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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regionally, Act locally” 아시아 소비자 공략을 위한 4단계 전략

토드 길드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아시아 신흥 경제국이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제 회복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과도한 신용 팽창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선진국과는 달리 아시아는 소비의 주체로 점차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굴지의 소비재 기업들은 이 같은 대대적인 변화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아시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업 경영 방식과 실무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고도의 경영 효율을 자랑해온 선진 다국적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시아의 땅 덩어리는 광활하고, 소비자들의 특성은 매우 다양하다. 각 시장의 규모, 발전 수준, 고객들의 인종 및 문화적 배경도 당혹스러울 만큼 복잡다단하며, 취향과 선호도도 역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베테랑 경영자조차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는 변화의 물결이 아시아 소비자 시장을 휩쓸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region) 단위로 조직을 재편하고 전략 조율과 리소스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동시에 더 좁은 세분 지역(local) 단위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공략해 나가야만 한다.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저가로 무장한 현지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많지 않은 소득 수준, 복잡다단한 소비자 선호도, 미미한 브랜드 로열티, 파편화된 유통 채널 등의 수많은 걸림돌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 중 일부는 지역 경제가 성숙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잘 나가는 선진 기업들은 벌써 새로운 환경에 맞게 기존 경영 관행을 바꿔가고 있다. 중앙 집중화된 관리 구조와 독립적인 국가별 운영 체계를 유연하고 간결하고 신속하며 지역 차원의 협업이 가능한 조직 체제로 바꾸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자국 내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의 민첩한 지역 리더십 팀을 구성하고 있다. 지역 리더십 팀은 시장 내의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희소한 경영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특정 시장의 혁신을 다른 시장으로 전파시켜 비용을 과감하게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역(region) 및 세분 지역(local) 전략을 통해 아시아의 새로운 소비자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업 조직 구조의 개편을 통해 아시아 법인이 장기적인 수익 잠재력에 걸맞은 위상과 높은 실적 달성에 필요한 자율과 재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도시 클러스터 내의 성장 기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셋째, 제품과 가격은 세분 지역의 선호도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채널과 소매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촉하고 판매하며 유통하는 방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 같은 리전-로컬 구조를 구축하는 일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 엄청난 도전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아시아 시장을 더는 들러리로 대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때가 왔다.
 

 
성장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라
아시아는 적어도 5∼10년 내에 미국을 대체하는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수는 없다. 2008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14조 달러를 밑돌았다. 이는 미국의 GDP와 엇비슷한 규모다. 내용을 살펴보자. 미국은 민간 소비가 GDP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민간 소비 비중이 GDP의 절반에 그쳤다. 30억 명의 인구를 가진 아시아의 연간 총 소비 지출액은 7조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인 반면, 인구 3억 명의 미국은 무려 10조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별도로 기술하지 않는 한 이 글에서 아시아란 한국, 호주, 방글라데시, 부탄, 브루나이, 캄보디아, 중국,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라오스, 말레이시아, 몰디브, 몽골, 네팔, 뉴질랜드, 남태평양 군도,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 스리랑카, 대만, 태국 및 베트남을 의미한다.)
 
만약 아시아의 내수 소비가 둔화된다면 이 지역의 향후 10년간 성장은 지난 10년보다 둔화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초 아시아 지역 내 신흥 경제국의 민간 소비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소비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아시아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따르더라도 이 지역의 소비지출 성장세가 2020년경 세계 소비지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기업 측면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은 거시 경제에서 나타나는 아시아의 비중보다 훨씬 크다. 수십 개의 제품군(群)에서 아시아는 이미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됐다. 중국은 TV, 냉장고, 에어컨 등 많은 가전제품 부문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올해 중국은 자동차 판매 대수 면에서 최초로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시장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시장의 매출이 다시 살아나면서 중국의 순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인구 1000명당 14대 수준인 반면, 미국은 1000명당 400대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추세가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처럼 중국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하고 승부수를 던진 자동차 업체는 중국 시장의 매출 증가로 내수 시장의 침체를 메우고 있다. 반면 뒤늦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포드와 일본의 대형 자동차 업체들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FC와 피자헛을 소유한 얌(Yum!)은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KFC는 1987년 첫 점포를 낸 이후 지금까지 2497개의 점포를 중국 본토에 열었다(미국 내 점포는 5253개에 이른다). 중국 시장 매출은 전 세계 매출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얌은 지난해 중국 매출이 31% 증가하면서 미국 시장의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다. 데이빗 노박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내 얌 비즈니스에 대해 “9회까지 진행되는 야구 게임 중 이제 1회가 끝났을 뿐”이라며 “중국 내에 2만 개 매장을 열겠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언했다. 그는 “중국 내 KFC가 모든 면에서 미국의 맥도날드에 필적할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에 새로운 변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0년이 시장 진입과 점진적 매출 성장의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해외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소비재 시장은 중국보다 약 5∼10년 정도 뒤져 있지만, 중국과 비슷한 성장 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다. 인도는 매달 1000만 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휴대전화 시장이다.
 
