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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ory

감동 神話를 만들라 스토리텔링, 富를 창조한다

DBR | 10호 (2008년 6월 Issue 1)
정임수·김남국 기자 dbr@donga.com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접하십니까. 가정과 직장,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흥분하게 하거나 즐겁게 해주는 요소는 모두 이야기입니다. 미디어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대부분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와 함께 평생을 살아갑니다. 이제 많은 기업이 ‘스토리텔링’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야기와 함께 살아온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스토리텔링’의 필요성과 방법론, 케이스를 집약했습니다.
 
내부 조직 관리와 외부 마케팅 등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극심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품질이나 기술,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제품 차별화가 어렵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스토리’를 통해 고객들에게 ‘감동’이나 ‘재미’를 전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또 내부 직원들에게도 조직 내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이념과 비전에 대한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창업자나 뛰어난 직원들의 이야기, 고객의 사연, 제품 탄생 비화(秘話) 등을 적극 발굴해 전략적인 브랜딩 활동과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사례를 심층 분석했다.
 
창업자 스토리를 활용하라
창립자 이야기는 기업 가치의 상징
기업의 ‘건국 신화’격인 창업자 이야기는 더없이 좋은 스토리텔링 소재다.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 GE의 창립자 토머스 에디슨,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창업자 이야기는 어떤 이유로 기업을 설립하게 됐는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는지 등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대내외적으로 기업 가치와 문화를 전달하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
 
HP의 전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가 1999년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창업자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의 스토리로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들이 차고를 빌려 단돈 500달러로 1939년 휴렛팩커드를 창업한 이야기 ‘차고의 규칙(Rules of Garage)’을 광고로 내보냈다. HP는 이를 통해 창업자들이 제창한 ‘HP Way(방식)’를 대내외적으로 자연스럽게 심어줬다.
 
정주영 신화’를 육성으로 전달
국내에서는 최근 현대중공업이 창립자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스토리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1972년 정주영 회장은 울산 미포만 백사장의 허허벌판을 담은 사진 한 장과 5만 분의 1 지도, 유조선 설계도면을 들고 세계 최대 선박보유국인 그리스의 리바노스 사(社)를 찾아갔다. 선박을 수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쉽사리 요구를 받아줄 리가 없었다. 정 회장은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조선강국’임을 설득했고, 26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의 작은 어촌마을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조선단지로 탈바꿈하는 ‘정주영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현대중공업 광고는 이 에피소드를 정 명예회장의 육성으로 직접 들려준다. 창립자의 이야기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만들 준비를 하던 중 1985년 정 명예회장이 중앙대에서 조선소 설립 과정을 강연한 영상자료를 찾아낸 것이다.
 
김기영 홍보팀 과장은 “주로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을 보여주며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는 조선업체들의 광고와 차별화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는 창립자의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기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도 강화
미래를 개척하는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표방하는 기업 가치이자 문화다. 조선소 창업 일화는 정 명예회장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 회장의 밝은 표정과 육성이 담긴 광고 또한 창업자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계승 발전해,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의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제일기획의 박재항 브랜드마케팅 연구소장은 “사람들이 스토리 아이콘인 정주영 회장의 신화적인 스토리를 직접 들으면서 B2B 회사인 현대중공업을 훨씬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며 “이는 사람들에게 과거를 들려준다는 차원의 단순한 ‘레트로(retro) 마케팅’이 아니라 그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김기영 과장은 “기업 내부적으로는 창업주의 정신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품 탄생 스토리
2006
년 2월 두산은 기존 ‘산(山)’ 소주 브랜드를 없애고 ‘처음처럼’을 선보였다. 참살이 열풍에 힘입어 국내 최초로 알코올 도수 20도의 저도주를 내놓은 것.
 
처음처럼은 출시 17일 만에 1000만 병, 51일 만에 3000만 병 판매를 돌파하며 역대 신제품 소주 중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을 세웠다. 그해 1월 5.2%에 불과하던 두산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올해 3월 현재 11.5%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당시 7.7%이던 서울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처음처럼은 ‘알칼리수 소주’라는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와 ‘처음처럼’이라는 브랜드 네임과 관련한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이슈를 끊임없이 만들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제품탄생 스토리로 소비자 감성 자극
회사 측은 처음처럼을 알리면서 ‘알칼리수 소주’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소주 성분의 80%를 차지하는 물을 환원공법으로 처리해 자연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특히 두산은 한기선 사장이 알칼리수를 찾게 된 일화와 일본에서 알칼리수 생산 기계를 찾기까지의 과정 등을 스토리로 만들어 집중 홍보했다.
 
