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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통합

시너지 창출의 안전판 IT통합 로드맵 구축하라

이정미 | 87호 (2011년 8월 Issue 2)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과 IT 시스템의 역할
M&A, 특히 국경을 넘어선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cross-border M&A) 중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고 시너지를 내고 있는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수합병 후 기대만큼 성공적인 합병의 성과를 내는 곳은 40%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수많은 M&A가 이렇게 예상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수 과정에서 지나친 낙관론, 부실한 실사(due diligence) 협상, 잘못된 인수 거래 등이 패인이 됐을 수도 있고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상대 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양 사 기업 문화 간 충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등이 원인이 됐을 수도 있다.
 
M&A가 실패하는 데는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중 양 사 IT 시스템 통합의 실패로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 회사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면 경영 관리는 물론 기업 운영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 자칫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고객 창출은 고사하고 기존 고객까지 잃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IT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진행한다. 이렇게 IT 시스템이 기업 운영의 핵심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부분 기업들은 인수합병 거래를 도모하는 과정에 IT 시스템 담당자를 합류시키지 않는다. 기밀 유지를 이유로 오로지 비즈니스 기획 부서만이 은밀히 인수합병을 주도하다가 양 사 IT 시스템 통합의 용이성이나 통합에 들어갈 비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아 실제 합병 과정에서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 설령 M&A 계약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IT 시스템 담당자가 M&A 딜(deal)에 관여하지 못한 탓에 정작 시스템 통합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때가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이탈하고 운영비용이 급증하며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성이 증대하는 등 인수기업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곤 한다. 과연 IT 시스템 통합을 위해 기업은 인수 이전 무엇을 검토하고 무엇을 준비하며 합병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할까.
 
기업 간 IT 시스템 통합 방식
회사가 서로 합병을 결정하고 계획했던 대로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데 있어 이를 지원하는 IT 시스템 통합 방식은 크게 흡수통합, 포트폴리오 통합, 신규 시스템 구축, 기존 시스템 유지 및 양 사 시스템 연계 등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흡수 통합
인수사와 피인수사 시스템 중 하나를 합병 이후 사용할 시스템으로 정하고 다른 한 개 회사도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타깃 시스템에 이관시키는 방법이다. 흡수 통합 하면 흔히 인수기업 시스템으로의 흡수 통합을 떠올린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간 M&A가 대표적 예로 이들은 인수기업이 자사의 시스템을 피인수사에 확산 적용해 통합하는 방식으로 IT 통합을 진행했다. 하지만 언제나 인수사가 흡수 통합의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 피인수기업의 시스템으로 흡수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기업들도 있다. 이는 특히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국내 사업을 전개하고자 할 때 많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이베이의 옥션 인수,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합병, 스탠다드차타드의 제일은행 인수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거부감 없이 피인수사 임직원과 고객을 그대로 포용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사업 기반이 전무하던 국가에 낮은 리스크로 진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이다.
 
흡수 통합 방식은 인수합병의 주체인 양 사의 비즈니스 규모나 취급 제품·상품·서비스 규모, 지원 인프라 수준 등이 서로 대등하지 않을 때, 혹은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 대비 일방적인 우세에 있거나 그 반대일 때, 또는 인수기업이 M&A를 통해 신규 진입을 목표로 하는 타깃 시장에 대한 역량(예: 고객 기반, 비즈니스 인프라 등)이 전무한 상태일 때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기업 인수 고려 당시 선진화된 비즈니스 IT 인프라 역량을 높이 평가해 인수합병 시점부터 흡수 통합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피인수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IT 시스템 서비스 역량을 통해 합병 이후 안정적인 시스템과 운영 조직의 생존을 꾀하는 사례도 있다.
 
