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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s from the Past

고색창연한 ‘허각 스토리’, 디지털시대를 사로잡다

김용성 | 70호 (2010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스토리가 있는 가수, 허각
숱한 이야기와 신드롬을 만들었던 ‘슈퍼스타K2’가 최근 종료됐다. 슈퍼스타K는 케이블 채널 Mnet이 만들어낸 서바이벌 게임 형식의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이다. 마지막까지도 말끔한 외모의 교포청년 존박과 시골청년 같은 외모를 가진 허각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되면서 상상도 못할 인기와 시청률을 누렸다. 특히 슈퍼스타로 등극한 허각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보다 높다.
 
허각이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된 데는 탁월한 노래실력 위에 더해진 허각의 인생역정 스토리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허각의 어머니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다가 허각 형제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허각은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판촉 행사나 결혼식 등에서 가수로 활동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래의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대회 기간 인터넷과 전화 사용이 금지되면서 경쟁자 한 사람이 여자친구와 결별한 것과 달리, 허각의 여자친구는 매주 방청석에 앉아 허각을 응원했다. 허각은 애절한 사랑 노래를 부를 때마다 방청석의 여자친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됐다.
 
이처럼 허각의 인생 이야기가 고색창연한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허각이 부족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실력으로 대회에서 승리하자,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허각을 공정한 사회의 모델로 영입하려 노력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난과 역경을 뚫고 일어난 가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유사한 포맷의 영국 프로그램에서 발탁된 폴 포츠는 이제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어부는 서울대 성악과 교수의 극찬을 받으며 정식으로 성악을 배우고 있다. 이들은 노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노래 실력 못지 않게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이들의 유명세에 힘을 보탰다.
 
스타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다 보니, 아예 대놓고 연예인들의 이야기 대회를 표방하는 강심장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가상 부부의 신혼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연예인들은 이런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히려 인기를 얻고 나서 비로소 본업인 가수, 연기자로 인지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대세인 TV 프로그램의 등장이 그릴 놀랄 일은 아니다. 노련한 기획사의 등장으로 외모와 실력이 출중한 연예인이 넘쳐나는 시대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남다른 스토리를 가진 연예인은 군계일학처럼 눈에 띈다. 비즈니스도 이렇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비슷해지면 결국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 주목을 받는다.
 
디지털 시대의 영웅 = 스토리텔러
고대에도 스토리는 중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토리가 절대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이솝 우화, 예수의 가르침 등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이야기의 형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연관성 없이 나열된 정보는 열 개도 기억하기 어렵지만, 이야기는 수시간짜리라도 기억에서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호미, 소, 항아리, 두꺼비, 선녀, 원님 등을 연속해서 기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콩쥐 팥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다양한 출연진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의 형태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던 인류의 조상들과 달리 산업화 사회의 인류는 사전식으로 나열된 정보의 위대함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숫자에 의한 경영과 관리가 보편화되고 이야기는 문간방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그러다가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가 정보의 저장과 분석을 대신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원래 선호하던 이야기로 관심을 되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의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는 남다른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부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사회의 수평적 네트워크는 산업화 사회의 수직적 조직과 대조를 이룬다. 수평 네트워크 사회에서 헤게모니는 공식적인 권력이 아닌 비공식적 매력이 쥐고 있다. 쉽게 말해, 직원들은 사장의 공식적 권위를 의식해서 사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팬들은 스타의 매력에 빠져 자발적으로 스타의 사진과 이야기를 퍼 나른다. 이처럼 새로운 질서로 움직이는 수평 네트워크 사회에서 이야기는 매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은 여전히 수직적 구조의 관성에 의지해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당연히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스토리텔링의 본질과 활용법을 이용해 조직관리를 보다 손쉽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자.
 
