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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재즈로 살린 자라섬, 4계절 휴양지되다

신수정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수정(23·한국외대 법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3
, 외국의 유명 재즈페스티벌을 소개한 인재진 공연기획자(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의 강의가 끝나자 한 남성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인 감독의 강의에 깊은 감명과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인 감독에게 가평군 방문을 요청했다. 인 감독을 찾아온 사람은 지역발전방안의 하나로 축제를 고민하고 있던 이문교 가평군 문화관광과 직원이었다. 이 씨는 인 감독에게 가평의 지리적 장점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가평을 한국의 새로운 재즈페스티벌 명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내세울 만한 재즈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었던 인 감독은 그와 뜻을 같이하고 가평을 찾았다. 가평군 관계자들과 군 내 여러 군데를 다니며 재즈페스티벌을 열 수 있을 만한 장소들을 물색했지만 무릎을 칠 만큼 딱히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서로가 지쳐갈 무렵 가평군 관계자들은여기는 그냥 한번 보세요라며 마지막으로 한 곳을 소개했다. 그곳이 바로 자라섬이었다. 후보지로 생각했던 곳들이 다 퇴짜를 맞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여준 곳이었다. 자라섬은 비만 오면 물에 잠겨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겨지던 장소였다. 지역 주민조차 척박한 섬으로 생각해서 잘 가지 않았다. 인 감독 역시 허허벌판인 자라섬이 첫눈에는 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라섬을 찬찬히 둘러보던 그에게 갑자기 오래 전에 가봤던 영국의 음악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규모는 작았지만 운치가 남달라 감동을 받았던 축제였다. 이때의 추억과 느낌이 문득 자라섬과 오버랩되면서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자라섬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게 된 스토리다.

2004 9, 처음으로 시작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대해 초창기 외부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지역 주민들조차 가평과 재즈가 어울리냐?’ ‘비만 오면 잠기는 자라섬에서 어떻게 축제를 하냐?’는 식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올해 8회를 맞이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한 해 관객이 18만 명을 훌쩍 넘는 아시아 최대 음악축제로 성장했다. 자라섬은 물론 가평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약 255억 원의 경제적 효과(2010년 기준, 직접유입액 102억 원, 생산·소득·고용유발효과 153억 원)를 거뒀다. 또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8년에는 국제캠핑대회를 개최하는 등 캠핑지로의 변신에도 성공해 사계절 휴양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올해10월 1~3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제8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공연모습. 3일간 18만8000명이 자라섬을 찾았다.
황무지에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재즈의 섬으로 변신한 자라섬의 성공 요인을 노용호 가평군 에코피아추진단 관광전문위원(관광학 박사), 김이겸 가평군청 생태레저사업소 축제업무 총괄, 안동석 생태레저사업소 관리담당, 김진희 가평군 기획감사실 주사, 김사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기획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집중 분석했다.


불모지에 재즈의 선율이 흐르다

경기도 가평은 서울과 춘천을 연결하는 경기도 동북부의 관문이다. 북한강을 안고 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경관을 뽐낸다. 가평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자라섬은 면적 657900(199014)로 자라처럼 생긴 자라목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지금과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자라섬이라는 이름이 있기 전에 가평 사람들은 이 섬을 중국섬이라고 불렀다. 중국인들이 이 섬에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비만 오면 잠기는 자라섬에는 낚시꾼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가평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내세울 만한 규모 있고 특색 있는 축제가 없어서 고민을 해왔다. 2003년 인재진 감독과의 만남을 계기로 2004년부터 국제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황무지나 다름 없던 자라섬에서 재즈라는 생소한 장르로 축제를 여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가평군은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첫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1회 때는 잔디를 심는 것이 시간적으로 촉박해서 급한 대로 호밀을 심어 싹이 파랗게 올라온 상태에서 첫 축제를 치렀다. 축제 콘텐츠는 인 감독이 이끄는 재즈페스티벌 사무국이 열심히 뛰어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재즈뮤지션 12팀을 포함해 170여 명의 아티스트들을 초청했다. 홍보 예산도 부족해 KTF 통신사와 손잡고 문자메시지와 e메일 등으로 축제를 알렸다



