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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수요 관리

늘 틀리는 수요예측… 발상의 대전환 필요하다

김수욱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최근 기업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제품 수명 주기는 짧아지고, 경쟁 제품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정된 투입 자원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전략 수립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은 비효율성 및 낭비의 원인을 찾아 자원운영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 예측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다. 과거에는 수요 예측이 어려웠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예측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대책 수립에 따른 자원 낭비를 막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요예측 기법 자체의 정교함을 추구하기보다 수요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품 구매 빈도가 잦은 고객들을 위한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제품 구매 의사가 낮은 고객들에게는 가격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수요를 원하는 방향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한진해운의 NIS와 대한항공의 RMS는 수요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IT 시스템들이다. 한진해운은 1998년 저원가 전략을 추구하는 중국 업체들에 맞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합적 정보관리 시스템(NIS·New Information System)을 활용하고 있다. NIS는 재무, 기획, 영업 지원, 고객 지원, 법무, 물류, 비용 관리, 운항 관리, 장비 관리 등 해운에 관한 모든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가능케 해 고객 만족도 및 재구매 의사를 향상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2년부터 초과 예약 업무를 원활히 하기 위해 RMS(Revenue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 대한항공이 사용하던 시스템에서는 항공편/구간/예약 좌석에 따른 차별적 초과예약 관리가 어려웠으며, 이에 따라 수익 측면에서의 비효율성이 증가되고 있었다. 대한항공은 선진 항공사를 모방해 2002년 1월 1일 초과예약 및 할인 운임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RMS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수요 측면에서의 불확실성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IT 시스템의 도입이 단지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진 해운과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고객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한 적절한 프로모션 및 가격 전략을 구사했다. 뿐만 아니라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프로모션을 제공함으로써 투입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고객별 구매가능 최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업이 수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기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창조적 수요 관리의 개념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최근 새로운 기업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부각된 창조적 수요 관리의 개념 및 출현 배경을 살펴보고, 다양한 활용 사례들을 살펴본다. 또 창조적 수요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운영 현황과 이를 더욱 발전시킨 Demand and Revenue Management(DRM)의 개념 및 실행 이슈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수요 예측의 한계: 불확실성의 존재
많은 기업들이 발전된 IT기술을 활용하고, 다양한 수요 예측 방법을 동시에 활용해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향후 어떠한 수요 예측 방법이 추가로 개발되든지, 혹은 많은 수요 예측 방법을 결합하든지 간에 수요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듯 어떠한 수요 예측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수요 예측을 실시할 때 명심해야 할 첫 번째 법칙은 ‘수요 예측은 항상 틀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요 예측은 왜 항상 틀릴 수밖에 없을까? 100% 적중하는 수요 예측 기법의 개발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불확실성 이론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인간은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해 과거 발생 빈도에 근거한 확률 분포만을 얻을 수 있을 뿐, 그 일이 어느 시점에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더라도 그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향상될 뿐, 인간 속성에 내재한 불확실성 때문에 100% 확실한 구매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나 100% 정확한 수요 예측은 불가능하며, 대신 실제 발생한 수요에 최대한 근접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맞춤형 제품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제품의 수요는 안정적인 반면, 맞춤형 제품의 수요는 변동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맞춤형 제품의 세부 디자인 및 기능이 특정 고객층 기호에 부합되게 설계됐기 때문에 범용적인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소규모 수요를 가지고 있는 개별 제품에 대한 수요 예측이 제품 군 전체에 대한 수요 예측보다 어렵다는 수요 예측의 일반적인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이런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뤄졌다. 특히 제조업에서 이뤄진 Fisher(1997)의 3가지 불확실성 감소 방안은 주목할 만하다. 먼저, 불확실성 자체를 줄이기 위해 향후 발생 수요를 암시하는 선행 지표를 활용하고, 제품 간 공통 부품의 사용을 증진시켜 수요예측 오차를 감소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제품군에 대한 수요 예측이 개별 제품의 수요 예측보다 정확하다’는 수요 예측의 일반적인 원칙에 근거해 수요 예측의 대상이 되는 제품 수량 자체를 늘리는 방법이다. 또 제품의 생산 리드타임을 감소시켜 수요가 구체화됐을 때 제품을 생산해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방안과 잉여 재고나 여분의 생산 능력을 유지시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수요 불확실성 감소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에서는 공급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난다. 따라서 공급 능력을 초과하는 수요가 발생했을 때 초과 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기회 역시 사라진다. 또 서비스 제품의 특성상 재고 형태로의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잉여 생산 능력이 발생한 시점에 적절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잉여 생산 능력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기회 역시 상실한다. 예를 들어, 5명의 미용사를 고용한 미용실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또 특정 시간대에 1, 2명의 고객 밖에 찾지 않는다 해도 여기서 생기는 잉여 생산 능력을 바쁜 시간대에 재활용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가 더 어렵다.
 