기업 내에 이야기가 가장 풍성한 시기는 거의 예외 없이 변화의 시기다. 기업 인수, 합병, 분할 등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직원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요즘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면서 변화 관리, 스토리 관리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시간 관리가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닌 것처럼 변화 관리도 변화를 관리한다는 말이 아니다. 변화 관리란 변화에 노출된 직원들의 심리를 관리해서 변화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신속한 협조를 얻어내려는 노력이다. 수직적 구조에서 이 과정은 대체로 상명하달(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고경영자(CEO)가 스토리를 만들면 계층별로 임원과 관리자가 스토리를 이해하고 조직의 하부구조로 전달한다. 또 이 과정에서는 의사소통 블랙홀(black hole)과 트위스터(twister)가 발생한다. 의사소통 블랙홀은 전달할 메시지를 자신만 듣고 전달하지 않는 관리자들이고, 트위스터는 메시지를 왜곡해 전달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처럼 수직적 조직에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스토리 전달 비용이 낮기 때문에 매력적인 이야기가 급속도로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간다.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된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이제 방송국과 같은 대규모의 스토리 전달체계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순식간에 추종자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수평적 네트워크는 그 특성상 끊임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웅들을 발굴하고 이야기를 퍼뜨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보시절 누렸던 인기를 중간선거에서 누릴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 후보시절에는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영웅으로 인식했다. 그의 매력에 빠진 추종자들은 오바마의 이야기와 연설 동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퍼 날랐다.
 
그러다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공식화된 채널을 통해 형식화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와 민주당을 지지한 미국인들은 대체로 중산층, 유색인종, 젊은 지식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이런 계층에는 대통령이란 실제 인물이 누구인가와 상관 없이 고압적인 지위의 인물로 상징되기 쉽다. 자연스럽게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 누렸던 ‘변화의 영웅’ 이미지를 잃고 말았다. 영웅에 대한 기호가 변덕스러운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에서 기업의 리더는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 궁리를 해야 한다.
 
희망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5D 모델
매스미디어에 사건, 사고 소식이 많은 것은 부정적 스토리가 시선을 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의 스토리에 끌리게 마련이다.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향해 몸을 돌리듯이 사람들도 긍정적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전파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이뤄낸 역전승의 이야기는 늘 희망과 짜릿한 쾌감을 준다. 환경이 불리하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리더들은 다음 스토리를 주의 깊게 읽어 보자.
 
콜롬비아의 루이스-펠라에스 박사는 2004년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에 가난한 나라에서 발견한 엄마 사랑의 위대한 치유력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1978년 의료기술도 장비도 부족했던 콜롬비아에서 일하던 사나브리아 박사는 미숙아를 낳은 산모에게 아기를 데려가 가슴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라고 허락했다. 인큐베이터도 전문 간호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저체중 미숙아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아기 엄마들에게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를 돌보라고 권한 것이었다. 지극히 원시적인 이 방법은 콜롬비아에서 저체중 미숙아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 아이를 배 위에 올려놓거나 가슴에 품고 다니는 모습이 새끼를 품고 다니는 캥거루를 닮았다고 해서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라는 정식 이름도 생겼다. 루이스-펠라에스 박사에 따르면, 캥거루 케어는 미숙아에게 안전할 뿐 아니라 감염 위험을 줄여주고, 아기의 발육에 도움이 되며, 모유수유를 장려하는 효과를 낸다. 또 작고 병약한 아기를 낳은 후 우울증에 빠진 산모를 감정적으로 치유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 조사를 담당한 루이스-펠라에스 박사는 인큐베이터보다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캥거루 케어가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태어난 미숙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30여 년 전 캥거루 케어를 도입한 사나브리아 박사는 가난한 나라의 낮은 의료수준을 탓하기보다 엄마들의 무한한 사랑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그가 전하는 스토리는 값비싼 의료장비보다 엄마의 따스한 품이 의학적으로도 더 효과적이라는 역전승이어서 더 뭉클하게 들린다. 이처럼 문제점이 아닌 기존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스토리텔링은 ‘솔루션에 초점을 둔 카운슬링(Solution-focused Counseling)’이나 ‘긍정적인 조직변화(Appreciative Inquiry)’라는 방법론의 형태로 진화했다.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스토리텔러라면 Appreciative Inquiry의 5D 모델을 시도해 볼 만하다.
 
