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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존 도너휴에게 고함

ebay 초기의 번뜩임을 되찾아라

DBR | 4호 (2008년 3월 Issue 1)




미국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는 1월 29일 경매 수수료를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온라인 사기 거래를 줄이고 매매 건수를 높이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비용을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차기 CEO로 선임된 존 도너휴가 정체 상태에 빠져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첫 시도다. 1998년부터 CEO를 맡았던 멕 휘트먼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도너휴는 3월 말부터 이베이를 이끌 새로운 수장의 자리에 오른다.
 
도너휴의 임무는 온라인 경매에 있어 이베이의 독보적 지위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닷컴과 구글과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수제품 특화 전문 사이트인 ‘에치닷컴(Etsy.com)’과 같은 소규모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늘면서 온라인 경매 시장의 경쟁 구도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베이의 실적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상품 등록 건수는 전년비 4%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용자들도 전혀 늘지 않았다.
 
와튼 스쿨 전문가들은 이베이가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추가 성장을 위해 변화와 핵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와튼 스쿨의 경영학 전문 교수 라피 아미트는 이베이가 몇 가지 핵심 전략을 우회적으로 이끌어왔다고 지적했다. 2005년 이베이가 인터넷 통신회사 스카이프(Skype)를 인수할 때, 경영진들은 통신 서비스가 이베이의 경매 플랫폼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미트 교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인수였다. 왜 스카이프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베이는 2007년 스카이프 인수와 관련해 14억 달러의 영업권 비용을 상각했다. 인수로 인한 가치 창출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와튼 스쿨의 마케팅 전문 교수 에릭 브래들로는 이베이가 새로운 투자를 할 때 집중 검토해야 할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브래들로 교수는 “이베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베이에게 필요한 것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높이는 브랜드 가치”라고 지적했다. 운영 및 정보관리 전문가인 카틱 호사나가 교수는 “이베이의 비즈니스는 경제학적 측면에서 훌륭하다. 하지만 회사가 완전한 성장 상태에 진입했기 때문에 그 성장세가 멈췄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판매자의 선불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은 조정이 필요하다.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의 마리앤 울크 애널리스트는 “사용자들은 선불이 아니라 거래를 완전히 끝낸 뒤, 즉 거래의 성과를 보고 비용을 지불하길 원한다. 이베이가 선불 방식을 개선한다면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베이는 상품 등록 수수료를 30% 에서 25%로 낮추고, 물건이 팔릴 때 부과히는 수수료는 올렸다. 도너휴는 1월29일 200명의 북미 지역 판매자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새로운 수수료 체계는 물건이 팔리지 않을 때 판매자가 지니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판매자들의 실적이 오르면 이베이의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와튼 스쿨 교수진들은 이베이가 경매 상품 등록을 활발히 하기 위해 수수료 체계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베이가 더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영학 교수 데이비드 체는 “이베이는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향후 5년에서 10년간장기적 전략 계획 수립에 철저하게 신경써야 한다. 하루 아침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다른 경쟁 업체보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너휴가 가진 이점은 타이밍이다. 체 교수에 따르면 도너휴는 매우 적절한 시점에 CEO 자리에 오른다. 이베이 내부 인사인 이미 도너휴는 직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회사가 겪고 있는 성장 정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실제 도너휴는 변화를 시도할 준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4분기 회의에서 이베이 제품, 고객 접근법,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적극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초를 완벽히 하라
와튼 스쿨 교수진들은 도너휴에게 다음 사항을 명심하라고 충고한다. 회의에서 도너휴는 “온라인 사기를 포함해 이베이 사이트를 검색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의 해결과 더 나은 검색 툴의 확보 등이 향후 주요 의제다. 이를 2008년 한 해에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 이베이를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더 안전한 사이트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터넷 업계는 최근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 경험이 늘어난 구매자들은 신속성, 편리성, 신뢰성을 날로 중요시한다. 이베이도 이런 부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취해왔지만 여전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이 시행하고 있는 고정 가격과 경매 가격의 통합 시스템을 이베이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 이베이는 경매와 고정 가격을 혼합한 가격 정책을이미 ‘buy it now’라는 코너를 통해 선보였고, 이를 통해 이익도 창출하고 있다.
 
