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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성공 부른 ‘후광 효과 전략’

이동우 | 50호 (2010년 2월 Issue 1)

 
앱스토어 열풍
최근 국내에 애플(Apple)의 아이폰이 출시되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앱스토어(App Store)가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앱스토어에서 신기하고 다양한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언제 어디서나 무료 혹은 유료로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은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시내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나 영화 예고편, 일간지 헤드라인을 보여주는 어플리케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 앱스토어처럼 사람들의 열광과 환호를 받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까? 2008년 7월 11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 및 MP3플레이어 아이팟 터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장터인 앱스토어를 선보였다. 개발자는 애플의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에 자신이 개발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등록하고 직접 가격도 정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앱스토어 출시 후 1년, 애플의 앱스토어는 전설이 되었다. 정보기술(IT) 업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앱스토어를 통해 큰돈을 버는 개인 개발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헤비매치(Heavy Match)’라는 게임을 만든 국내 개발자는 1억 원이 넘는 돈을 벌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의 언론이 앱스토어를 만든 애플의 혁신적인 발상과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며 앱스토어의 성과를 찬양하고 있다. 매년 IT 대가들이 모이는 웹 2.0 서밋에서 소셜 게임 업체인 징가(Zynga)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핀커스는 머지않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열풍으로 최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업자들이 앱스토어라는 사업 영역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앱스토어를 이미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고,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드는 제조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마치 금맥을 찾아 몰려드는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앱스토어 열풍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말 앱스토어는 새로운 금맥인 걸까?
 

 앱스토어는
진정으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인가?
“애플의 앱스토어가 진정 성공한 모델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관련된 수익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앱스토어에서 팔리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평균 가격이 약 1.99달러라는 점(무료 어플리케이션 비중은 25%)과 그동안 20억 건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애플이 30%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수익을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리서치 결과에 의하면 2009년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약 2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물론 이 금액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 출시 이후 약 3500만 대를 팔며 거둬들인 수익이 2008년에만 약 20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이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 역시 앱스토어의 수익만으로는 운영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정도이다. 매주 300여 개의 새로운 게임이 등록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무료거나 2000원 내외의 저가다. 싼 게 비지떡일까? 앱스토어에 등록된 게임의 품질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다운로드한 게임을 몇 번 해보고는 다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폰이 터치 기반의 모바일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게임도 터치를 기반으로 한 단순 캐주얼 게임이 많다. 종종 현란하고 수준 높은 게임이 등록되기도 하지만 터치 스크린으로 이러한 게임을 조작하는 것은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앱스토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도 감춰진 사실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조사 업체인 앱스파이어에 의하면 앱스토어에 등록된 10만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중 실제 사용자들이 다운로드한 어플리케이션은 2만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앱스토어의 톱5(Top 5)에 등록될 경우 사용자의 51.5%가 이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고작 2% 미만의 사용자들만 이용할 정도로 이용률이 미미한 편이다. 장르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후광 효과 전략이다
정리하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의미 있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 않고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품질도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왜 애플의 앱스토어는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는 것일까? 애플의 앱스토어는 그 자체의 실적으로 보면 성공으로 보기 어렵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독자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사의 아이폰 및 아이팟 터치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판매를 위한 촉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후광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후광 효과 전략이란 구매자들이 어떤 제품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특정 제품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전혀 다른 두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이들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즉,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아이팟, 아이폰과 연계함으로써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를 유도해냈다.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아이폰 판매로 연결하는 후광 효과 전략을 극대화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광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이폰이라는 획기적 제품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앱스토어를 보는 시각과 사업자 역량이 열쇠
앱스토어를 향해 돌진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모두 애플의 영광을 되풀이할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자사의 앱스토어를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그리고 앱스토어를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 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애플 앱스토어의 환상을 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다. 물론 앱스토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은 낼 수 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철저하게 수익 보조 수단으로 여겼지, 이를 절대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만약 앱스토어를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보면 사업자들은 단기적인 목표를 채우기 위해 급급해진다. 앱스토어는 굉장히 긴 롱테일(Long Tail)형의 시장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수직적으로 계열화된 단일 플랫폼을 갖지 못한 사업자라면 그 속도가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또, 기존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서비스나 제품이 새로 시작한 앱스토어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아이폰, 아이팟 터치라는 기존 제품과 앱스토어가 완벽하게 연계되어 후광 효과 전략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가 이러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앱스토어가 다른 서비스나 제품과 연계되지 않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애플의 그것만 못하고 고객들의 참여도 저조해진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앱스토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앱스토어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앱스토어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난 2009년은 ‘앱스토어의 해’였다. 많은 사업자들이 앱스토어 드림(App Store Dream)을 갖고 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준비된 자만이 영화를 누릴 수 있다. 구글의 부사장인 빅 군도트라는 앱스토어가 유행(Fad)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며 기업들의 무조건적인 앱스토어 사업 진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하고, 자사의 핵심 역량과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의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
 
편집자주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김상훈 교수가 주도하는 비즈트렌드연구회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유행처럼 흘러가는 수많은 비즈니스 트렌드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력을 제시합니다
 
  • 이동우 | - (현) 북세미나닷컴 대표
    - 한국경제신문 출판국 기업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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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CMBA 전략기획팀장
    - 한국일보 서울경제 백상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eo@booksemin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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