결국 서비스 업체들은 수요 자체를 원하는 방식으로 발생시키는 형태로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즉, 일정 시점에서 서비스 생산 능력보다 초과 발생한 수요를 생산 능력의 잉여가 발생하는 시점에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창조적 수요 관리의 대두
서비스업에서의 수요 불확실성 감소 노력을 토대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의 수요를 발생시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창조적 수요관리’라는 개념이 발전했다. 특히, 항공 분야의 수율 관리(Yield Management) 및 전력/에너지 관리 분야의 수요 관리(Demand Management)는 최초로 보편화된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으로 여겨진다.
 
1990년대 초반, American Airline은 신규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해 수율 관리 기법을 개발했다. 수율 관리 기법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이 회사는 1997년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수율관리는 수입관리(Revenue Management) 혹은 소멸성 자산 관리(Perishable Asset Management)라고도 불리며, 수익 또는 수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고객에게, 적정한 형태의 능력을 할당하는 프로세스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항공 산업에서 수율 관리는 실제 운항일까지 남은 날짜에 따라 어떠한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며, 얼마만큼의 티켓을 선 판매하고 몇 명의 초과예약을 허용할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전력 기업의 수요관리는 초과 수요 발생 시기의 수요를 잉여 생산 능력이 발생한 시점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계절별 혹은 시간대별로 상이한 수요를 조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의 수요를 요금 차등화 혹은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억제시키고, 최대 부하가 발생하는 시점의 수요를 경부하 시간대로 이전시키기 위한 가격 및 기기보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율 관리 및 수요 관리 기법은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기존 항공 산업에만 적용되던 수율 관리 기법은 호텔, 영화관, 관광 상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수요 관리 기법 또한 여러 에너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율 관리와 수요 관리 외에도 다양한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이 개발돼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은 단순히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수요를 발생시켜 수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수동적 형태에서 벗어나, 제약 환경 하에서 최대한의 수요를 유도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시켜 기업 수익을 극대화하는 능동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은 <그림1>과 같이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특성과 고객 성향 등을 파악해 적절한 기법들을 선택하고 있다.
 
