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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②

프라다, 건축가를 만나 ‘고객 마음지도’를 얻다

송규봉,김한국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영에 관한 통찰력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쇼핑에 관한 하버드 가이드

프라다(Prada)는 뉴욕 매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에게 맡겼다. 최고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 합당한 혁신적인 매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쇼핑에 관한 생각의 지도를 혁신하고자 했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건축가로 평가받는 렘 쿨하스는 쇼핑공간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가? 렘 쿨하스의 출발점은 기발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그는 하버드대 건축학과 대학원생들과 리서치 보고서를 작성해 책으로 묶었다. 무려 800페이지 분량이다. 미국 전역에서 쇼핑공간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연구한 것이다.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다. 역대 최연소로 2000년에 이 상을 받은 렘 쿨하스는 건축을 하기 전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기자로 일했다. 취재, 조사, 분석, 논리, 필력이 뛰어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지금 미국 하버드대 건축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세 대륙의 문화적 코드를 레고블록처럼 건축에 반영한다. 그는일주일 동안 매일 7개의 다른 나라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고 했다. 대륙을 넘나들며 이동할 때, 똑같은 도시의 기능들이 서로 낯설게 보이고 그때 전혀 다른 시각이 열리는가 보다.

 

<하버드 디자인스쿨 쇼핑 가이드>는 쇼핑에 관한 우리 시대의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을 망라해 심층 분석했다.1  쇼핑공간의 물리적 기능과 디자인 이면의 보조적인 디테일, 이를 테면 포인트카드와 계산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인공밀림 인테리어 등 쇼핑을 구성하는 내밀한 기능들을 해부했다. 공간을 더 넓게 느끼고, 더 편하고, 더 조직적이고,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에어컨의 공기흐름과 온도까지 분석했다. 쇼핑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멈추고 구매하고 다시 이동하는지 이해하려는 것이다.

 

프라다와 아트 갤러리

쇼핑공간은 점점 도시인들의 생활을 좌우하는 매개자이자 규제자가 되고 있다. “건축은 이제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렘은 말한다. 심지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레스토랑, 카페, 상점의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듯이쇼핑은 공공건축마저 상업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하버드 디자인스쿨 쇼핑 가이드>는 진단하고 있다.

 

프라다의 요청에 대한 렘 쿨하스의 응답은 무엇인가? 명품쇼핑에 미술관의 공간개념을 적용했다. 렘은 디자인 이전에 개념설정이 강한 건축가다. 그가 럭셔리에 대해 내린 정의는 이러하다. 럭셔리는 지적이다(Luxury is intelligence). 럭셔리는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가치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럭셔리는 지속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이며 공간을 더 소비할수록 가치는 더 귀해진다.

 

공간을 소비할수록 공간가치가 높아진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뉴욕 맨해튼, 그중에서 최고의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소호(Soho) 지역에 프라다 매장이 있다. 당신이라면 이 매장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제품을 진열할 것인가? 쿨하스의 처방은 이 비싼 매장을 텅 비운 갤러리처럼 소수의 선별된 상품만을 제한적으로 미술작품처럼 진열하도록 했다.

 

동시에 상품매장이라는 극히 사적인 공간을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대중에게 개방해 마치 아트 갤러리처럼 누구든지 매장 안에 들어와 각종 예술전시와 이벤트를 쾌적하게 즐기도록 기획했다. 뉴욕 소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공간이 되도록 기획한 것이다. 다른 쇼핑공간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낯설지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간을 낭비하듯 최대한 비워 공적인 기능으로 개방했다. 프라다는 상품판매에만 조급한 자세 대신 예술적이고 지적인 문화공간을 창조해 브랜드의 품격이 격상되는 효과를 누렸다. 마치 네덜란드 고흐미술관에서 전시실 한 칸을 통째로 비우고 한가운데 작은 고흐 자화상만 남겨 조명을 주고 다른 작품은 일절 전시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작품을 배제함으로써 자화상은 더 빛난다.

