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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전략

“실연의 효과적 치유법은 새 연애” 웰빙을 향한 돌파구를 제시하라

최창원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최근 힐링이라는 단어가 마케팅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사실 힐링 마케팅은 학문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며 유독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용어다. 힐링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도대체 힐링 마케팅이 무엇이길래 우리 사회를 이토록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웰빙과 힐링 사이

외국에서는 힐링 마케팅(healing marketing) 대신 웰빙 마케팅(well-being marketing), 혹은 소비자 웰빙(consumer well-being)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웰빙은 21세기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제적 풍요로 인간의 기본적 욕구들이 상당 부분 충족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아 실현이나 사회적 참여와 같은 차원 높은 욕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웰빙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욕구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과 차별화된다. 웰빙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LOHAS’라는 단어도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로 건강이라는 개인적인 욕구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사회적 차원의 소비 개념까지 포괄하고 있다. 넓게 보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착한 소비(ethical consumption) 역시 웰빙 소비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웰빙 소비란 건강하고 건전한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행위를 의미하며 개인적 차원의 만족을 위한 소비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만족감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유기농, 명상, 운동 등 개인적 차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소비라는 개념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이러한 개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웰빙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발전적 소비라는 점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힐링은 말 그대로 현재의 상처를 치유해 과거 원래의 심리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소비를 의미한다. , 웰빙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개념이라면, 힐링은 상처받은 현재의 심리 상태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과거지향적이고 회귀적인 특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웰빙의 자리를 힐링이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하위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들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상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발전적 소비를 하기보다는 치유를 통해 과거의 심리 상태로 돌아가야 할 만큼 현재의 시대적 상처와 아픔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일까?

 

2. 피로의 시대

힐링 마케팅에 한국 사회가 유독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적인 이슈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 <보건사회연구>라는 학술지에 실린 ‘OECD 국가의 삶의 질의 구조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로 매우 낮다. 이는 삶의 주관적 만족감이 그만큼 낮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 1)

 

 

한국인들이 삶에 대한 만족감이 낮게 형성되는 심리적 요인들은 무엇일까? 이노션이 2012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5개 대도시 12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피로, 경쟁 피로, 건강 염려 피로, 대인 관계 피로, 기술 피로 등 5가지 사회적 피로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경제적 피로란 장기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경제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감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012년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통계청의 가계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지수는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의 소비 위축은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나타났지만 2012년에는 소득은 증가하는데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최근의 소비 위축은 고용불안, 부동산 침체 및 가계 부채 증가 등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려는 경향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으로 인한 피로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 심화는 대인 관계 피로감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거나 대인관계에 자신 없어 하는 경향 역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스마트폰 등을 비롯한 다양한 IT기기 제품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들이 증가하고 환경오염 문제가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 역시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5가지 피로감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상호 영향을 주면서 사회적 피로감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제적 근심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혼자라는 느낌에 외로워하고, 인간이 만든 기술에 소외감을 느끼며, 이러한 걱정들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진 않을까 또다시 걱정하는 피로의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3. 활력을 심어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소비자들의 심리적 피로감을 치유하는 마법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에는 평범하지만 아플 때 먹으면 보약이 되는 음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기존에 존재하던 마케팅 활동들을 얼마나 적절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심리적 피로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활력을 심어줄 수 있는 다섯 가지 전략, 이른바 ‘VITAL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2)

 

 

1) Vacation: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최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 및 직원들에게 휴식과 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캠핑, 자연 속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일상의 피로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특히 캠핑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과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다양한 캠핑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들의 일상에 즐거움과 활력을 주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형성함과 동시에 자사 RV차량의 특장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상하목장으로 소비자들을 초대해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사 유제품의 신선함과 안전성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 3) 장기불황으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은 일본에서도 이러한 류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JR여객철도 광고다. 관광지의 특징이나 아름다움보다는 여행 그 자체의 의미(자아 성찰, 정신적 휴식 등)를 강조함으로써 현실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철도여행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림 4)

 

 

