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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Creating Shared Value) Report-2

코즈 마케팅: 착하고 싶은 심리를 톡 건드려라

이선화,도현명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기업과 영리 기관의 전략적 파트너십

코즈 마케팅은 기업과 비영리 조직이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경제적 이윤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선(Social Good)을 위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 촉구가 목적인 사회 마케팅(Social Marketing)과 구분되며선한 목적만 강조하는 자선 활동(Corporate Philanthropy)과도 차이가 있다.

 

코즈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코즈(Cause)’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보자. 코즈는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리나 본분 또는 어떤 일을 꾀하는 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1  를 뜻하는대의명분이라는 말로 종종 번역되는데 영어에서 사용하는 코즈는 우리말의 대의명분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 둘은 같은 단어라고 할 수 없다. 코즈는 개인 혹은 집단이 가치 있다고 믿는 신조, 이상, 목표, 이슈 또는 조직적 운동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 사회적 니즈와 기업의 성장이 더 이상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늘날 코즈는 기업들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코즈 마케팅의 시초: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

코즈 마케팅의 선구자를 찾아보기 위해 1983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기획한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에서코즈 연계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자사 카드가 신규로 발급될 때 1달러, 기존 고객이 자사 카드로 거래할 때 1센트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 공사를 추진하던 비영리 파트너 ‘The Statue of Liberty Project’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신규 카드 발급 규모는 45%, 카드 거래 빈도는 28% 증가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170만 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 사업에 기부할 수 있었다.

 

 

기업의 자선 활동과 코즈 마케팅의 차별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단순히 전년도 매출에서 170만 달러를 떼어내 기부하는 식의 자선활동을 한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기업의 이윤이라는 경제적 가치와 자유의 여신상 복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면서 기업 자선 활동과 차이를 보여줬다. 자선활동도 기업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간접적으로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 행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또는 코즈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비영리 기관의 코즈와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연결하는 고리가 약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즈 마케팅에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 이벤트 참여, 메시지에 대한 반응 등 기업의 이윤 및 비영리 기관의 코즈와 연계돼서 소비자, 기업, 비영리 기관 3자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를 다시 살펴보면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 복원이라는 코즈에 공감한 소비자들 덕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매출이 증가했고 기업이 얻은 매출이 소비자들이 지지하는 코즈를 후원하는 데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기관 역시 후원금 조성에 혜택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한 소비자들은 기부가 아닌 소비를 통해 경제적 효용과 코즈에 대한 기여라는 사회적 효용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기업과 비영리 기관이 코즈 마케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2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위한 구체적 전략, 코즈 마케팅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와 마크 크레이머(Mark R. Kramer)는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논문 ‘Creating Shared Value’에서 공유가치(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저자들은 기업이 사회 발전과 경제적 이익 창출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3 CSV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수적 임무일 뿐이라고 간주하는 사회적 책임(CSR)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즈 마케팅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증진을 꾀하는 CSV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경계를 허물고 이 둘의 상관 관계를 기업 전략 수립에 반영하는 CSV 실행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가 경제적 이윤 극대화에 있다는 오래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시민 의식, CSV 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가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본연적 역할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분리해서 하나만 추구하기에는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시티즌 컨슈머(Citizen Consumer)의 등장

물건을 살 때 해당 기업이 코즈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자신의 소비 행위가 사회적 또는 환경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기업이 비영리 기관의 코즈를 후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코즈 마케팅 분야의 선구적인 컨설팅 회사인 Cone의 보고서 ‘2010 Cone Cause Evolution Study’를 보면 미국의 소비자 집단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추세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88%가 기업이 코즈나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찬성한다.

83%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 서비스, 소매상이 코즈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80%가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동일할 경우 코즈와 연계된 브랜드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

61%가 코즈와 연계된 새로운 혹은 들어본 적이 없는 브랜드를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

19%가 코즈와 연계된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또한 Edelman에서 발행한 ‘Edelman good purpose® Study 2010’ 보고서는 13개 국에서 7000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의 편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익까지 고려하는시민의식을 가진 소비자(Citizen Consumer)’가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보고서에서 발표한 결과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글로벌 소비자의 86%는 기업이 스스로의 이익을 고려하는 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64%는 기업이 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좋은 코즈를 기업의 일상적 비즈니스와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동일한 가격과 품질의 브랜드를 놓고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42%가 사회적인 목적, 31%가 디자인과 혁신, 27%가 브랜드 로열티를 꼽았다.

