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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둘 수 없는 인도의 농촌

타룬 카나(Tarun Khanna) | 6호 (2008년 4월 Issue 1)
인도의 경제 성장은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글로벌화가 늦게 이뤄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려 70%의 인도 주민들은 아직도 농촌의 격리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가난에서 탈출시켜줄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혀 연결돼 있지 않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도 기업가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오지의 시골 농장과 도시의 소비 시장을 연결시켜주면 이런 딜레마는 해결될 수 있다. 인도에서 기대를 모으는 이와 같은 민간 영역에서의 활동은 1980년대 중국에서 국가 중심으로 농업 개혁을 일궈냈던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최근 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방갈로르의 만디(mand·농산물 경매 시장)를 도보로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 전 세계 아웃소싱의 수도인 인도에서 나는 도처에 농산물이 널려있고 일부는 썩어 들어가고 있었으며 지저분한 개와 질주하는 쥐들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 백 명의 가난한 농부들은 전통의상인 도티(dohti)를 입고 체념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새벽녘에 덜커덕거리는 버스와 달구지, 트럭, 트랙터를 타고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좁은 길을 통해 이 경매 시장에 찾아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농산물을 차에서 내리고 난 후 농민들은 무조건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판다. 농장에서 일단 나온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도의 농업생산마케팅위원회(APMC ·Agricultural Produce Marketing Co -mmittees)는 농산품이 반드시 이런 도매 시장을 통해 판매되도록 했다. 또 농산물 경매시장인 ‘만디’는 지역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당초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농민들을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농민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농민들이 도시에 머문다 하더라도 불행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농민들의 도시 생활은 하루하루 연명하기조차 힘든 악몽과 같은 시골 생활의 연장일 뿐이다. 인도 정책 입안자들은 독립 이후 농촌 문제를 사실상 무시해왔다. 시골 가정의 89%는 전화가 없고, 52%는 어떤 형태의 전력도 공급받지 못했다. 시골 마을은 사시사철 이용할 수 있는 도로로부터 평균 2㎞ 떨어져있다. 그리고 시골 거주민들의 20%는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농촌과도 격차 커
최근 방갈로르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중국 하이난 지역을 떠올렸다. 하이난 지역에는 많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나는 하이난성의 수도이며 중국의 중요한 산업 중심지이자 철도 교차로인 정저우를 출발해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했는데 주변이 매우 청결했다. 그리고 공공기관들은 아침 이른 시간에도 업무를 수행했다. 여행 도중에 작은 마을인 ‘키우(Qiu)’라는 곳에 들렀는데 인구는 수 백 명에 불과했지만 마을 구석에 있는 옥수수밭까지 포장도로로 연결됐다. 이 마을이 번영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인도 마을의 절망감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개 시골 지역의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면 경제적 잉여가 생겨서 농촌이나 준 도시지역에 경공업을 태동케 한다. 그리고 이런 발전과정이 누적되면 도시 지역의 산업화가 이뤄진다. 경제적 잉여는 신기술에 대한 재투자를 촉진하고 더 폭넓은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충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중국은 1978년 이후 이런 경로를 밟았고 인도네시아는 1966년부터, 베트남은 이보다 늦은 1989년 이후 이런 과정을 경험했다.
 
인도 정부는 시골 마을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협력하면서 향후 전망은 더 밝아졌다. 예를 들어 자영업 여성연합(SEWA·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은 수 만 명의 여성들이 생산적 일을 할 수 있도록 소액 대출을 해줘서 보건, 초등 교육, 경제적 자립 기반 마련 등과 관련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했다. 기업이 여기에 참여한다면 시민단체가 시골 지역에 가져다준 것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노력들은 아직까지 너무 미흡한데다 늦은 감이 있다. 주정부가 항상 SEWA를 지원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도 대규모 조직원을 둔 이런 단체들이 투표할 때 정치세력화 하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 조직화한 농수산물 도소매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을지도 모르는 조직화하지 않은 농민들과 충돌양상을 보이곤 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조직화한 인도 소매 노동조합은) 메트로캐시앤캐리(Metro Cash & Carry) 같은 독일 유통 공룡업체뿐만 아니라 릴라이언스프레시 같은 인도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인도 도소매 노동조합에는 인도 인구의 8%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현재 인도에는 1200만 명 이상의 소규모 소매상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96%는 작은 구멍가게들이며 한 가게는 46m²(약 14평)수준에 불과하다. 인도는 인구 당 소매 판매장 면적이 가장 좁은 나라다. 인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영세 소매상들은 많은 표를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 정치인들은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대형 도소매 매장과 같은 근대식 유통 시스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만디는 어떤 측면에서 항구적이고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갖고 있다. 또 조직화하지 않은 농민들은 이런 시스템을 공격할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 농부들은 지역의 독점권을 가진 소매상에게 자신의 생산품 유통을 계속 맡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촌 마을의 비참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선의를 가진 선각자들은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정부 최고위층 인사들은 이에 동의한다. 치담바람(P. Chidambaram) 인도 재정부장관은 APMC 규정이 불행히도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존엄한 장관의 능력으로도 지역 실권자들을 통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행동은 시민운동을 활성화해서 주민들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다. 결국 중국 경제 혁명도 시골 자영업자의 개혁에서 출발했다. 중국에서는 변방 지역에 대한 개혁 이후 외국 직접 투자 형태로 거대한 부자들이 투자를 시작했다.
 
따라서 인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농촌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좋지 않다. 중국에서는 강력한 정부가 개혁 정책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인도의 약한 정부는 먼 지역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인도는 민간 부문의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도 정부는 역동적인 자생적 기업가 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
 
릴라이언스 프레시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생적 인도 기업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다국적 기업들도 환영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메트로캐시앤캐리가 이런 기업이다. 또 미국 월마트와 인도 바티(Bharti)와의 합작기업도 민간 투자를 확대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시골 마을의 토마토 농부와 도시의 시장을 연결하는 현대적인 농업 공급망을 확충하면 비용 낭비는 25%나 줄이고 소비자 가격도 21% 인하할 수 있다. 이렇게 돼야 농촌에 사는 인구의 70%가 인도의 성장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미국 예일대의 이 발행하는 온라인 매거진 의 아티클을 NYT신디케이션을 통해 전재합니다.

필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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