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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매체는 디지털보다 강하다

DBR | 7호 (2008년 4월 Issue 2)
종이 값이 오르고 있다. 유통 우편 물량은 한계치에 근접했다. 뉴 미디어로 인한 관련 업체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다양한 업종의 마케터들은 지난 수년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다이렉트 메일과 다양한 인쇄물을 사용하고 있다. 가변 데이터 프린팅(variable-data printing) 덕분에 이제 기업들은 구매 내용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완벽한 개인맞춤형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고객 개개인에게 교차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변 데이터 프린팅은 저장 데이터를 다양한 양식지에 사용자가 원하는 포맷으로 출력하는 방법으로 직접 입력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고객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선호한다.
 
미국 우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취급한 우편물 중 약 1030억 개가 상업용이었다. 이는 편지 960억 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전통적 대중 미디어 매체인 TV, 라디오, 특히 신문과 잡지가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다이렉트 마케팅협회(DMA)에 따르면 인쇄 관련 지출은 2012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고객들
 
한때 디지털 매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융통성이란 특성이 얼마 전만 해도 ‘데드트리 매체(Dead-Tree Medium)’라고 불리던 인쇄물의 강점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도입 초기 비용 절감을 위한 완전무결한 해결책으로 환영받던 이메일은 수년이 지난 현재 통제불가능한 매체로 변했다. 게다가 스팸 메일로 얼룩진 이미지 때문에 합법적인 마케터들조차 차단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방송사나 전통적 인쇄 매체들은 독자 수가 점점 줄고 있고 협소해진 홍보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에 비해 블로그나 인스턴트 메시지처럼 최신 유행을 달리는 디지털 매체는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영향력이 있어 보이지만 아직 충분한 시험을 거치지는 못했다.
 
와튼 스쿨 마케팅 교수인 에릭 브래드로는 인쇄물이 이메일과 같은 미디어 매체와 비교해 확실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많은 사람이 이메일은 비(非)사적이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원합니다. 마케팅 면에서 보면 이메일은 상업적 요소가 강하지만 종이는 관계적 요소가 강하죠.”
 
다이렉트 마케팅협회의 수석연구원인 에드 만치티도 종이가 관계 지향성과 상업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쇄물은 마케터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매체입니다. 인쇄물은 온라인에서 얻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융통성을 갖고 있는데다 개개인에 맞춰 특화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쇄물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다는 것, 그것도 이메일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읽는다는 겁니다. 마케터들은 고객이 읽어줄것을 기대하면서 3∼5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인쇄해 보냅니다. 이메일을 보낼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메세지를 최대한 간단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야 하죠. 그렇게 해야 독자가 겨우 읽어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예 이메일을 읽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매스 마케팅의 경향이 모조리 디지털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던 1990년대 말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확실히 상업 인쇄물은 다시 영향력을 얻기 시작했다. 디지털 분야의 강점인 고도로 개별화한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하는 일을 이제는 인쇄물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케터들이 고객의 개인 기록에 맞춘 특성화 우편물 제작, 인쇄, 배송에 쓰이는 가변화 데이터 프린팅 혹은 원투원 프린팅으로 작업을 시행하면서 가능해졌다.
 
제록스와 같은 회사들이 이런 추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토론토 소재 전략 마케팅 회사의 고문인 로버트 펜트는 지난해 제록스와 손잡고 캐나다판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위한 교차 판매 다이렉트 메일 캠페인을 추진했다.
 
그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와 사내의 카탈로그 인쇄 작업을 통합해 개별 카탈로그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교차 판매를 시도했다. 그의 팀은 우선 개별 고객의 구매 기록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이후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별 카탈로그를 생산했다. 각 카탈로그는 고객의 과거 구매 기록, 구매품의 관계성,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개별 카탈로그에 대해 펜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책을 샀다면 그는 ‘쉐비 핫로드’, ‘역사 속의 우편 수집’ 이라는 책도 구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안 수리에 대한 책을 살 가능성도 농후하죠. 다른 마케터들처럼 저도 비용 절감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쟁 관련 책을 사는 사람이 자수 책을 구입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수 책을 홍보하려고 카탈로그 지면을 낭비하면 안 되죠.”
 
하지만 컨트리음악 CD나 DVD가 상품이라면 이야기가 완전 달라진다고 펜트는 말한다.
 
“데이터베이스와 고객 프로파일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일반적으로 고객 프로파일을 이용해 여러 정보로부터 개인의 구매형태를 집약하고 동시에 나이, 수입, 라이프 스타일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분석해 계산에 넣습니다. 이웃이 어떤 물품을 구매했는지도 참고할 만한 요소입니다.”
이 캠페인으로 제록스는 판매량이 대폭 늘어나는 결과를 얻었다. 선발 테스트 그룹에서 전체 판매는 74%, DVD 판매는 111% 급증한 것이다. 현재 제록스는 잠재 고객들에게 판매 증가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일요 광고물과 화요일의 회람
카탈로그 인쇄물이 첨단 산업 분야를 보여주긴 하지만 다이렉트 메일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비용은 전단물, 우편엽서, 회람처럼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노동 집약적 산업에 쓰인다.
 