2) Interesting: 일상 속 공감과 재미를 담은 콘텐츠

경기침체 등 사회적 피로가 가중될수록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유머가 가득한 광고를 통해 긴장을 풀고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이런 류의 콘텐츠들은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매체 집행비보다 더 많은 노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례로 잡코리아 광고는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묘사하면서 잡코리아가 이직을 통해 빠르게 치료해준다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2013 31일 광고를 선보인 이후 광고 포털사이트 TV CF에선 3월 둘째 주 인기 CF에 잡코리아 시리즈가 모두 상위 순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림 5) 또한 광고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페이스북 등 SNS로 빠르게 퍼져 나갔으며 1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 수 50만 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카스 광고 역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새해 계획편은 무리한 새해 계획 수립이 주는 피로 상황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또한부모로 산다는 것편은 결혼한 자식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노부모들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손자, 손녀의 장난과 사고에 지친 할아버지가 또 다른 손자들이 온다고 하자 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해 소비자들의 높은 호감을 이끌어냈다.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는 바쁘게 사는 청춘들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표현한 또 다른 사례다. (그림 6) 한 대학생이 밤샘 과제를 작성하고 급하게 출력을 하고 있다. 프린터기에 코드가 빠진 걸 알고 다른 코드를 뽑았는데 컴퓨터 전원 코드를 뽑아버린 걸 알게 된다. 그리고청춘차렷, 정신차렷이라는 카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광고들의 공통된 성공요인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경험해봤을 만한 스트레스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함으로써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데 있다.

 

 

3) Thrift but valuable: 경제적이지만 가치 있는 소비

장기 불황 속에서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용적인 가치가 우선시되고 중고 시장이나 렌트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며 가격 할인이나 다양한 지불 방식의 서비스에 대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 유니클로는 히트텍을 99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각 매장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매장 인근의 교통을 마비시켰고 상품이 몇 시간 만에 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림 7)

 

그러나 절약형 소비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절약 피로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안겨다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사람들은 불황이라고 해서 무조건 절약형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립스틱이나 화장품은 불황을 타지 않는 상품이라고도 하는데 때로는 작은 사치(affordable luxury)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호응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양질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4) Analog: 과거에 대한 향수, 아날로그적 감성

2012년에응답하라 1997’이나건축학개론이 큰 인기를 끌었던 데에서 유추할 수 있듯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과거로의 회귀 욕구가 커진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기술의 속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아날로그적 감성을 충족시키는 제품과 브랜드를 찾기 마련이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제품의 기술과 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가다. 따라서 새로움이나 혁신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과거와 아날로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 역시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맥심커피 광고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꼬집으면서 생각할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고 있다. (그림 8) 맥심커피 광고의 카피는 다음과 같다.

 

“세상이 스마트해지는 사이 친구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렸습니다.

손바닥 안의 세상에 눈을 빼앗기더니 생각마저 빼앗겨버린 건 아닐까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 생각해봅니다. 내 생각이라는 녀석은 잘 지내고 있는지….

그래도 다행입니다. 맥심이 있어서.”

 

또한 할리스커피는 손글씨를 활용한 감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림 9)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캘리그래피(calligraphy) 작가로 유명한 늘봄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동양의 미를 살린 먹그림 일러스트와 감성적인 손글씨로 테이크아웃컵부터 머그컵, 창문 장식, 메뉴보드 등 매장 곳곳을 장식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쁜 일상으로 지친 고객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로움과 안식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P&G 2012년 올림픽 광고로세상 모든 어머니를 후원합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해 전 세계 많은 소비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그림 10) 전 세계 올림픽 선수의 가장 큰 후원자는 그들을 뒷바라지하고 키워낸 어머니라는 점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P&G가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후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특히 어머니라는 소재는 문화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히 올림픽 스폰서 광고가 아니라 P&G 제품의 주요 고객이 주부라는 점을 잘 활용한 광고라는 점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아날로그적 감성 표현은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으며 단순히 광고뿐만 아니라 제품 패키지나 매장 디자인 등 다양한 소비자 접점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 역시 가지고 있다.

 

 

 

 

5) Leap: 돌파구를 제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연애라는 말이 있듯이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부정적인 감정을 소비자들 스스로 떨쳐낼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이다. 심리적 상처의 치유 방법은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카드의 ‘make your rule’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새로운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림 11)

 

 

 “성실하라. 노력하라. 복종하라. 의심하지 마라.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어라.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네 생각, 네 방식대로, 너만의 게임을 뛰어본 적이 있는가.

네가 뛰고 있는 이 게임의 이름은 인생.

이기고 싶다면 너만의 주먹을 뻗어라.”

