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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이디어

곽준식 | 5호 (2008년 3월 Issue 2)
마케팅을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상술(商術)’로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주변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영리 목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선이나 기부 등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비영리 조직의 공익 활동에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영리조직 마케팅의 성공 요소
사회단체와 자선단체와 같은 비영리 조직은 사람들에게 가시적인 혜택은 주지 못하면서 자발적인 참여나 금전적 희생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을 하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이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유인하는 치밀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부나 선행과 같은 마음은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비영리 마케팅은 순간적으로 강렬한 욕구가 일어나도록 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쇠뿔도 단숨에 빼도록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①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생생함(vividness) ②결과를 보여주는 가시성(visibility) ③상대방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공감(empathy) ④성금이나 모금 등의 지불을 용이하게 해주는 편리함(convenience) 등이 필요하다.
 
음주운전 방지나 과속 방지와 같이 타인에게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베풀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공감하는 것만으로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우이웃돕기나 구호기금 마련과 같이 공익을 위해 물질적인 것을 베풀어야 할 때는 공감(empathy)을 넘어서 동정(sympathy)을 느끼고, 또 쉽게 도울 수 있도록 편리성을 제공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비영리 조직의 이런 마케팅 아이디어는 일반 기업도 충분히 차용할 만한 것들이다.
 
동정을 넘어 실천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1억 명의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상태에 놓여있다.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7억 명에 이른다.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하루 2만6000명의 어린이가 빈곤으로 숨지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누구나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100원이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해줄 수 있다지만 모금함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냥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실천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림 1]을 보면 커피숍 테이블 위에 삼각형 텐트 모양의 메뉴판이 세워져있다. 얼핏 보면 단순한 메뉴판과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삼각형 텐트 모양의 메뉴판 사이에 한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사진이 숨어있다. 단순히 메뉴판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메뉴판에는 또 ‘2000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메뉴판은 ‘SUPPORT(Society Undertaking Poor People’s Onus for Rehabilitation)’라는 단체가 집 없는 아이들의 참상을 환기시키고, 사람들의 즉각적인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SUPPORT는 6주 동안 54개 매장에 이 메뉴판을 설치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동안 이 단체는 20만 루피(약 470만 원)가 넘는 돈을 성공적으로 모금할 수 있었으며 이후 이 메뉴판은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됐다.
 
우리가 무심코 이용하는 쇼핑카트의 손잡이에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 얼굴을 그려 넣은 경우도 있다. 이 쇼핑카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입에 동전을 넣도록 만들었다. 아이들 얼굴 그림 밑에는 ‘당신이 쇼핑카트를 빌리기 위해 지불하는 돈으로 한 아이가 2일 동안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써넣었다. 아동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는 쇼핑카트를 빌리기 위해 지불하는 작은 돈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살린다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다. 후손을 위해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며 이 사실을 잊고 산다. 

[그림 2]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Save Paper - Save the Planet’ 캠페인이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종이를 아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푸른색의 남미 지도가 새겨진 종이보관함을 만들어 종이가 줄어들수록 지도의 푸른색이 줄어들도록 했다. 이를 통해 종이를 쓸수록 남미의 푸른 숲도 점점 사라져간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종이 사용과 산림훼손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순간의 방심과 무관심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인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자동차는 때때로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을 안겨주는 대상이 된다.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담은 기발한 아이디어도 눈에 띤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는 운전자가 출발할 때 뒤에서 오는 자전거를 보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모를 쓴 아이의 모습을 광고물로 만들어 사이드미러에 끼워 놓았다. 이 광고물을 본 운전자는 자전거를 탄 아이가 달려온다고 여기고 출발 전에 잠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광고물 뒷면에는 ‘출발 전에 확인하세요. 자전거 사고의 희생자 중 20%는 어린이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운전자의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그림 3]은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컵 받침대의 사례다. 맥주잔을 컵 받침대에 올려놓으면 컵 받침대 사진 속의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변한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비영리 조직의 마케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마케팅처럼 고객에게 눈에 보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좀 더 세심한 접근 방법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특히 기부나 성금의 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재화를 쉽게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 기업들도 사회공헌활동 캠페인을 기획할 때 이런 비영리조직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결합하면 훨씬 높은 호응과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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