 

뉴욕 프라다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끝나고 프라다 회장은 건축가 렘 쿨하스를 프라다의 디자인 고문으로 위촉했다. 디자인과 패션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들보다 디자인 통찰력이 더 근본적이고 깊다는 존경심을 담아서 말이다. 2001년 뉴욕 프로젝트 이후 올해까지도 프라다는 렘 쿨하스와 지속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림1]뉴욕프라다 매장의 건축가 렘 쿨하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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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에 관한 GIS 가이드

럭셔리는 지리적이다. 렘의 개념정의를 흉내내본다. 렘이 쇼핑공간의 내부적 디자인에 주목했다면 GIS 분석팀은 반대로 쇼핑공간의 외부적 조건을 분석했다. OO백화점은 신규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GIS 분석팀에게 특별 프로젝트를 요청했다. 우선 상품군별로 고객과 매출의 특징을 진단했다. 백화점은 층별로 핵심 상품구성을 달리하며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한다. 각 층별, 브랜드별로 고객은 각각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누구에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도 분명해질 것이다.

 

백화점 지하에는 식품부가 있다. 신선식품에 해당하는 야채, 생선, 과일, 식재료를 주로 사는 곳이다. <지도 1>은 식품매출의 분포를 보여준다. 백화점 매장에서 반경 2㎞ 안쪽에 해당하는 C지역과 D지역에서 높은 매출밀도가 확인됐다. 동일한 2㎞ 반경 안쪽이지만 E지역은 미미하고 F지역은 반응이 없다. 그런데 <지도 2>를 보자. 명품의 매출지도에서 C지역의 비중은 미미해지고 E F지역이 부상한다.

 

 

백화점에서 명품과 일반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분포는 지리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는 지역별 소득수준에 따른 구매력 때문이다. 먼저 소개하는 두 장의 GIS 지도는 고객의 위치정보에 매출액을 입력해 관심지역을 표현하는 분석기법으로 작성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매출액이 높은 지역이다. 핵심매출지역(Hot Spot)이며 상품별로 그 위치가 다르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상품별 매출 지도를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면 지역의 소득수준을 파악해 봐야 한다.하지만 제한점이 많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개인의 소득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세청 소관이다. 특정 대상자들에게 설문조사로 물을 수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소득수준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케터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간접적인 소득추정 방법을 차용한다. 아파트와 빌라의 가격정보를 활용해 관심지역의 소득수준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제한적이지만 현실적인 방법이다. 대한민국 가구 자산의 70∼80%는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명품 고객의 지리적 분포도

국토해양부는 매년 연초에 공동주택 기준시가를 인터넷으로 공개한다.3  2010년 센서스 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1757)는 단독주택에 40.4%, 공동주택에 58.4%가 살고 있다. 공동주택은 다시 아파트 48.1%, 다세대 7.3%, 연립주택 3.0%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공동주택의 기준시가가 공개된 규모는 전국 약 1055만 세대이며 군인 아파트 등 보안상 필요에 의해 일부는 비공개된다. 단독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430만 호 규모인데 개별 기준시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국 1055만 공동주택의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를 바탕지도에 깔고 분석을 수행했다. <지도 3>은 기준시가 7억 원 이상인 아파트의 밀집도, <지도 4>는 기준시가 7억 원 이상 고급 빌라의 분포다. <지도 2>에서 나타난 명품고객의 밀집지인 F지역은 <지도 3>에서 나타난 7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들의 밀집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지도 2>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주요 명품시장인 E지역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명품고객이 밀집한 E지역은 고급 빌라 지역으로 오랫동안 OO백화점의 마케팅 지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객 데이터 덩어리 속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빌라 지역의 매출 규모가 GIS 분석에 의해 명료한 패턴정보로 전환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OO백화점 마케팅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용 대비 효과가 빌라나 일반 주택지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빌라 거주자들은 마케팅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백화점으로부터 직선거리 2㎞ 내 위치한 E지역은 다른 빌라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비교할 때 월등히 고가지역이다. 서울시 빌라의 평균가격에 비해 5∼10배가 높다. 소득수준이 상당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명품을 구매한 고객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그간 마케팅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이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지만 고객확보율이 낮은 A지역도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OO백화점의 럭셔리 매출은 지리적이다.

