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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토요시장

‘주말+한우직거래’ 포지셔닝 전략 전통상인의 꿈을 이루다

이방실 | 82호 (2011년 6월 Issue 1)

  

서울 광화문 정남쪽에 위치했다고 해서정남진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장흥군. 3개 읍과 7개 면으로 이뤄진 이 곳의 인구는 1960년대만 해도 14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농촌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지금은 42000여 명에 불과하다.

 

여기까지는 여느 농어촌의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장흥군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사람 수보다한우 숫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장흥군청에 따르면 현재 군내에서 사육하고 있는 한우 수는 5만여 마리가 넘는다. 사람보다 많은 한우가 바로 장흥군 지역경제 활성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의 간판 상품이다.

 

장흥군 장흥읍내 중앙을 가르는 탐진강변에 자리 잡은 장흥 토요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말 관광시장이다. 원래 공설시장(상설·5일장) 형태로 운영해 오던 재래시장을 2003년부터 약 2년간 총 75억 원(국비 50억 원, 군비 25억 원)을 투입, 전면적으로 재개발해 2005 7 2일 새롭게 개장했다.

 

장흥군청에 따르면 현재 장흥 토요시장의 연 매출액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개장 전 연평균 매출액( 10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5배가 늘어난 규모다. 이 중 한우 판매 액수만 약 340억 원( 6800)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토요시장을 찾아오는 방문객수는 하루 평균 3000명 수준. 여름철 성수기로 접어들면 방문객 수는 두 배 이상( 7000)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추석 명절 즈음엔 값 싸고 질 좋은 한우를 구입하기 위해 하루에 9000여 명까지 인파가 몰려든다. 이중 90%가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이다.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명물 재래시장이지만, 장흥 토요시장도 2005년 주말시장으로 새롭게 개장하기 전까지는 여느 재래시장처럼 고사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계속된 인구 감소와 대형 마트 등장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사장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장흥 재래시장은 주말시장이라는 틈새를 공략하고 값싸고 질 좋은 한우라는 간판상품 개발을 통해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의 성공 스토리를 집중 분석한다.

 

‘전남 3대 시장에서 사장 위기로 내몰린 장흥 재래시장

장흥 토요시장은 1961년 생겨난 5일장이 뿌리다. 20여 년간 매달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에 서던 이곳 재래시장은 1982년 장옥(牆屋)을 신축하면서부터 상설시장과 5일장 두 가지 형태로 운영돼 왔다. 상설시장에선 어물, 곡물, 식료품, 플라스틱류, 식기, 철물 등을, 5일장에선 채소, 의류, 잡화 등을 주로 취급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장흥 재래시장은 나주 영산포 시장, 함평 학다리 시장과 더불어 전남 3대 시장으로 꼽혔다. 하지만 계속되는 인구 이탈 및 노령화, 이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로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66 14 4543명을 최고 정점으로 찍은 후 계속 인구가 급감, 2000년엔 급기야 5만 명 선으로 주저앉았다. 경쟁 환경도 갈수록 치열해졌다. 재래시장 시설은 계속 노후화한 반면, 반경 500m 안팎으로 250∼400평 규모의 현대식 대형 할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재래시장 위축과 함께 지역경제 침체에 대해 우려하던 장흥군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지자체 중 최초로 2002 7월 장흥군청 안에 마케팅과(현 지역경제마케팅과)를 신설했다. 전남 3대 시장으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고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게 신설된 마케팅과에 부여된 핵심 과제였다. 초점은 어떻게 하면 외지인을 장흥으로 끌어올 것인가에 맞춰졌다. 때마침 2005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사실에 주목,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주말시장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마케팅과 신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장흥 토요시장 활성화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김경태 지역경제마케팅과 주사는어차피 군내 거주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노령화로 구매력까지 떨어진 만큼 새로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봤다토요시장 아이디어는 그때까지만 해도재래시장=5일장 혹은 상설장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보자는 새로운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장흥은 인근 관광지인 보성, 강진 등에 밀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바다와 산악 풍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연경관을 갖춘 곳이다. 김경태 주사는천관산, 득량만 등 장흥의 관광자원에 지역 특산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한데 묶으면 주 5일 근무시대를 맞아 늘어날 가족단위 주말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토요시장 개장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기존 5일장과 상설시장은 계속 유지한 채 토요시장을 추가로 열면 생필품을 필요로 하는 장흥 관내 사람들은 예전처럼 5일장과 상설시장을 이용하고 토요시장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기존 고객층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장흥군은 곧바로 군청 공무원, 군 의원, 시장 상가 대표 등 민관 합동으로장흥 토요시장 활성화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2002 9)하고 시장 재개발에 대한 군민 의견 수렴 및 시장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당시 장흥군 장흥읍내 상권은 탐진강을 한 가운데 두고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동쪽 상권과 재래시장이 자리 잡은 서쪽 상권으로 나뉘어 있었다. 문제는 동쪽 상권에 대부분의 상가 및 위락시설이 집중돼 있고 서쪽에는 군내 주민들조차 발길이 뜸한 재래시장만 덩그러니 있다는 점이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동서 상권 비율이 대략 8 2에 달할 정도로 불균형한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터미널부터 예양교(장흥읍내 탐진강의 동서를 잇는 다리)에 이르는 동쪽 시가지내 약 1㎞ 구간에 350여 명의 노점상이 오밀조밀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에 따라 시가지내 교통 혼잡이 극심해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반면 서쪽의 재래시장은 드나드는 사람도 별로 없거니와 장옥이 너무 노후화해 불편이 컸다. 워낙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심지어 상인들이 시장 안에서 장사를 하지 않고 되레 바깥으로 나와 시장 입구 주변 도로에서 장사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추진위원회는 이에 따라 노점 상인과 시장 바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한데 끌어 모으고 쇠락해가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후화한 장옥을 전면 재개발하기로 결정했다. 5일 근무제 도입에 맞춰 토요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설하기 위해서는 시설 정비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였다. 군청내 지역개발과에서 시설 현대화 작업을 맡고 마케팅과에서는 토요시장 개장 후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하기로 했다.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군비(25억 원) 외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15억 원), 중소기업청(35억 원) 등 정부 지원을 받았다. 7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장흥군은 2003 11월 장옥 재개발 관련 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2005 7월 최초의주말시장으로 재개장

