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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화 전략의 명암

김남국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마케팅의 최신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맞춤화(cus-tomization)’다. 맞춤화 전략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을 제기하기 힘들 것 같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화는 모든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마케팅 전략으로 여겨진다. 유사한 성격을 가진 집단을 공략하는 세분시장(segmentation) 전략보다 개별 소비자 모두가 독자적인 기능이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화의 효과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맞춤화 전략의 실패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 대표적인 게 리바이스로 유명한 청바지 업체 레비스트로스의 맞춤형 브랜드 ‘오리지널 스핀(Original Spin)’과 장난감 업체 마텔의 ‘마이 디자인 바비(My Design Barbie)’이다. 고객들의 개별적 니즈까지 흡수하겠다던 이들의 시도는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면서 더 큰 가치를 줄 게 확실시되는 맞춤화 전략이 현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해답을 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세계 최고 마케팅 저널인 최근호(2009년 9월호, Vol.73, 103∼121)에 실렸다. 비엔나대 연구팀은 이 논문을 통해 온라인 조사 기법을 활용, 다양한 신문과 만년필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맞춤화된 상품이 대량 생산품이나 세분시장을 겨냥한 상품보다 더 큰 가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 상식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고객의 특징에 따라 달라졌다. 즉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이런 욕구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상품에 대한 관여도가 높았을 때 맞춤화된 상품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말하면, 맞춤화 전략을 실행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을 구매할 때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맞춤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마텔의 맞춤형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는 주 고객층인 어린이들이 확고한 욕구를 갖거나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인형 제작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비용 구조도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고객들의 관심이 낮고, 욕구도 불분명하다면 맞춤화 전략을 포기해야 할까. 이런 전략은 무턱대고 맞춤화를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고객들의 관심이 낮고, 명확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선택을 단순화하거나, 선택을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어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기술 발달로, 고객들이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된 제품의 모형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다. 또 고객별 특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도 얼마든지 구축 가능하다.
 
맞춤화에서 또 유의해야 할 점은 비용 구조다. 맞춤화의 취지가 좋더라도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맞춤생산 기술이 없다면 비용 구조를 악화시켜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도 맞춤 서비스를 추진하다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맞춤화를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과 유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객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찾는 형태로 활용도를 높이면 맞춤화는 특정 제품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고객 중심적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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