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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리브랜딩

“외제차 같은 국내차, 유럽차 같은 미국차” 엠블럼 살짝 바꾼 순간, 마법이 시작됐다

송기혁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범수(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돼지코에서 보타이(bowtie)로 바꿨을 뿐인데 내 차가 순식간에 외제차가 됐어요.”
 
“저는 OO사이트에서 공동구매로 16만원짜리 키트(kit)를 구입해서 아는 정비소 사장님께 담배 2보루 드리면서 부탁했더니 그냥 달아 주셨어요.”
 
유명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의 한국GM(혹은 쉐보레) 게시판에는 ‘쉐보레’ 엠블럼 키트 구입 및 교체 설치와 관련된 질문과 답글이 즐비하다. 30년 이상 ‘회사명=브랜드’ 공식이 당연하게 통용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간 보기 드물었던 현상이다. 이른바 ‘쉐보레(Chevrolet) 효과’다. 디시인사이드 등 사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심지어 GM이 아닌 다른 제조사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쉐보레 엠블럼을 단 차량의 사진들이 올라와 자동차 마니아 및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머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11년 3월 한국GM(영문명: GM Korea Company)은 GM대우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에도 쉐보레 브랜드를 전격 도입했다. 브랜드명을 변경하면서 기존 인기 차량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어의 제품명도 각각 스파크와 크루즈로 변경했다. 다마스, 라보 등 창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부 경상용차와 고급 브랜드 육성을 지향하는 알페온만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10월 말까지 8개월간 내수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이 2%가량 성장한 것과 비교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또 한국GM이 최근 실시한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98%가 ‘쉐보레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답해 높은 수준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인했으며 55%가 ‘향후 차량 구매 시 쉐보레 브랜드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2011 DBR Best Marketing 후보 선정에 참여한 한 마케팅 전문가는 “‘왜 진작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적인 리브랜딩(re-branding) 성공 사례”로 꼽으면서 “젊은 남성층들에게 ‘외제차 같은 국내차, 유럽차 같은 미국차’로서 성공적으로 포지셔닝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은 한국GM의 쉐보레 브랜드 도입에 따른 리브랜딩 전략의 주요 내용을 분석했다.
 
 
 
 
 
‘쉐보레’ 도입 최종의사결정자는 고객
 
한국 시장에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기까지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쉐보레는 올해로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 전 세계적으로 425만 대가 팔려 글로벌 GM 전체 매출의 50%가량을 차지했다. 글로벌 TOP 51  브랜드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한 GM의 대표 브랜드2 다. 게다가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되는 자동차 중 25%가량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쉐보레 브랜드 도입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대우자동차의 옛 명성을 포기하고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가 제기됐고 브랜드 로열티 사용료 유출 같은 사실과 다른 의혹까지 유포됐다.
 
하지만 회사 내 치열한 갑론을박에 대한 답은 결국 고객들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때 이미 고객들은 영업사원, 콜센터, 홈페이지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도입 계획에 대한 질문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전달했으며 자동차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GM대우 엠블럼을 떼고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다니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한국GM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쉐보레 도입을 최종 확정했던 올해 1월 당시 인기차종인 라세티 프리미어와 신형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기존 구매 고객의 각각 50%와 38%가 이미 20만∼3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체적으로 ‘쉐보레’로 엠블럼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애 한국GM 마케팅본부 전무는 “당시 영업장에 엠블럼 교체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아 영업사원들이 엠블럼 교체 작업이 가능한 업체를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3월에 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GM대우 차량 소유주들에게 40% 할인한 가격으로 엠블럼 키트를 제공하는 행사를 시행했는데 한시적인 이벤트였음에도 5만여 개가 팔렸다”고 설명했다. 잠재 고객들의 쉐보레 브랜드 인지도가 공식 브랜드 도입 이전에도 8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 역시 최종 의사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한 요인이 됐다.
 
 
 
 
 