민관 합동으로 위원회까지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군청과 상인들 간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새롭게 지을 시장 건축물 형태부터 상가 구성, 개별 점포 면적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부딪치지 않는 게 없을 정도였다. 한 예로 상인들은 장옥 건축 형태를 폐쇄적인 직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사각형 담장 안쪽으로 점포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했다. , 재래시장 주변 상가 및 주택가와 담을 쌓고 신축될 시장 건물 벽 안 쪽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군청 입장은 달랐다. 재래시장 현대화 목적이 지역 경제 활성화인 만큼 외부 상가나 주택가들과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개방된 구조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건축 형태는 개방형 11자 구조로 지어야 한다고 맞섰다.

 

상가 구성에서도 군청은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장흥군의 대표 특산물별로 품목별 상가 구성을 원했다. 기존 장흥읍내 재래시장 상인들 외에 장흥군내 10개 읍·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특산품 업자들까지 입주시켜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는 복안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군청의 이 같은 계획은비슷한 품목을 파는 가게가 한데 모여 있으면 밥줄이 끊긴다”“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기반을 잡았는데 타지인들에게 자리를 내주느냐등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사 완공 즈음에는 서로 넓은 평수의 점포를 달라며 상인들이 아우성을 치는 통에 군청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2005 7월 시장 개장 전 4개월 동안엔 매일 10∼15명의 상인들이 군청을 방문해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멱살을 잡히거나 뺨을 맞기 일쑤였고, 군수 사무실은 상인들의 농성장이 되곤 했다. 김경태 주사는상인들 설득을 위해 시장을 돌아다닐 때면 칼과 쇠파이프로 위협하는 경우도 많아서 항상 2∼3명씩 짝을 이뤄 돌아다녀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갈등 탓에 결국 토요시장은 당초 계획보다 5개월이 늦어진 2005 7 2일 총 4400여 평 부지에 건평 약 2400여 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10개 읍·면 지역별 특산품 판매 매장 설치는 무산됐고, 타 읍·면의 특산품 상인들을 대거 끌어오려던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11자형 시장 건축에는 상인들의 동의를 이끌어내 개방형 구조로 지었다. 350여 명에 달하던 시가지 노점상인들을 토요시장 안으로 흡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교통난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시가지도 깨끗하게 정비할 수 있었다.

