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적 초토화 전략
전략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 전략으로 ‘원가우위’와 ‘차별화’, ‘집중화’의 세 가지를 꼽았다. 현실적으로 기업이 이 세 가지 전략 가운데 둘 이상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세 가지 기본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데 각기 다른 경영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세 가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관리기법과 조직의 구성 및 형태, 기업 문화와 관련한 요구조건도 다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세 가지 전략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Case Study : 놀부] 대학가엔 부대찌개, 주거지엔 보쌈 집중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가맹점 모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시범 점포 없이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마케팅을 앞세워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쌈, 부대찌개, 항아리갈비, 유황오리 등의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주)놀부NBG는 사업설명회를 열지 않기로 유명하다. 가장 편리한 가맹점 유치 수단인 프랜차이즈 박람회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가맹점 모집에 앞서 반드시 시범 점포의 성격을 띤 직영점을 먼저 설립한다. 최선을 다해 직영점에서 성과를 낸 다음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방식인 것이다. 직영점 설립 후 가맹점 모집까지는 최소 6개월, 많게는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직영점 운영을 통해 홀 및 주방 운영 프로세스가 타당한지, 개선점은 없는지에 대한 현장 검증을 철저히 실시한다. 또 시간이 걸리지만 직영점이 성공하면 입소문을 타고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뤄져 인근 지역에서 가맹점을 쉽게 모집할 수 있다.
특정 지역 집중 공략 후 확장
놀부는 특히 프랜차이즈 종류별로 설정된 거점 지역을 집중 공략한 후 이를 토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펴왔다. 예를 들어 부대찌개의 경우 주요 고객이 20∼30대 젊은층임을 감안해 대학가와 사무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공략했다. 이에 비해 보쌈은 중산층이 거주하는 주거지역 상권을 타깃으로 전력투구했다. 유황오리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강남과 분당 상권을 초토화하는 전략을 폈다. 광범위한 시장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게 아니라 마치 송곳을 사용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에 깊숙이 파고든 후 세력을 점차 확장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엄격한 가맹점주 관리
특정 지역에서 확실하게 기반을 잡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점주가 반드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돈을 들고 오면 무조건 체인점을 내주지만 놀부는 엄격하고 까다롭게 점주를 골랐다. 특히 초기에는 부부가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에 한해 영업권을 부여했다. 부업 차원에서 식당을 내는 것보다 부부가 생계를 걸고 식당을 운영하면 절박감이 더해지기 때문에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가맹점 신청자의 성격도 유심히 살폈다. 임원 면접까지 거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서비스업에 맞지 않는 부적격자를 걸러냈다. 물론 가맹점이 된 후에도 직원과 가맹점주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업종 확장에도 집중 전략 활용
놀부는 업종이나 업태를 확장할 때에도 특정 대상을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펴왔다. 놀부는 보쌈에서 기반을 확실히 다진 후 부대찌개 사업에 진출했다. 유행이나 흐름을 타지 않으면서도 맛을 표준화해 전국 매장에서 똑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쌈에 이어 부대찌개를 선정한 것이다. 또 대중 요리에서 확실하게 기반을 잡은 후 유황오리 같은 다소 비싼 음식으로 영역을 넓혔다. 점포 규모 확대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는 165㎡(약 50평) 규모의 매장을 주로 내며 기반을 다진 후 2000년대 들어 660㎡(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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