힌두스탄유니레버, 네슬레 인디아, 고드레즈, 콜게이트 팜오일 등 인도의 상위 소비재 기업들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4∼1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도의 대표적인 유통 업체인 판탈룬 리테일의 판매액은 68% 증가했다. 아시아 전역에서 제품 및 시장 세그먼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70∼100%에 이르는 급격한 확장세가 향후 수년 간 지속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
 
게임을 바꿔라
아시아의 신흥 시장들은 무한 경쟁 체제에 접어들었다. 현지 경쟁 업체들은 제품 사이클을 급격히 단축해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할 정도의 낮은 가격대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브랜드 로열티도 거의 없다. 아시아 통신 네트워크의 불균형 발전으로 마케팅 전략이 복잡해졌다. 소규모 가족 소유의 유통 업체들의 선점으로 상품의 유통과 전시를 통제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글로벌 소비재 대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효과가 있던 전략을 고수해봤자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팀으로 혁신과 인재 활용 극대화
조직 모델의 재검토는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인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 소속의 국제 사업부를 통해 아시아 법인들을 감독하려고 한다. 아시아 지역 내의 법인이 많아 지역 본부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본부의 주요 기능이라고 해봐야 해당 국가 언어로 운영되거나 협업을 하지 않는 독자 영역이나 커뮤니케이션 갈등을 감독하는 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는 최악의 모델이다. 본사의 최고 경영진이 조직 위계상 두 단계를 거쳐 가장 중요한 성장 시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나 기회의 규모를 제때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새로운 대안과 조직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 인재, 최고경영진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일부 기업들은 아시아 법인을 투자 자본과 예산, 파트너십, 손익 계산 등을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독립적인 사업부로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얌 브랜드는 미국, 중국, 기타 지역의 3개 사업부를 운용하고 있다. 수년간 중국, 일본에서 각각 독자적인 소매 영업을 해온 월마트는 2008년 각 지역의 모범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홍콩에 아시아 사무소를 열었다.
 
성공적인 아시아 조직 모델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시장 경험을 가진 고위급 임원들로 구성된 팀이 지역 내의 실적 개선을 위해 공조한다. 이러한 팀들은 단일 아시아 시장 차원에서는 추진할 수 없는 규모의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와 자원을 동원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들은 또 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공급망과 비용 절감 전략을 추진한다. 이 밖에 채용, 제품 개발, 전략적 제휴 과정을 감독하며 유통 채널의 형태와 유형에 대한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이 지역 팀의 특징이 바로 협업과 기업가적인 일처리 속도다. 최고경영진과 전문가들은 각 시장을 돌며 현지 팀을 독려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제품 디자이너들에게는 일본의 혁신을 배우도록 격려한다. 인도의 공급망 책임자에게는 말레이시아의 운영 합리화와 원가 절감 테크닉을 조사하도록 한다. 많은 임원들은 해당 지역 내에 하나의 공통 언어를 구사하는 매니저들을 확보하는 일이 모범 사례를 확산시키는 핵심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지역이나 국가가 아닌 도시를 생각하라
소비재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성공하려면 지역 단위로 전략적 사고를 하되, 영업은 더 좁은 세분 시장 단위로 펼치는 전략을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국가 내의 도시 클러스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최근 수년 동안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을 국가 내의 메가리전으로 분할해 정교하게 이해하거나 인구 규모나 가구 소득을 토대로 분류한 다층적인 도시 전략을 시도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소비자 선호도와 행동의 핵심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 투입을 최적화할 수 없다. 맥킨지의 경험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최적의 전략과 마케팅 단위는 도시 클러스터다. 즉, 아시아 시장에서는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봐야 한다.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 국가에서 모두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대량 소비가 발생하고 있으며, 도시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인구의 5분의 1은 서울에 거주한다. 일본은 전체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도쿄나 오사카에 산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가 추산한 결과 중국에서는 2025년까지 3억5000만 명 이상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5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23개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보고서 전문은 홈페이지(Mckinsey.com/mgi)에 게재된 ‘Preparing for China’s Urban Billion’을 참고.) 인도 역시 7억 명 이상의 인구가 2050년까지 도시로 이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 내에 36개의 대도시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이 같은 유례없는 도시화를 통해 엄청난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될 것이다. 도시로 쏟아져 나온 중국, 인도의 이주민들은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을 찾게 될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음식, 패션, 엔터테인먼트, 삶의 방식에 개방적이며 유명 브랜드에 친숙하지 않은 까다로운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들 새로운 도시민들은 의류 분야에서 루이뷔통이나 구찌의 경쟁 기업으로 지역 신생 기업을 지목할 수도 있다.
 
