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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s from the Past

‘아이코노믹스’: 시각적 사고가 창조적 우뇌 해방

김용성 | 62호 (2010년 8월 Issue 1)
 
“지구야, 멈추어 다오. 나는 내리고 싶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 이를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면 저절로 이런 말을 내뱉게 된다. 삶이 이렇게 각박해진 이유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작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은 오히려 인간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사람을 닮은 로봇은 최대한 인간의 기능을 흉내내려 한다.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3DTV는 TV 영상이 최대한 눈앞에 바로 펼쳐져 보이는 것처럼 하면서 인간의 시각에 호소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오히려 오랜 기간 잊고 지냈던 삶의 지혜를 되찾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일부 기업들은 시각적 사고의 부활을 기민하고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각적 사고의 부활이 얼마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 살펴보고, 우리 선조의 지혜를 부활시킬 방법을 알아본다.
 
문자로 계급화된 세상에서 힘을 잃은 시각적 사고
 
인간은 매우 시각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 풍부한 색감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청각은 이보다 덜하다. 인간의 청각으로는 좁은 주파수 대역의 소리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는 그림 그리기가 인류에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보여준다. 인류는 일찍부터 그림으로 시각적, 입체적 사고를 해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인류는, 지난 수백 년간 그림보다 문자를 통해 정보를 전달, 축적하려고 했다. 문자 중심의 사고와 의사소통은 필연적으로 선형적인 사고를 하게끔 한다. 상상력은 당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해석의 여지가 풍부한 그림과 달리, 문자는 개념화된 객체를 지향한다. 그래서, 문자를 통하면 그림을 이용했을 때보다 건조하고 다양성이 부족할 때가 많다.
 
게다가 문자는 사회계층을 고착시키고 계급화한다. 그림은 물체나 현상을 실제와 비슷하게 묘사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문자는 추상적인 형태여서 특정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또 문자 언어는 구두 언어보다 엄격하게 문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자를 사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게 말을 할 때보다는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배계층은 문자 사용을 통해 계급사회의 질서를 강화하기도 했다. 문자 사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지배계층에 진입하지 못했다. 또 지배계층은 갈수록 문자사용법을 고도화해서 헤게모니를 유지했다.
 
과거 유럽 사회에서 지배계층이 자국어를 외면하고 라틴어를 고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세 유럽에서 성직자들은 신과 인간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라틴어 성경을 고집했다. 이들은 미사도 라틴어로 진행했다(한국의 가톨릭 교회도 1964년까지 라틴어로 미사를 진행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해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라틴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성직자들은 신과의 만남을 중재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종교적인 가르침이 사회 질서의 기반이 됐던 중세 시대에 라틴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마치 법정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소유한 것과 비슷했다.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루터가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것도, 그가 독일어 성경을 만들어 일반 대중이 성직자라는 매개체 없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배계층이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일상 생활에서 외국어를 사용한 사례는 또 있다. 조선의 사대부가 한글 창제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자를 조선의 공식언어로 유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른바 ‘랭귀지 디바이드(Language divide)’로 불리는 언어에 따른 계급 차별화는 21세기에도 유효하다. 대한민국이 영어 열풍에 휩싸이는 현상을 글로벌 경쟁력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고만 볼 수 없다.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영어를 통해 나머지 다수에게 상대적 우위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 영어 열풍을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시각적 사고, 테크놀로지에서 꽃피우다
 
20세기 정보기술(IT)이 일상에 깊이 파고들자, 랭귀지 디바이드는 컴퓨터를 매개로 재현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도스(MS DOS)로 컴퓨터를 구동하던 시절, 사용자는 컴퓨터 명령어를 알아야만 했다. 간단한 DOS명령어 하나를 해독해보자.
 
C:> Copy add.txt prn
 
이는 add.txt라는 문서파일을 프린터(prn)로 복사하라는, 즉 출력하라는 컴퓨터의 명령어다. 유럽 언어 대부분이 알파벳을 사용해도 영어는 아닌 것처럼, 이 컴퓨터 명령어도 알파벳을 사용했을 뿐이지 영어가 아니다. 초기에 컴퓨터 사용자가 10대와 20대로 국한됐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컴퓨터 사용자는 한글, 영어와 함께 컴퓨터 용어라는 세 가지 언어를 구사해야 했다.
 
컴퓨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컴퓨터가 그림을 통해 의사소통을 시작한 이후다. 제록스가 1970년대 개발한 ‘스타(STAR)’는 최초로 아이콘 개념을 도입한 컴퓨터다. 사용자가 아이콘을 통해 직관적으로 컴퓨터와 의사소통 할 수 있게 한 그래픽 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 GUI) 방식은 전문가 집단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1984년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선보이면서, GUI 방식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프랑스 라스코 지방에서 발견된 구석기 후기 시대 동굴벽화


