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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B2B 시장에도 고객세분화는 藥이다

한상린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하이테크 마케팅 그룹(HMG, 회장: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소속 전문가들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HMG는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의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교류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입니다. 한국의 MIT 미디어랩(Media Lab)을 지향하는 HMG DBR 기고를 통해 즉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시스코(Cisco)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필수인 스위치, 라우터(router)와 같은 네트워크 통신장비를 판매하는 세계적인 제조업체다. 시스코는 철저한 고객분석 및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회사 중 종업원 250명 이하의 중소기업(SMB) 고객들이 시스코의 마케팅 활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스코는 중소기업 고객들의 구매행동 및 특성 분석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고객의 네트워크 장비 구매비용과 구매패턴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시장을 크게 4개의 세분시장으로 나눌 수 있었다.

각 세분시장별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자. 상위 2개의 세분시장인 Tier-1 Tier-2 고객은 네트워크 설비를 그들의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시스코의 전체 중소기업 고객 중 불과 30%를 차지하지만 네트워크 장비 판매액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들이다. 반면 Tier-3 Tier-4 고객은 숫자로는 전체 중소기업 고객 중 70%를 차지하지만 판매액 비중은 미미하고, 네트워크 투자에 큰 관심이 없는 고객이다.

이 고객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코는 각 세분시장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분시장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시스코는 ‘Smart Business Roadmap’이라 부르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중소기업 고객들이 당면한 경영 문제에 대한 장기 솔루션을 제시해주면서 중소기업 시장에서의 매출을 대폭 성장시킬 수 있었다. 

B2B 시장세분화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란 말 그대로 크고 이질적인 전체 시장을 비슷한 특성을 가진 몇 개의 고객집단으로 나누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시장세분화를 통해 도출한 몇몇 세분시장(segment)에 서로 다른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는 일이 시장세분화의 목적이다. 특히 수많은 개인 소비자들로 이뤄진 소비재 시장에서는 고객 집단의 특성과 욕구를 분석해 세분시장 마케팅 및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 전략을 펼치는 일이 훨씬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수많은 개인 고객들로 이뤄진 소비재 시장과는 달리 소수의 조직 구매자나 기업고객으로 이루어지는 B2B 시장에서는 고객세분화의 의미가 약간 다르다. 시장세분화의 중요성 또한 소비재 시장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B2B 시장에서도 시장세분화 및 포지셔닝은 여전히 중요한 마케팅 요소다. 기업과 산업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전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산업재 마케팅 연구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유명한 학자인 윈드(Wind)와 카르도조(Cardozo, 1974)의 정의에 의하면 산업재 시장의 세분시장은공급업체의 마케팅 활동과 연관돼 공통된 특성들을 보여주는 현재 또는 잠재적 고객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고객의 특성에 따라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과 마케팅 활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고객 세분화는 성공적인 B2B 마케팅 전략의 첫 단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B2B 시장세분화의 요소

B2B 시장에서는 시장세분화를 일반적으로 거시적 세분화와 미시적 세분화로 분류한다. 거시적 세분화의 방식은 고객의 규모나 지리적 위치, 구매 빈도나 구매량에 따라 고객을 몇 개의 집단으로 세분화하거나 구매의사 결정구조, Buying Center 구조에 따라 고객의 특성을 분류하는 작업을 말한다. 고객이 국가 표준 산업 분류상 어느 업종에 속해있는지에 따라 세분화를 하기도 한다. 한국의 한국표준산업분류(KSCI: Korean Standard Industry Code)나 미국의 NAICS(North American In-dustrial Classification System의 약자) 코드 번호가 대표적 예다.

거시적 시장세분화의 또 다른 기준으로는 고객회사의 제품 application 종류를 들 수 있다. 고객이 어떤 기술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공급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는 형태가 어떻게 다른가에 따라 고객을 분류하는 방법이다. 특정 공급업체의 부품을 어떤 고객은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속품으로 사용하지만 다른 고객은 같은 부품을 유지 보수나 재판매용으로 사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미시적 시장세분화란 말 그대로 고객들의 세부적 속성을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는 주요 구매결정 요인 즉 품질, 납기, 가격, 기술력 등에 따라 고객들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철강제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강철끈을 생산 판매하는 미국의 시그노드(Signode)는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고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시그노드는 가격과 서비스 관계를 바탕으로 174개 고객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한 후 다음의 표와 같은 고객세분화 전략을 마련했다. 

고객의 구매 특성 분석에 바탕을 둔 이러한 새로운 고객세분화를 통해 시그노드는 고객의 특성에 적합한 차별적인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 가격 경쟁 부분에서 이전과는 달리 가격지향적인 고객 세분시장에 집중적으로 가격 조건을 홍보하면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켰고 마케팅 성과도 높일 수 있었다.

이 외 고객사의 구매 전략 유형, 구매 기업의 혁신 정도, 구매 담당부서 조직원들의 개인적 특성 또한 미시적 시장세분화의 기준이 될 수 있다.

