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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窓 할리우드, 그 묘한 매력

DBR | 7호 (2008년 4월 Issue 2)
이어니스 개츠지오니스
 
많은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세계 전역에서 격렬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한다. 이로 인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느끼는 반감이 미국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미국의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할리우드는 미국 안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 밖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의 전체 티켓 판매 중 해외 티켓 판매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3년 전 40%보다 증가한 수치다. 해적 복사판을 보는 수백 만 명을 제외하더라도 홈 비디오 사업은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할리우드의 주요 수입원이다. 미국 TV쇼들은 라이센싱 수수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해외 프로그램 구매업자들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무역 자유화와 글로벌 마인드 기반의 마케팅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영향력 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해외 지사를 늘리고 속속 외국 업체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아부다비의 가장 큰 부동산 회사인 알다와 20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영화와 비디오게임을 제작해 아랍계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아랍계 국가의 인구 중 60%는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은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규제도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서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이미 중국에 제작사를 설립해 놓았다. 
 
할리우드는 그간 해외 스타를 꾸준히 영입해왔다. 해외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는 현재 영화 판촉을 위해 해외 스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리우드 고위 관계자들은 말한다.
 
영화 ‘킹덤’에서 주연 제이미 폭스와 함께 공연한 아쉬라프 바홈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배우다. 그는 용감한 사우디아라비아 경찰관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브라질 출신의 앨리스 브라가가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했다.
 
할리우드는 종교(‘킹덤 오브 헤븐’), 테러리즘(‘뮌헨’), 치사 바이러스(‘나는 전설이다’), 석유 무역(‘시리아나’)처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주제를 영화로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할리우드는 점점 크고 넓게 생각하고 있다. 국제 시장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만으로는 반미 감정과 캠페인이 이토록 만연한 시기에 할리우드가 전례없는 성공을 거둔 비결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 이 모순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세상 사람들이 미국 문화와 미국 대외정책을 별개로 여기며 반미를 열렬히 내세우는 사람들은 대개 지식인과 종교적 극단주의자로 간주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공연히 미국을 비난하는 일반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정치가 아니라 미국의 위선적 가치가 더 문제라고 비난한다. 퓨 글로벌 태도 프로젝트(Pew Global Attitudes Project)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는 이러한 실태를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2002년 56%에서 2005년 46%로 하락했다. 영국, 폴란드, 캐나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요르단, 터키, 파키스탄에서도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모두 하락했다
 
해외극장에서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들이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스파이더맨 3’는 3억750만 달러를 벌어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그리고 미국의 으뜸 가족을 그린 영화 ‘심슨 가족’의 해외 수입은 미국 내 수입의 두 배인 3억3300만 달러에 달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자신이 미국 상품에 둘러싸여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쪽에선 미국 국기가 휘날리고 다른 쪽에서는 미국의 자연이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는 미국의 자신감과 근사함, 과학기술적 탁월함, 미국의 독특한 역동성을 끈질기게 홍보하고 있다.
 
티켓 판매량뿐 아니라 해외 정부의 반발에서도 할리우드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최소 3개월간 미국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 미국 영화의 성공이 중국 영화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에서는 한 해 동안 한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146일 이상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존재한다.
 
지난해 3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문화 고문인 자바드 샹가리는 몇몇 평론가가 반(反)페르시아적이라고 지적한 영화 ‘300’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 영화는 이란 문화를 표적으로 한 미국의 통합적 심리 전쟁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의 한 정부 대변인은 “문화 침입은 외인들이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무슬림의 민감한 정서를 보호하기 위해서 멜 깁슨이 제작한 예수의 일대기 ‘패션 오브 더 크라이스트’의 상영을 막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콸라룸푸르 상점 곳곳에서 해적판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의 길거리 구석구석에는 할리우드 영화 해적판들이 범람하고 있다. 금지 조치가 내려졌으나 이란 젊은이 중에는 미국 영화 애호가가 많다.
 
할리우드가 미국을 불법 소굴로 묘사하는 것도 미국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강화시킬 수 있다. 퓨 글로벌 설문 조사에서 60% 이상의 레바논인이 미국인을 욕심 많고 폭력적이며 부도덕한 사람들로 묘사했다. 하지만 레바논은 중동에서 할리우드가 가장 환영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 할리우드의 인기가 높다는 것은 적어도 레바논인들이 미국의 비행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실제로 생각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한 젊은 말레이시아 여성은 할리우드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직설적으로 밝혔다. “할리우드는 말레이시아에서 할 수 없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든 것을 꿈꾸게 만들었다.”
 
할리우드는 ‘죄’만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관객도 그 죄를 들여다보려고 극장 앞에 줄서지 않는다. ‘반미주의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Anti-Americanism)’라는 에세이집을 펴낸 폴 홀랜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할리우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사회, 특히 미국의 부, 패션, 소비패턴에 대해 알게 해줍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부분이죠. 이들은 자신의 반미적 태도는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반미주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할리우드 영화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도구일 뿐 아니라 논박할 여지없이 필수적인 도구다. 앨 고어의 영화 ‘불편한 진실’의 성공은 세상 사람들에게 “미국 정치인 중에서도 세계 복지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할리우드라는 ‘창(窓)’은 세상이 미국과 복잡미묘한 관계를 맺게 한다. 정치비평가, 종교단체, 정부, 학교, 미디어 등이 가르쳐온 부당하게 단순화한 미국 정치문화에 대한 의식에 대항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을 일방적인 악으로 간주하려는 내적 충동과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편집자주 미국 예일대의 <Yale Center for the Study of Globalization>이 발행하는 온라인 매거진 <Yale Global>의 아티클을 NYT신디케이션을 통해 전재합니다.
 
필자는 미국 뉴욕 출신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거주하고 있는 저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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