 

접근성의 심리학

골프용품과 여성의류의 고객특성은 어떨까? 분석결과 서로 다른 고객과 상권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소지역별로 상품의 선호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과 할인점은 배후지의 인구규모가 매출을 1차적으로 결정한다. 초대형 쇼핑몰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경 3∼5㎞ 내에서 매출의 70∼80%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70∼80%가 발생하는 지역을 핵심상권이라 한다.

 

유통점이 지역 마케팅을 계획할 때 자신의 상권반경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실질적이다. 하지만 타사와 경쟁이 치열하다면 더욱 정밀한 정보가 필요하다. 경쟁이 우월한 지역은 어느 지역이며 반대로 경쟁에 불리한 지역은 어느 지역인가? 고객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은 어디인가? 이런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긴요하다.

 

상권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하는 작업은 점포와의 접근성이 얼마나 용이한가를 측정해 판단한다. 점포에서부터 차량을 운전해 10, 20, 3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다. GIS(지리정보시스템)에서는 도로망의 연계성과 도로폭을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으로 공간 연산한다. 그렇게 차량이동거리(Drive Time)를 과학적으로 구별해 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경쟁점의 차량이동거리를 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접근성이 용이한 경쟁우위 지역을 추출할 수 있다. <지도 5>는 백화점에서 차량으로 20분 내 도달 가능한 지역과 경쟁점과의 접근 우위지역을 구분한 지도다. 마케팅의 전략을 짜고 고객군별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안내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도로망을 반영해 경쟁 백화점의 영향권을 GIS로 연산한 결과가

<지도 5>에서 노란선으로 구분돼 각각 경쟁영역이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OO백화점의 매출은 경쟁 백화점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는 뚜렷하게 떨어진다. F지역은 예외적인데 OO백화점의 위성점포가 해당 아파트단지 상가에 소형으로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쇼핑의 접근성은 지리적인 요소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인 요건도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주거지는 한 사람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변한다. 한국사람은 자신보다 사회적 수준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곳에서 쇼핑하려는 경향이 있다. 역으로 말하면 사회적 수준이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으로 가서 쇼핑하지 않으려는 경향과 일치한다. 올려보는 곳에서 쇼핑하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선 잘 쇼핑하지 않는 것이다. 그간 다양한 GIS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 있다. 쇼핑에 관한 한국적 정서와 심리적 요인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신규고객 탐지지도

고객·상품별 특징과 접근성 분석은 유통점의 과거와 현재를 다른 차원으로 보여준다.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GIS 프로젝트의 초기 과정에 속한다. OO백화점의 고객정보를 지도 위에 올려서 밀집지역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의사가 병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알아내영상의학검진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이후에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마케팅 계획이 처방전처럼 수립된다. , 과학적 진단과 적절한 처방은 한 쌍인 것이다.

 