● 특히 인도,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에서 코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좋은 코즈를 위해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정부라고 답한 이들은 전년도의 53%에서 10%포인트 감소한 43%로 나타난 반면나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년도 8%에서 5%포인트 증가한 13%로 나타났다.

 

마케팅 믹스 4P의 다섯번째 P: Purpose

코즈에 대한 관심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양 국가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 소비자들이 코즈를 더 이상 정부의 책임으로만 인식하지 않으며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이 적극 행동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사실은 오늘날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나 아닌 타인과 내가 사는 지역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소비 활동을 하고 있다. 코즈를 후원하는 기업의 제품은 적극 구매하고 반대로 코즈를 후원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에는 구매 거부 의사를 밝히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delman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마케팅 믹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에 다섯 번째 P Purpose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선함을 위한 프리미엄 측정 실험

많은 소비자가 코즈 마케팅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기업의 공헌적 이미지나 그 효과를 기업 브랜드에 덧입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즈 마케팅도 그 전략이 올바르지 않으면 오히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코즈 마케팅에 대한 희망적인 담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그리 명확하지 않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단기 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성과 증대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논의는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관계가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엇갈려 나오면서 여전히 명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4 5 6  이 때문에 효과를 밝혀내려면 좀 더 구체적인 범위에서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팩트스퀘어(IMPACT SQUARE)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및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학생들이 소비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실험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같은 선한 가치가 소비자의 지불의사가격 상승을 가져온다는 긍정적 함의를 밝혀낸 바 있다.7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부라는 가치가 포함됐을 때 소비자는 더 큰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경향을 보인다.8  특히 CSV와 관련해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과 유사하거나 기업을 떠올렸을 때 연상이 가능한 사업으로 사회공헌을 하는가(적합성, Fitness), 그 사업의 대상이 되는 지역이 소비자가 거주하는 지역과 얼마나 밀접한가(지역성, Region)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관련된 기존 연구는 기업 공헌활동의 적합성이 높을수록, 대상 지역이 해외일 때보다는 국내 혹은 거주지 근처일수록 소비자가 더 높은 만족감을 보인다는 점을 나타낸다.9 10 11 말하자면 기업과 공헌대상, 그리고 소비자와 공헌대상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소비자 평가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임팩트스퀘어의 연구는 국내 소비자들도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의 상품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적합성과 지역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그 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300여 명의 무작위 표본을 통해 실험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결과는 언급된 조건 외의 요인을 통제한 상황에서 도출됐다. *로 표시한 항목은 90% 신뢰수준에서, **로 표시된 항목은 95% 신뢰수준에서 검토됐다.

 

● 소비자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우보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을 때 더 높은 지불의사가격을 제시한다.**

● 소비자는 해외 사회공헌 활동보다 국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다소 더 높은 지불의사가격을 보인다.*

● 소비자는 기업의 본업과 적합성이 높은 사회공헌 활동에 매우 높은 지불의사가격을 보인다.**

● 여성은 남성보다 대체로 더 높은 지불의사가격을 표현하되, 특히 기업 본업과의 적합성에 크게 반응한다.**

● 남성은 대체로 여성에 비해 낮은 지불의사가격을 보이지만 국내 사회공헌 활동을 인식할 경우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한다.*

25∼34세의 구간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불의사가격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

 

 

 

 

사회공헌 활동 기업의 제품에 20% 프리미엄 지불의사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지불의사가격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명확하게 나타난다. 특정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지됐을 때 국내 소비자는 약 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용의를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LOHAS 인증을 받은 제품에 소비자들이 높은 지불의사가격을 보였다거나 Product Red와 같이 구매가 기부를 동반하는 경우 구매율이 상승하는 등 해외 유사한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적합성과 강한 지역성이 중요

국내 소비자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 대상 지역이 국내인지 혹은 해외인지 여부에 따라 지불의사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성별과 나이를 충분히 통제한 경우에는 남성이 차이를 크게 보였다. 다시 말해 남성은 해외보다 국내에서 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좀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해외보다 국내에서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해서 접근할 때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본 사업과 사회공헌 활동 간 적합성이 높을 경우 지불의사가격이 매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적합성이 높을 때 여성은 남성에 비해 40%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여성을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과 본 사업 간 상호 적합성이 높은지, 그 사실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기업이 이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를 많이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정리해보면 기업의 본 사업과 사회공헌 활동 간의 적합성 및 지역 관련성은 사회공헌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사슬에 연결되지 않는 동떨어진 성격의 사회공헌 활동은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했는지와 관계없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투입된 자원보다도 낮은 수준의 효과를 내는 사회공헌 사업은 그 자체가 낭비다. 따라서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의 적합성과 지역성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 소비자가 남성 소비자보다 선한 가치에 더 민감하다