1.DEFINE Issues (이슈를 긍정적으로 정의하라)어느 조직이건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게 마련이다. 내부 조직원들은 외부인보다 더 혹독하게 자신의 이슈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판능력을 업무능력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있어서 다른 직원이나 조직의 이슈를 비판하도록 조직원들을 몰아가기도 한다. 한국기업들이 빠른 추격자 전략을 채택했던 과거에는 이러한 비판적 태도가 도움이 됐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1위를 넘보는 시점이 되자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다. 보다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도가 더 각광을 받는다.
 
예를 들어, ‘불량률을 낮추자’보다 ‘정품률을 높이자’라는 구호가 더 긍정적이다. ‘조직 내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자’라고 이슈를 정의하는 대신, ‘다양한 관점과 의견 포용하기’가 긍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나 결손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지 않는다. 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과거의 리더들은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려는 회피동기에 근거한 비전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의 리더는 기대하고 희망하는 상황에 근접하려는 접근동기에 근거한 비전을 제공할 때 조직원들의 호응을 얻기 쉽다.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은 몇 해 전까지 승객 수화물을 자주 잃어버리는 서비스 품질이 낮은 항공사로 꼽혔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경영진은 컨설턴트를 불러들였고, 이들은 모두 수화물 분실 문제에만 집중했다. 긍정적 관점에서 이슈를 정의하기 위해 컨설턴트는 영국항공의 장점을 거듭해서 물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방대한 고객정보, 장시간 누적된 운영 노하우라는 영국항공의 장점이 발견됐다. 이어서 임직원들은 이런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토론했다. 즉, 승객 수화물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대신, 승객들이 영국항공을 좋아할 만한 ‘차별화된 도착 경험(Exceptional arrival experience)’을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처럼 이슈를 긍정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희망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다.
 
2.DISCOVER Positive Core (긍정적 핵심을 발굴하라)다음으로 해당 이슈의 긍정적 스토리를 발굴해야 한다. 컨설팅을 하던 시절, 필자는 조직의 문제에 대해 하소연하는 고객을 많이 만났다. 듣고 있으면 회사가 곧 망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10년째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조직에는 분명 남다른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 나와 심리학계의 거장이 된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자신에게 상담을 청한 환자가 고민을 호소하면 간단히 대답했다.
 
“그렇게 사는 게 힘들면 죽으세요.”
 
깜짝 놀란 환자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면 프랭클은 되려 환자에게 왜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지 차근차근 질문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환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공한 경험을 회상하게 했고, 그 안에서 환자가 자신의 강점과 삶의 의미를 되찾도록 했다. 스토리에 강한 리더는 조직을 상대로 이와 같은 상담을 한다. 그는 조직원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발굴해 핵심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버린다. 이렇게 만들어낸 긍정적 핵심(Positive Core)은 변화의 단초가 된다.
 