Price is not everything

많은 B2B 거래에서 고객들은 가격을 제일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B2B 고객들에 대한 시장세분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 언제나 가격만 최우선 요소인 건 아니다. 제품의 질이나 기술 수준, 납기일을 지키는 능력, 판매 후 서비스 등은 고객의 구매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제품 간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범용 상품(commodity) 시장에서도 고객들은 의외로 가격 이외의 요소를 많이 고려한다. <그림1>은 대표적 commodity인 산업용 레진(industrial-resin)의 구매 과정을 분석한 결과다.


즉 산업용 레진 제품의 구매 과정을 보면, 가격이 제일 중요한 결정 요소라고 응답한 고객이 가장 많기는 했다. 하지만 비율은 30%로 높지 않았다. 반면 품질의 일관성이나 기술지원 및 고객서비스 역량, 납기, 영업사원의 관심, 제품의 다양성 등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고객은 전체 응답자의 70%를 차지했다. 이는 B2B 업체가 왜 가격에 민감한 고객뿐 아니라 서비스지향적 고객, 제품지향적 고객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B2B 시장세분화 사례: 고객세분화에 따른 유통 채널 차별화

세계 최대 실리콘제품 제조 기업인 다우 코닝(Dow Corning)은 혁신 선도 기업으로 이름이 높다. 이 시장에서도 다우 코닝처럼 고도의 기술지원이나 고객서비스 없이 저가격으로만 판매하는 중소 경쟁기업들이 등장하면서 다우 코닝의 고객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우 코닝은 시장세분화 연구를 수행하면서 저가격 구매 고객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고객 세분시장을 위한 인터넷 기반의 자동화된 구매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술 지원이나 고객 서비스 없이 낮은 가격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온라인 상에서 구매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셈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다우 코닝은 친절한 서비스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는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또 가격 위주의 거래가 기존의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던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 새로운 온라인 구매시스템에 Xiameter(http://www.xiameter.com)라는 유통 브랜드도 만들었다. 다우 코닝은 Xiameter의 브랜드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홈페이지의 첫 면에다우 코닝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The new measure of value from Dow Corning)’라는 광고 문구도 삽입했다.

기존 고객에게는 다우 코닝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그에 걸맞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격에 민감한 세분시장의 고객들에게는 Xiameter라는 유통 브랜드를 이용하게 만들어 두 세분시장 간의 충돌을 없앤 셈이다.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시장 선도자라는 기존 포지셔닝에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가격에 민감한 세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한 효과적인 유통 차별화 전략이다.

고객 특성에 따른 시장세분화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B2B시장에서 고객의 주요 의사결정 요인들은 해당 고객들을 분류하는 주요 세분화 기준이다. 그 외에 고객의 특성, 전략적 중요성 등도 고객 세분화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판매 기업에 대한 구매 기업의 충성도, 그 고객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는 작업도 효과적인 고객관리의 밑바탕이다. <그림2> B2B 시장에서 고객 충성도와 고객 관리 비용을 바탕으로 전체 고객을 4개의 세분시장으로 나누어 정리한 도표다.

<그림2>에서 보듯 범용상품 고객(commodity buyers)은 판매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 언제든지 다른 공급업체로 바꿀 가능성이 있는 고객이다. 대신 해당 고객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나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주로 일상 소모품이나 표준화된 제품을 자주 구매하며, 가격에 민감하고 부가 서비스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저성과 고객(Underperformers)은 판매 기업에 대한 충성도는 낮으면서 요구 사항은 많은 까다로운 고객들이다. 이런 고객들은 지금 당장은 해당 기업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다만 이중 향후 전략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파트너 고객(Partner)이란 현재의 공급업체를 고객회사에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인식한다. 이들은 높은 관계 몰입(commitment)을 보여주나 그만큼 공급업체에 요구 사항도 많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고객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업과 함께 가야 할 필요가 있는 전략적 중요 고객이기 때문에 기꺼이 노력을 감수해야만 한다. 가장 가치 있는 고객(Most valuable customers)은 판매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웬만해서는 공급업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 높은 관계적 몰입을 보여주는 고객들이다. 이들 고객은 현재 공급업체와의 거래관계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거래 과정도 표준화돼 있고 까다로운 요구 사항도 없기 때문에 판매기업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고객이다.

시사점

전통적 마케팅의 핵심 개념인 시장세분화와 STP전략은 그간 B2B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B2B시장에서도 고객세분화의 개념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제품 군이나 사업 부서가 다양하고 다양한 고객 집단을 보유한 B2B 기업은 반드시 고객 포트폴리오에 따른 고객별 포지셔닝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세분시장별 마케팅 활동을 구사해야 한다.

설사 고객 집단이 다양하지 않은 B2B기업이라 해도 세분시장의 개념을 적용해 자사의 고객에게 차별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에 대처하려면 늘 해오던 관습적 영업이 아니라 깊이 있는 분석과 마케팅 로직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B2B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한상린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 연구 분야는 B2B 마케팅, 유통, 하이테크 마케팅, 서비스 관리 등이다. 등 국제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한국유통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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