OO백화점이 선택한 마케팅 수단은 DM(Direct Mail) 발송이었다. DM 자체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DM을 가지고 성도 이름도 모르는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OO백화점에서 DM 발송을 통해 신규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잠재고객의 규모가 충분하면서 고객점유율이 낮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DM을 보내는 것이다. 간단하게 보이는 이 방법은 아래의 핵심적인 정보가 제공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오는가? 현재 우리 고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잠재고객의 대상을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기준으로 보면 잠재 고객군은 다음과 같다. 1) 연령: 40∼60 2) 고소득 가구 3) 접근성: 경쟁점과 비교해 자가용 접근성이 양호한 인접지 거주자 이상 조건에 해당하는 미지의 거주자들에게 명품 관련 DM을 발송했다. 아파트 동호수별로 국토해양부가 제공하는 기준시가를 참고했다. 그 반응률을 진단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지도 6>은 잠재 고객군을 진단해 DM을 발송한 주소지의 분포도다. 실제 7500건을 발송했다. <지도 5>에서 확인한 것처럼 A지역은 경쟁점에 너무 가깝고 자동차 접근성이 떨어지기에 일단 제외했다. B지역은 OO백화점에서 2∼4㎞ 떨어진 곳이지만 다리를 한 번만 건너면 OO백화점에 바로 닿을 수 있기에 DM 발송 대상지역에 포함시켰다. <지도 7> DM에 대한 고객의 반응결과다. 450명의 신규고객이 매장에 찾아왔다. 2 DM 발송에서 반응률 17%를 기록했다. 반응률은 DM에 동봉한 쿠폰을 고객이 가져와서 신규회원으로 직접 등록을 한 경우를 말한다. 신규로 유치된 고객의 반응률은 <지도 2> <지도 4>에서 명품매출에 이미 반응했고 고가의 빌라가 밀집한 E지역에서 높았다. 지금까지 매출 기여도가 높지만 대단위 아파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마케팅 대상지에서 제외해둔 지역이었다. 이로서 OO백화점은 E지역을 향후 신규고객 유치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정했다. 놓치고 있던 지역이 전략적 중요지로 떠오른 것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골프용품과 여성의류 제품도 신규고객을 위한 DM 마케팅을 수행했다. OO백화점이 기존에 수행했던 방식대로 대규모 APT 단지를 중심으로 진행한 1차 마케팅에서 반응률은 7%를 넘지 못했다. 2차에서 17%였던 반응률은 5∼6차 시기에는 41∼43%의 높은 반응률로 발전했다.

 

이런 반응률 상승은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치며 상품별 고객특징을 더 잘 이해하고 GIS를 통해 핵심고객층과 유사한 잠재 고객군을 아파트·빌라 단지별로 선별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DM추출 알고리즘을 만들고 테스트마다 반응률이 저조한 지역과 높은 지역의 특성을 꾸준히 반영하여 확률을 높여나간 적중도 고도화 과정이 뒤따랐다. 최종 반응률 43%의 기록은 OO백화점이 통상적으로 DM을 발송했을 때 반응률 10% 내외보다 약 4배 개선된 결과였다.

 

 

쇼핑동선 - 지도에서 통찰로

당신의 쇼핑스타일은 다음 중 몇 번인가? ① 단기형중기형장기형 중에 골라보자. 마트에서 무엇을 살 것인지 메모지에 적어가는 당신은단기형 스타일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쭉 둘러보며 물건을 사는 당신은장기형 스타일이기 쉽다. ①번은 절제형으로 쇼핑시간이 짧다. 쇼핑 리스트와 관계없는 진열대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입장과 퇴장 사이의 동선이 단조롭다. ③번은 탐험형으로 쇼핑시간이 길다. 견물생심과 충동구매에 더 많이 노출된다. 누구의 쇼핑카트가 더 무거울까?

 

와튼경영대학원 마케팅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지도와 데이터가 도착했다. 미국 서부 어느 대형마트의 쇼핑카트에 RFID(무선전자태그)를 붙여 27000건의 쇼핑동선을 추적한 데이터였다.4  쇼핑카트에서 5초마다 신호가 날아오면 카트별로 이동궤적을 컴퓨터에 저장했다. 쇼핑카트의 위치는 모눈종이의 위치처럼 XY 좌표값을 전송했다.

 

 

 

쇼핑동선이 찍힌 <지도 8>를 들여다보면 마치 판화작품처럼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와튼경영대학원의 연구자 세 명은 27000장의 판화를 분석해 마케팅 논문으로 전환했다.5  연구자들은 쇼핑객을 매장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단기체류형(Low Path Group)은 통상 2∼10, 중기체류형(Middle Path Group) 10∼17, 장기체류형(High Path Group) 17∼120분으로 구분했다.