삼립식품을 떠올리면 흔히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비닐 포장의 ‘양산빵’을 생각하게 된다. 그다지 비중 있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식품회사가 올해 창업주의 가족사를 소개로 한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초 대비 주가를 40% 가까이 끌어올렸다. ‘값싸고 맛있는 빵을 만든다’는 소명의식을 가진 창업주의 긍정적 스토리를 발굴해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3.DREAM (Positive Core를 확장한 미래를 꿈꾸라)긍정적인 핵심(Positive Core)은 조직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단단한 도약대가 된다. 이어서 리더는 직원들에게 조직의 긍정적 핵심을 무한대로 확장할 때 조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해보라고 조직원들을 자극한다.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꾸는 꿈(Dream)은 조직의 지향점 역할을 한다. 기존 벤치마킹이 업계선두의 다른 기업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에 비해 Positive Core에 기반한 미래의 꿈은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보다 쉽게 변화에 동의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가난한 나라의 사업가가 영국의 금융권을 찾아가 조선사업을 하겠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다. 배를 수주하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말에 이 사업가는 곧장 선주들을 찾아 나선다. 참 짓궂은 말이다. 조선소도 없는 사람에게 배 제작 주문을 수주해 오라니. 이건 분명히 사업가가 실패할 것을 예견하고 돈을 빌려주지 않을 심산으로 한 말일 게다. 그런데 이 사업가는 결국 조선소도 없는 사업가에게 배를 주문하는 괴짜 고객을 찾아낸다. 의기양양해진 사업가는 수주 증명서를 들고 은행을 찾아가 융자를 받아낸다. 이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의 전설이 등장한다. “우리 조상은 이런 배를 만들었던 바다의 강자다. 우리에게 기회를 다오.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씨 사례는 긍정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부족한 것을 한탄하는 대신, 조선강국의 역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기업가의 긍정적 꿈은 지금까지도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4.DESIGN the future(미래를 설계하라)조직이 꿈을 이루기 위해 다뤄야 할 과제를 이야기하고, 조직구조나 제도 차원에서 개선사항을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디자인 단계는 실질적인 개선 항목들 간의 우선순위, 자원조달 등의 이슈를 논의하는 단계다.
 
5.DELIVER on promise(약속한 미래를 구현하라)계획을 실행으로 기대하는 미래를 실제로 구현하는 단계다. 4∼5단계는 기존의 컨설팅 방법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1∼3단계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리더의 차별화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어느 심리학자가 커피 전문점에서 나눠주는 무료 쿠폰으로 실험을 했다. 한 종류의 쿠폰은 8개의 빈 칸을 채울 경우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쿠폰이다. 다른 종류의 쿠폰은 10개의 빈 칸을 채워야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데, 미리 2칸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재미나게도 2개의 도장이 찍힌 쿠폰을 받은 사람들이 더 빨리 더 자주 카페를 방문했다. 쿠폰을 받은 사람들이, ‘이미 2개는 받았으니 8개만 더 받으면 된다’는 긍정적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순간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경향이 있고, 역설적으로 그러한 노력 때문에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능성과 꿈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리더에게 속는 셈치고 조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치면 자그마한 다윗 같은 기업들이 큰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경우가 있다.
 
리더의 스토리가 중요한 만큼 기업들은 긍정적 스토리 못지않게 부정적 스토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들은 긍정적 스토리를 좋아하지만, 부정적 스토리가 더 선명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특히 리더 개인의 비리 이야기는 조직이 공들여 쌓아놓은 스토리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 외교관 자녀 특채 비리가 부각되자, ‘공정한 사회’라는 국가적 논의가 일순간에 타격을 받은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리더의 삶의 모습이 그의 말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리더의 스토리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긍정적 스토리에 대한 체로키 인디언의 우화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나이든 체로키 인디언이 무릎 밑에서 놀고 있는 손자에게 늑대 이야기로 삶의 지혜를 전해줬다.
 
“우리 마음 속에는 두 마리 늑대 사이의 끔찍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단다. 하나는 악한 늑대인데, 두려움 분노 시기심 욕심 교만 등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선한 늑대인데, 기쁨 겸손 자신감 자애 진실 친절을 상징하지.”
 
결국 어느 늑대가 싸움에서 이기느냐는 손자의 물음에 장로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주어 키운 늑대가 이긴단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이 사회는 여전히 희망의 스토리에 굶주려 있다. 비판과 책망을 아끼고, 우리 안에 잠재된 희망의 씨앗을 일깨우는 스토리텔러가 시대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 yskim@igm.or.kr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미국 상무부, 휴잇어소시엇츠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컨설팅 기법을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변화시켜 기업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관심을 많이 가졌다. 현재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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