전단물 매체 업계의 대부인 발라시스 커뮤니케이션의 테레즈 멀베이 마케팅 부사장은 인쇄물의 위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누구나 디지털 미디어, 인터넷, 휴대전화에 관해서 말하죠.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종이를 좋아합니다. 우리는 종이가 효과가 있다는 걸 압니다. 사람들은 일종의 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은 일요일에 신문을 사서 일요 광고물을 보고 화요일에는 회람을 봅니다. 이런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아요.”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신문의 지면 수와 구독률은 점점 줄어지고 있다. 다이렉트 마케팅협회(DMA)는 신문 전단물에 쓰인 지출액이 2002년에서 2007년까지 3.7%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몇몇 업체는 전자 미디어 쪽으로 이동했다. 실제 DMA의 조사에 따르면 이메일에 쓰인 지출액은 해당 5년간 14.5% 증가했다. 이메일 외에 고객 주도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블로거와 함께 이야깃거리와 아이템 만들기, 3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인스턴트 메시지 등과 같이 인터넷 마케팅을 위한 지출액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다이렉트 메일 솔루션 회사인 스트롱 메일 시스템(Strong Mail Systems)의 상품전략 부사장인 트리시아 로빈슨은 이메일과 인쇄물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일부 사람들이 예측한 것처럼 이메일이 다이렉트 메일을 대체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메일의 입지가 다이렉트 메일에 못지않게 견고해진 것도 분명해요. 많은 회사가 이메일을 카탈로그나 다른 형태의 다이렉트 메일과 통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이 카탈로그를 반드시 읽어주길 원합니다. 게다가 카탈로그를 보내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어요. 때문에 이메일을 보내서 카탈로그 도착을 알려줘야 해요.”
 
청탁받지 않은 모든 이메일이 버려진다는 인식에 대해 로빈슨은 전혀 다른 의견을 견지했다. “제가 이메일을 보내면 이중 40%가 읽힙니다. 이에 입각해 저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메일을 보내요. 이런 훈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메일 마케터들이 끊임없이 요청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태에 기반을 둔 마케팅을 하도록 일깨우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낯선 이메일에 답신하기를 주저한다. 젊은 부모를 겨냥한 10여 개의 소비자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 페어런트 컴퍼니(Parent Company)의 마케팅 부사장인 게리 린지의 말을 들어보자. 린지는 자신의 회사가 기본적으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전히 인쇄 카탈로그를 통해 판촉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카탈로그를 통해 실제로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 고객 중 25%가 이메일을 보고 난 후 웹사이트에 들러 구매하죠. 카탈로그를 보낸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은 36%가 구매를 단행합니다. 사람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을 좋아해요. 하지만 인쇄물과 인터넷을 함께 사용하면 더욱 강력한 힘이 발생합니다.”
 
와튼 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패티 윌리엄스는 “통합유사 메시징(Integrated Proximity Messa-ging)이라 불리는 교차 판매는 말 그대로 고객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그들과 접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적절한 매체를 통해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는 편지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일부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전달하는 것이 낫습니다. 인쇄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통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를 정성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연락을 취할 때 인쇄물을 보내는 사람은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보다 더욱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죠. 편지를 쓸 때는 실제로 노력이 필요하고요”라며 사람들이 노력을 그 사람의 진심과 동일시한다고 설명했다.
 
인쇄물, 이메일, 음성메일 등 어떤 매체를 사용하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과정에는 갖가지 난관이 있지만 특히 이메일은 가장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친애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우둔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렇다고 가벼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격식을 좋아하는 고객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십플리와 함께 ‘이메일을 위한 완벽 가이드(Send: The Essential Guide to Email for Office and Home)’라는 책을 펴낸 윌 슈발브는 “사람들은 매일 이메일로 실수를 저지릅니다. 때때로 이는 그들의 생업을 위협해요”라고 말했다.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인 요나 버거는 인사말의 방식에 따라 메시지를 대하는 수취자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구매 결정 태도를 연구하는 버거 교수는 고객이 자신의 이름을 언급해주면 요구 사항을 더 잘 들어준다고 지적했다.
 
버거 교수는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집집마다 찾아가 통조림 음식을 기부해달라고 요청한 일을 예로 들었다. 집 주인의 이름을 언급한 학생들은 79%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반면 주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학생들의 성공률은 절반에 불과한 39%였다. 게다가 전자에 속하는 학생들은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얻었다.
 
스탠퍼드대의 내서니얼 파스트와 공동 저술한 버거 교수의 이번 연구는 서로 친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던 이전의 연구와 달리, 서로 모르는 사람들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 해도 이름을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할 때 마케터는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비자 웹사이트인 니만마커스 닷컴(Neiman Marcus.com)의 브랜든 호프만 사장은 인쇄물이 비싸긴 하지만 제 값을 한다고 말했다. 판매량만 보면 웹사이트가 가장 크고 유일한 통로지만 고객을 온라인 스토어로 유치하는 것은 다름아닌 카탈로그 인쇄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는 연평균 100만 개의 카탈로그를 발송합니다. 물론 그중 약 99%가 버려지지만 카탈로그를 안 보내면 고객을 잃습니다. 인쇄 작업을 중단할 계획이 전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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