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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팬택의 스마트폰 차별화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감성적 가치 제공

이용준 | 57호 (2010년 5월 Issue 2)

2008년까지 한국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소비자들이 복잡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또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들의 가격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기존 이동전화 사업과의 충돌 가능성 등으로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스마트폰 활성화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중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이 기존 고가 휴대폰 시장을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애플로 대표되는 해외 사업자는 물론이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스마트폰 시장 공략’이란 전략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팬택이 수행한 시장 분석과 전략적 판단 결과, 실행 노력을 전하고자 한다. 팬택의 경험은 거대 기업과 경쟁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들에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자원 집중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온 아이폰은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모순적인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아이폰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폰이나 마이크, 스피커 등 작은 부품 하나라도 애플의 제품을 쓰도록 설계돼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이처럼 매우 폐쇄적인 모델을 고집하면서도, 누구라도 아이폰에 활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려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러한 개방성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디바이스라는 인식을 심어줘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폐쇄성과 개방성을 조화시킨 아이폰의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를 얻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위기보다는 기회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가격 저항 등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고, 아이폰도 일부 폐쇄적 모델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전략을 수립해 잘 대처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한국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잘 이해하고 디테일한 욕구를 반영하는 측면에서 한국 업체들은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판단에서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객의 욕구를 잘 반영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팬택은 우선 전략적 선택을 해야 했다. 모바일 운영체제(OS)가 난립한 상황에서 팬택은 과감하게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Android)를 주력으로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안드로이드는 다른 OS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고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소스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뛰어들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휴대전화뿐 아니라 냉장고, 에어컨, TV 등 다양한 가전기기에도 이 OS가 장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휴대전화로 다양한 가전제품을 통제할 수도 있다. 이 같이 편의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안드로이드가 우월한 경쟁력을 가졌다는 판단 하에 팬택은 앞으로 모든 스마트폰에 이 OS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노키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한 모바일 OS를 적용한 휴대전화를 생산하면서 다양한 OS 옵션을 가져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이다. 팬택은 가능성 높은 OS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 투자해 이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택했다.
 
팬택은 아이폰 생태계의 한계를 향후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은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로 너무 많은 경쟁자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특유의 개방적 생태계로 일정 시점이 지나면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갖게 되는 경쟁 우위 요소는 안드로이드에 ‘올인’한 팬택의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성능 경쟁 틀에서 탈피
지금까지 스마트폰이 고객에게 주었던 핵심 가치는 기존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중심의 이동전화에 비해 훨씬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부분 스마트폰 업체는 성능을 위주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팬택은 성능 경쟁 구도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기로 결정했다. 팬택이 최근 출시한 SKY 브랜드 안드로이드폰인 시리우스는 아이폰이나 다른 업체의 휴대전화들과 비교할 때 성능 측면에서 우월한 점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다. 다른 휴대전화 업체 대부분은 스마트폰의 성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이 똑같이 성능 경쟁을 하면 고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힘들고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팬택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을 추진했다. 개방성과 확장성 등 안드로이드 OS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감성적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SKY는 우주의 능력을 빌린 우주인의 디바이스(device)’라는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함으로써 차원이 다른 스마트폰이란 인식을 심어주기로 했다. 팬택은 이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최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도 녹여내기로 했다.
 
이런 마케팅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팬택은 스마트폰 모델별 콘셉트 차별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광고 각종 이벤트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팬택 스마트폰 이름은 모두 안드로이드계 행성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였다.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 이름은 시리우스로 결정했다. 이후 후속작들도 아크라브, 미라크, 오닉스, 이자르 등의 이름을 갖게 된다. 각 스마트폰 모델에는 각 행성의 특징과 부합하는 독특한 가치 제안을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시리우스는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점을 감안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이란 가치 제안을 하고 있다. 시리우스는 안드로이어를 한글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과 여러 친구들이 쉽게 약속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시리우스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이런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이후 출시하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는 특정 연령이나 성별을 겨냥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광고도 차별화했다. 첫 번째 TV 광고로 우주에서 교신이 온 듯한 느낌의 ‘티징(teasing)’ 광고를 제작했다. 다른 제품의 광고 중간에 삽입되는 스왑 광고의 독특한 형태를 이용해 낯선 느낌을 극대화했다. 다만 TV 광고시간(15초)의 한계로 스토리텔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온라인 동영상과 웹사이트(androians.com)에 안드로이안(안드로이드 사람) 및 시리우스와 관련된 스토리를 담아 소비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4월 26일 방송된 광고는 일상 생활을 하는 여인이 안드로이드계로 통하는 문(Gate)을 지나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떠다니는 우주 공간을 경험하며 안드로이안이 되어 가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후 인쇄 광고물을 통해서도 안드로이드계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시리우스폰을 이미지화한 내용이 이어질 예정이다.
 
안드로이드폰이 제공하는 감성적 가치를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키로 했다. 예를 들어 특정 미션을 주고 스마트폰을 통해 이 미션을 실행하는지 여부를 점검해 경품을 주거나, 가상 언어인 안드로이어 번역 이벤트를 실시해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캠페인의 목적은 SKY 안드로이드폰이 제공하는 새로운 감성적 가치를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팬택의 전략을 요약하면 안드로이드폰에 자원을 집중하는 대신, 기능보다는 감성적 가치를 극대화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스마트폰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팬택이 제안하는 가치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내면화하느냐에 달려있다. 거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도전이 의미있는 결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비즈니스 현장의 실전 전문가들이 직접 체득한 노하우와 지식을 전하는 <Voice from the Field>코너에 팬택 이용준 본부장이 자사의 스마트폰 전략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중견 기업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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