흡수 통합 방식은 합병 작업 이후 시스템 운영 관리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흡수 통합에 대한 철저한 대직원 홍보 및 설득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통합에 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폐기 예정인 기존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던 고객이 새로운 시스템 서비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기존에 받던 서비스에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와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2) 포트폴리오 통합
두 회사의 시스템별 장점을 살려가며 통합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단순히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하나만 가지고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드물다. 많은 기업의 IT 시스템 인프라는 창업 이후 계속해서 각 부문별 지원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고 보완·운영하며 각기 다양한 성숙도와 서비스 역량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느 한 기업의 모든 시스템이 일방적으로 훨씬 나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부문별로 다양한 측면을 분석해 장점을 취하는 방식의 시스템 통합을 진행하는 게 가장 보편 타당한 통합 방식이다.
 
포트폴리오 통합 방식은 △신기술 도입 여부 △서비스 환경 안정성 및 향후 변화될 지원 니즈에 대한 확장성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수준 △현업 만족도 △유지보수 효율성 △M&A 이후 변화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적합도 △운영기술 수준 및 관리 용이성 및 전사적 차원에서의 아키텍처 준수도 △향후 타 시스템과의 연계 운영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판단 요소를 통해 기존 시스템을 분석하고 각 부문별로 장점을 취해 시스템 통합을 이뤄간다. 이 방식은 인수합병 시 최적의 IT 시스템 통합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는 하지만 △새로이 형성될 시스템 간 표준화 측면에서의 복잡성 △다양한 기술 요소로 인한 운영 비용 과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구현에 대한 부담감 등 도전 요소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통합 이후 발생하게 될 파급효과까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적 사고(systematic thinking)가 필수다.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계획하는 노력은 향후 발생 가능한 통합의 잠재 리스크를 줄이고 인수합병의 시너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인수합병의 양 당사자가 대등한 정도의 비즈니스 운영을 하고 있었거나 또는 전혀 상이한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또는 전혀 다른 산업이었던 경우에도 매우 적합하다. 단 이러한 포트폴리오에 의한 실제 통합 작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되고 운영·보완될 필요가 있다.
 
3) 신규 시스템 구축
양 사의 기존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신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 M&A가 이 방식을 택했다. 신규 시스템 구축을 통한 통합은 일반적으로 IT 시스템 부서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모든 기업의 IT 시스템은 기업 운영을 지원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복잡해지고 개선해야 할 문제들도 함께 커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또 다시 인수합병이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과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인수합병 이후의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한 IT 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해 내는 편이 비즈니스 현업 사용자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고려되곤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수합병 예측 시점에 충분한 기간과 비용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인수합병의 효과를 제로화시킬 만큼 큰 비용 투자가 수반된다. 이에 더해 신규 시스템 오픈 시점까지 장기간 현재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고객과 임직원의 불만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는 부담까지 있다. 인수합병으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요건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은 물론이다.
 