2004 910, 1회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런데 그토록 걱정하던 폭우가 내려 물이 발목까지 차고 아티스트를 태운 차가 빠져 견인차를 부르고 음향 콘솔이 물에 잠기는 등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결국 이튿날 공연은 전부 취소됐고 불모지에서의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모험을 했던 가평군과 재즈페스티벌 사무국은 초조한 마음으로 마지막 날 공연을 지켜봤다. 폭우 속에서도 진행된 일요일 공연에서 그들은 자라섬의 미래를 봤다. 무려 30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했던 것이다. 관객들은 빗속에 몸을 맡기고 재즈 선율에 빠져들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비와 관객들은 하나가 돼 군무를 했다. 해외 각지에서 온 유명 아티스트들은 한국의 열정적인 관객들에게 매료돼 악천후 속에서도 끝까지 공연했다.

이후 제2회 페스티벌에는 약 7만여 명, 3회와 제4회 페스티벌에는 각각 약 10만여 명 등 관객들은 해마다 늘어 올해는 188000여 명이 자라섬을 찾았다. 특히 이번 8회 축제 때는 1일권 35000, 2일권 55000, 3일권 7만원짜리 입장료가 5억 원어치나 팔렸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우수한 축제 내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아 2008년도 경기도 지정도내 최우수 축제에 선정됐고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대한민국 유망축제로 뽑혔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

가평군청과 약 100m 떨어진 곳에 자라섬재즈센터가 위치해 있다. 센터 근처에 가면 스피커를 통해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흘러나온다. 이곳은 원래 가평 읍사무소가 있던 자리였다. 읍사무소가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재즈센터가 들어선 것이다. 1층에는 자라섬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는 가평군청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2층에는 인재진 감독이 이끄는 재즈센터 사무국이 있다. 이 공간은 가평군이 원활한 축제 준비를 위해 사무국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무국 사람들과 군청 공무원들은 같은 건물 1, 2층을 쓰면서 수시로 만나 축제를 협의한다.

가평군은 인재진 감독과 손을 잡고 재즈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했다. 공연이나 매표, 홍보나 행사 진행 등 페스티벌 자체에 관련된 업무는 사무국이 담당하고 교통이나 주차, 셔틀버스나 지역안내, 시설 등 지원업무는 군청이 담당하는 정확한 역할 분담하에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김사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기획팀장은재즈페스티벌 콘텐츠의 경우는 가평군에서 사무국을 전적으로 신뢰해 누구를 초청할 것인지 등에 대해 간섭이 전혀 없다재즈센터 소속 직원 10여 명이 가평에 상주하면서 축제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1년 내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지자체 행사의 경우 입찰을 통해 행사대행, 홍보대행 등을 주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책임 있는 행사진행이 안될 수도 있는 데 반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사무국에서 기획, 예산, 홍보, 진행, 결산을 모두 총괄하고 오랫동안 맡아서 해오면서 축제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무국은 수준 높은 양질의 페스티벌을 위해 수시로 다양한 해외 재즈 페스티벌을 직접 참관한 뒤 자라섬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은 벤치마킹을 했다. 특히 가평의 자연환경과 지역여건이 비슷한 핀란드의 ‘Pori Jazz Festival’을 비롯해 유명 재즈페스티벌과 MOU를 맺어 아티스트를 교류했다.



가평군은 사무국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보다 나은 축제를 위해 매년 심층적인 방문객 의견조사를 실시해 개선할 사항들은 다음해 페스티벌에 반영하고 있다.