연구 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여성은 사회공헌 활동에 훨씬 민감도가 높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가장 큰 함의 중 하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은 고객이 사회공헌 활동을 인지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 활동이 본 사업과의 적합성을 가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본 실험은 사회공헌 활동 외에 고객의 지불의사가격에 미치는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사회공헌 활동, 나아가 CSV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함의들을 분명히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그와 관련된 상품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사를 가진 소비자들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코즈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 코즈 착취 마케팅?

한국의 소비자들이선함을 위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앞의 연구 결과는 사회공헌 활동 여부의 문제를 넘어 효과적인 사회공헌 활동 설계와 홍보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회적 가치, 즉 코즈에 대한 적절한 활동을 선정하고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에 따라 코즈 마케팅의 성공이 결정된다.

 

하지만 코즈 마케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코즈 착취 마케팅(Cause Exploitative Marketing)’이라고 비난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돈보다 코즈 마케팅을 광고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거나 코즈 마케팅에 사용한 자금이 세금 공제 처리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이유로 코즈 마케팅을 비난한다. 코즈 마케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주장들에 대해 다음 사례를 통해 반박의 답을 찾아보자.

 

패스트푸드 업체 A 2010년 유방암에 걸린 여성들을 위해치료를 위한 치킨 버킷(Buckets for the Cure)’ 캠페인을 미국 전역 5000여 개 매장에서 실시했다. 유방암 퇴치라는 코즈를 상징하는 분홍색 버킷에 든 치킨이 판매될 때마다 A는 유방암 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그룹 Susan G. Komen 50센트씩 내서 800만 달러까지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캠페인이 종료될 때까지 40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방암 퇴치를 위한다는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기름에 튀긴 치킨을 사면 유방암 퇴치를 위해 기부가 된다고? 내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음식이 다른 사람의 치료를 돕는다니뭔가 이상한데?”

 

소비자들은 A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은 비영리 단체 Komen에 대해서도 트위터, 페이스북, e메일을 통해 항의했다. 폐경기 이후의 체중 증가는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Komen이 기름진 음식을 판매하는 곳과 손 잡고 기부금 모으기 마케팅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유방암은 과체중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기름기 많고 칼로리 높은 치킨은 과체중의 원인이 된다. 소비자들은 코즈 마케팅이 진정으로 코즈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A는 야채 메뉴를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들의 코즈 마케팅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테크닉에 지나지 않는다고 등을 돌렸다. 결국치료를 위한 치킨 버킷캠페인은 코즈 마케팅이 아닌 범죄 마케팅(Criminal Marketing)이라는 오명을 A Komen에 씌우며 막을 내렸다.

 

진정성은 CSR 에서 CSV로 진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

위 사례는 기업이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선한 의도만을 제품에 입히는 방식으로 코즈 마케팅을 시도할 경우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기업이 코즈 마케팅을 통해 사회에 어떤 가치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코즈 마케팅의 진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기업이 외부 홍보 효과만을 위해 적합성이나 지역성과 같은 중요한 요소를 무시한 채 사회공헌 활동을 할 경우 필연적으로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기업은 본연의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모두 창출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혁신적인 CSV모델을 만들어내는 CSR에서 CSV로의 진화 과정과 비슷하다.

 

단순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공유가치를 창출하도록 기업의 비즈니스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이클 포터 교수 주장의 핵심 메시지는더 많이 하는 것보다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서 더 효과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더 큰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timothydho@impactsquare.com

이선화 임팩트스퀘어 수석연구원 fika0405@impactsquare.com

도현명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 사회적기업, 비영리재단 전략, 임팩트투자, 코즈마케팅 등을 주제로 비즈니스 모델 및 프로그램 개발, 전략 수립, 임팩트 측정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팩트스퀘어(www.impactsquare.com)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선화 수석연구원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임팩트스퀘어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국내외 CSV CSR 조사 연구 사업 및 전문 보고서 발간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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