도너휴는 “이베이의 차기 성장은 고정 가격과 경매 가격을 이베이 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혼합하는 데서 발생할 것이다. 설사 판매자나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경매는 대다수 이베이 사용자에게 많은 기쁨과 재미를 준다. 우리는 경매로 발생하는 가치 선택의 기쁨을 고정 가격이 주는 쇼핑의 편리성과 결합시켜야 한다. 검색 능력도 개선하고, 제품 등록 시 사진첨부를 쉽게 하며, 이베이 판매자들의 등급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베이의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브래들로 교수가 밝힌 것처럼 사람들은 인터넷 소규모 판매자들이 더욱 혁신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이베이는 사람들의 기대를 그저 충족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기대를 뛰어넘어야 한다.
 
호사나가 교수도 브래들로 교수의 ‘혁신이 핵심 경쟁력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는 “이베이의 도전 과제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인수합병(M&A) 혹은 이베이 내부의 과감한 개편을 통해 가능하다. 애플은 내부 혁신을 통해, 시스코는 인수합병을 통해 훌륭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베이는 스카이프 인수합병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인수합병 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기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체 연구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혁신에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체 교수 또한 “이베이는 설립 당시 지녔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반드시 재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의 방향을 잡아라
아미트 교수는 도너휴의 또 다른 핵심 업무가 전략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안정 궤도에 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베이 또한 두 가지 대안이 있다. 첫째 최고의 성과를 보장하는 한 가지 중점 사업에 집중하면서 지역이 다른 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둘째 핵심 역량을 찾아 경매와 연결시킬 수 있는 관련 사업으로 확장시켜야 한다.”
 
이베이가 만약 핵심 사업으로 경매 비즈니스를 선택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면, 그 시장은 중국과 인도가 될 것이라고 아미트 교수는 지적한다. 이베이는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이미 2003년 중국 인터넷 기업인 Eachne을 인수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3년 후 이 현지법인은 중국의 지방 무선 인터넷 회사인 Tom Online과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움직임을 후퇴로 평가했다.
 
아미트 교수는 “이베이의 첫 중국시장 도전은 시기상조였다. 중국과 인도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베이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려면 일단 전자결제 시스템을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인도 시장은 개척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시장을 개척해야 이베이가 향후 수년 동안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사나거 교수는 해외시장 진출에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과 문화권이 다른 중국와 인도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은행과 보험회사, 이미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경쟁업체와 협력할 경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도너휴는 전략 계획에 집중하기에 앞서 회사가 무엇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으며, 기존 사업들과 잘 어우러져 추가 효과를 발생시킬 사업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아미트 교수는 이베이의 도약을 위해 M&A를 통해 경매와 관한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라고 권고했다. 이베이는 이미 페이팰(Paypal), 쇼핑닷컴(Shopping.com)의 인수합병 경험을 통해 이 전략에 관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
 
물론 이베이가 관련없는 사업을 다각화한다면 M&A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체 교수는 경영체계 통합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수합병의 길은 쉽지 않다. 인수할 때 CEO가 두 회사의 통합을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 부을 것인가, 다른 계약에 승부를 둘 것인가를 빨리 정해야 한다.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영광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아직 이베이가 보유한 자원이 많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이베이는 49억 달러의 현금과 단기성 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이베이가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다.
 
아미트 교수는 “도너휴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물론 많다. 하지만 그는 이베이의 커뮤니티나 높은 평판처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있는 자산을 가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베이가 구매율을 높이는 새로운 툴을 만들려면 커뮤니티 안의 사회적 속성을 이용해야 한다. 이베이 커뮤니티는 또다른 소셜 네트워크다. 이를 활용해 경매관련 사업을 추진하면 이베이는 기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베이가 사상 유례없는 경쟁 구도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체크아웃(Checkout)이란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은 이베이 페이팰의 강력한 경쟁자다. 아마존과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토머스 츠쿠탁은 4분기 회의에서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외부의 소매업자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매업자를 위한 아마존의 서비스는 판매자의 등급을 매기는 이베이의 방식과 비슷하다. 이베이는 경매 형식인 반면, 아마존은 고정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츠쿠탁은 “아마존의 판매자 비즈니스는 매우 강력하다. 아마존은 판매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계속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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