인류의 시각적 의사소통 방식은 컴퓨터의 아이콘 사용방식에서 부활했다. 감상이 아닌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그림을 사용하는 현대인과 동굴 벽화를 통해 부족의 역사와 이야기를 계승했던 고대 원시부족은 닮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은 원시적인 형태로 회귀하게 마련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원시적인 시각적 의사소통 방식이야말로 인간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진보된 기술은 비로소 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파일이나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작은 그림을 아이콘(Icon)이라 부른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과거 이 아이콘으로 인해 교회가 서방가톨릭과 동방정교회로 분리됐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던 로마제국이 분열하면서 서로마제국은 가톨릭교회의 지배 아래 여러 국가로 분열됐다. 동방 민족을 개종하기 위해 동방정교회는 아이콘(성화상)을 적극 사용했는데, 서방가톨릭은 여기에 이단적 요소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콘 논쟁’으로 동방정교회와 서방가톨릭이 분리됐다. 이미 7∼8세기에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아이콘을 사용하려는 집단과, 문자 중심의 선형적 사고를 고집한 집단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림은 정보의 대중화를 확산하는 장치며, 계급사회의 질서에 도전하는 변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시각적 사고, 창조적 우뇌를 해방시키다
 
최근 들어서 시각적 사고의 대명사인 아이콘이 힘을 얻게 됐다. 이른바 아이콘과 이코노믹스가 합쳐진 ‘아이코노믹스(Iconomics)’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각적 사고의 부활은 인류가 단지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가 수평적 사고를 하는 ‘창조적 우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간 인류는 발전 과정에서 좌뇌의 사고 방식에 크게 의존해 시각적 사고를 활성화하지 못했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수직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쉽게 말하면 사전 속에 단어가 나열되어 있듯이, 논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는 의미다. 각종 자원을 결집해 군대와 정부 등의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좌뇌의 수직적 사고는 핵심적 기능을 담당했고 유능한 행정능력의 기본이 됐다.
 
주로 예술분야와 연관이 있는 우뇌의 사고방식은 좌뇌만큼 논리적이거나 치밀하지 않아서 종종 열등한 사고방식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정보의 유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자 좌뇌적 사고만으로는 각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차별화하기 힘들게 됐다.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사고가 가치창출의 새로운 동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우뇌와 수평적 사고방식은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뇌의 수평적 사고가 가져다 주는 장점을 파악하는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건물 입주자들이 당신을 찾아와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항의한다. 수직적 사고를 하는 당신의 좌뇌는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을 염려하기 시작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공사기간 중 입주자들의 불만에 따른 배상금액이다. 이쯤 되면 당신의 좌뇌는 후진할 줄 모르는 자동차가 막다른 골목에 갇힌 것처럼 느끼게 된다. ‘A’ 다음에 ‘B’가 오는 것이 당연한 좌뇌의 수직적 사고는 느린 엘리베이터의 해법이 빠른 엘리베이터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당신의 우뇌는 수평적 사고를 시작한다. 우뇌에서는 ‘A’ 다음에 위치한 글자가 꼭 ‘B’ 가 아니라, ‘a’ 일 수도 있고 ‘ㄱ’일 수도 있다. 우뇌는 느린 엘리베이터의 해법이 빠른 엘리베이터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뇌는 머릿속의 캔버스에 엘리베이터 옆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그 중 한 여자는 거울을 꺼내서 머리를 만지고, 한 남자는 옆 사람의 신문을 넘겨본다. 주식정보를 보던 남자는 엘리베이터가 왔는데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결국 계단으로 올라간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당신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대신 엘리베이터 왼쪽에 거울을 설치하고 오른쪽에 경제뉴스가 나오는 TV를 설치한다. 이로써 당신은 우뇌의 수평적 사고를 통해 엘리베이터 교체비용의 0.1%만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엘리베이터에는 바로 이런 이유로, 거울과 TV가 설치돼 있다. 수평적 사고를 통해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우뇌는 좌뇌보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창조적이다. 바로 우뇌의 창조적인 능력이 21세기 비즈니스 세계에서 차별적 우위를 만들어낸다. 시각적 사고는 우뇌의 표현 능력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시각적 사고를 통해 우뇌의 창조성이 활성화되고 있다.
 
시각적 사고,
디자인의 옷을 입고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시각적 사고를 통해 해방된 창조적 우뇌는 이제 비즈니스의 핵심적 경쟁력이 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머리가 좌·우뇌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마치 논리적인 엔지니어와 자유분방한 디자이너가 한집 살림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체로 엔지니어의 논리가 디자이너의 자유분방한 태도를 억압한다. 엔지니어의 논리적 사고가 주도하는 기업에서는 제품도 기능 위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차별성이 적다.
 
이런 맥락에서 프리즘 모양의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시장을 지배했던 레인콤의 아이리버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레인콤은 기술면에서는 뒤질 것이 없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구식이어서 자사 제품이 경쟁에서 밀린다고 판단해 디자이너 김영세 씨를 찾아가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을 부탁했다. 김영세 씨는 프리즘 모양의 디자인을 내놓았다. 레인콤 엔지니어들은 이를 보자마자 제품 사이즈를 단 1mm 라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구겨 넣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수직적 사고로는 불가능했던 프리즘 디자인은 거듭된 수평적 사고를 통해 실물로 구현됐다. 이후 미국의 가전유통채널인 ‘베스트바이’가 제품을 보자마자 6개월 독점 판매권을 요구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시각적 사고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제품 외관의 멋을 추구하는 디자인에서 멈추지 않고, 직관적 인터페이스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했다.
 