특히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서 전면적인 신시스템 구축을 통한 합병을 진행할 때에는 △해당 지역에서의 SI(시스템통합) 참여 인력 수급 가능성 △SI 진행 시 해외 기업 임직원이 제시하게 될 해외 시장 요건의 효과적인 수용방안 △해외 시스템 출범(launch) 시 교육 및 지원 방안 △운영 대책 등도 사전에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4) 유지·연계
마지막 방식은 양 사 모두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양 사 간 최소한의 어플리케이션 및 데이터 연계 환경만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수합병은 했지만 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달라 인수 시점부터 기존 비즈니스를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갖고 있거나 비즈니스 모델이 같더라도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운영하기로 한 경우에 이런 방식의 통합 운영이 활용되곤 한다. 양 사 직원들은 기존 비즈니스에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업무를 하고 대고객 영업과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네 가지 통합 방식 중 합병에 따른 변화관리나 통합을 위한 신규 투자 니즈가 가장 적다. 그러나 동일한 업무를 브랜드별로 진행함에 따라 중복 투자가 발생하기 쉽고 양 사 간 뛰어난 업무 역량이나 경험 공유가 어렵다. 전사 차원에서 볼 때도 운영의 복잡성이 가중되는 등의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지·연계 방식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양 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양 사의 기존 시스템을 병행·유지한다 하더라도 △재무·회계 부문의 연계 통합 △양 사 영업 및 재무 운영 정보를 연계해 임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경영 보고 시스템 구축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임원들의 승인결재 업무를 동일한 환경으로 통일하기 위한 그룹웨어 및 포털 통합 등의 핵심 프로젝트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위 4가지 통합 방식 중 어느 한 가지가 모든 M&A에 적용할 수 있는 답안이 될 수는 없다. 각 기업의 인수합병 배경과 목적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적합한 통합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IT 시스템 통합의 방향성과 실현 방안
1) 양해각서 체결 후 주식인수계약 이전까지의 실사(due diligence) 기간
먼저 M&A가 검토되는 시점부터 양 사의 IT 시스템과 운영 상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은 물론 IT 시스템 통합에 필요한 투자와 기대 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예측이 필요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IT 시스템 및 인프라 현황뿐 아니라 IT 투자운영 예산의 포트폴리오와 중장기적인 IT 전략과 사업계획 등에 대해서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 피인수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T 시스템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파트너들 및 그들과의 계약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즉 어떤 부문에 걸쳐 어떤 파트너와 계약돼 있는지, 파트너 선정은 어떠한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했는지, 현재 체결돼 있는 IT 부문의 계약상 유리한 조건은 무엇이고 불리한 계약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실제 인수합병 과정에서 계약조건으로 인해 미치는 파급효과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IT 전략 수립·전사 아키텍처 설계·단위 프로젝트별 투자 의사결정·솔루션 개발·업무 적용을 통한 서비스 및 IT 시스템 운영’에 이르기까지의 IT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현재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프로세스의 성숙도와 역량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양 사 간 IT 시스템 통합의 방식과 범위, 그리고 이에 필요한 투자비용과 기간을 산출해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I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조직과 그 조직 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역량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인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이나 운영체계를 변화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조직과 어플리케이션 및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는 인력들의 기술 수준 및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M&A 이후 반드시 지켜야 할 인재는 누구이고 인수합병 진행 시점에 누구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지를 파악하는 일 또한 필수적인 조치라 하겠다.
 
이렇게 IT 환경에 대한 실사를 철저히 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인수합병 이후 기대치를 예측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사팀에 IT 담당자를 참여시키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하겠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보안을 이유로 비즈니스 기획 부서만이 피인수기업 실사에 나서다가는 향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 인수 계약 이후 M&A 거래 종결까지의 합병 준비 기간
기업 인수가 결정됐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성공적인 ‘데이 원(Day 1)’을 맞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Day 1은 새로운 통합사로서 맞는 첫 번째 날로서 정상적인 비즈니스(business as usual)가 영위될 수 있도록 피인수기업의 주요 사항이 아무 문제없이 인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인수 의사 결정이 내려지고 난 이후에는 Day 1을 준비하기 위해 통합관리조직(IMO·Integration Management Office) 역할을 하는 인수합병 태스크포스팀(TFT)이 보강되거나 새로이 조직된다. 이때 실사과정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주축이 되므로 IMO 구성 시점을 실사 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수합병 TFT를 구성할 때에는 인수기업전담팀 외에 피인수기업의 비즈니스와 IT 시스템 부서 담당자들이 합류하는 게 좋다. 인수기업에서만 차출된 합병 추진팀이 Day 1을 준비하면 피인수기업은 이들을 점령군이라 부르며 합병에 협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그 나라의 업무 수행 환경이나 문화, 고객들의 행동 유형 등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고 살펴야 하는 만큼 피인수기업 인력을 통합 추진팀원으로 포함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합병 작업 시점에 피인수기업의 핵심 인재를 TFT에 포진시키고 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인수합병에 대한 피인수기업 임직원들의 반감과 두려움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체적으로 IT 시스템 통합 조직을 구성하는 방법에 더해 외부 컨설팅 기업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특히 아직 인수합병 경험을 많이 갖지 못한 기업의 경우 외부 전문 컨설팅 기업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를 활용하면 합병 과정 프로그램 전반의 자문 서비스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합병 작업을 전략적이고 객관적으로 추진, 기대되는 성과에 대해 명확히 짚어볼 수 있다.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든 안 받든, 어떤 경우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합병의 목적과 비즈니스의 전략적 방향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IT 시스템 통합의 전략과 단위 시스템 통합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최우선 통합 작업을 정의하는 것이다. Day 1 통합은 무리한 욕심을 내서 많은 시스템을 고치고 새로이 구축하려 하기보다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통합과 시스템 연계 작업을 통해 합병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는 게 좋다. 기업의 IT 기반 중 어느 시스템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먼저 통합을 시작할지는 개별 기업의 상황이나 비즈니스 배경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에 적용되는 공통 원리는 임직원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통합보다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어플리케이션 통합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양 사의 고객 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CDI(고객데이터통합·Customer Data Integration), 제품·상품 정보 통합 작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실제 마스터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양 사의 마스터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단위 기능을 구현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기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웹사이트 홈페이지 통합과 양 사 관련 사이트 링크 재구성 작업, 그리고 양 사 직원의 전자메일 도메인 통합 등도 빠르게 진행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
 