 

한우 할인 직판장을 처음 연 2006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벌어들인 매출액은 12억 원. 지난해 한우 판매 매출액은 무려 340억 원에 달했다. 다행히 올 초 기승을 떨쳤던 구제역도 이 곳을 비껴가 장흥 한우의 인기는 여전하다. 한우 할인 직판장을 주축으로 토요시장이 활성화된 덕택에 현재 장흥읍내 상권 동서 비율은 예전 8 2에서 현재 4 6으로 역전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다.

 

값싸고 질 좋은 한우 판매하는 ‘한우 직거래시장으로 포지셔닝

우여곡절 끝에 토요시장을 개설했지만 개장 후 처음 1년간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전의 다 쓰러져가던 시장보다 훨씬 크고 편하긴 했지만 쇼핑객수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된 패인은 주력 특산품 선정에서의 실패였다. 소비자들의 심리와 소비 패턴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게 발단이었다. 토요시장을 개설하면서 당초 주력 특산품으로 군과 상인들이 합심해 밀었던 품목은 키조개, , 매생이 등 해산물이었다. 인근에 있는 해남, 완도 등에 가려 유명세를 타진 못했지만, 장흥군 바다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청정해안으로 수산물이 풍부하다. 따라서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장흥의 해산물을 토요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내놓자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말을 맞아 먼 타지에서 장흥까지 내려 온 사람들은, 토요시장의 해산물이 싱싱하다고 한들 조금 더 내려가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먹거나 구입하지 굳이 장흥에서 사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토요시장 개장 시기와 주력 특산품 간 궁합도 문제였다. 2005 72일 토요시장 개장을 전후해 장흥군 마케팅과에서는 홍보 팸플릿을 대거 제작하고 지역 일간지는 물론 전국 일간지, 방송 등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년 여름철이면 날어패류 섭취로 인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속출하곤 했다. 토요시장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해도 식중독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장흥까지 올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다.

 

결국 장흥군은 해산물을 대체할 특산품목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초기 고려 대상에 올렸다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던 한우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원래 장흥은 전남 최대의 한우 사육지다. 하지만 당시 한우는 강원도 횡성이나 홍천 등이명품 한우로 확고하게 포지셔닝을 한 상태였다. 후발주자로 차별화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던 해산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신통치 않자 다시금 한우를 대표 상품으로 육성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했다.

 

강원도 지역의 명품 한우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고심하던 장흥군은 한우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행태 분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대개 명품 한우는 선물용으로 구입하지 실제 자신들이 먹으려고 사는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다. 실제 한우가 사람 수보다 많은 장흥군내 주민들조차 마음껏 한우를 먹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장흥군은 장흥축협과 장흥한우협회에사람들이 주머니 사정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한우를 사먹을 수 있도록 전국에서 가장 싸게 팔아보자며 의사를 타진했다. 프리미엄 한우가 인기를 끌어도 실제 마음 놓고 사 먹는 사람이 없다면 정반대로 한우를 파격적으로 싼 값에 내놓아 사람들이 실컷 먹을 수 있게 하자는역발상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먹고 싶어도 마음껏 먹지 못했던 한우를 싸게 사서 먹을 수 있으니 좋고, 공급자들은 상품당 마진은 높지 않아도 박리다매로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 서로윈윈하는 것 아니냐며 논리를 펼쳤다.

 

처음 축협과 한우협회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비싼 값에도 잘 팔리는 한우를 굳이 싸게 팔 이유도 없고, 아무래도 한우를 싸게 팔려면 고기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한우 소비자들이 질이 낮은 한우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년 넘게 장흥군이 끈질기게 요청하자 2006 9월 못이기는 척 토요시장 한켠에 한우 판매 매장 하나를 열었다. 사육, 도축, 유통을 일원화해 유통단계를 줄여 시중가보다 절반 이상 싸게 파는 한우 직거래 할인매장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장 첫 날 도축한 세 마리 한우(한 마리= 600)가 두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소비자들의 폭발적 반응에 축협과 한우협회는 곧바로 매장 두 곳을 추가했다. 그런데도 공급이 달렸다. “전국에서 가장 값싼 한우” “한우 값이 돼지고기 값등의 입소문이 돌면서 방문객들이 급증했다. 주말마다 한우 판매 매장 바깥에 한우를 사기 위해 몇 미터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호남지역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에서 쇼핑객들이 몰려오는 통에 한동안 1인당 최대 구입량을 세 근으로 한정했을 정도다.