새로운 도시민들이 부를 축적하게 되면, 그들의 선호도 역시 더 다변화될 것이다. 맥킨지가 2005년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주 도시의 규모와 GDP를 통해 신뢰할 만한 지출 성향을 알아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베이징, 상하이 등 1급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비슷한 제품을 공통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앞으로 3년간 중국의 중산층과 고소득층 가구 수는 3배로 증가할 것이며, 지역의 중요성 역시 더 커질 것이다. 2008년 조사에서 거주 도시 정보를 통해 12개 중 9개의 소비자 태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상하이의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은 20% 성장했으나 인근 난징은8% 성장하는 데 그쳤다. 광저우의 소비자들은 불과 100km 떨어진 또 다른 1급 도시인 선전 시민보다 고급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이 탑재된 카메라를 구매할 확률이 훨씬 높다. 반면 선전 거주자들은 이동성이 뛰어나고 두께가 얇은 모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향들을 감안할 때 글로벌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 중 어떤 도시를 타깃으로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매우 주의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분 지역에 맞춰 과감하게 현지화하라
선진국 소비자에 맞춰 개발한 제품을 아시아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판매하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기존 제품 라인을 아시아인의 감수성에 맞게 단순 변형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지역 및 세분 지역의 취향과 선호도를 이해하고,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인 자체를 아시아에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LG전자는 1990년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 자본 관련 규제가 바뀌면서 현지에 디자인 및 제조시설 투자가 가능해지자 상황을 반전시켰다.( ‘매스 시장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 프라마스 라즈신하 LG전자 인도 사업본부장 인터뷰’, ckinseyquarterly.com, 2005년 9월.토드 길드는 맥킨지 도쿄 사무소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인도인들이 TV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더 나은 스피커가 장착된 TV 모델을 내놨다. 대신 저렴한 디스플레이 부품을 사용해 경쟁력이 있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LG는 또 현지어로 조작할 수 있는 전자 제품, 밝은 색상과 냉동실 크기가 작은 냉장고, 인도의 대가족 형태에 적합한 대형 세탁기, 원터치 인도어 메뉴 기능이 탑재된 전자레인지 등 많은 독창적인 모델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현지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수천 명의 일류 인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현지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갈로르에 위치한 LG의 제품혁신센터는 한국을 빼고는 최대 규모다. LG는 현재 인도 시장에서 TV, 냉장고, 에어컨 및 세탁기에 부문에서 마켓 리더로 도약했다.
 