3) Day 1 이후
Day 1 이후에는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통합 로드맵에 따라 인수합병이 목표로 삼은 비전을 성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IT 시스템의 통합 방향을 결정, 통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IT 시스템 통합의 타깃 이미지를 나타내는 목표 아키텍처를 설계해야 한다. 이후 통합 전략에 맞춘 로드맵에 의거해 단계별 통합 작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① IT 시스템 통합 전략 수립:양 사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제품·상품·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로세스, 이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조직, 고객, 협력업체 등 기업이 가진 모든 비즈니스 자원에 대해 인수계약 이후 어떤 형태로 합병의 목표를 달성해나갈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에 대한 큰 목표뿐만 아니라 제품, 서비스, 조직, 프로세스 체인(마케팅 및 기획, 영업, 구매, 생산, 물류, 서비스, 재무회계 등) 등 모든 단위 부문에 대한 세부적인 통합 합병 방식과 목표를 기반으로 IT 시스템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단순히 큰 그림의 브랜드 통폐합이나 조직 통폐합만을 결정한 상태라면 IT 통합 전략 수립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없다. 비즈니스적으로 통합 방식을 포함한 통합 전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양 사의 비즈니스 구성과 현재의 경쟁력을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양 사의 비즈니스를 분석하고 설계하는 데 IBM의 분석 툴인 ‘CBM (Component Business Model)’을 활용할 수 있다. CBM은 기업이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상 모든 가치 사슬(value chain)에 걸쳐 필요한 업무역량 (프로세스, 수행 조직 및 인력, 업무 지원 IT 인프라)을 기획(direct) / 관리(control) / 실행(execute) 관점에서 독립적 단위의 비즈니스 컴포넌트로 정의한 다음, 컴포넌트별로 기업활동에 있어서의 전략적 중요도와 산업 내에서의 경쟁력을 평가 분석해서 개선이나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데 활용하는 방법론이다. 즉, 특정 비즈니스 컴포넌트가 해당 기업의 산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요한지를 분석하는 데 기본 역량(생존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역량), 경쟁 역량(산업 내 1, 2위 업체와 경쟁할 수준의 역량), 차별화 역량(업계 1위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차별화된 역량) 등으로 전략적 중요도를 평가한 후 실제 현재 기업이 보유한 경쟁력과의 격차를 기반으로 개선과제를 정의해서 혁신을 추진해 나가거나 주요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CBM맵을 기반으로 전략적 중요도와 양 사가 가진 현재의 경쟁력을 비교하면서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유지시킬 부분과 대체할 부분 등을 가려 양 사 비즈니스의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나갈 수 있다. <그림 1>에서 보여지는 각 단위 셀이 단위 비즈니스 컴포넌트인데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컴포넌트로 구성된 맵상에서 △타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반드시 유지시켜야 하는 컴포넌트(그림 1 의 연두색 표시) △현재 경쟁력이 높지 않거나 대체 가능한 컴포넌트(그림 1의 노란색 표시) △경쟁력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거나 아예 역량이 전무한 컴포넌트 (그림 1의 빨간색) 등으로 구분해 도식화한다.
 
