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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수요관리

항공기 좌석 200개 좌석 가격도 200개

DBR | 9호 (2008년 5월 Issue 2)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래 경영환경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업만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영환경 변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업은 고객의 구매가 있어야만 영속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향후 수요를 예측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 즉 수요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수요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서비스 산업에서 수요는 무형의 재화에 대해 발생하기 때문에 제조업과 달리 고객의 충성도가 높지 않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 재고 개념도 제조업체와는 전혀 다르다. 서비스업에서는 수요를 적시에 충족시키지 못하면 판매되지 않은 서비스는 제조업처럼 재고로 처리되지 못한 채 소멸되고 만다. 정확한 수요예측에 실패하더라도 재고라는 자산을 통해 향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제조업과는 달리,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부정확한 수요예측과 미흡한 대응은 손실과 직결된다.

이처럼 서비스업에서 수요관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로 수요를 정확히 예측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업들은 미래의 수요 예측치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측이 어려운 미래 수요를 적극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수요 발생의 원천인 고객의 특징과 관련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이어 수요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들의 인과관계를 분석해 수요를 세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은 수요 조절의 주도권을 쥐고 적정 고객에게 적정 가격의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창조적 수요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창조적 수요관리란 기존 고객의 수요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선행적으로 수요를 일으키고 창조하며 이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를 창조하는 방법은 기업특성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유형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서비스 사이언스에서는 더욱 계량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방법을 중심으로 창조적 수요관리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서비스 사이언스 관점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알려진 창조적 수요관리 방법으로 가격 결정, 서비스 능력배분, 예약, 그리고 인터넷 활용 등 네 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 가격 결정은 시장을 여러 틈새로 분할해 차별적 가격을 부과함으로써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공략하는 것이다. 비수기 항공권 할인이 대표적 예다. 서비스 능력 배분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자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능력을 탄력적으로 변경하고 배분하는 것이다. 고객이 많이 몰리는 곳은 직원을 늘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줄임으로써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 고객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수요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런 창조적 수요관리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라지는 재고(perishable inventory)’를 보유한 항공사, 호텔, 렌터카 업체 등이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자사 항공기의 좌석이 200석이라면 항공권 가격도 200개나 된다. 이는 가격차별을 뜻하기도 하지만 구입자의 형태(학생, 성인 등), 왕복여부, 표를 사용할 수 있는 개월 수, 마일리지 적립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LG전자의 에어컨 예약판매는 이듬해 여름의 판매 수량을 미리 파악해 정확한 수요예측을 가능케 했고 현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에버랜드처럼 비수기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기존 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이 밖에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은 온라인에서 창조적 수요관리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베이는 디즈니의 온라인 사업부 중 하나인 Go.com과 온라인 제휴를 맺음으로써 이들 사이트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베이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 고가치 고객을 공유, 시너지를 일으켰다.
[Case Study : 삼성에버랜드] 놀이공원엔 여름손님이 없다? 천만에…
 
한여름 비수기 극복 방안을 찾아라
삼성 에버랜드 콘텐츠 기획팀 직원들은 2004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름철 비수기에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1997년부터 개최한 ‘여름 음악 축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철은 놀이공원의 비수기였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 내방객이 줄어도 설비와 직원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게 음악 축제였다. 초기에는 유명 가수들을 불러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방송국, 각종 놀이공원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유사한 공연을 시작하면서 뮤직 페스티벌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레드오션’으로 돌변했다. 따라서 여름철 내방객 수는 줄어들었다.
 
여름 시장에 대한 재검토
에버랜드 직원들은 여름 시장 자체를 재검토했다. 보통 놀이공원에는 4∼5월에 방문객 수가 가장 많았다가 한여름에는 줄어든다. 실제 에버랜드의 4∼5월 방문객 수는 200만 명에 달했다가 7∼8월에는 11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여름철 관광객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의 4∼5월 여행객은 5200만 명이고 7∼8월 여행객은 7000만 명이었다. 직원들은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면 내방객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에는 물로 맞서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해변과 계곡처럼 물이 있는 곳이다. 한 직원이 ‘물’로 승부를 보자고 제안했다. 해외 유명 놀이공원이 물을 테마로 축제를 연 경험도 참고했다. 직원들은 차별화를 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물 폭탄 세례’를 퍼붓기로 결정했다. 소방 호스를 동원해 고객들의 속옷까지 젖게 하고 물총을 나눠줘 고객 스스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우려도 제기됐다. 놀이공원에 오면서 예쁘게 치장한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휴대전화도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별화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콘텐츠 기획팀은 휴대전화 보호용 비닐봉지를 주고 고객에게 흠뻑 젖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리는 선에서 보완책을 마련, 물 폭탄 계획을 밀고 나갔다. 행사 이름은 ‘서머 스플래시(splash) 축제’로 정했다.
 
내방객 수 및 만족도 증가
고객의 속옷까지 젖게 만들어 강렬한 경험과 추억을 주겠다는 계획은 성공했다. 음악 축제의 경우 밤 시간대에만 손님을 끌었지만 스플래시 축제는 주력 시간대인 낮에 사람을 모았다. 2005년 축제가 처음 시작되고 7∼8월 내방객은 전년대비 23만 명이 늘어난 133만 명으로 불어났고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체 평가한 고객 만족도 지수도 스플래시 축제 이전 73점에서 축제 후 85점으로 높아졌다.
 
에버랜드는 이외에도 한겨울 비수기에 대비해 ‘스노 버스트’라는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을 설치해 고객들이 계절에 구애되지 않고 시설물을 꾸준히 이용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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