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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el Discussion

“기업은 사회 변혁의 주체…자본주의 파괴의 씨를 없애라”

최한나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현태(서울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동아비즈니스포럼 2012’ 기조연설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면 기업 활동 전 영역에 고객을 참여하게 해야 한다기업은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구매가 진행되는지 그 여정을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느냐는 질문에는국가별로 기능을 달리할 필요가 없는 아이폰처럼 제품을 표준화해도 괜찮은 업종이 있는가 하면 캠벨 수프처럼 국가나 지역적으로 선호도가 다를 수 있는 업종도 있다이런 차이점은 본사에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지역 매니저가 특성을 파악해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코틀러 교수와 유창조 한국마케팅협회장(동국대 교수), 이유재 서울대 교수, 이성용 베인&컴퍼니 총괄대표, 문종훈 SK마케팅&컴퍼니 대표가 참석했다.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유창조 회장: 코틀러 교수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 최고 학자들과 CEO들을 초청해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마켓3.0 전략과 미래 성장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루는 데 있다. 바로 질문으로 들어가겠다. 먼저 이유재 교수님께서 질문하시겠다.

 

이유재 교수: <마켓 3.0> 책에 나오는 키워드부터 질문하겠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커스터머 오너(Customer Owner) 창출이 불가피한데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커스터머 오너를 창출하는 데 가장 어려운 도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커스터머 오너를 창출한 성공 사례나 경험을 공유해 달라.

 

필립 코틀러 교수: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 커스터머 오너를 확보한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고, 어떤 이유 때문에 성공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겠다. 기업은 상품 이상의 것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고객 삶에 끼어들고 고객을 제조 과정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할리데이비슨 예를 들겠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것과 야마하나 BMW 오토바이를 사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 완전히 새로운 친구들, 완전히 새로운 활동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리데이비슨 고객은 단순히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할 수 있다. 수염을 기른다든지, 가죽 재킷을 입는다든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함께 선행을 하기도 한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애플은 한마디로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가졌어도 아이튠즈, 맥을 더 가져야 한다. 하나씩 갖다보면 전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 안에 갇힌 소비자는 꼼짝 못한다.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안 된다.

 

캐터필러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캐터필러 기계를 하나 사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도록 다른 장비를 사야 한다. 하나를 사면 수많은 기계들을 다 사야 한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그것을 하나씩 맞춰가는 방식이다.

 

레고도 좋은 예다. 레고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고객의 여정을 지켜보라. 이는 고객이 어떻게 구매 활동을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라는 의미다. 자동차를 구입한다고 해보자. 소비자는 자동차 모델 중 여러 가지를 놓고 비교하고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터넷 검색도 할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접점(touchpoint)이 있다. 접점이 가장 많이 만나는 곳(high touch)에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분의 브랜드로 고객을 끌어들여 구입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고객과 함께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아마존을 보자. 아마존을 보면 끊임없이 더 많은 것들을 준다. 책을 사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내가 어디서 책을 사는지,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려준다. 책을 사려고 접속했는데 보니까 전자제품도 팔고 옷도 판다. 친구가 내 이름을 올리고이 책을 갖고 싶어라고 게재해두면 친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정확하게 선물할 수도 있다.

 

유창조: 자발적 몰입이라는 용어가 있다. 커스터머 오너를 유도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에 대한 것이다. 일종의 코크리에이션(co creation)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크리에이션을 중간 단계라고 하면 크라우드 소싱은 매스 마케팅과 함께 극단적인 오른쪽에 있는 것 같다.

 

문종훈 대표: 대부분의 이노베이션은 실패한다고 말씀하셨다. 크라우드 소싱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크라우드 소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아티클을 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현대 마케팅에서 대중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이노베이션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은 무엇인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코틀러: 항상 좋고 나쁜 양면을 다 살펴봐야 한다. 크라우드 소싱은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를 간과하기 쉬운데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프로젝트를 시행했는데 참가자 숫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예컨대 공모전을 열었을 때 5000명이 참가할 줄 알았는데 수백 명만 참여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끝내야 하나? 그만둔다면 회사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이 프로젝트가 과연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지 봐야 한다. 둘째, 최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의 문제다. 응모한 아이디어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작동하겠지만 버리는 것이 많을 것이다. 최종 후보로 10개 아이디어가 남았다고 하자. 뽑힌 10개 가운데 한 개만 골라야 하는데 이때 또 대중이 선택하도록 한다면 이중 크라우드 소싱이 된다. 결국 한 명의 우승자가 결정되는데 나머지 9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위 10명 안에 들어서 성공 확률이 보였는데 최종 선정이 안 됐다면내 아이디어가 더 좋았는데 왜 안 뽑혔을까, 이 회사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다. “다시는 이 회사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지라며 실망하는 참가자가 많을 것이다.