 

현대카드 광고의 카피이다. 이 광고는 다른 사람들(멘토)에게 의지해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해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들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자기 자신을 멘토로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틀에 박힌 위로가 아니라 용기와 채찍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4. 힐링 커뮤니케이션의 유의사항

힐링 마케팅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듯이 힐링 마케팅 역시 기업에 역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기업들이 힐링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힐링이라는 단어를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저상장이 지속되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힐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알맹이는 부실한 상태에서 힐링이라는 이름만 붙인 상품과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원가에서는 입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힐링 특강혹은힐링(학업 스트레스 심리 치료) 코스까지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힐링이라는 용어가 과잉 사용되다 보니 힐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힘들어졌다. 오히려 냉소적인 시선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힐링 열풍으로 인해 힐링 효과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힐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기보다는 앞서 소개한 VITAL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근거해 소비자들에게 힐링의 느낌과 정서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고 설득력 있다.

 

둘째,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힐링인가? 청중들에게 일방적으로 위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기업 스스로 멘토의 역할을 자처하는 등 소비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방식으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심리적 치유의 시작은 상대방과의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힐링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그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맞아, 나도 그랬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혹은 소비자들이 미처 자각하지는 못하고 있었지만맞아. 그렇지라는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광고를 통해 전달할 때 비로소 공감력 있는 힐링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유머 광고들(박카스, 핫식스 등)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웃긴 광고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만한 일상의 피로와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재치 있게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힐링 커뮤니케이션이 제품 혹은 브랜드와 연관성이 존재하는가? 힐링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하더라도 힐링이라는 코드가 브랜드와 어떠한 개연성이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어떤 특장점을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라도 제품 혹은 브랜드와의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광고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힐링이 유행이라고 해서 어떤 기업이서민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기업’이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광고가 아무리 감동적으로 제작됐다 하더라도 왜 그 기업이 서민들의 생활에 힘이 될 수 있는지 실체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주장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그 광고를 기억하고 좋아하더라도 그 광고가 어느 기업의 광고인지조차 기억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앞서 사례로 제시한 광고들은 모두 자신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제품의 특성과 연관성을 가지고 힐링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지만 공감대를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를 얼마나 강화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단순히힐링이 유행이니, 혹은 캠핑이 유행이니, 그것을 활용해보자라는 식의 접근은 마케팅 자원 낭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힐링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힐링 그 자체가 마케팅의 목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넷째,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회상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한때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조언을 하기 위한 서적과 강연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위로는 처음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데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계속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오히려 감소한다. 힐링을 주제로 한 서적과 강연들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버렸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들이 가능하겠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위로 마케팅이 사람들의 아픈 점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만들어 정서적 회피 현상을 유발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위로라는 미명하에 사람들의 아픈 점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이 심리적 고통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나 단서들을 접촉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이 활성화되는 것을 감소시키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위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상황이나 느낌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아픈 상처나 경험이 반복적으로 회상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이 치유되기보다 그 메시지 자체에서 또 다른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힐링 마케팅의 자극 자체를 회피하게 될 수 있다. 또한 힐링 마케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반복적으로 회상시킬 경우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브랜드로 전이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따라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소재를 유머로 재치 있게 표현하거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따뜻한 감성을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5. 맺음말: 힐링을 넘어 다시 웰빙으로

광고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힐링을 콘셉트로 하는 마케팅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힐링이라는 개념은 현실에 대한 아픔과 피로를 필연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힐링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면 할수록 현실에 대한 피로감은 더욱 증가하고 사회적 활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힐링 열풍이 사회를 더 힘들고 무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초식남, 프리터족, 니트족 등 경제불황과 젊은 세대의 암울한 미래를 상징하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범람했으며 최근에는 득도(得道)한 것처럼 모든 욕망을 억제하며 사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사토리(さとり)’ 세대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소비 활동뿐만 아니라 출세, 연애, 취업 등 사회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활동 모두에 대해 소극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아니라 세대(世代)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건 과거 일부 젊은 층에 국한됐던 현상이 젊은 세대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사토리 세대의 등장은 장기불황의 탓도 있겠으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들이 젊은 이들의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 자체를 변화시키는 악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광고를 일컬어 흔히 꿈을 파는 일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다. 따라서 광고인이 현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포하고 있는 힐링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광고의 본질, 즉 소비자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진정한 힐링이란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상처를 딛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힐링은 그 자체로서는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더 나은 미래, 즉 웰빙을 향한 수단이 돼야 한다. 마케팅과 광고가 힐링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삶의 질을 더 향상시키기 위한 발전적 소비, 즉 웰빙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창원 이노션 월드와이드 책임연구원 cwchoi@innocean.com

필자는 한국외국어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노션 월드와이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브랜드 자산 및 개성 진단 등 다양한 전략 모델 개발 및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통해 클라이언트별 최적화된 브랜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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