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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분석

단순함, 재미, 향수, 경쟁, 건강 소비자 마음 움직인 매직 키워드

여준상 |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모든 소비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어떤 상품이든 소비 이면에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무엇인가 존재한다. 2012년 소비자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베스트 아이템으로 5개 브랜드가 선정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응답하라 1997’ ‘휴롬’ ‘애니팡’ ‘카누가 그 대상이다. 이 다섯 가지 브랜드는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크게 다섯 가지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1∼2년 사이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단기 마케팅 키워드와는 다르다. 상품은 단기간 반짝하고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상품의 소비를 움직이는 보다 근원적인 소비욕구 키워드는 꽤 오랜 기간 유효하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기 마케팅 트렌드와 함께 가는 반짝 키워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소비자와 함께 가는지속가능 마케팅 키워드(Sustainable Marketing Keyword)’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기업 활동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2년 베스트마케팅에서 뽑아낼 수 있는 지속가능 키워드는 무엇일까?

 

어떻게 소비자 마음을 움직였나

첫 번째, ‘단순함(Simplicity)’이다. 2012년 베스트마케팅의 성공 이면에는 단순함이 흐르고 있다. 단순함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져 간다. 정보기술 발달로 개인이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점점 많아지고 기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업성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 사람들은 단순함을 추구하는반발 동기(reactance motivation)’를 느낀다. 복잡한 일상에 지쳐 있을 때 사람들은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원한다. 생각할 필요가 없고 그저 쳐다보면서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런 의미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단순함의 승리다. 복잡한 음과 복잡한 춤을 보였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한 음악과 춤은 복잡한 세상에 지친 소비자를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소비하기 위해 복잡한 인지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보고 흥얼거리며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함, 그 자체다.

애니팡 역시 퍼즐만 맞추면 되는 단순한 구조의 상품이다. 복잡한 게임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곤함에 지친 현대인에게 단순함 이상 좋은 것은 없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 단순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최대의 매력이다. 배경음악도단순한 경쾌함(simple exciting)’을 전달한다. 경쾌해도 복잡한 리듬이었다면 외면받았을 것이다. 게임이 무조건 60초 안에 끝나는 것도 단순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좋은 소재다.

카누에서도 단순함을 만날 수 있다. 블랙컬러를 입힌 단순한 디자인, 즉 미니멀 디자인은 여백효과라는 일종의 미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감(self-affirmation)’은 매력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선택하면서 충족된다. 즉 매력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는다. 카누의 깔끔한 미니멀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자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불러일으켜 구매욕을 자극한다. 설탕과 크림을 빼고 커피만 넣은 것도 제품의 단순한 이미지 창출에 도움을 주는 요소다.

두 번째, ‘재미(Fun)’. 웃을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에게 웃음만큼 좋은 행복 유발 소재도 없다.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재미있는, 유머러스한 사람은 유난히 인기를 끈다. TV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의 단골은 모두 재미라는 코드를 담고 있다. 연예인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대세다.

재미는 왜 이렇게 힘이 셀까? 그 이면에는 사회적 불안과 외로움, 스트레스가 자리하고 있다. 세상이 갈수록 메마르고 흉포해지고 있다. 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긴장과 불안, 스트레스가 항상 함께한다. 게다가 인간관계에서의 실패는 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졌고 각종 흉악 범죄로 사회적 불안이 커졌으며 대선을 앞둔 시점이다 보니 유난히 불확실성이 컸다. 이러한 사회적 긴장은 사람들에게 이를 해소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재미난 자극으로 웃고 즐길 수 있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고 기꺼이 몰입의 시간을 투입한다.

그런 면에서 강남스타일, 애니팡, 응답하라 1997은 재미 전달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보는 내내 즐거움이 떠나지 않는다. 세련되지 않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이 펼치는 어딘가 모자란 듯한 액션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즐거움이다.

 

애니팡도 하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재미난 동물 캐릭터, 얄미운타임오버소리, 하트 보내기 등 여러 가지 재미 요소를 탑재해 게임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응답하라 1997 역시 시나리오의 재미가 주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맛깔스러운 대사, 그 시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들이 보는 내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세 번째, 노스탤지어(Nostalgia). ,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어떤 세대든 복고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동시대인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일종의 심리적 위안이다. 최근 마음의 치유라는 뜻을 지닌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힐링의 좋은 수단 중 하나는 복고 마케팅, 즉 노스탤지어 자극 마케팅이다. 노스탤지어 자극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써니와 같은 복고 소재의 영화, 90년대 음악을 틀어주는밤과음악사이같은 클럽, ‘슈퍼스타K’나는가수다같은 리메이크 노래 경연 프로그램 등은 이미 노스탤지어 자극을 무기로 대중에게 깊이 들어와 있다.

