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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단순하고 더 똑똑하게…

다니엘 말러 | 41호 (2009년 9월 Issue 2)

지난 수십 년 동안 소비자들이 획기적인 신제품을 갈망할 때마다 기업들은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제품을 선보여왔다. 그런데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수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아예 구매를 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기존 관행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잡초를 뽑듯 ‘나쁜 복잡성’과 ‘좋은 복잡성’을 구분하는 현명한 복잡성 관리법, 이른바 ‘스마트 컴플렉시티(smart complexity)’ 개념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 방법은 기업이 경쟁에서 진정 승리하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복잡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기업의 운영 관리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제품 라인의 단순화를 요구해왔다. 또 마케터들은 잘 안 팔리는 제품들을 기업의 포트폴리오에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절실한데도 오히려 복잡성이 커져 비용을 늘리고 있다. 이런 복잡성은 소비자들의 구매 과정도 방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1100가지 토마토소스와 45가지 샴푸를 일일이 알지 못한다.
 

 
운영 관리자들은 복잡성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존 철학과 이론, 방법론들이 실패한 걸까? AT커니는 최근 글로벌 소비재 기업의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 고무적인 성과를 얻었다. 이 회사의 마진은 1%포인트 올라 3%가 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성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됐다는 점이다. 보통 무리하게 비용 절감을 실행하면 일시적 성과만 내고 오히려 향후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지만, 새 방법론으로 접근한 결과 수익이 꾸준히 개선되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적용한 ‘스마트 컴플렉시티’ 방법론은 단순히 기업 내부의 특수한 문제를 풀거나, 기존 방법론을 바꾸는 것 이상의 혁신적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마트 컴플렉시티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보는 관점을 바꾼다. 특히 ‘새롭고 다양한 모든 제품이 성장을 이끈다’는 기존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단순히 ‘무엇을 줄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대신에 ‘우선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내놓는다.
 
물론 철학을 바꾸기가 쉽진 않다. 직원들이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 믿은 채, 많이 만들수록 그만큼 더 보상을 받으면서 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왕도라고 여기며 일해왔다면, ‘더 많은 것’은 곧 ‘지나치게 많은 것’과 같다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 컴플렉시티는 기존 복잡성 관리 방법론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으로, <그림1>과 같이 4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 방법으로 접근하면 각 기업들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다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1단계 하나의 팀에는 하나의 목표를
기업들이 복잡성을 관리할 때 가끔 내부 조직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품 개수가 늘어나면 생산, 공급망, 원자재, 물류를 담당하는 운영 부서들은 비용이 높아진다. 1909년 헨리 포드는 “모든 고객들은 원하는 색깔의 차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객들이 검정색 자동차만 원한다면요…”라고 말하면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조립 라인에서 한 가지 색의 자동차만 생산함으로써 포드의 생산 비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오늘날 모든 기업들은 원재료나 용기 크기, 디자인을 바꾸면서 무지갯빛 색깔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운영 관리자들은 마케팅 부서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발생한 복잡성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복잡성이 완전히 제거되기보다는 단순히 복잡성으로 인해 생긴 영향이 줄어들기만 기대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마케팅 부서의 입장에서 복잡성은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선택지이고, 이 선택이 매출을 창출한다. 여기에서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소비자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은 가장 믿을 만하고,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이 때문에 제품 관리자는 항상 연구개발(R&D) 부서에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시장 조사 담당자들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믿으며, 영업 사원들은 늘 제품 진열장에 새로운 제품들을 들여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부서는 복잡성 관리를 곧 ‘재고 관리 단위(Stock-Keeping Unit·SKU)’의 ‘꼬리 자르기(tail-cutting)’라고 여긴다. 즉 포트폴리오에서 판매가 부진한 제품을 없애는 것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SKU 대비 판매량을 그린 파레토 그래프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 많은 기업들이 꼬리 자르기를 잘 알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아주 정교한 방법으로 꼬리를 자른다. 꼬리 자르기는 많은 기업들이 즐겨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고 잘 알려져 있다. 정원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처럼 꼭 필요하지만 하기 싫어 항상 미뤄두는 일이다.
 