리브랜딩(re-branding)의 기본은 제품 자체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결정한 한국GM은 기존 GM대우 브랜드로 판매하던 레조, 윈스톰, 매그너스, 토스카, 젠트라 등을 단종시키고 인기 차량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라세티 프리미엄은 각각 스파크와 크루즈로 이름을 변경해 글로벌 쉐보레의 명칭과 통일시켰다. 이후에도 올란도, 카마로, 아베오 해치백(3월), 캡티바(4월), 아베오 세단(5월), 크루즈5(6월), 말리부(11월) 등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강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광고 및 프로모션 등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도 제품을 그 중심에 두는 것에 가장 큰 초점을 뒀다. ‘쉐보레(Chevrolet) is the car’ ‘올란도(Orlando)의 본질은 무엇인가’ ‘말리부(Malibu)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의 카피로 대표되는 쉐보레의 광고는 디자인이나 품격 등 차가 지니는 부수적 가치를 강조해 차별화를 시도했던 기존 자동차 업계의 관행에 정면 도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무는 “쉐보레는 ‘이번에 우리 차에는 이런 장치를 장착했다’는 식의 하드웨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벗어나 차가 진정으로 갖춰야 할 기능, 예를 들면 안정성, 연비, 퍼포먼스 등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 근거한 파격적 AS 프로그램
 ‘쉐비 케어(Chevy Care) 3·5·7’로 불리는 쉐보레 AS 프로그램은 한국GM의 쉐보레 리브랜딩 전략에서 엠블럼, 제품, 고객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3·5·7’은 각각 3년 소모품(엔진오일) 무상교환, 5년 10만㎞ 보증수리, 7년 24시간 무상 긴급출동 서비스를 의미한다. 쉐보레 구입 고객들은 3년간 주행거리와 무관하게 무상 점검 서비스와 함께 엔진오일,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엘리먼트를 교환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체 및 일반 부품, 엔진 및 동력 전달계통 주요 부품 모두를 5년 또는 10만㎞ 한도 시까지 보증 수리받을 수 있다. 또 차량 구입 후 7년간은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 등이 발생한 경우 무상으로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전무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물론 GM의 해외 AS 프로그램과 견주어도 가장 파워풀(powerful)하다”며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면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해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S 프로그램만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GM은 5월부터 전국 10여 개 직영 서비스센터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전면 개조 중이다. 쉐보레의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외관은 보다 새롭고 세련된 모습으로, 내부는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편의공간으로 꾸며 소파 좌석, 대형 TV, 북카페, PC존은 물론 와이파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아이패드(iPad)존과 음료 코너까지도 뒀다.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고객들은 서비스센터에 오면 은행에서와 같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 LCD 모니터 및 안내방송으로 호명되면 고객상담 창구에서 내 차의 이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고 어떤 수리를 해야 하며 처리 비용은 얼마가 소요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차종별, 부위별 정가를 명시해 놓아 자동차 수리 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로 제기되는 수리 비용 불투명성을 개선했다. 수리를 맡긴 후에는 고객들은 대기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시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린다. 이때 한쪽 벽면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는 내 차의 수리 상태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그리고 향후 예상 소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GM은 이와 같은 사후 관리 및 정비센터 인프라를 내년 중에 전국 500여 개의 협력 대리점 네트워크로도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영업망 개선을 통한 고객 가치 증대
 
한국GM은 자동차 전시장의 모습과 운영 체계도 크게 바꿨다. 전시장 리모델링은 자동차 산업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백화점 명품관, 패션 매장 등 선도적 소매 채널과 영화관, 갤러리 등 문화 공간 등에서의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대신 전시 공간을 넓게 확보해 전보다 더 많은 차량이 더 여유 있는 간격을 두고 배치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상담과 계약을 위한 공간은 별도의 공간으로 꾸며 놓았고 디지털 키오스크(Digital Kiosk) 시스템을 통해 전시장에서 직접 보지 못하는 차종과 색상에 대해 가장 실사에 가깝게 생생한 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차량과 관련된 각종 기사와 사용 후기 등에 대한 검색이 바로 가능하도록 해 고객들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편의를 제공했다. 이런 변화들에 대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업계 내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한 수입차 브랜드 마케팅 조직이 이처럼 변화된 쉐보레 전시장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직접 매장을 다녀가기도 했을 정도다.
 
 
 
브랜드 가치 고도화와 유지를 위한 지속적 노력
 
지난 9월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는 전국 각지에서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등 총 1143대의 쉐보레 차량들이 모였다. 이들은 가로 209.7m×세로 67.6m의 쉐보레 보타이 모자이크를 완성해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 최대 규모 카 로고(Largest Car Logo) 부문에 새롭게 등재됐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100주년을 맞아 고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쉐보레의 브랜드 가치를 고도화하고 이를 고객과 공유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기획됐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계기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가 고객들에게 소구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존 GM대우는 최근 10여 년간 이른바 ‘망한’ 회사 이미지, 외제차도 국산차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셔닝 등으로 인해 경쟁사의 동종 제품 대비 낮은 가격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 대내외 이슈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들었다.
 
