일반적으로 캠페인을 이끌어 가는 표어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슬로건에는 브랜드 슬로건은 물론 광고 슬로건, 캠페인 슬로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태그라인은 슬로건 중에서도 브랜드 슬로건을 브랜드의 시각자극(로고 등)과 함께 붙여 노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인식의 각인효과는 브랜드 슬로건을 아예 태그라인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당연히 훨씬 크게 된다. 대다수의 훌륭한 브랜드들이 브랜드 슬로건을 태그라인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봐도 태그라인의 각인효과가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훌륭한 태그라인의 예로는 그리운 이름, 노키아가 자주 꼽힌다. 노키아는 “CONNECTING PEOPLE”을 자신의 브랜드 슬로건(로고와 함께 붙여 쓰므로 태그라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첨단기술이나 통화음질 같은 메이커 위주의 목소리를 강조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브랜드가 단순히 전화기가 아니라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매개체 역할을 하기를 지향한다는 브랜드 정신을 잘 표현했다. Connecting People”의 변형된 표현이 우리나라 광고에 꽤 많았음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이른바그룹과 비슷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의 태그 라인은 교묘하기까지 했다. 생산하는 제품의 범주가 다양하고 또 GE 브랜드를 함께 쓰는 회사들이 다양한 영역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We bring good things to life”라는 태그라인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우리(GE 브랜드를 함께 쓰는 여러 회사)는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내지만 그런 것 모두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제품들이라는 얘기를 하려 한 것이다. 중공업부터 파이낸스까지 다양하면서 이질적인 영역을 동시에 포괄하는 핵심가치를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GE ‘Imagination at work’를 새로운 태그라인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업구조가 좀 더 단순화되면서 생긴 변화이며 동시에 이전과는 달리 좀 더 소비자 중심의 시각으로 GE가 변화했다는 증거도 될 것이다.

 

안전을 브랜드의 궁극적인 가치로 전달하는 Volvo의 경우 그러한 지향점을 슬로건으로는 썼어도 태그라인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다. 90년대 초반, BMW와의 본격 경쟁을 선언하고 볼보는 ‘high performance’를 내세운 적이 있다. BMW는 자동차의 본질적 쾌감인 driving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노력해 왔고 이미 오래 전부터 ‘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이라는 태그라인을 사용해 왔다. 사실상 BMW가 하고 싶은 말은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진정한 차의 가치는 운전에 있고 그 가치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브랜드는 우리다라는 얘기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는 BMW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현재 BMW ‘Sheer Driving Pleasure’를 태그라인으로 쓰고 있다) 목표인식을 바꾸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다가 큰 고난을 겪은 Volvo 90년대 중반 이후 다시안전으로 목표인식을 집중했다. 크게 혼이 나서였을까. 그 이후 Volvo는 그들의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태그라인을 도입했다. 아예 대놓고 안전을 강조하는 직관적인 슬로건 문구와 함께. 바로 “Volvo for life”이다.

 

5. 슬로건에 미션을 담고 태그라인으로 활용한다

미션은 브랜드 존재의 의미이고 지향점이다.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주느냐는 것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된다. 궁극적으로는 브랜드가 세상에 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가 된다. 이것이 브랜드 미션이다. 흔히미션으로 마케팅 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미션으로 마케팅하는 것, 이것 또한 브랜딩이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이렇게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정리한 것이 목표인식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목표인식을 소비자가 쉽게 이미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목표인식이 쉽게 떠오르도록 제품을 비롯한 모든 접점에서우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렇게 반영한다는 기업의 각오를 밝힌 것이 바로 브랜드 미션이다. 따라서 미션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적극적인 형태가 되게 마련이다. 물론 이때의 미션은 소비자 관점으로 정리된 미션이어야 한다. 소비자 관점의 미션은 받아들이는 소비자에게는 그 브랜드의 철학이 된다. 의미가 담긴 철학으로 받아들여져야 비로소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이다. 미션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두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익이 생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미션을 수행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게 되면 기업 내부의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회사의 모든 노력이 통합돼 미션 수행에 집중하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미션 천명이 주는 선순환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미션을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두는가장 쉬운 방법은 미션을 슬로건으로 대놓고 활용하는 것이다. 또 그것을 아예 태그라인으로 못 박아 두는 것이다.

 

Revlon ‘We sell cosmetics’가 아니라 ‘We sell hope’를 브랜드 미션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바로 슬로건에 쓰고 있다. Revlon의 창업자인 Charles Revson은 항상공장에서 우리는 화장품을 만들지만 가게에서 우리는 희망을 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기에 Revlon은 희망을 판다. 화장품이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이 고객에게 주는 의미, ‘예뻐진다는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희망과 기대를 판다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란 것이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소비자 관점으로 정리해 놓았기에 Revlon은 브랜드의 초점을 잃지 않으면서 사업이 다각화될 수 있는 ‘Focused Diversity’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화장품을 파는 것이 미션이라면 Revlon은 좋은 화장품을 팔아야 한다. 그것이 존재의 의미이기 때문에. 그런데 Revlon희망을 파는 것을 브랜드의 미션으로 설정해 놓았다. 생각해 보자. 여성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여성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는 제품은 반드시 화장품만으로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다워진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제품이라면 Revlon은 무엇이라도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게 된다.

 

맺음말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넘어 선 상징이고 의미다. 소비자에게 주는 상징과 의미가 불분명하면, 다시 말해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고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그 브랜드는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의 상징과 의미는 곧 우리 브랜드의 지향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브랜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네이밍과 슬로건 등의 브랜드 요소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자신의 의미를 알리고 소비자가 그 의미나 상징을 받아들이는 것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다. 사람의 경우라면 신체기능의 정상적인 활동이 멈추면 그 생명이 다한다. 브랜드는 언제 죽는가? 소비자와의 소통을 게을리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브랜드는 죽기 시작한다.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실패해 소비자에게 의미나 상징이 아닌제품으로 보이게 되면 그 브랜드는 생명력이 다했다고 보면 된다. 네이밍과 슬로건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은 소통을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아예 없다는 말이 된다. 네이밍은 그저이름 짓는 것이 아니다. 슬로건 또한멋진 카피를 쓰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의 목표인식을 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브랜드의 의미와 상징을 각인시키는 주요 수단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네임과 브랜드 슬로건에 명확히 반영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brandhwang@gmail.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와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제일기획에 입사해 10년간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했다. 현재 브랜다임앤파트너즈의 대표 컨설턴트로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컨설팅을 13년째 수행하고 있다. KT&G, 옥션, 하나로텔레콤, 힐스테이트, 삼성화재, 롯데카드, 대우증권 등의 사기업과 국가보훈처, 국정홍보원 등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브랜드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17대 대선 캠페인 플래닝을 담당하기도 했다. 환경부, 농축산식품부, LH공사, 서울시 등에 커뮤니케이션 및 브랜드 자문을 하고 있으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전문위원 및 한신대 외래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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