먼저, 일부 기업들은 특정 그룹의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지역마다 다른 가격 민감도를 이용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가격을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동일 제품에 대해 상이한 가격을 부과하거나, 하나의 제품에 대해 시간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가격 차이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유명 의류 브랜드는 수요 예측 오차에 따른 재고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재고가 쌓일 때 염가로 아웃렛 매장에서 판매하거나 대폭적인 가격 할인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재고 유지에 따른 운영비가 문제되고 있으며, 고가 의류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의 다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또 가격 할인 행사가 자주 이어지면 고객들은 정가 구매보다는 가격 인하를 기다리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유명 브랜드에서는 대폭적인 가격할인 행사나 아웃렛 판매를 실시하기 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할인된 가격에 자사 제품을 선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직원이라고 하는 특수 집단에 대해서 할인된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창조적 수요 관리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기업들은 서비스 능력 배분 전략을 이용해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서비스 능력 배분 전략은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고객 그룹들 간 적절히 배분하는 전략으로 고객별로 서로 다른 크기의 공연장을 배당하는 공연 기획사의 운영 전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캣츠와 같은 대형 공연을 기획했다면 웅장한 무대 스케일을 원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해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형 퍼포먼스 홀을 대관할 것이다. 이때 비싼 가격의 대형 공연을 원하는 고객층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비교적 대관 기관은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난타나 점프와 같은 공연의 주요 고객층은 외국 관광객이기 때문에 중급 규모의 전용 극장을 운영하게 된다. 소규모 연극의 경우 20∼30대 연인들을 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아담하고 저렴한 가격의 티켓 제공이 가능한 소극장 시설을 대관한다. 이처럼 공연 기획사들은 자신들이 제공하게 될 상품의 주요 고객층에 따라 적정한 규모의 공연장 및 공연 시기를 결정함으로써 고객 수요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로 기업들은 예약을 하더라도 서비스 제공 순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객들을 고려해 초과 예약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은 서비스 요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변덕스러운 고객이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때로 이러한 예약 수요는 향후 발생할 수요의 선행 지표로 활용돼 수요 불확실성 감소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네 번째로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씨티은행에서는 아시아나 항공 및 대한항공과 제휴, 사용 실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17+7 마일 서비스라는 신규 마일리지 적립 프로그램을 통해 LG유플러스 서비스 이용자들에 한해서 통신요금에 대한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카드는 항공사, 은행사 및 통신사 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의 고객층을 공유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해내는 전략적 제휴 전략 추진의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를 활용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경매 업체인 이베이(e-bay)는 AOL(America-online)과의 제휴를 통해 AOL 사이트의 1700만 가입자에게 독점적으로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디즈니 사와의 제휴를 통해 디즈니의 계열사인 ABC.com, ABCNEWS.com, ESPN.com의 사이트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베이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제품에 QR(Quick Response) 코드를 삽입, 휴대전화 내 QR코드 인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코드에 상응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도록 함으로써 신규 수요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창조적 수요 관리 구현을 위한 고객관계관리
이러한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을 위해서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다수 창조적 수요 관리 기법들이 고객집단 분류에 따른 차별적 가격 부여 및 서비스 능력 배분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고객 구매 성향에 대한 이해 없이는 수요를 창출해낼 어떠한 인센티브도 부여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CRM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치 있는 고객을 파악, 획득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펼치는 일련의 활동들을 지칭한다. 고객들의 누적된 구매 기록을 통해 고객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집단을 분류해 집단별 차등화된 인센티브 부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CRM 본위의 의미와 상관없이 국내 기업의 CRM 활용은 고객 정보를 수집해 피상적인 정보를 얻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마켓인 G마켓 혹은 11번가를 살펴보자. 고객들은 온라인 마켓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기재한다. 또 고객들의 판매 실적이 누적됨에 따라 고객의 기호 및 구매 패턴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수집된다.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기념일에 할인 쿠폰을 발송한다거나 일괄적인 e메일 광고를 발송함으로써 CRM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판매 서점 사이트 아마존은 유사한 방법으로 수집된 고객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이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아마존은 해당 고객의 과거 구매 실적에 의거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신규 서적을 소개하는 웹 페이지를 로딩시킨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어떤 서적을 선택해 상세 내용을 검색하면 과거 그 서적을 구매한 고객들의 다른 구매 실적을 보여줌으로써 지속적인 판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에 있어서의 국내 기업들과 아마존의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할까? 필자는 기본 데이터 수집 능력과 과거 구매 실적 관리 능력의 차이보다 수집된 데이터 능력을 가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창출하는 능력에 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들과 달리 아마존은 단순히 고객의 과거 구매 실적을 보관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의 구매 습성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함으로써 적합한 프로모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CRM 본위의 기능은 고객 데이터의 수집뿐만이 아니라 이에 대한 적극적 분석을 통해 차별적 고객 전략 실행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CRM 시스템에는 단순 수집된 데이터 저장 장소인 ODW(Operational Data Warehouse) 외에도 EDW (Enterprise Data Warehouse) 기능이 구비돼 있어 고객 분석을 통한 유용한 정보 생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마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CRM의 피상적인 활용에만 집착하고 있다. EDW 활동보다는 ODW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고객 정보의 분석을 통한 가치 있는 정보의 생성 및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 창조적 수요 관리를 위해서는 CRM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고객집단을 세분화하고 집단별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CRM의 적극적인 활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고객의 구매 패턴, 관심 분야 등을 도출하여 고객별로 상이한 가격 및 프로모션 전략을 전개하기 위한 더욱 진보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러한 진보된 시스템의 한 예로 DRM(Demand and Revenue Management)을 들 수 있다.
 