이렇게 분석 예측된 모습이 거의 대부분 한쪽 기업의 컴포넌트를 그대로 취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IT 통합 방식 또한 흡수 통합이 적합할 것이며 두 회사의 컴포넌트가 적절히 섞인 모습이라면 IT 통합 방식은 포트폴리오에 의한 장점 채택 통합 방식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만약 두 개 회사의 현재 모습과 새로이 그려진 합병 이후 기업의 비즈니스 아키텍처가 전혀 상이하고 현 컴포넌트 활용이 여의치 않으면 신규 구축이 타당성을 갖는다. 양 사의 CBM 컴포넌트 간 중복성을 찾기 힘들고 신규로 작성하는 합병 기업의 모습이 양 사 컴포넌트의 합집합과 같은 모습이 되는 경우라거나 아예 하나의 CBM맵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상이한 산업이라면 양 사 유지 및 연계 통합 방식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림 1>은 포트폴리오에 의한 통합 방식에 대한 예제로 두 회사 가운데 어느 일방으로의 흡수 통합이 아니라 자사에 부족했던 역량을 합병을 통해 서로 취하며 양 사의 장점을 결합해 최적의 합병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다.
 
② 어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분석: IT 통합 전략이 수립됐다면 곧바로 시작할 일이 현재 양 사가 보유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운영 현황(application inventory list)을 정리·분석하는 작업이다. 각 사업 부문별로 현재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수용·유지하고 통합·개선해나갈 것인지를 협의·결정하면서 최종적으로 완성해나가야 할 어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설계에 필요한 분석을 진행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양 사 간에 동일한 기능의 중복을 배제하고 현재 지원하고 있는 비즈니스 요건뿐만 아니라 향후 통합 이후에 새로이 필요한 비즈니스 요건에 대한 기능 지원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통합 운영 환경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복잡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단위 기능만을 볼 것이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분석은 △전략(어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목표와의 일치성, 비즈니스 가치에 대한 영향도 등) △기능(어플리케이션의 업무 지원 용이성 정도 등) △정보(어플리케이션이 보유한 데이터의 정확성·품질·신뢰도·접근성·유연성 등) △기술(어플리케이션 아키텍처, 개발 및 운영 환경, 확장성, 유지보수 용이성 등) △재무(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지보수 운영 비용, 라이선스 및 교육 훈련 비용 등) 5개 측면에 대해 각각 살펴봐야 한다.
 
③ 목표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 IT시스템 통합 전략과 양 사가 현재 보유한 어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분석이 끝났다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에 대해 통합 전략에 따라 완성해나가야 할 목표 아키텍처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 모델을 완성해나가는 데 있어 혼선을 피하고 효과적으로 통합의 여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IT 정책과 표준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모든 여정이 그러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목표 인식이다. 아키텍처는 바로 IT 시스템 통합에 있어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키텍처 하면 몇 년 전에 한 번 그려두고 그 이후 누구도 다시 들여다 본 적 없는 아키텍처맵을 떠올리거나 IT 정보부서 직원이 아니면 전혀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 설계서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아키텍처는 한 번 편성해두면 절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지켜나가는 유산이 아니다. 수립된 IT 정책과 표준, 아키텍처상 단위 컴포넌트별 오너십(ownership)을 기반으로 항상 현재의 요건을 반영시키고 현실에 기반해 최적의 목표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보완·변경하며 살아 있도록 해야 한다. 세상 어떤 훌륭한 계획도 한 번 수립해놓은 후 그 상태 그대로 평생 최고의 계획으로 유지되기란 힘들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여러 변수들을 지속적으로 수용하면서 바뀐 상황과 환경에서 최선의 계획이 될 수 있도록 항상 계획과 실제를 돌이켜보며 끊임없이 변화 관리를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아키텍처도 마찬가지다. 더욱 더 많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항상 재점검하고 변경 보완하면서 살아 숨쉬어야 한다. 또 향후에 또 다시 가능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쉽게 포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하고 변경 가능한 서비스 기반의 아키텍처를 수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기업을 M&A했다면 아키텍처를 각 국가별로 정의해야 할지, 혹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아키텍처로 정의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곤 한다. 이와 관련, 많은 기업들이 본사에 구축된 IT 시스템을 각 국가에 그대로 확산 적용한 후 국가별 상황에 맞게 세부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결국 나라마다 서로 다른 시스템 인스턴스(system instance)로 관리하곤 한다. 그러나 인스턴스 분리·통합 의사 결정에 앞서 글로벌 기업이라면 전 세계에 걸쳐 전사 차원의 통일된 하나의 표준 아키텍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특히 대고객 접점에 있지 않은 후선 지원 운영 업무에 대해서는 글로벌 표준 아키텍처로 단일화하는 게 효율적이다. 물론 표준 아키텍처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각 국가·사업별로 아키텍처를 관리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내용이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표준 아키텍처로의 수용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타진해야 한다. IT 정책과 표준 가이드라인 수립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표준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표준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을 표준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이나 옵션 선택의 의사결정에 참고할 사항 등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해주는 것이 경영의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비하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
 