 

이후 장흥 토요시장은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TV 코너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게 됐다. 간판상품인 한우 덕택에 토요시장이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 일단 시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키조개, 표고버섯 등 장흥의 지역 특산물은 덩달아 유명해졌다. 특히 한우에 표고버섯과 키조개 세 가지를 불판에 함께 구워 먹는장흥삼합등 장흥의 토속 음식도 자연스레 홍보가 됐다. 이에 따라 시장 주변에 한우나 장흥삼합 등을 전문 메뉴로 하는 식당들도 속속 생겨났다. 특히 상차림 비용으로 단돈 6000원 정도만 내면 방금 구입한 한우를 갖은 야채와 함께 직접 구워먹을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끌었다. 식당 매출액도 한우 직판장이 생기기 전에 비해 평균 두 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현재 토요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한우 할인 직판장 수는 15. 말 그대로한우 직거래 할인매장 거리. 김이문 장흥군 지역경제마케팅과장은현재 한우 할인 직판장과 식당 자리는 과거 재래시장 양편에 허름한 주택들과 상가들이 있던 지역이라며한우 할인매장 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을 설득해 시장을 개방적인 11자형 형태로 만든 덕택이 크다고 강조했다. 만약 폐쇄적 사각형 형태로 재래시장 건물을 지었다면 한우 할인 직판장과 식당가가 지금처럼 발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동옥 장흥군 지역경제마케팅과 계장은토요시장 개장 전엔 시장 양쪽 평당 가격이 20∼30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 이곳에 할인 직매장을 내려면 평당 950만 원은 내야 한다그런데도 워낙 장사가 잘 되니 한우 직판장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우를 돼지고기 값에 팔 수 있었던 이유는?
2006년 개장 당시 장흥 토요시장에서 판매된 한우의 가격은 수소 비거세우 1근(600g) 기준으로 꽃등심 1만4000원, 안심·갈비 1만3000원, 국거리·장조림거리 1만 원 등에 불과했다. 한우 값이 이렇게 쌀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장흥축협과 장흥한우협회가 중간 유통 마진을 빼고 직접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거래 판매 외에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전략적 품목 선정이다.
 
현재 장흥 토요시장 내 15개 한우 할인직판장에서 취급하는 한우는 암소, 수소(비거세우), 거세우 등 세 종류다. 하지만 2006년 9월 첫 할인 직판장이 들어섰을 때만 해도 취급 한우 종류는 수소 비거세우 단 하나였다. 쉽게 말해 ‘황소’인 이 수소 비거세우는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marbling·근내지방도)이 적어 고기 육질이 뻣뻣한 게 특징이다.
 
초창기 장흥 한우 직판장에서 수소 비거세우 판매만 고집했던 이유는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박리다매를 통한 이윤창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쇠고기의 육질 등급은 마블링,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에 따라 1++, 1+, 1, 2, 3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특히 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이 많이 나오게 하는 마블링이 근육 내에 골고루 잘 퍼져 있을수록 고기 맛이 좋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 함량이 높듯이, 얇은 지방층인 마블링도 수소보다 암소에 훨씬 더 잘 발달돼 있다. 하지만 암소보다 마블링이 더 발달된 소가 있는데 바로 거세한 수소다. 한우 중 최고 등급인 1++는 대개 생후 7개월 령() 이전의 수송아지를 거세한 후 27개월 이상 키웠을 때 나온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거세를 한 탓에 최고 등급의 거세우를 키우려면 거세하지 않은 정상 소를 키울 때보다 최고 1년 이상 시간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만큼 인건비, 사료비 부담이 늘어난다. 자연히 한우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실제 도축을 하기 전까지는 최고 등급이 전체의 몇 %나 나올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판매업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하지만 비거세한 수소 한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기 육질이 워낙 뻣뻣해 큰 이변이 없는 한 어차피 3등급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도축 전 불확실한 육질 등급에 대해 번거롭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판매업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비거세 수소는 대개 20개월이 지나면 몸집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한우 판매자 입장에선 최대한 무게가 많이 나가도록 20개월까지 키운 소를 잡기만 하면 된다. 거세한 수소 대비 사육을 위해 투입하는 시간이 1년가량 짧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도 적게 든다. 같은 한우라도 값이 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20개월 령() 된 수소 비거세우를 간판 상품으로 내놓은 덕에 장흥 토요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싸다”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장흥 한우 할인직판장들은 이처럼 ‘값싸고 질 좋은 한우 판매시장’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후 암소, 거세우 순서로 품목을 확대해 나갔다. 고급육을 찾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품목을 서서히 다양화해 나간 것이다. 2008년 이후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여느 백화점이나 할인마트처럼 각 부위별로 등급을 매겨 판매하고 있다. 취급하는 한우 종류와 부위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직거래 할인 매장인만큼 여전히 시중 가격보다 25∼30% 가량 저렴한 값에 한우를 판매하고 있다.