 

사실 크라우드 소싱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해서 케이스 문헌도 많지 않으므로 잘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2∼3년 내 어떤 방식이 좋을지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코크리에이션과는 좀 다르다. 코크리에이션은 고객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회사가 고객에게 가서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회사 기밀이기 때문에 참여시키지 않거나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해서 개입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용 대표: M&A는 기업의 성장 관점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본시장이 커지면서 더 부추겨지는 것 같다. 사모펀드나 공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인수합병에 성공한 기업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질문은 성공 확률에 대한 것이다. 저서에서 M&A의 성공 확률이 낮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특히 아시아 또는 한국 기업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코틀러: 나는 M&A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선호한다. 유기적 성장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새로운 스킬이 필요한데 이때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버리는 것이 M&A.

같은 국가 내에서 M&A 하는 것과 국경을 가로질러 외국 회사를 M&A 하는 것은 다르다. 구분해야 한다. 한국 회사끼리는 문화와 언어가 같지만 외국 회사는 그렇지 않다. 삼성이 월풀을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월풀 직원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됐다. 이들이 어떤 감정을 가질까? 만약 별다른 변화 없이 M&A 했다면 인수할 이유가 없다. M&A 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직원들, 중책에 있는 사람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기가 저하된다. 법적 소송이 걸릴 수도 있다. 반독점법에 어긋나면 안 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30년 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수된 회사의 30%는 재앙이다. 피인수회사 직원들은 인수회사가 잘 모르고 인수한 것 같다. 사전 지식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M&A 후 핵심 인재가 떠나버리는 문제도 있다. PwC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패 확률이 82%나 된다.

 

M&A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M&A에 실패하면 그런 경험이 쌓이고 연습이 되면서 배울 수 있다. HP 같은 회사는 상당히 많은 회사를 인수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제품에 취약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 회사를 인수하거나 없는 스킬을 가져올 수 있는 경우 M&A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M&A를 하라고는 못하겠다. 특히 유기적 성장이 아닌 M&A는 하지 말기 바란다.

 

유창조: M&A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원래는 마케팅 영역이 아니었지만 고객의 가치 창조라는 점에서 보면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리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리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이유재: 성장 기회가 있는 시장으로 가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IBM, 아마존, 인텔, 애플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도 삼성이나 현대는 한국 기업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싸이라는 가수가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 하나로 세계를 석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글로벌하게 확장해갈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적응(Adaptation), 로컬라이제이션 사이의 조화다. 황금률은 없겠으나 고려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 달라.

 

코틀러: 업종마다 적응의 수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색을 바꾸거나 국가별로 기능을 다르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제품을 표준화해도 괜찮은 업종이 있다. 또는 동일 제품을 전 세계에 전달하면서 가격이나 광고만 다르게 하면 되는 업종이 있다. 반면 아주 많이 조정해야 하는 업종도 있다. 켐벨 수프를 생각해 보라. 국가나 지역적으로 맛 선호도가 다를 수 있다. 이럴 때는 수정 보완을 많이 해야 한다. 이전의 미국 기업들은 다른 시장에 그대로 진입해도 성공했다. 미국 브랜드는 세계적인 브랜드며 국산보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많이 팔렸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니레버 사례를 보자. 유니레버가 만든 비누는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이렇게 구분하면 다른 시장을 놓치는 것이다. 하층부까지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유니레버가 실패한 대표적인 시장이다. 싼 패키지에 가격이 저렴한 비누가 유니레버를 이겼다. 인도에서는 가격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니레버는 저가 비누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으나 선진 기업들은 Good, Better, Best 등 세 가지 버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른 곳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

 

본사보다는 지역 매니저들이 그 지역에서의 시장 기회를 잘 파악해야 한다. 본사에서 표준적인 접근 방법을 명령하지 말고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때 브랜드의 통일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에서는 동일한 의미가 통해야 한다. 엄브렐러(umbrella) 콘셉트다. 전체적으로 핵심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지역별로 다른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맥도날드를 보자. 맥도날드의 큰 상위 개념은 동일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케를 판다. 콜라보다 사케가 더 많이 팔린다. 사우디에서는 햄버거 대신 치킨버거를 판다. 맥도날드가 갖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현지 시장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회사별 적응에 대해서는 각각 다르게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성용: 마케팅의 역할 또는 비전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다. 강연 중에 돈 없는 50억 명에 대해서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국에서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이런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라는 믿음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CSR 기업에 펀드들이 투자를 많이 하는데 이 펀드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착한 기업이 진짜 돈을 잘 벌 수 있는가?

 

코틀러: 통계를 보면 실제로 많이 베푸는 기업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문제는 수익을 올리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착한 기업이라서 그 기업을 선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슈다.

