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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스토니필드 팜

이민훈 | 53호 (2010년 3월 Issue 2)
2009년 불황이 한창이던 미국 언론에 심상치 않은 기사가 등장했다. 바로 ‘불황에도 유기농 식품 열풍이 거세다’는 기사다. <뉴욕타임스>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경제위기에 어려움을 겪은 소비자들도 ‘마음이 약해질수록 건강을 돌봐야 한다’며 유기농 열풍을 이어갔다. 덕분에 친환경 채소와 과일, 매장에서 직접 갈아 만든 생과일 주스, 유기농 코코아로 만든 미식가 초콜릿, 유기농 와인 등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유기농 식품 열풍에는 이 시장을 주도해온 스토니필드 팜(Stonyfield Farm)이 있다. 스토니필드 팜은 세계 최대 유기농 요구르트 제조업체로 최근 10년간 매출이 매년 25%씩 성장했다. 하지만 스토니필드 팜이 탄생한 1983년 당시에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지금이야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됐지만 30년 전에는 유기농을 부르짖는 일부 소비자들은 까다로운 집단으로 여겨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스토니필드 팜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첫째, 굽힐 수 없는 확고한 꿈이다. 스토니필드 팜은 한마디로 ‘오직 지속가능한 실천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태어났다. 최고경영자(CEO)인 게리 허쉬버그는 환경학 학위를 딴 뒤, 태양열 및 풍력 발전 온실을 이용한 곡물 생산, 화학 비료 없는 식품 생산 등을 연구했다. 이후 친구 사무엘 케이먼을 만나 ‘지구와 지구인’을 지키는 새로운 기업, 스토니필드 팜을 출범시켰다.
 
드높은 이상을 품었지만 유기농의 중요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가격도 비싸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당시에 스토니필드 팜은 직원이 불과 10명 정도였다. 그들은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쓰지 않은 값비싼 유기농 사료를 어렵게 구해 젖소 19마리를 먹였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두 번씩 직접 젖을 짜서 요구르트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을 꺼렸고, 몇몇 주주들은 노골적으로 불신감을 내비쳤다. 현실은 냉혹했다.
 
고민 끝에 허쉬버그는 소비자들에게 ‘맛도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은’ 요구르트를 직접 쥐어주기로 결정했다. 비싼 모델을 기용한 천편일률적인 TV 광고 대신 스토니필드 직원들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이었다. 그들은 조그만 유통점에서부터 홍보를 시작해 쇼핑 고객은 물론 제품별 매니저, 납품업체 직원, 계산대 직원 등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제품을 홍보했다. 때로는 물건을 사주는 사람에게 무료 세차까지 해줬다.
 
허쉬버그는 대중교통 이용 승객에게 ‘여러분의 통근에 축복이 함께하기를! 지구 살리기 운동을 돕는 당신께 감사합니다’, ‘큰 삶을 영위하되 작은 차를 모십시오’ 등의 쿠폰과 함께 요구르트를 나눠줬다.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서는 요구르트와 함께 진실의 쿠폰을 나눠줬다. 이 진실의 쿠폰에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로 통근하면 매년 1인당 20킬로그램의 오염 물질 분출을 막을 수 있다’거나, ‘자동차 타이어에 공기를 통통하게 채워주면 미국의 연료 효율이 휘발유 1리터당 1킬로미터가 증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스토니필드 팜 요구르트를 살 때 다른 요구르트보다 비싼 돈을 지불하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스토니필드 팜은 홈페이지에 유기농 젖소들과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소비자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스토니필드 팜은 환경 보호가 손해가 아닌 이익이란 점을 몸소 보여줬다. 그들은 보통 공장보다 비용을 15%나 더 들여 오수 예비 처리 공장을 지었다. 난방 시설도 천연 가스 보일러로 바꿨다. 이로써 10년에 걸쳐 4600만 킬로와트를 절약할 수 있었다. 2004년에는 수십만 달러를 들여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판을 설치했고, 투자비를 예상보다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제품의 플라스틱 뚜껑도 호일로 바꿨는데 자재 절약으로만 100만 달러의 이익을 봤다. 덕분에 스토니필드 팜은 시설 에너지 사용 면에서 CO2 방출을 100% 상쇄하는 최초의 미국 기업이 됐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투자와 강력한 소신이 오늘의 스토니필드 팜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스토니필드 팜의 매출은 2008년 기준 3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허쉬버그 사장은 “과거에는 사업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던 분야였지만 오랫동안 세상을 바꾸겠다는 우리의 오랜 꿈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 바로 스토니필드 팜이 전하는 진실이다.
 
편집자주 SERICEO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회원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이민훈 | - (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브랜드, 기업이미지, 유통전략 연구
    - 삼성SDI 상품기획 및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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