예전에도 복고 인기는 있었지만 유독 올 들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한 연구는 대인관계 실패와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복고 제품(nostalgic product)이 잘 팔린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외로움과 고독을 많이 느끼는 사회일수록 옛것에 의지하려는 그 소속원들의 심리가 강해진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계층 간 갈등이나 소통의 부재로 개인이 느끼는 고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복고상품 인기의 근원으로 풀이된다. 사회가 안정되면 노스탤지어 열풍이 다소 가라앉을 수도 있겠지만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가는 인간관계의 기저에 깊은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연결감을 느끼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노스탤지어 소비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 한 해 많은 30대의 심금을 울린 응답하라 1997에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다양한 복고 제품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음료수, 전자제품, 영화, 드라마, 음악, 의상,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영화건축학개론에서처럼 배경음악이 가져다주는 노스탤지어 자극 효과가 컸다. 한동안 1980년대 학번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상품이 봇물을 이뤘는데 최근에는 1990년대 학번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2000년대 학번이 노스탤지어 자극의 차세대 타깃이 될 것이다. 시기만 다를 뿐 노스탤지어는 모든 세대가 겪는 심리적 현상이다.

애니팡 역시 노스탤지어를 자극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테트리스와 헥사로 대표되는 퍼즐게임의 복귀인 셈이다. 어디서 많이 접한 듯한데 조금 다른 느낌, 이것이 애니팡이 전달하는 노스탤지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1980년대 말 유행했던 말춤으로의 회귀라는 측면에서 노스탤지어를 성공 메커니즘으로 한다. 역시 많이 본 듯한데 새로운 느낌도 전달한다.

응답하라 1997이 옛것을 그대로 재현하는단순한 회귀라면 애니팡과 강남스타일은 옛것에 대한 창조적 모방인발전적 회귀에 해당한다. 새로운 것을 내놓되 옛것을 재활용, 재해석해서 발전적 버전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완전히 낯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편안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친숙함은 곧 편안함이다. ‘적절한 친숙함을 코드로 넣는 것은 신제품 개발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경쟁심(Competitiveness)’이다. 절대적 빈곤으로 다 같이 못 살던 시절에는 경쟁, 비교, 서열이라는 것이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화, 경제 발전으로 빈부, 능력의 개인차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비교, 서열이 부각되고 이는 경쟁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등으로 개인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비교, 서열에 대한 강박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남과의 비교에서 앞서간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며 자존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은 다양한 소비 행동을 낳는다. 순위가 매겨지는 운동이나 게임에 대한 몰입, 외모 가꾸기나 고가품 구매에 대한 관심이 그 예다.

한편으로는 치열한 사회적 경쟁관계 속에서 자신에 대한 효능감 또는 자신감이 떨어진 사람이 많다. 이렇게 낮아진 자신에 대한 확신은 남과의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쉽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심은 매우 중요한 소비 동인이 된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우월성과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자기 확신 방법이 된다. 경쟁에 지치고 패배감에 빠지기 쉬운 일반 소비자들은 여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애니팡은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에 따른 경쟁심을 촉발시켰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연동해 지인들과의 순위가 공개되는 방식은지면 안 된다’ ‘창피당할 수 없다는 묘한 경쟁심을 부추긴다. 자랑하기, 주간순위 메뉴 등은 우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애니팡 점수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휴롬 역시 비교심리를 잘 자극한 케이스다. 휴롬을 갖고 있고 쓴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센스 있는 여자로 느껴지게 했다. 고가 정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와 생활수준을 시그널링 하는 효과가 나타나도록 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많이 팔리게 되자 이번에는 남과의 비교 속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경쟁심이 더 큰 확산 효과를 불러왔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다는 사실에서 부각되는 열등감이 소비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건강(Health)’이다. 의학기술과 예방의학 발전, 조기검진 보편화로 평균 수명이 갈수록 연장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건강관리, 건강 지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살아가야 할 날이 많아진 만큼 젊음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채식을 지향하거나 인공감미료를 자제하는 등의 건강 지향성 제품이 올해도 관심을 끈 이유다.

휴롬은 중금속 검출이라는, 건강을 위협하는 기존 녹즙기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각종 채소와 과일을 짜먹으면서 가족 건강을 지키도록 포지셔닝해서 인기를 끌었다. 카누는 최근 나타난 커피 소비의 변화를 잘 읽었다. 건강에 해로운 설탕과 크림을 배제하는 커피 소비 패턴에 맞춰 양질의 원두를 넣은 건강지향성을 제품 콘셉트로 잘 승화시켰다.

앞서 살펴본 5개의 베스트 마케팅 상품과 거기에서 추출된 5개의 마케팅 키워드 이면에는 복잡, 혼돈, 암울, 스트레스, 상처, 아픔과 같은 부정적 단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기쁨을 나누기 위해 파티를 하는 상황에서 일시적 소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만성적 소비들은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결핍이라는 부정성 탈피에서 출발한다. 소비 동인의 기저에는 밝은 면(bright side)과 어두운 면(dark side)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쁨을 더 키우기 위한 소비도 있지만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가 더 많고 오래도록 지속된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신체적으로 겪는 아픔이 커지지만 사회적 불확실성과 긴장에 따른 정신적 아픔도 갈수록 커진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범국가적 차원에서 챙기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신체 건강은 건강 지향적 제품 소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정신 건강은 정신적 아픔을 달랠 수 있는 제품 소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향후 기업 차원에서도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있어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챙기는 혜안이 요구된다. 특히 점점 증대되는 정신적 결핍에 초점을 맞춰 멘탈 힐링(mental healing)이 탑재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 지향적 마케팅이 필요한 때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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