 

기업이 수익을 내면 수익을 오너에게 주고 그 다음 자선 활동을 할지 말지,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는 철학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사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영리 부문과 비영리 부문, 정부적 부문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어디서 해결해야 할까? NGO나 정부는 돈이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 결국 영리 기업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회사 돈을 다른 목적에 쓴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도와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대의명분을 받아들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어떤 활동을 선택하고 어떤 활동을 거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에반이라는 방문판매 화장품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대의명분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여성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가 유방암이다. 이 회사는 유방암을 사전에 감지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역할을 하기로 했다. 고객들은 제품을 사면서 내가 지불하는 돈이 예방기금으로 모인다는 것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토로라도 비슷하다. 모토로라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키우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하고 있다. MIT나 칼텍 등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 학생들이 졸업해서 모두 모토로라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과대학에서 탁월한 엔지니어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회사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의명분을 갖고 있다.

 

<마켓 3.0>을 보면 이기는 전략은 경쟁사보다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안한 CSV 개념은 기업의 한계를 넘어서 책임을 확장시켰다. 회사가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동정심과 열정을 갖고 케어링(caring) 활동을 DNA화하면 고객들이 인식한다. 이런 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알아본다. 이런 기업 제품이 10% 정도 비싸다고 할 때 단지 싼 물건을 살 것인가 환경을 보호하고 케어링에 힘쓰는 기업의 물건을 살 것인가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방식의 교육을 받아서 올바른 방법으로 키운 목재에 기꺼이 10%를 더 낸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알려지기를 원하는가. 이것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현명한 기업들은 3P에 관심을 갖는다. People, Planet, Profit이다. 4D도 있다. Dream, Design, Development, Delivery. 이것을 회사의 비전으로 삼아라.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꿈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결정하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평가하라.

 

이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잘 발달돼 있어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여진다. 비진정성은 존재할 수 없다. 신뢰를 잃으면 오히려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유창조: 기업은 사회·문화적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 사회가 원하는 가치, 기업이 원하는 가치가 있는데 이 3가지를 조화롭게 연결해서 기업의 사명과 비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CEO가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기업 브랜드와 품격에 대한 질문이다.

 

문종훈: 기업이나 광고회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매일 고민한다. 두 가지 핵심 축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컨슈머 브랜드 마케팅과 기업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내 브랜드 매니지먼트다. 브랜드는 내부의 올바른 직원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직원들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만나보면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을 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내부 직원을 설득하고 브랜드 관점에서 조정(alignment)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마케팅이나 브랜드 정신을 갖는 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코틀러: 여러분은 회사가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존재하기를 원하나, 아니면 이해당사자를 위해 존재하기를 원하나.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이후 주주가치 중심으로 가치관이 변하면서 투자자나 오너를 위해 회사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강해졌다. 금융회사들은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우수해야 한다. 좋은 직원과 좋은 판매자, 좋은 도매상, 좋은 에이전트, 좋은 공급업체가 필요하다. 공급업체인데 회사를 믿지 않는다거나 직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회사가 제대로 클 수 없다.

 

월마트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이 많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시급으로 9.1달러를 받는데 이 돈으로는 애들 교육비 대기도 어렵고 생활비도 감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월마트가 우리는 직원들을 위한 커리어를 만들어놨다고 하는 점이다. 직원들은 시급 9.1달러로는 커리어는커녕 생계도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월마트 앞에서 시위도 한다.

 

존슨앤존슨은 주주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결국 주주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방법은 이해당사자를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고객이라고 한다. 회사는 고객 만족을 위해 설계됐다고 한다. 두 번째는 직원이다. 교육도 많이 시키고 최고의 직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는 지역 사회다. 존슨앤존슨은 다양한 지역 사회에서 사업을 한다. 지역 사회가 살기 좋은 곳이 되길 원한다고 한다. 네 번째가 투자자와 오너다. 투자자나 오너를 위해 돈을 벌려면 직원이나 고객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이나 고객이 우선순위에 놓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회사다.

 

회사들은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주체로 스스로를 인식해야 한다. 조금 전 강연에서 마케팅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는 인구가 50억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는 자본주의가 자기 파괴의 씨를 스스로 심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소득과 부는 한쪽으로 너무 집중돼 있다. 우리가 직면한 저성장이라는 문제는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을 만큼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다. 미국은 인구 1%가 소득의 3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냉장고도 못 사고, 옷도 못 산다. 작동만 잘한다면 자본주의는 우수한 체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한다. 하지만 부의 집중, 소득의 집중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균적인 사람들이 쓰지 않고 계속 모으기만 할 것이다.

 

마케팅의 진정한 대의는 직업을 만드는 것이다. 마케터는 직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을 파는 사람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과정에서 직업이 생긴다. 그런데 제품을 팔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을 쓸 만한 세력이 있어야 한다. 마케팅의 오남용이 있을 수도 있다. 돈도 없는데 더 많이 사라고 부추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면 부도 더 많이 창출하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스킬을 활용하든 돈 없는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핵심 이슈다.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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