‘…한기선 사장은 두산의 경쟁사인 진로에서 ‘참이슬’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OB맥주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갑자기 대장암 선고를 받는다. 투병 과정에 한 사장은 해박한 의학적 지식을 터득해 알칼리 환원수를 접하게 된다. 이후 기적적으로 암을 극복한 그는 두산으로 자리를 옮기며, 몸에 좋은 알칼리 환원수로 술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처음처럼’이다….’
 
이정태 마케팅부문 브랜드팀장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특히 소비자 감성에 호소할 수 있어 우리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젊은층과 여성층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시 제목을 브랜드로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시(詩) ‘처음처럼’ 전문이다.
 
두산은 네이밍 업체 3곳과 사내 공모를 통해 나온 2000여 개 후보 중 신영복 교수의 시 제목을 과감하게 브랜드로 선택했다. 라벨 제품명도 신 교수의 서체를 그대로 썼다.
 
이정태 부장은 “시에 담긴 이미지가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졌다”며 “서민의 애환이 담긴 소주에 희망, 설렘이라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산은 또 젊은층을 겨냥해 별도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컬러링을 배포하고, ‘처음처럼’이라는 주제로 고객 사연 및 UCC 응모전을 벌였다. 이 부장은 “200만 명 이상이 당시 홈페이지를 방문했다”며 “감성적인 브랜드 네임 또한 ‘처음처럼’을 젊은 소주로 포지셔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객이 살아가는 이야기
고객이 스토리텔러가 되는 시대
소비자가 기업과 제품과 관련한 경험담을 직접 들려주는 ‘고객 스토리’는 기업 가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나와 같은 고객이 실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은 기업과 제품에 더 큰 신뢰감과 친근감을 갖는다.
 
포드자동차와 애플은 고객의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포드자동차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포드의 4륜구동 자동차와 관련한 고객의 사연을 모았다.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는 포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만큼 고객들은 자신의 추억을 수없이 많이 보내왔다. 이를 통해 포드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미국인의 추억과 정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애플은 2002년 자신의 컴퓨터를 애플의 맥킨토시로 바꾼 일반인들의 사연을 활용해 ‘스위치(switch) 캠페인’을 실시했다. 애플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실제 고객들의 입을 빌린 것. 이들은 광고에서 맥킨토시로 컴퓨터를 바꾸면서 작업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등을 친구에게 얘기하듯 들려줬고, 소비자들은 애플의 장점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국내 기업이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품의 물리적 속성, 기능적 특성을 위주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치중한 탓”이라며 “기업과 고객이 함께 스토리를 만드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웹2.0 시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는 10년간 진행해온 기업 이미지 캠페인인 ‘또 하나의 가족’을 이런 추세에 맞춰 업그레이드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가족이라는 테마로 32편의 스토리를 만들어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쇄신이 필요했다.
 
제일기획 김재홍 국장은 “완성된 스토리를 만들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탈피했다”며 “웹2.0 시대에 맞게 소비자 참여 형식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또 하나의 가족 2.0’을 지난해부터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먼저 2007년 5월 소비자 2만 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가해 시즌2 캠페인을 이끌고 갈 11살짜리 주인공 캐릭터 ‘훈이’를 뽑았다. 삼성전자는 1차로 훈이를 통해 벌어지는 가족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실제 소비자들이 광고 속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형식으로 1차 광고를 내보냈다. 이후 소비자들이 보내준 재미있는 이야기 가운데 여러 개를 뽑아 완결된 형태로 2차 광고를 다시 제작했다.
 
이상적인 얘기보다 굴곡 있는 스토리로
최근 선보인 ‘할머니의 손맛편’을 보자. ‘방학을 맞아 할머니댁을 찾은 훈이네 가족… 할머니가 훈이에게 손수 김치를 찢어준다… 훈이는 손으로 김치를 주는 게 싫다며 피하는데… 당황하는 엄마와 아빠, 난처한 표정의 할머니….’
 
1차 광고는 ‘훈이 아빠 엄마는 뭐라고 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끝났다. 이후 8000여 명이 다양한 답변을 보냈다. 이중 “훈아, 김치는 원래 손맛이야”, “할머니 손은 장금이 손이야” 등 최다 인기 답변들을 채택, 2차 광고를 완성했다.
 
특히 과거 캠페인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가족 이야기로만 채워졌다면 시즌2는 오늘날 가족이 겪는 사소한 갈등이나 문제점, 난처한 이슈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 김재홍 국장은 “너무 아름답고 이상적인 이야기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일들,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 궁금한 이야기들이 소비자의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회사 전략 실현한 사례를 스토리로 만들어라
IBM
은 올해 3월부터 ‘전략 토론(Strategy Dialogu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IBM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회사 전략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팀별로 브레인스토밍에 가까운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회사 전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직원들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와 전략을 연계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것인지 실질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한 것.
 
