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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트레이닝

트위터 시대, 멋진 메시지 보다 소통이 중요

김호 | 63호 (2010년 8월 Issue 2)
 
2009년 3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고, 현재 미국 ABC 방송 뉴스의 정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조지 스테파노풀러스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트위터를 활용해 인터뷰한 것이다. 그는 미리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받았고, 트위터의 가능한 텍스트 길이인 140자 이내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독특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런 형태의 인터뷰를 ‘트위터’와 ‘인터뷰’를 합쳐서 ‘트위터뷰(twitterview)’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트위터는 소셜 미디어의 대표 주자로서 언론의 뉴스 생산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올해 5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팔로어들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인터뷰 기사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했다. 담당 기자는 트위터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올해 7월에는 신세계 이마트 광명점이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팔다가 적발되자, 한 트위터 사용자(@weldom2)는 “이마트에서 가짜 한우 팔려다 적발됐다고 합니다 … 정용진 부회장의 답변이 정말 궁금합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서 무한 RT 바랍니다”라고 올렸다. 중앙대의 학생 사찰 이슈에 두산그룹 직원이 연루됐다는 기사와 관련,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박경철 씨(@chondoc)는 박용만 회장에게 직접 물었다. “중대 학생 사찰 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고.
 
정용진 부회장과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고, 박용만 회장은 중앙대 총장의 발표가 ‘팩트’라고 반응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뉴스 생산 방식의 변화는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꿔놓는다. 그 동안 기업은 전통 언론에 기대어 뉴스를 생산하려 했다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시민들이 직접 대화하고 이것이 뉴스로 생산되는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트위터가 조금씩 뉴스의 생산과 소비의 방식을 바꿔가면서 기업들도 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더랩에이치는 최근 일반적인 한국인과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 기업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쿨 커뮤니케이션 서베이’로 명명된 이 조사는 과거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언론 무()대응, 실수나 잘못의 부인, 사과 지연 등의 수동적 전략에서 보다 ‘쿨’ 하게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책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 밑바탕이 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알아보려고 실시했다.
 
이번의 쿨 커뮤니케이션 서베이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일반 국민과 트위터 사용자의 차이를 살펴 봤다. 소비자들의 뉴스 생산과 밀접한 인터넷 리뷰 경험 여부 및 내용, 국내 10대 기업에 대한 인식, 위기 상황에서의 투명성과 사과에 대한 인식 등이다.
 
조사는 2010년 4∼5월 사이 전문 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대상자는 일반 국민 500명(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 4.38%)과 트위터 사용자 305명 (표본오차 +/- 5.61%)이었다. 기업에 대한 질문은, 국내 10대 그룹(금호아시아나, 롯데, 삼성, 포스코, 한진, 현대중공업, 현대/기아자동차, GS, LG, SK)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인터넷 상의 리뷰활동 경험,
트위터 사용자들이 4배 더 많아
인터넷 상에서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하는 리뷰 활동은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 최근 1년 이내 인터넷 리뷰를 작성한 경험과 관련, 트위터 사용자들(67.2%)은 일반 국민 (15.9%) 대비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점은 트위터 사용자의 경우 팔로어 숫자가 많을수록 리뷰 작성 경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뷰의 내용은 어땠을까? 일반 국민의 경우 부정(41.8%), 긍/부정 모두(37%), 긍정(19.7%)으로 부정적 리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긍/부정 모두(55.1%), 긍정(25.4%), 부정(19.5%)의 순으로 보다 균형 잡힌 면모를 보여줬다.
 
 
트위터 사용자 숫자는 당분간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고,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트위터건 페이스북이건,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증가는 그만큼 인터넷 상에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논의가 활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번 조사는 트위터 사용자에 한정된 것이고, 다양한 플랫폼 사용자에 따라 성향은 다를 수 있으므로, 기업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할 때에는 사용자의 특성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에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트위터는 기업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이미지, 일반 국민은 삼성 선호,
트위터 사용자들은 다양
많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대국민 인지도나 이미지 조사를 실행해왔다. 과연 트위터 사용자들은 일반 국민과 얼마나 다른 패턴을 보여줄까? 이번 조사에서는 총 6개 항목을 대상으로 국내 10대 그룹사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그 결과는 <표2>에서 보는 것처럼 일반 국민들은 모든 항목에서 삼성을 1위로 꼽은 반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신뢰와 책임감에서는 포스코, 자랑 및 제품 구매의지에서는 삼성, 고객의견 청취에서는 LG, 소통에서는 SK로 다양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결과는 그 동안 기업들의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노력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30대 그룹 중 SK 텔레콤은 최초로 기업 블로그를 오픈했고, LG전자는 역시 30대 그룹 중 기업 블로그에서 최초로 댓글을 오픈했다(사용자가 댓글을 달 수 있게 허용했다). 이런 점에서 SK와 LG가 각각 소통과 고객의견 청취에서 1위를 한 것으로 평가된 것은 흥미로운 일치다.
 
 제품 구매 의지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과 트위터 사용자에서 모두 삼성이 1위를 차지했지만, 비중으로 놓고 볼 때 일반 국민의 경우 10명 중 5명 이상(54.6%)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반면, 트위터 사용자는 3명에 미치지 못하는(23.3%) 1등을 차지했다. 6개 항목 중 소셜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키워드인 소통, 청취, 책임, 투명 등 4개 항목에서는 삼성이 아닌 포스코, LG, SK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 투명성 이미지, 일반 국민은 삼성,
트위터 사용자들은 포스코로 양분
위기관리와 관련 투명성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공개할 기업, 진실되게 사과할 기업, 잘못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기업 등 세 가지를 물었다. 일반 국민은 이번에도 역시 세 분야 모두에서 삼성을 꼽은 반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포스코를 절대적인 1위로 꼽았다.(표3) 왜 삼성과 포스코로 양분됐는지는 이번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는 향후 조사에서 밝혀볼 생각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일방적 홍보에서 대화로 바뀌어야
전반적으로 위와 같은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단순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그룹과 일반 국민의 차이일까? 과거 기업들은 소위 ‘이미지 광고’와 ‘이벤트성 홍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물론 앞으로도 기업의 광고와 홍보의 중요성은 크다. 하지만 그 노하우에서는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 소셜 미디어 이전의 시대에 대다수의 일반 국민은 대중 매체를 통한 일방적 기업의 광고, 홍보 활동으로 인해 자신의 의견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반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비교적 학력이 높고(이번 조사에서도 트위터 사용자들은 96% 이상이 대졸로 나타남), 사회 내에서 다양한 경험과 함께 정보를 왕성하게 서로 주고 받으며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단순한 ‘이미지’ 광고나 홍보에만 의존해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 상의 ‘친구’나 ‘팔로어’들과의 대화를 통해 뉴스나 정보의 생산과 소비에 다가서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기업의 위기 상황과 관련 홍보실에서 ‘정제되고’ ‘뻔한’ 입장에 만족하지 않으며, 직접 대기업 CEO에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입장을 요구한다.
 
최근 이마트 사태나 두산그룹의 중앙대 사찰 건과 관련한 트위터에서의 상황을 바라보며, 소셜 미디어 활용을 더 주저할 CEO나 기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지 못한 것이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 100만 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트위터 시대’에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변하고 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멋진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서 ‘듣고 반응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긍정적, 부정적 상황 모두에서 말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기업체의 ‘홍보실’이라는 이름은 ‘소비자 대화 부서’ 정도로 바뀔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드뭅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겪은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김 대표의 e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좋은 사례를 골라 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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