‘할머니 장터’ ‘다문화 음식 거리등 차별화된 볼거리와 먹을거리 제공

한우 직거래로 유명한 장흥 토요시장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시장 골목길 양쪽에 늘어선 난전인할머니 장터. 매주 토요일이 되면 재래시장 주변 도로에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텃밭에서 손수 가꾼 무농약 채소와 곡물류를 내다 판다. 현대적인 상점과 재래시장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흥 토요시장만의 명물이다.

 

할머니 장터에서 좌판을 벌이는 할머니들은 장흥군 내 10개 읍·면 중 재래시장이 열리지 않는 5개 읍·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군청에서 교통비 조로 매주 1만 원씩을 지급하면 할머니들은 직접 재배한 작물을 시장으로 들고 와 판매한다. 토요시장 개장 목적이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인구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인 만큼 장흥군내 노인들이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2008 1월 처음 할머니 장터 지원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실제 장터에 소쿠리를 들고 나온 할머니들은 30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왜 나이 든 사람보고 귀찮게 여기저기 오라가라 하느냐며 불평을 해 호응이 크지 않았던 것. 하지만 현재 군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할머니 장터 지원자는 160명이 넘는다. 교통비 지원금으로 할머니들에게 매주 지급해야 할 군청 예산(연간 2000만원)을 훨씬 초과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들께교통비 드릴 돈이 없으니 제발 매주 나오시지 말고 격주로 나오시라고 말씀드렸지만 지금은돈을 안 줘도 괜찮으니 제발 나오는 걸 막지만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한단다. 결국 이 많은 할머니들이 격주로 지원금을 받고 매주 토요일마다 시장에 나와 좌판을 벌인다.

 

할머니들이 내다 파는 품목은 쑥, 냉이, 상추, , , 율무 등 채소류나 곡물류가 주를 이룬다. 1000∼2000원이면 한 봉지 가득 봄나물을 담아갈 수 있다. 할머니들 입장에선 소일거리를 하며 쏠쏠한 용돈벌이가 되고 먼 데서 시장을 찾아 온 방문객들은 농약을 쓰지 않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어 서로가윈윈이다. 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종의생산자 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좌판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들마다석동댁’ ‘운남댁’황산댁등 택호(宅號)와 거주지, 실명 등을 써 놓은 명찰을 달고 나와 장사를 한다.

 


전통 재래시장답지 않게 국가별로 이색적인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장흥 토요시장만의 특징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 7개국에서 장흥으로 시집 온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며느리들이 토요일마다 시장에 나와 자국의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덕택이다.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일본다코야키(문어 요리)’부터 다소 생소한 필리핀롬피아(돼지고기 요리)’, 태국눔음썸(바나나 요리)’ 등 다양한 요리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장 한켠에 마련된 다문화 거리에서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이주 여성들이 서툰 한국말로 음식을 권하는 모습이 토요시장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이들은 장흥군에서 일당(3 5000)과 식재료 비용 등을 지원받아 자국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장흥군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청 시설현대화사업인 다문화교류센터 건립 공모를 통해 확보한 국비 10억 원 등 총 14 2900만 원을 투입, 6월 다문화교류센터를 개설한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전라남도 내에서만도 1 5000여 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서로의 생활 정보를 교환하고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토요시장 내 다문화 음식 거리 맞은편에 자리 잡을 다문화교류센터에선 상설 시장 점포와 함께 다문화 전시 체험관, 놀이방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엔 시장 내 볼거리가 또 하나 더해졌다. 바로 지난해 방영됐던 SBS TV 드라마대물 ‘3대 곰탕집세트장이다. 3대 곰탕집은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었던 하도야 검사(권상우 분)의 아버지(임현식 분) 3대째 운영해 오는 식당으로 토요시장 안에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은 뒤 촬영했다. 드리마 방영과 함께 세트장도 덩달아 유명해져 시장에 오는 관광객들에겐 꼭 둘러봐야 할 명소가 됐다. 김경태 주사는 “‘곰탕메뉴가 장흥의 간판상품인 한우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만큼 세트장을 보완해 실제 곰탕을 끓여 파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토요시장에선 매주 흥겨운 공연 마당이 펼쳐진다. 시장 한 끝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오전엔 각설이, 품바, 농악놀이 등의 공연을 열고, 오후에는 원로가수 초청 공연 및 읍면 노래자랑을 실시한다. 청소년과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짚풀 공예, 도자기 빚기, 떡 메치기, 장어잡기, 투호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한 군 차원에서 토요시장을 관광자원과 연계하기 위해장수풍뎅이 축제’ ‘못생긴 호박축제’ ‘갯장어 축제등 군 축제는 물론국화 페스티벌같은 전국 규모 행사까지 토요일에 열리도록 해 시장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장흥 토요시장은 먹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형 주말 관광시장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성공요인