아시아에서 디자인의 현지화는 매우 중요하다. 고객들이 다양한 상품과 빠른 혁신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얌의 중국 내 피자헛 매장에는 피자만큼이나 다양한 중국 음식 메뉴가 있다. 2004년에는 중국 음식 전문 매장인 이스트 도닝(East Dawning) 체인점을 새로 열었다. KFC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고 매달 새로운 메뉴를 내놓고 있다. 중국 본토의 대표적 인스턴트 면 회사인 대만의 팅이(Tingyi)는 현지 디자이너들을 통해 전체 상품군을 재구성하고, 중국 현지에 맞춘 별도의 프리미엄과 저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맞춤형 생산(Customization)의 핵심 요소는 가격이다. 대부분의 상품군에서 지속가능한 성공의 열쇠는 높은 마진이 아니라 판매량이다. 의류, 자동차, 소비자가전 등의 제품은 수년 전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P&G, 힌두스탄 레버 등과 같은 고급 소비재 브랜드조차도 소비자를 고가 제품으로 이끌려면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저가 진입 상품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깨닫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제품의 구성 요소를 분해(de-engineering)해 아시아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속성과 기능을 강조한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P&G는 포장 원가를 크게 줄여 크레스트(Crest) 치약의 가격을 중국에서 50% 이상 인하했다. 고객들이 포장보다는 다양한 향을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금융 지원도 매우 중요한 방안 중 하나이다. 리바이스 레비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최근 33달러 이상의 진 제품에 대해 3개월 할부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뱅갈로르 지역에서 처음 시범 판매를 한 결과 할부 옵션을 이용한 고객들이 평균적으로 50% 이상을 더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바이스는 이 제도를 통해 고가 진 제품의 위상을 유지하면서도 수백만 명의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젊은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리가 금융 지원이나 디자인만큼 중요하다. 아시아의 잘 나가는 소비재 기업들은 공급망의 전반적인 원가를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LG는 이전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여러 달이 걸리던 주문 이행 주기를 수 주일 내로 단축했다. 소매업자와 소비재 기업들은 신속한 공급망을 통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패션에서 소비자가전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모든 트렌드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다양한 채널에서의 마케팅과 영업 방식을 터득하라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통적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의 침투율(penetration)이 선진국 시장보다 낮다. 아시아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노력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소비자 기업들 인쇄 매체, TV, 라디오, 인터넷은 물론 이벤트, 옥외 광고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매장 내 프로모션, 교육 캠페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다양한 채널의 소매업을 통한 영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현대식 유통 매장을 통해 판매되는 소비자 제품이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인도는 이보다 적은 5분의 1에 머물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들이 운용하는 소규모 매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소비재 기업은 또 다양한 업태에서 진열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 판매 시점 요인이 구매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아시아 지역에서 핵심 고객 관리는 선진국 시장만큼 중요하지 않다. 이점이 3자 유통 업체에게 대부분의 영업을 맡겨둔 채 자국 시장이나 과거에나 통하던 핵심 고객 관리에만 매달리고 있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수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직접 판매 채널의 성장에 따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부 도시 클러스터에서는 소비자 가전부터 의류 등의 카테고리에서 온라인 매출의 성장이 전통적 유통 채널을 이미 따라잡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직접 판매 매출은 올해 현재까지 백화점 매출을 추월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상점인 타오바오(TaoBao)는 2003년 설립 이후 매년 140억 달러 이상 매출이 급성장했다. 랑콤 역시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Baidu)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내 온라인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암웨이는 30만 명 이상의 영업 네트워크를 통한 방문 판매로 중국 최대 규모의 소비재 업체로 성장했다.
아시아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성숙하고 있다. 시장은 조각조각 나뉘어 숨 막히는 속도전과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언젠가 경쟁력 있는 대형 업체들이 높은 시장 점유율과 수익 마진을 실현하는 안정된 구조로 재편될 것이다. 현대식 대형마트도 틀림없이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예기치 못한 많은 불확실성도 도사리고 있다.
 
승자는 속도, 규모, 현지화, 낮은 원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우면서도 더 기업가적인 경영 관행을 부단히 시험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 기업들은 4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민첩하고 뛰어난 대응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규모와 혁신을 극대화하고, 이런 변화가 반영된 지역 조직 구조와 기업 운영 실무를 만들어갈 것이다. 한편, 기업의 자원은 국가 단위가 아니라 정교하게 분류한 도시 클러스터의 폭발적인 성장 기회에 초점을 맞춘 상품 유형, 형식, 브랜드 전략에 집중 투입될 것이다. 상품의 디자인과 가격은 클러스터 등급의 취향과 욕구에 충족하도록 책정될 것이다. 신속하고 저렴한 공급망을 통해 이런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마케팅 기술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채널을 통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펼칠 것이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이제 아시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와 클러스터 단위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GP TIP]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일본
 
일본 기업들은 중국이 외국인에게 시장을 개방하던 초기인 30년 전에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예를 들어, 일본 선두 주류 업체인 산토리는 중국의 맥주 시장에서 합작 기업을 설립한 최초의 외국 기업이었다. 일본 제2위의 편의점 체인인 로손도 외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상하이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시장 개방 초기에 실패를 경험하면서 장기적인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현재, 일본의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경쟁 기업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시장 개방 초기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지리적 근접성의 이점과 중국 소비자의 일본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맥킨지가 12개 소비재 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 스킨케어 등 크게 앞서고 있는 일부 분야를 빼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아예 포기한 채 동남아시아 등의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포장식품, 개인 위생용품, 생활용품, PC,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30개 이상 주요 일본 기업(대부분 소비재 부문)의 고위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중국을 매우 핵심적인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은 응답자들이 중국 시장 진출로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인정했으며, 나아질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시각을 보였다.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고위 경영진의 수도 매우 많았다.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앞으로 3∼5년 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10%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5% 미만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지금이 중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의 적기라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21%는 추가 투자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거나 추가 투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60%는 중국 법인 내의 임원 중 중국 현지인의 비율이 10%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중국인 임원들이 일본에 체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중국 법인이 본사로부터 ‘매우 독립된’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곳에 불과했다. 많은 응답자들이 중국의 법적 및 규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대관 업무, 역량 있는 현지인 확보, 현지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력에 맞춘 제품 개발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일본 내수 시장의 포화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기업에게 있어서 중국 시장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것이다. 일본의 많은 소비재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생존을 위한 핵심 조건이다.
- 브라이언 살스버그 맥킨지 도쿄 사무소 파트너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 인터넷판 9월호에 실린 ‘Think regionally, act locally: Four steps to reaching the Asian consum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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