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TV 보는 소소한 저녁” 그것이 필요해

윤덕환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www.trendmonitor.co.kr)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태도, 의견에 대한 정보를 대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요 미션으로 삼고 있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입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trendmonitor)과 트위터(@emtrendmonitor)를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여행욕구가 의미하는 소비자의 감정들

사람들은여가라고 하면 어떤 활동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많은 소비자들은 여가와 가장 어울리는 활동으로여행’(61.4%)을 꼽았다. 하지만 낭만과 여유, 여러 긍정적인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여행은 현실적인 자원을 필요로 한다. 바로 시간과 돈이다. 시간과 돈이 부족하면 여행에 대한 즐거운 상상은 정말로 상상으로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여행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여력은 월 소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줬다. 많은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제외한 소비를 줄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은여행 2013년 지출이 증가할 항목 1순위(26.7%)로 꼽았다. 월소득 200∼300만 원대 미만의 소비자들에게는 비교적 낮은 순위인 결과와는 상반된다.1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우선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여행이라고 답했다. 여행은 매우 정서적인 경험을 내포하는 여가활동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막연하게라도 여행을 원하는 것은 그만큼 강렬한 정서적 체험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자주 경험하고 있는 정서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인 경험을 강하게 원한다는 것은 현재의 경험이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2년에 소비자들의 감정을 측정한 결과, 소비자들이 현재 느끼는 정서는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 2차 예비조사를 거쳐 긍정/부정으로 구분한 상위 30개의 감정단어를 다시 측정한 결과, 소비자들이 평가한 상위 10개 감정들 중 9개가 부정적인 정서였다.2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정서는 답답하다(44.0%)와 근심걱정(44.0%)이었다. 심란하다(39.3%), 귀찮다(38.1%), 지겹다(31.1%), 우울하다(30.6%)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들은 근심걱정과 답답함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이런 부정적인 정서들은 강렬한 여행에 대한 욕구로 표출되고 있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여가: ‘TV’와 함께하는저녁이 있는 삶

여행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역할에 얽매이는의무시간이 아닌 개인의 선택이 보장되는소소한여가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런 생각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동의하는지 설문으로 확인해봤다.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여가시간은 장기유급휴가(23.1%)나 그보다 오래 쉴 수 있는 휴직(일부 유급, 9.0%)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주말이나 휴일근무만 없어도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43.5%) 평일 오후6시 이후의칼퇴근만 보장(24.4%)돼도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저일과 휴식의 구분이 명확하거나저녁이 있는 삶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2012년의 한국 사회에서 조직에 속해 있는 많은 직장인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소소한 여가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람들은 그 시간을 누구와 보내고 싶어할까? 많은 소비자들은 계획하지 않은 여가시간이 주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그저 휴식(60.3%)하기를 원했다. 흥미로운 것은 휴식을 할 때, 가족(23.2%)이나 연인(또는 배우자, 29.8%)과 함께하는 것보다는 혼자(33.4%) 있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의 의무에서 해방된완전한 휴식인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자주 경험한 여가활동이 TV시청(1-36.7%)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집에서 혼자 리모컨을 한 손에 들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있는 것. 이 모습이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원하는이상적인 여가시간의 이미지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평범한 삶을 동경한다는 것은 슬프게도 이렇게 살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덕환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엠브레인에서 리서치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콘텐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디지에코) Issue & Trend, Issue Crunch 코너의 고정집필진이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소비자트렌드읽기> 등이 있다.

 

 

  • 윤덕환 | - (전)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겸임교수
    - (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