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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학 연구

‘고객불만’은 실패를 막는 예방주사

심형석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연구에 비해 실패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포럼에서 실패 경영 관련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심형석 교수가 실패 경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델(Dell)사는 임원회의를 할 때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고객의 증언을 듣는 데 15분을 할애한다. 또 고객의 인터뷰를 편집한 10분 분량의 비디오를 보며 고객이 생각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기업들은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이 중 기업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고객의 불만사항일 것이다.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는 기업은 장기적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우며 고객의 피드백(feedback) 중 가장 가치 있는 피드백이 고객의 불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기업은 고객불만관리(Consumer Complaints Management)를 통해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수집, 분석해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활용한다.
하지만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그나마 해당 기업에 애정이 남아 있는 경우다. 대부분의 고객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이 캐나다의 컨설팅업체인 베르데그룹(Verde Group)과 공동 조사한 ‘2006 불만고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접 회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은 단지 6%에 불과할 따름이다.1  고객불만관리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림 1)
 
 
고객의 불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모든 고객에게 100% 만족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고객의 불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성공 가도를 달리거나 반대로 엄청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제쳐두고 성공에만 집착하는 기업들의 경영형태와 마찬가지로 고객만족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고객의 불만이나 불쾌한 체험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고객불만의 현황과 해결
기업에는 항상 위기가 닥치기 마련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직면하는 위기가 갈수록 복합화, 대형화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기 중에는 예측 못한 상황변화에 따른 것보다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영환경의 변화는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데 반해 특정고객과의 문제는 해당 기업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객의 불만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위기에 대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고객의 불만을 연구한 기존 문헌들에 따르면 고객은 불만이 있을 때 △기업에 직접 불만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부정적 구전을 전달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모든 불만고객을 대상으로 철저한 고객관리가 필요하지만 부정적 구전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침묵에 가려진 고객의 불만을 어떻게 전달받아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2
 
고객불만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제품자체의 문제, 서비스의 문제, 고객자신의 문제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품질관리학회(American Society for Quality Control)의 조사에 의하면 고객이탈사유 1위는 ‘고객접점에서의 서비스 문제’였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유추해보면 고객의 불만은 제품의 문제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만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의 잘못된 응대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나 기업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 간의 긍정적인 연쇄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고객불만관리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표 1)
 
 
고객불만관리의 실패사례
고객불만관리의 실패사례는 기업의 업종이나 국적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업종, 어떤 국가의 기업이라도 고객불만관리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고객불만관리 실패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해봤다.
 
한때 미국 최대의 대형마트였던 K마트는 성의 없는 고객서비스, 최저가격보장 정책 폐지 등 고객서비스에 대한 오만으로 몰락하게 됐다. K마트는 광고 메시지 등을 통해 질 좋은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고객과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경영 정책에서는 특별할인제도를 폐지하는 등 정반대의 전략을 펼쳤다. 물론 K마트의 이미지가 싸구려 물건을 파는 브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있었지만 고객과의 약속은 중요한 것이었다. 직원들의 서비스 또한 엉망이어서 고객의 불평은 끊임없었다. 컨설턴트이며 고객서비스 권위자인 존 숄(John Tschohl)은 “K마트가 광고와 매장 수선 비용의 10%만 직원교육에 투자했다면 월마트를 계속 능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3  외형확장에만 치중하면서 고객불만을 야기하는 서비스 개선에 소홀한 K마트는 2002년 창립 40주년을 맞은 해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미국의 린치버그대(Lynchburg College)의 토머스 나이슬리(Thomas Nicely) 교수는 인텔의 펜티엄칩을 탑재한 PC에서 고난도의 수학연산을 처리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널리 알려졌으며 인텔의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그러나 인텔은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90억분의 1이고 일반 사용자는 2만7000년 만에 한번 정도 경험하는 오류임을 강조하며 네티즌들의 계속되는 지적에 소홀하게 대응했다. 인텔의 무성의한 대응에 고객의 항의는 폭증했고 펜티엄칩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발전하게 됐다. 인텔은 오류가 지적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불량 칩을 교환해주기 시작했다. 기업은 위기를 이성적 시각에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고객의 마음속에 자리한 비이성적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텔 사례는 고객의 불만이 기업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항상 벌어지므로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2000년 6월29일 유키지루시유업의 저지방 우유를 마신 고객들이 식중독에 걸려 대거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회사는 1955년에도 식중독 사건이 발생해 한 차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은 2000년 식중독 사건이 재발했을 당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면서 1주일을 허비했다. 간부회의에 참석한 소비자상담실장은 “원인도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과실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식중독 피해자가 오사카에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제품도 저지방 우유에서 다른 우유 제품들로 확산되면서 피해자가 3600명으로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공장폐쇄를 명령하는 한편 유통 중인 유키지루시유업의 전 제품 판매중지 및 회수를 단행했다. 이 기간 이시가와 다츠로 사장은 한 번도 공장을 찾지 않았으며 기자회견마저 거절했다. 사장은 그해 7월28일 해임됐고 오사카 공장은 문을 닫았다. 유키지루시 몰락의 진짜 원인은 1955년에도 발생한 식중독사건의 교훈을 잊고 고객불만 관리에 실패했다는 데 있다. 회사의 몰락은 학습정신과 현장을 찾지 않는 장인정신의 결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고객불만 관리의 법적 문제
고객불만은 때로는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국내 법제도가 세계표준을 지향하고 있고 정부도 갈수록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기업이 고객불만관리를 통해 대응해야 하는 주요 제도로는 리콜(recall),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 집단소송 등이 있다. 아직 국내에는 이러한 법적인 정비가 완벽하지는 않으나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조만간 기업실패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법적인 문제로 비화된 고객불만관리의 실패사례다.
 