일순간에 아이리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재편한 아이팟(iPod)도 마찬가지다. 아이팟은 처음부터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지는 못했다. 초기 아이팟 디자인은 외관의 멋을 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는 ‘버튼 하나당 기능 하나’ 라는 수직적 사고가 올챙이 꼬리처럼 남아있다. 이어서 나온 아이팟은 점점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지향했다. 아이팟의 진화가 엔지니어가 아닌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디자이너의 시각적 사고가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시각적 사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시각적 사고의 가치를 발견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시각적 사고를 업무 전반에 적용했다. 디자이너에게만 시각적 사고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에 시각적 사고, 입체적 사고, 창조적 사고를 주문했다.
 
마인드맵(Mind Map)의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단어를 중심으로 사고를 방사형으로 펼치면서 이를 그림의 형태로 기록했다.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이 기록 방법은 사실 우리 두뇌 속 기억체계와 유사해 사고능력 개발 및 기억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
 
마인드맵의 효과를 인식한 일부 기업들은 학습 도구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잉항공사는 두꺼운 기술매뉴얼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했고, 직원들의 학습속도가 빨라지면서 약 1000만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또 하나의 시각적 사고 활용방식은 비주얼 플래닝(Visual Planning)이다. 비주얼 플래닝을 사용하는 포스코의 아침 사무실 풍경은 마치 미술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이 회사에서는 각 팀의 비주얼 플래닝 보드 앞에 팀원이 모여서 순서대로 자신의 업무에 대해 공유한다. 이 과정을 통해 팀원 전체가 시각적으로 전시된 정보를 직관적으로 흡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비주얼 플래닝의 철학이 ‘모든 것이 눈에 보이게 만들면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비주얼 플래닝의 장점은 단지 정보를 가시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는 비주얼 플래닝을 도입하면서, 직원 간 대화를 활성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주얼 플래닝 보드 앞에 모여 대화를 하면 각자의 책상에 앉아있을 때보다 위계질서가 완화되고, 그만큼 의견개진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를 벤치마킹한 웅진그룹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직원들이 감정상태를 아이콘으로 표시한다. 웅진씽크빅 영어사업기획팀은 매일 아침 게시판에 직원 자신의 기분을 ‘햇살’ ‘먹구름’ 등의 아이콘을 붙여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표시하면, 감정을 보다 잘 통제하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또 칭찬해주고 싶었던 팀원에게는 칭찬 쿠폰을 붙여준다. 감정상태를 시각화하는 것은 우뇌적 사고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웅진그룹은 2009년부터 전 계열사가 각자의 업무를 시각화해 모든 조직원이 이를 공유하는 비주얼 플래닝(VP·Visual Planning)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은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사무실 한쪽 게시판에 자신의 업무 현황을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표현한다.
 
이처럼 시각적 사고를 디자인 영역에 그치지 않고 업무수행 전반에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시각적 사고의 도입 이후 경영성과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적 사고,
글로벌 경쟁에서 차별화를 만드는 전략
 
시각적 사고와 입체적 사고의 활용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볼 과거의 지혜다. 1960∼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선배들은, 기술적으로 앞선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인간성이 희생당하는 압축성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냉전 시대에 군생활을 했던 이들은, 군에서 익힌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기업조직에 그대로 이식해서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기업조직으로 만들었다. 이 시기에 각광을 받았던 기업들의 장점이었던 ‘일사불란’한 모습은 좌뇌적 사고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선형적이고 위계적인 사고방식은 창조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힘을 못쓴다. 시장에서 추종자(Follower) 전략을 선택할 경우에는 ‘성실과 근면’으로 무장한 노동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선도자(Leader) 전략을 선택한다면 창조적 인재가 답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려면 입체적이고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한, 즉 우뇌적 사고를 하는 직원들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
 
시각적 사고, 우뇌적 사고를 활성화하면 장점이 많은데도,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 좌뇌적 사고에 젖은 기성세대가, 자유분방한 우뇌적 사고로 무장한 신세대를 다시 문자의 시대로 돌려 놓으려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훈민정음이 경박하다고 반대했던 조선의 사대부나 아이콘을 반대했던 서방가톨릭교회의 성직자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윈도가 처음 소개됐을 때도 일부 컴퓨터 사용자는 컴퓨터가 어린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불과 수년 만에 대중은 도스(DOS) 명령어를 잊어버리고 아이콘 중심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의 선호 여부와 상관없이 시각적 사고의 확대는 시대적인 대세다. 시각적 사고와 의사소통이 활성화할수록 정보의 대중화와 사회의 민주화 경향은 가속화할 것이다. 동굴벽화를 그렸던 인류의 먼 선조는, 벽화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도, 배타적인 해석의 권리도 주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림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고, 사람들은 오해를 포함한 다양한 해석을 시도했다.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젊은 세대들의 시각적 사고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용기와 아량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가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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