한국IBM은 캠페인의 두 번째 단계로 6월경 ‘스토리텔링 콘테스트’를 가질 계획이다. 회사 전략을 잘 실현한 팀들이 스토리를 만들어 직원들과 공유하는 형식이다. 한국IBM의 이윤성 홍보실 차장은 “각 사업부별로 회사 전략에 대한 이해 수준이 모두 다르다”며 “기업 전략과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에 메시지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삽화, 만화, 내레이션, 영화로 커뮤니케이션
IBM은 2년 전부터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및 지식 공유 등의 수단으로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우 잇 웍스(How it Works)’는 직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삽화로 만든 시리즈물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업체를 잇달아 인수합병한 이후 정보 활용·관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인포메이션 온 디멘드(Information On Demand)’라는 제목의 삽화를 만들어 배포했다.
최근에는 ‘냅킨 스토리즈(Napkin Stories)’를 새롭게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 대외적으로 발표한 기술과 프로그램을 내부 직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짧은 만화로 만든 것이다.
 
현재 IBM은 ‘더 테일 오브(The Tale of)’ 시리즈도 준비중이다. 이 시리즈는 기업의 전략이나 가치, 비전을 체화하고 있는 IBM 직원의 스토리로 구성된다. 첫 번째로 1956년 입사한 엔지니어 번 와츠(Vern Watts) 씨의 일대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토리는 ‘그는 오늘도 아침 7시 산호세 실리콘밸리의 연구소로 향합니다…’로 시작되며 와츠 씨와 고객 사이의 에피소드, 신기술 개발 당시 일화 등으로 구성된다. 시리즈는 삽화뿐만 아니라 그림책, 오디오 내레이션, 짧은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토리는 글로벌 직원들과 소통하는 창(窓)
IBM이 이처럼 스토리텔링을 잇달아 도입하는 것은 글로벌 환경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이윤성 차장은 “인도에서만 최근 5년간 직원이 5만 명 늘어났다”며 “급증하는 직원들에게 기업 전략과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스토리텔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 지식경영책임자(CKO)인 스티븐 데닝은 저서 ‘기업혁신을 위한 설득의 방법 스토리텔링’에서 “분석적인 설명, 숫자와 도표, 딱딱한 프리젠테이션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스토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브랜드에 이야기를 담아라
동양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다
미국 뉴욕의 소호 거리에 자리잡은 ‘뷰티 갤러리&스파’. 국내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고급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의 플래그십 매장(특정 브랜드를 집중 홍보하기 위해 만든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첫물녹차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매장 인테리어도 녹차의 푸른 이미지가 활용됐다.
 
이야기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제주도에 100만 평의 녹차밭을 일구는 일화로 시작한다. 화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제주 현무암 토양과 화산 암반수의 효능도 보여준다.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첫물녹차 수확에 관한 에피소드다.
 
한라 그린티는 일년 중 특별히 선택된 시간에만 고귀한 성분을 얻을 수 있다… 첫물녹차는 겨울을 지내고 봄의 기운을 가득 품은 4월 중순, 청명과 곡우 사이에만 소량 수확된다… 이 기간에 재배자들은 금욕생활을 하며….’
 
안수정 브랜드매니저는 “녹차를 원료로 쓰는 글로벌 기업은 많지만 직접 녹차밭을 가꾸며 사시사철 녹차를 연구할 수 있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 유일하다”며 “이런 브랜드 특성과 기술력을 미국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개성상인 이야기로 화장품 원료 설명
현재 버그도프 굿맨, 니먼 마커스 등 미국 주요 백화점 34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직원들의 교육 도구로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름개선 리프팅 라인의 주 원료는 6년근 홍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직원들에게 홍삼의 효능과 이를 화장품으로 만든 기술력을 설명하기 위해 고려인삼을 중국에 내다판 개성상인의 이야기, ‘인삼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이야기 등을 전한다. 이렇게 교육받은 직원들은 판매 현장에서도 이 스토리를 활용해 소비자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 대신 대나무 수액을 100% 사용한 보습 제품 라인을 마케팅 할 때도 첫물녹차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대나무 수액을 채취하는 한국 전통 방식을 이야기처럼 구성했다. ‘음력 단오절이 다가오면 해질 무렵 대나무 마디를 자르기 시작한다… 2, 3번째 마디를 잘라 12시간을 기다리면….’
 
기업 철학과 각 제품의 스토리가 통일성 가져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철학과 가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가 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이런 기업 철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첫물녹차, 대나무, 홍삼 이야기에는 기업의 모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연결하는 ‘아시안 뷰티’가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수정 매니저는 “고급 시장으로 갈수록 고객은 상품 이상의 무형의 가치와 만족을 추구한다”며 “전 세계 모든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특유의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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