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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아이디어를 색칠하라

곽준식 | 7호 (2008년 4월 Issue 2)
사람들은 자신에게 전해지는 정보가 기존의 것과 다를 경우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신기하거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는 사람들이 정보 처리를 할 때 정보에 대한 현저성(salience: 생생함)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본 레스토프 효과(Von Restorff Effect)’라고 한다. 우리가 독특한 사람이나 광고를 보면 보통 사람이나 광고보다 더 오래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광고물이 거리를 뒤덮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는 광고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거리는 아이디어로 채색할 수 있는 훌륭한 캔버스가 틀림없다.
 
사무용품의 새로운 용도
차도와 인도를 구별해주는 노란 선과 횡단보도의 하얀 선은 무엇으로 그려지는지 아니?”(A)
노란 색과 하얀 색 페인트.”(B)
아니, 노란 색 형광펜과 하얀 색 화이트야.”(A)
A의 대답을 듣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Fedexkincos의 거리광고를 보라. 분명히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작업에 쓰이는 형광펜과 화이트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페덱스킨코스닷컴(Fedexkincos.com)은 웹사이트를 알리기 위해 미국의 한 도시에 형광펜과 화이트 모양의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였다. 하지만 단순히 거대한 구조물만 세웠다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페덱스킨코스닷컴은 차도와 인도의 구분선을 그리는 도구로 형광펜을, 횡단보도의 하얀 선을 그리는 도구로 화이트를 배치함으로써 이를 광고로 활용했다. “이제 사무용품은 페덱스킨코스닷컴(Office Products now at Fedexkincos.com)에서”라는 광고메시지를 소비자의 머리 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커피의 재발견
“너 어디 사니?”(A)
“난 커피를 마시는 여인의 왼쪽 가슴에 살아.”(B)
“와! 좋은 동네에 사네.”(A)
“어디쯤 왔어?”(C)
“나 지금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왼쪽 팔꿈치를 지나고 있어.”(D)
“거의 다 왔네!”(C)

이들의 대화를 읽고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2>를 보면 이들의 대화가 어떤 뜻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정류장과 거리에 세워진 지도마다 노선표가 부착되어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정류장에 어지럽게 나붙은 각종 광고물은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또한 무미건조하게 그려진 지도는 위치만 알려줄 뿐이다. 뉴 카페 프레스코(New Cafe Fresco)는 제품 출시에 맞춰 지도를 연결해 여인의 모습을, 노선표를 연결해 바쁜 현대인의 모습으로 바꾼 후 자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천편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하게 그려진 노선표와 지도가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사람들에게 정보뿐만 아니라 상쾌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기발한 광고로 바뀐 것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거리촬영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카메라가 보편화 됐다. 휴대전화에 부착되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소형화와 고품질로 여전히 새로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인도에 차량진입을 차단하는 원통형의 장애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애물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카메라로 둔갑했다. <그림 3>과 같이 캐논(Canon)은 원통형 장애물을 카메라렌즈처럼 만드는 저비용 고효율의 통찰적 아이디어를 활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사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손자병법’과 같은 병법서에서는 지형지물을 얼마나 적절하게 이용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고 얘기한다. 지형지물은 단순히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거리 조형물들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 있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뿐만 아니라 기업의 광고비용도 줄여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필자는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리앤디디비 마케팅 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동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소비자 정보처리 및 의사결정 분야가 전공. 저서로는 <마케팅 리더십>(2005년)과 <선택받는 나>(2008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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