 

경영학은 오랫동안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사는지 질문해왔다. 와튼스쿨의 이번 연구는 대형 유통매장 안에서 고객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출발점을 제시한다. 만약 사람들이 자주 찾는 우유를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깊숙한 곳에 진열해놓으면 그곳까지 이동하는 동안 다른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인가? 연구자들은 매장 안의 구매가 몰리는 핫스폿(Hot Spot)을 분석해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한다.

 

대형마트의 점장이 예측하는 쇼핑동선과 매출추이는 얼마나 적중할까? 대형마트의 평균 영업면적 1만㎡를 3층으로 나눌 때 각층의 상품구성은 어떠해야 할까? 매장의 진열대는 어떤 높이와 어떤 순서로 구성될 때 쇼핑객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 고객들은 쇼핑공간에 들어오면 자신들만의쇼핑지도를 따라 움직이고 구매한다. 고객들의 머릿속에 담겨진 그 심상지도(Mental Map)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예술가처럼 장군처럼 지휘자처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시인 함민복의이라는 작품의 첫 줄에서 튕겨 나온 울림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기능력의 한복판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작업한다.’ 영국의 창조도시 주창자인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가 던진 메시지다. 렘 쿨하스가 프라다 프로젝트에서 자신을 건축과 패션과 미술의 경계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것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경계 밖에서 다시 우리가 서있는 공간을 들여다 볼 때 새로운 시각이 꽃필 것이라는 제안이다.

 

프라다 매장의 공간혁신은 유명 건축가가 영감으로 휘갈긴 스케치 한 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십 명의 건축학과 대학원생들이 한 학기 이상 조사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며 쌓아온 여러 박스분량의 탐색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거르고 걸러 800페이지의 두꺼운 보고서로 압축하고 마지막 단 한 줄의 공간 콘셉트로 농축됐다. 물론 프로젝트를 책임진 지휘자 렘 쿨하스의 리더십 아래에서 말이다.

 

OO백화점에서 신규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약 100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수 고객 데이터를 GIS 지도 위에 올려 지역별 특징을 잡아내는 데만 절반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첫 번째 테스트의 저조한 적중률을 다시 하나하나 뜯어 보며 아파트와 빌라의 동·호수까지 챙긴 후에야 마케팅의 반응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RFID로 그려진 27000장의 지도를 오래도록 시뮬레이션 한 후에야 쇼핑동선의 의미가 계통화된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장군처럼 계획하고, 지휘자처럼 행동해야 한다. 훌륭한 도시를 만들려면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의 수많은 행위가 훌륭한 음악 작품처럼 서로 연계돼야 한다.”6  찰스 랜드리는 그간 100여 개가 넘는 도시 프로젝트 현장에서 건져 올린 통찰력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저는 실험가, 관찰자에 불과합니다.” 프라다 본사에서 렘 쿨하스가 한국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밝힌 자화상이다.7  시인은 아니지만 시인처럼 경계가 어디인지 들여다 볼 일이다. 건축가는 아니지만 건축가처럼 백지 위에 이리저리 공간을 스케치해볼 일이다. 경영학자도 아니고 RFID GIS 데이터가 없어도 볼펜을 들고 점··면을 그리고 지우며 깊이 들여다볼 일이다. ··면이 우리 내면으로 들어와 스스로 농익을 때까지, 농익은 관찰이 새로운 메시지를 송출할 때까지.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김한국 GIS United 분석팀장

송규봉 대표는 GIS 분석 전문가 그룹인 ㈜GIS United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김한국 팀장은GIS United의 분석팀장을 맡고 있으며 GIS 분석커뮤니티 biz-gis.com의 책임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하대 지리정보공학 대학원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정보통신부 GIS 전문교육과정 초빙강사를 거쳐디지털국토 경진대회에서 금상·은상을 각각 수상했다. GIS 상권분석에 관한 2종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학술지에 11편의 논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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