재즈막걸리, 와인의 탄생

지역 주민들의 참여는 지역 축제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가평군과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은 축제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평군민들의 참여와 동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초기부터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사무국은 재즈라는 장르를 서먹해 하는 지역주민을 끌어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사무국 전원이 가평군민이 되는 것부터 시작했다. 1, 2회 때는 서울에 살면서 축제 기간에만 가평에 와서 진행했는데 진정한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돼야 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자라섬 재즈센터사무국은 평상시에는 지역문화예술의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페스티벌 사무국 기능 외에 지역문화센터 운영, 청소년문화교육, 소외지역문화활동 수행 등 지역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 강당이었던 자리를 공연장으로 리모델링해서 가평 5일장에 맞춰 한 달에 한 번 재즈 공연을 열고 있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 때마다 20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는다. 이외에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즈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드럼, 기타 등 지역 주민들이 강사와 수강생으로 참여하면서 가평 지역에 재즈라는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주민들과 교류하려는 사무국의 노력과 성공적인 축제로 인해 처음에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 축제 때마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자가 됐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관객들이 야외에서 진행되는 재즈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를 가평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들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자라섬을 찾은 관객들은 자라섬 곳곳에 돗자리를 펴놓고 삼삼오오 모여 재즈를 감상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공연을 감상하면서 와인과 막걸리를 마시는 관객들이 많다. 가평군과 사무국은 축제 전에 관내 농업인들과 만나 축제 때 선보일 상품들을 미리 논의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재즈막걸리와 아가페와인이 큰 인기를 끌면서 농가의 소득이 증가했다. 재즈막걸리는 전국구 막걸리 품평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우리술이라는 업체가 축제를 위해 개발한 막걸리로 올해만 5300여 병을 판매했다. 가평의 300m 이상의 준고냉지에서 생산되는 포도, 가시오가피를 원료로 6개월 이상 숙성한 아카페와인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이겸 가평군청 생태레저사업소 축제업무 총괄은소비자의 기호와 축제 콘셉트에 부응하는 디자인과 상품개발을 위해 축제 전에 생산자들과 자주 만나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평군은 축제가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페스티벌 티켓을 판매하면서 가평군에서만 쓸 수 있는 가평사랑상품권 5000원짜리를 주고 있다. 2010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에 참가한 방문객들이 가평에서 지출한 금액은 모두 102억 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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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휴양지로 변신

자라섬의 인지도를 높인 건 국제재즈페스티벌이었지만 이제 자라섬은 친환경 캠핑지로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재즈페스티벌 관객을 제외하고 매년 10만 명가량이 자라섬을 찾고 있다. 가평군은 재즈페스티벌로 유명해진 자라섬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2008년 세계캠핑 대회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총력전을 벌였다. 자라섬에서 캠핑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난관이 많았다. 자라섬은 전체가 하천구역으로 지정돼 건축행위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개발을 위해서는 가설건축물이라도 지어야 했다. 가평군은 자라섬 개발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설득해 하천점용허가권을 따냈다. 캠핑대회를 유치한 후에는 행정안전부와 문화관광부에서 국비 100억 원, 도비와 군비 100억 원 등 2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자라섬의 기반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자라섬에는 모빌홈 26, 캐라반 40, 캐라반 사이트 125, 오토캠핑장 191개 등이 있다. 이 같은 시설은 한 달 전에 예약 접수를 받는데 주말의 경우에는 예약 접수 시작 10분 안에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라섬이 캠핑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지리적 이점과 함께 뛰어난 자연풍광 때문이다. 자라섬을 즐겨 찾는 캠핑족들은 청정 지역으로 불리는 가평의 공기가 상쾌할뿐더러 새벽에 강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일품이라고 말한다. 초창기 재즈페스티벌을 홍보하면서는 ‘1년에 한 번 떠오르는 섬을 내세웠지만 이제 자라섬은 4계절 내내 떠오르는 섬이 됐다.

가평군은 자라섬을 연중 관광객들이 찾는 진정한 4계절 휴양지로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새로운 축제를 선보이고 있다. 꾸준히 관광객이 유입되는 봄, 여름, 가을과 달리 겨울에는 가평을 찾는 이들이 확연히 줄어들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태백 눈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등을 벤치마킹해서 겨울축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2009, 자라섬 씽씽겨울축제라는 이름으로 첫 축제를 개최했다. 재즈페스티벌로 브랜드와 인지도가 높아진 자라섬을 톡톡히 이용해서 홍보한 결과 2010 2회 축제 때는 23일간 791000여 명이 다녀갔다. 가평군은 2009년에는 자라섬 생태문화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식물원 이화원과 드라마 아이리스 세트장을 설치했다. 노용호 가평군 에코피아추진단 관광전문위원은황무지로 버려져 있던 자라섬을 축제의 섬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자라섬의 성공 요인과 시사점

역발상의 승리 가평군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지만 수정법 및 팔당상수원특별대책지역으로 각종 규제를 받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25.7%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서울시의 1.4배 규모나 되는 면적 가운데 83%가 산림으로 이뤄진 청정지역이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수도권의 산소탱크에서 열리는 자연친화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버려져 있던 황무지를 재즈의 섬으로 다시 살렸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있기 전까지 한국에서 재즈 공연은 주로 카페나 바 등의 실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탁 트인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와인을 마셔가며 즐길 수 있는 재즈 페스티벌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인재진 감독이 가평군 관계자들과 재즈 페스티벌이 열릴 만한 장소를 물색하면서 머리에 스쳤던 자라섬의 매력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녹색만 있고 성장은 없는 지역이라는 지적으로 고민해온 가평군은 황무지인 자라섬을 축제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역발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자라섬에서 재즈 축제를 개최한 것은 역발상이 가져온 탁월한 아이디어였다.