④ IT 시스템 통합 과제 정의 및 로드랩 수립:분석된 어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를 인수합병 기업의 비즈니스 아키텍처상 단위 컴포넌트를 기준으로 비교하면서 각 단위 비즈니스 컴포넌트에 대한 현재 어플리케이션의 유지, 폐기, 대체, 개선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때 △아키텍처 모델과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의 요소가 되겠지만 △신규 어플리케이션 환경에서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정보와 어플리케이션 기능 인터페이스 통합에 대한 예상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각 비즈니스 컴포넌트별로 글로벌 어플리케이션 통합을 위한 단위 통합 과제를 정의할 수 있다. <그림 2>는 이러한 의사결정을 통해 작성된 글로벌 어플리케이션 통합 정의서의 한 예이다.
 

IT 시스템 통합에 관한 단위 과제가 정의되고 나면 △각 과제별 선·후행 요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및 시급성 △기대되는 통합 성과 등 통합 작업 진행 순서에서 고려할 모든 요소를 기반으로 IT 통합 로드맵을 수립한다. 이때 주로 우선 순위에 오르는 과제는 △양 사의 임직원 커뮤니케이션 채널 통합을 위한 그룹웨어, 메일 시스템, 전자결재 시스템, 포털 등의 통합·연계작업 △내부 운영 효율화와 혼선 없는 데이터 신뢰도 향상을 위한 모든 기준정보의 통합작업 △대()고객 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온라인 프로세스 지원 시스템 통합 등이 될 것이다.
 
⑤ IT 시스템 통합 프로그램 관리:로드맵에 따라 각 단위 통합 과제들이 진행되는 데 있어 전사적 차원에서 제반 과제 관리(일정관리, 단위 과제 간 연계요소 통제, 과제 이슈관리, 대직원·대고객 변화관리, 통합 진척에 대한 성과관리 등)를 아우르는 전체 프로그램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IT 통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기업이 갖고 있던 IT 정보 서비스 운영체계가 유지·관리돼야 함은 물론이며 통합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나 통합된 어플리케이션으로의 이관 및 사용자들에 대한 변화관리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프로그램 관리는 전사적인 IT 정보 시스템 및 목표 아키텍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이드·보완·변경을 포함한 제반 운영 관리 체계를 정립하고 운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IT 시스템 통합 진척도와 통합 진척에 따른 비즈니스 효과에 대해 단계별로 명확한 목표를 수립, 각 시점(milestone)별로 목표가 달성됐는지 확인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특히 IT 통합 투자에 대한 현업 부서의 동의와 지원, 참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IT 시스템 통합 투자에 대한 비즈니스적 효과와 현업 사용자의 기대를 서로 합의해 정해놓은 후 실제 이러한 성과를 달성했는지 함께 살피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정미 한국IBM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전무 leejm@kr.ibm.com
이정미 전무는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IBM에서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 Technology 서비스 리더를 지냈다. LG전자, 삼성전자, 삼성SDI, SK텔레콤,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대상으로 EA(Enterprise Architecture), MDM(Master Data Management), SP(Service Platform) 분야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현재 한국IBM GBS에서 SI(System Integration)와 EA 등 기술기반 컨설팅 분야를 담당하는 AIS(Application Innovation Service) 리더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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