2008 10월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2008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장흥 토요시장은 전국 1600여 개 재래시장 중 운영성과 부문에서 가장 우수한 시장으로 꼽혀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특히 장흥 토요시장의 한우 할인 직거래 판매장 사례는 전국 지자체 및 상인회 등에서 앞 다투어 벤치마킹해 갔다. 강진, 순천 등 전라남도 내 타 지역에서는 장흥의 뒤를 이어 한우 직판장을 속속 만들어 전남 지역에서 한우 할인 판매 붐이 일었을 정도다.

 

장흥군은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의 경제유발 효과를 연간 약 15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실공히 장흥 토요시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축을 맡고 있는 셈이다. 외지 관광객 급증과 함께 한우 소비시장으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구축해 지자체 이미지까지 한층 높아졌다는 게 장흥군 자체 분석이다.

 

장흥 토요시장의 성공 요인은 주 5일 근무제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주말시장이라는 틈새를 공략한 데 있다. 물론 이 시장은 토요시장이란 점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년 내내 시장이 서는 상설시장에 가깝다. 1982년부터 상설시장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현재 토요시장 내 총 106개 점포 중 상설시장 점포가 절반 이상(58)이다. 한우 직거래 매장도 매일 열고, 5일장 상인들도 상황에 따라 정기적인 장날(매달 2·7)이 아니어도 가게를 열곤 한다. 토요일에 서는 장이 다른 점이라면 △‘할머니 장터가 들어서 재래시장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고다국적 이주 며느리들이 손수 장만한 이색 음식들을 맛볼 수 있으며흥겨운 공연과 체험 기회가 넘쳐난다는 점 정도다.

 

이처럼 엄밀히 따져 장흥 토요시장은 상설·정기 시장이 혼재돼 있다. 하지만 장흥군은 2005년 시장 재개장과 함께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 군내 쇼핑객을 통한 수익원 확대가 어려운 만큼 주말 관광객 유치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적에 따라 확실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군내 주민들이야 시장 이름을 토요시장으로 바꿔도 상설시장이 매일 선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들에겐재래시장이 토요일에도 열리나라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최초 주말시장을 공공연하게 표방한 덕에 주말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러한 토대 위에 장흥 토요시장은 값싸고 질 좋은 한우라는 간판 제품을 탄생시켜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모두들 값비싼 프리미엄 한우만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돼지고기 값에 한우를 판다는 역발상적 접근을 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초기 해산물을 간판 상품으로 선정해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택에 소비자 행태와 니즈에 대한 분석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정남진 장흥 토요시장=한우 직거래 할인 시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 시장 개장 초기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간판 한우 상품(수소 비거세우) 덕택에값싸고 질 좋은 한우를 판매하는 재래시장이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강원도 횡성, 홍천 등명품 한우로 자리매김한 기존 한우 시장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돼지고기 값만큼 싸게 파는 한우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을 강력하게 흡인할 수 있는 대표 상품과 브랜드를 육성한 후 제품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암소, 거세우)해 나감으로써 매출 증대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밖에도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할머니 장터’ ‘다문화 음식 거리등 토요시장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구(新舊)가 조화를 이루고 우리 문화와 타국 문화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장흥 재래시장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찾는 주말 관광객들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켰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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