틈새시장 공략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이 크게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재즈라는 콘텐츠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전국 1000여 개가 넘는 지자체 페스티벌 중 콘텐츠로

차별화되는 페스티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즈라는 유니크한 콘텐츠를 선택해 마니아층을 불러모으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초기 큰 홍보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재즈 마니아층의 지지와 입소문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관심을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다. 일반 대중이 아닌 열렬한 마니아 층을 공략해 경쟁이 심한 지자체 축제 레드오션 시장에서 독보적인 축제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다른 축제에 비해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실시한 방문객 조사에 따르면 이전에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방문객은 전체 방문객의 28.3%로 조사됐다. 매년 재방문 비율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축제의 충성도가 높은 관람객층이 형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축제 참여 동기를 분석해본 결과재즈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참여했다는 방문객이 32.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축제가 독특하고 흥미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20.6%로 뒤를 이었다. 축제의 주요 콘텐츠인 재즈가 자라섬 방문을 결정하게 된 주된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라섬이 재즈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축제를 답습했더라면 초기 시작은 쉬울지 모르나 지속적인 성장 및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담조직 운영 축제의 내실을 기르려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내부 인력의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가평군은 재즈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기획, 예산, 홍보, 진행,

결산을 모두 총괄하는 사무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축제의 수준을 매년 업그레이드했다. 군청 문화관광과 내에 축제계를 신설해 페스티벌을 지원했다. 전담조직을 만들어 8회까지 지속적으로 축제를 개최함에 따라 체계적인 기획이 가능했다. 특히 가평군은 읍사무소를 개조해 사무국과 축제 담당 부서를 함께 상주시켜 민과 관이 유기적으로 행사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페스티벌 콘텐츠와 관련된 업무는 사무국이 담당하고 지원업무는 군청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하고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는 원칙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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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내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전담조직을 마련함에 따라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매회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2회까지는 기본적인 인지도 형성에 주력했고 4회에는 페스티벌을 보다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자라섬국제재즈콩쿨을 신설하기도 했다. 5회부터는 보다 직접적으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연 무대를 자라섬뿐 아니라 가평시내 곳곳으로 넓히고 지역 특산품을 상품으로 출시했다.


지역주민과의 협업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초기부터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지역 주민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겼다. 과수원을 임대해 특별 재배한재즈사과를 내놓고 재즈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을 분석해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즈 막걸리와 와인을 선보였다. 자라섬을 찾은 관객들이 이러한 특산품을 보다 많이 사게 하려고 티켓을 팔면서 가평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평사랑상품권 5000원짜리를 함께 제공했다. 2010년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7회 축제 때 외지방문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63025원으로 조사됐다. 축제의 성공으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게 되자 재즈 축제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 재즈에 점차 젖어 들게 되고 축제 때 참여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가평군민들의 축제 참여경험을 조사한 결과 4회 이상 축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40%나 됐다.


끊임없는 혁신과 진화 가평군은 가을에만 개최하던 재즈페스티벌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게 되자 자라섬을 4계절 휴양지로 변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008년 세계캠핑대회를 유치하면서 국비 및 도비 등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캠핑장을 조성했다. 지난해 12월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서울 상봉역에서 가평역까지 1시간 이내로 가까워지자 캠핑족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졌다. 캠핑장이 만들어짐에 따라 자라섬은 가을 재즈축제 기간에만 반짝하는 섬이 아니라 그야말로 1년 내내 많은 이들이 찾는 사계절 휴양지로 변신했다. 2009년에는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의 유입이 저조했던 겨울 시즌을 만회하기 위해 자라섬 씽씽겨울축제를 선보여 재즈페스티벌 못지 않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었다.

가평군은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대대적인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라섬을 1회성 축제의 장소가 아닌 연중 내내 축제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겼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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