미쓰비시자동차(Mitsubishi Motors)의 클레임 은폐 사건은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 일본 운수성(Japan Ministry of Transport)에 미쓰비시자동차의 내부자 고발이 접수됐다. 미쓰비시자동차가 고객의 클레임 정보를 컴퓨터로 이중 관리하면서 정기 감사에는 사소한 클레임 정보만을 제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운수성의 조사결과 제보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미쓰비시는 의도적인 은폐사실이 없다는 식으로 고객과 소통했다. 고객들은 이러한 회사의 태도에 더욱 실망했고 일시에 75만 대의 리콜 신고가 접수됐다. 2001년 3월 기준으로 미쓰비시는 2700억 엔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4
 
교통안전공단의 리콜 현황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 6월 기준 국내에서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만 해도 무려 671종 178만대가 넘는다.5  그만큼 리콜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클레임으로 연결되거나 언론이나 방송에 크게 보도가 되면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곤 한다. 가장 유명한 자동차 관련 리콜 사례는 2000년 7월의 포드(Ford) SUV ‘익스플로러(Explorer)’다.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파이어스톤(Firestone) 타이어가 주행 중 파열되고 이로 인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러나 포드는 타이어 회사와 책임 공방을 벌이는데 급급했고 파이어스톤은 공식 성명을 통해 타이어의 결함을 부인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이미 동일한 결함이 해외에서 발생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리콜까지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대대적인 리콜을 결정하게 됐다. 파이어스톤은 그해 미국 내에서만 88명의 사망자와 2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교통사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타이어 650만 개를 리콜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3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모기업인 일본의 브리지스톤(Bridgestone) 주가는 38%나 급락했다.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
고객불만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객의 불만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기업은 오히려 소비자의 불신 대상이 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이는 고객불만에 대한 기업의 시각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은 고객의 불만을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시각을 가지면 불만을 가진 고객들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의 불만이 고객 상실로 이어지고 불만사례가 입소문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불안 또한 기업을 소극적이며 방어적으로 만든다.
 
고객불만은 작은 실패다. 실패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은 항상 부담을 느끼며 되도록 드러나지 않도록 감춘다. 실패는 성공보다 두 배에 가까운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고객불만이라는 작은 실패를 감추면 리콜이나 기업의 위기라는 더 큰 실패가 다가올 것이며 이러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파산이나 인수라는 엄청난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평소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하는 고객의 재구매율이 9%인 데 반해 불만고객에 대해 진지하게 응대할 경우 이들의 54%가 다시 해당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단지 불만을 토로한 고객의 재구매율도 19%로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고객의 재구매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6  따라서 기업은 불만고객을 관리하는 방식을 과거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환해 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수집, 분석해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정교한 소비자 조사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고객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면 마케팅 비용 삭감이 필요한 불황기에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 실패를 자산화하기 위해 구축한 실패재발 방지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선행돼야 하듯이 이러한 고객불만관리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고객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고객의 불만이 어떻게 접수되고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된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기업에 자신들의 불만을 알려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불만관리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고객의 불만이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의 불만관리 활동이 마치 미담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스토리텔링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고객불만은 ‘선물’
자넬 발로(Janelle Barlow)와 클라우스 뮐러(Claus Moller)는 ‘고객불만은 선물’이라고 주장했다.7  불만은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은 고객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고객불만관리 시스템은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불만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기업활동 개선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발굴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먼저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 2)
 
 
고객의 불만을 수집, 분석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개선에 활용해 고객의 불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기업의 활동이 됐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불만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고객불만에 대한 태도전환이 선행돼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고객만족을 달성할 수 있다. 고객불만은 고객 만족의 또 다른 이름이어야 한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hsshim@ysu.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핀란드 알토대에서 경영학 석사,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학과장 및 동 대학 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2009년 11월부터 실패 경영과 관련한 온라인 포럼(www.seri.org/forum/bizfail)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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