DRM 프로세스
 
 
<그림3>과 같이 DRM은 수요예측(Demand Forecasting), 가격전략(Life Cycle Pricing), 프로모션 전략(Promotion Planning), 가격할인전략(Markdown Optimization)의 4가지 모듈의 상호 작용에 의해 진행된다. 먼저, 다양한 수요 예측 기법을 사용해 판매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예측 수요를 도출해주는 수요 예측 모듈이 있다. 여기서 도출된 정보는 향후 전개될 프로모션 및 가격 전략 수립의 기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가격전략 모듈에서는 수요 예측 모듈에서 도출된 예측 정보를 활용해 전체 수익을 최적화하기 위한 가격 수준을 결정한다. 특히 고객군을 구매패턴에 의거해 다양한 집단으로 분류하고, 집단마다 차별화된 가격을 부여함으로써 각 집단으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가격탄력성 및 경쟁사 판매 가격 정보를 활용하여 가격 변동에 대한 고객 수요 변화 정도를 예측하고 전체 수익을 최적화한다.
프로모션 전략 모듈에서는 가격전략 모듈과 동일한 고객 분류 기준에 의거하여 고객 집단별 차별화된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때, 과거 프로모션 전략에 대한 고객 반응 데이터를 활용하여 집단별로 가장 효율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고객별로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 수단이 상이하다는 가정 아래, 고객이 반응을 일으킬 만한 프로모션 수단만을 선별하여 제공함으로써 소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Markdown이란 일정 기간 판매 후 남은 제품에 대해서 행해지던, 일종의 잉여 재고 처리를 위한 가격 할인 정책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제품이 출시된 이후부터 Markdown을 통한 할인 제품 판매를 기다리는 고객수가 증가하면서 Markdown 전략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괄적으로 모든 제품의 판매를 시도하고 일정 기간 판매 후, 잔여 물품에 대한 가격할인 행사를 실시하기보다는, 처음 신제품이 도입됐을 때 향후 가격할인 행사를 염두에 두고 최초의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할인 전략 모듈은 기업으로 하여금 전체적인 제품 수명 주기에 맞추어 단계별로 적절한 가격 할인 전략을 구사하고, 적정 재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작용할 것이다.
DRM 실행을 위한 4가지의 전략적 모듈(수요 예측, 가격 전략, 프로모션 전략, 가격할인 전략)들은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피드백 과정을 통해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림4> 진행 프로세스에 따르면, DRM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품 특성 및 고객 기호에 따라 적합한 수요 예측 모델을 선정해야 한다. 이때 기업은 스스로 적합한 수요 예측 기법을 개발할 수도 있고, 널리 쓰이고 있는 수요 예측 툴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은 1차적인 수요량을 예측한 후, 수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격 및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때 기업은 본격적인 가격 및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고객군을 적절히 분류해야 한다. 제품의 주요 고객층을 분석해 다양한 분류 기준을 적용해보고, 소비패턴이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개의 고객 집단을 도출해낸다. (물론, 분류된 고객 집단 수는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소요되는 비용 및 소비패턴의 차이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객 집단이 분류되면 기업은 집단별로 차별화된 가격 및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가격 전략 수립 시에는 고객 집단마다 상이한 가격 탄력성을 적용해 전체 수익을 최적화하는 가격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프로모션 전략 수립 시에는 모든 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복수의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각 집단에 최적화된 소수의 프로모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도출된 가격 및 프로모션 전략을 재적용해 두 번째 수요 예측을 실시하게 된다. 두 번의 수요 예측을 통해 얻어진 예측값은 보다 정확하게 기업의 미래 수요를 말해줄 것이며, 동시에 다양한 프로모션 및 가격할인 정책을 통해 기업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된다.
최초의 가격전략 수립 이후, 가격할인 모듈은 지속적으로 판매 실적 및 시장 반응 등을 체크해 제품의 수명 주기 단계에 따른 적합한 할인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가격 전략 모듈과의 고객 기본 정보에 대한 상호 공유는 매우 중요하며 가격 할인 정도에 따른 프로모션 전략과의 상호 연계도 필요하다.
 
DRM 실행 프로세스는 단계적이지만 모든 전·후 실행 단계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는 순환적인 프로세스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 전략, 프로모션 전략, 가격할인 전략 모듈에서의 의사 결정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가 주입됨에 따라 실행 전략이 수정되는 유기적인 프로세스다. DRM 모듈 간 상호 연계도 중요하지만 재고 관리, 시장 판매량 관리 등 기존 기업 운영의 핵심 기능과의 연계 또한 성공적인 DRM 운영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최근 경영학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요 개념 중 하나는 파레토 법칙이다. 상위 20%의 고객이 80%의 수익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효율이 낮은 판촉비용을 절감하고, 절약한 비용으로 상위 20%의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창조적 수요 관리는 이와는 상이한 주장을 전개한다. 기존 파레토 법칙과는 다르게 모든 고객의 만족도 제고를 주장하며, 20% 고객들은 물론 80%의 고객들로부터도 최상의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파레토 법칙이 20%의 고객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던 것은 하나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관계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은 한계가 있으며, 제약된 자원을 운영하여 모든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 정작 수익을 발생시키는 주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확실하게 높은 수익을 발생시키는 20%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이라는 게 파레토 법칙의 주장이었다.
 
이에 비해 창조적 수요 관리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제약돼 있다면 각 고객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값비싼 홍보 자원은 프로모션 노력이 집중돼야 하는 고객층에게 투입돼야 하고,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프로모션을 제공함으로써 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는 그에 적합한 할인 가격을 제시하고, 가격민감도가 낮은 고객들에게는 최상의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고객 모두를 기업의 수익원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적 수요 관리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고객별로 특화된 가격 및 프로모션 정책을 제공해 모든 고객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세부적인 운영 전략이나 지원 소프트웨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발전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 선택과 집중 패러다임으로부터 패러다임 전환을 이룰 수 있는가의 여부다. 이제 일부보다는 전체에, 수요보다는 수익에 집중해 창조적인 수요 관리를 실행할 때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생산전략, 경영정보(MIS), 공급사슬관리(SCM), 서비스운영관리가 주 연구 분야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부교수 및 한국SCM학회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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