한국GM은 새로운 브랜드의 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철저한 가격 정가제를 전면 도입했다. 대리점이나 담당 영업사원마다 판매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는 할인 경쟁이 발생해 ‘제값’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특정 시기 본사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일부 할인 프로모션 등을 제외한 일선 영업 현장에서의 에누리 권한을 사실상 폐지했다. 이 전무는 “중장기적으로 할인 가격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GM은 또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현장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PVQM(President Voice of customer Quality Management·사장 직속 고객의 소리 전담팀)이라는 영업과 생산 간의 협업 조직팀이 대표적이다.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시점부터 영업사원, 콜센터, 인터넷 등의 여러 채널을 통해 접수된 고객들의 목소리를 일 단위로 모아 관련 부서로 바로 연결해 답변과 처리 결과가 고객에게 즉각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었는데 마이크 아카몬(Mike Arcamone) 사장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도 직접 보고를 받을 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GM은 고객들이 디지털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브랜드를 경험하고 브랜드 가치 제고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으며 쉐보레만의 가치를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형태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리브랜딩 전략의 핵심은 확실한 변화의 모습과 새로운 가치의 전달
 
리브랜딩은 말 그대로 기존 브랜드의 성과가 하락하고 브랜드 가치가 더 이상 회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쇠퇴했을 때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 변화된 모습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자산을 버리고 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 원천을 개발해 이를 새로운 가치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2006년 하이트프라임맥주가 맥스로 리브랜딩했을 당시에도 제품의 특성만을 남긴 채 제품의 콘셉트, 패키지 등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때 100% 보리로 만들었다는 제품의 특성을 자산 원천으로 해석해 ‘맛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리브랜딩의 핵심 성공 요인은 ‘새로운 가치’를 담은 ‘실체가 있는 변화’를 보여주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단기간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로 인식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쉐보레의 경우 제품, 직원 의식, 전시장 등 판매 영업망, AS 프로그램, 서비스센터 등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이뤄냈다. 제품을 중심으로 모든 고객 접점에서 새롭고 향상된 가치를 담은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모습의 8개의 차종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 했다.
 
그러한 변화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집중화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요구된다. 단기간에 새로운 차별적 특성을 전달해 소비자 인식 속에서 새로운 브랜드로 안착하기 위해 고객과의 각 접점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쉐보레 역시 대대적인 광고뿐 아니라 고객 체험 프로그램, SNS를 통한 참여 프로그램 등 고객 접촉과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 변화의 모습과 새로운 가치를 단기간 내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기존 브랜드가 가진 자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다. 한국GM은 과거 ‘대우’라는 브랜드 자산과 함께 강력한 유통판매망을 갖추고 있었으나 쉐보레 브랜드 도입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했다. 도요타도 고급 승용차 시장에 진입할 때 도요타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뒤로 하고 고급 차에 대한 개념을 소비자 시각에서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에 렉서스의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닛산자동차 역시 1993년 당시 회사의 대표 브랜드였던 스탄자의 자산을 버리고 알티마로 리브랜딩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리브랜딩은 기존의 자산을 재활성화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내려지는 전략적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과거의 자산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존의 자산에 집착하면 변화한 시장을 정확히 바라보기 어렵다.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훨씬 중요한 것을 도외시할 수도 있다. 결국 기존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투여하게 돼 새로운 시장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새로 시작할 때는 과거를 완전히 떨쳐버리고 순수하고 겸손하게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GM ‘PLAN 2015’
 
한국GM은 지난 6월 쉐보레 브랜드의 국내 도입 100일을 맞아 중장기 발전 계획인 ‘PLAN 2015’를 발표했다. 엠블럼 교체에 따른 단기적 반짝효과가 아닌 리브랜딩을 통한 고객 및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한 비전이다.
 
Profitability(수익증대): 원가경쟁력과 쉐보레 브랜드 입지 강화를 통한 국내외 수익 증대
 
Local Talent(인재개발): 인적자원 양성과 투자를 통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변화
 
A+ 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 걸쳐 A+ 고객만족 제공
 
Number 1 in Quality(최고수준의 품질): 모든 제품 세그먼트에서 최고수준의 품질 달성
 
 
향후 추진 방향 및 과제
 
쉐보레 브랜드가 국내에 공식적으로 도입된 지 10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한국GM의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은 분명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적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 성과로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 이 전무는 “브랜드 도입 원년인 현 시점에서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고 조심스럽다.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누리게 된 고객들이 스스로 다른 고객들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한국GM이 리브랜딩 초기 쉐보레의 주 타깃 세그먼트였던 20대 후반∼30대 중반 남성 위주의 제품 라인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중장년층과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맞추면서 타깃 세그먼트를 확대시켜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현재까지 중·소형 승용차 중심으로 소개된 제품 라인업을 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보강해 쉐보레 브랜드를 전 차종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승용차 모델 중에는 미래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미국 시장에 판매 중인 쉐보레 볼트(Volt)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 온 크로스오버 혹은 SUV 모델들의 국내 도입도 기대해볼 만하다. 해외에서는 실버라도(Silverado), 익스프레스(express), 콜로라도(Colorado) 등 중형 트럭 및 밴에도 쉐보레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 don@consulting-bit.com
 
 김동균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코리아리서치, 리서치인터내셔널코리아의 연구본부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LG생활건강, CJ제일제당, 현대기아자동차, 비씨카드 등의 브랜드·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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