기존 꼬리 자르기는 크게 2가지 단점을 갖고 있다. 첫째, 많은 기업들은 꼬리 자르기를 일회성으로 진행한다. 그 결과 몇 주 혹은 몇 달 뒤 새로운 복잡성이 다시 나타나고, 기업들은 정원의 잡초 제거를 반복해야 한다. 둘째, 운영 부서가 골치 아파 하는 ‘가치 사슬의 복잡성’을 다루지 않는다. 꼬리는 입력값이라기보다는 매출과 같은 결과값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꼬리 자르기를 할 때 운영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전반적으로 복잡성을 줄일 수 있겠는가.
 
이 수수께끼는 복잡성 관리가 매우 큰 문제임을 뜻한다. 복잡성 문제를 관리하는 주무 부서가 없는 조직이 대부분이다. 마케팅 부서가 복잡성을 관리한다면 비용은 하늘 높이 솟을 테고, 운영 부서가 복잡성을 관리한다면 매출이 수직으로 떨어질 것이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 마케팅 부서는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에 따라 비용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어떤 복잡성 요인이 더 적은 비용을 유발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헨리 포드 역시 이 문제에 부딪혔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운영 친화적 정책을 언급하며 “나는 모든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업 사원들은 단일 모델이 자동차 생산에 가져오는 이점을 모르고, 특별히 관리하지도 않는다” 1 라고 썼다. 모델 T가 검은색이 된 것은 포드의 천재성 때문이 아니라, 복잡성 관리는 CEO가 수행한다는 그의 결정 때문이었다.
 
스마트 컴플렉시티의 운영 방법은 단일하며 전체적으로 통합돼 있다. 운영 관리자들과 마케팅 관리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같은 정보를 검토하며, 인센티브를 공유하고, 함께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결정들은 CEO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지금 CEO의 업무는 과거 헨리 포드가 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는 운영 부서의 의견이 중시돼 운영 부서가 복잡성에 관련된 논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CEO는 테이블의 모든 사람들이 복잡성과 성장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체 프로세스를 이끌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부서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의사결정 과정은 사실을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단순한 SKU 꼬리 자르기보다 복잡한, ‘더 적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해야 한다.
 
2단계 ‘더 적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하자
 수십 년 동안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정보기술(IT) 혁명이 진행되면서 모든 산업에서 제품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마케터는 그 어느 때보다 목표 시장을 잘게 쪼개왔고, 민첩한 공급망이 그에 따라 대응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다양성이 성장을 주도한다는 패러다임은 잘못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혁신이 이어지면서 특히 시장의 선두주자들은 제품 포화 상태를 만들었고, 생산성을 감소시켰다.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소비자들이 한때 다양한 제품들을 원했고, 기업들은 그에 대응해 더욱 많은 SKU를 만드는 방법으로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소비자가 이미 주어진 선택지에 만족하고 있거나, 어쩌면 선택지가 지금보다 단순해지길 원하는 제품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비생산적이거나 심지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기업들이 경쟁 상황, 시장점유율, 제품 카테고리 내의 성숙도 등을 분석해 이러한 다양성의 정점(tipping point)을 찾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장 자료에 따르면, 때로는 일반 통념과는 반대로 SKU 수와 시장점유율 사이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그림2>의 왼쪽 그래프는 한 기업과 경쟁사가 가진 브랜드들의 SKU 대비 시장점유율을 보여준다. 경쟁사는 적은 SKU를 가졌으나, 이 회사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높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SKU가 많을수록 복잡성이 커지고 따라서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오른쪽 표는 각 SKU의 생산성을 보여준다. 점수가 낮다는 것은 목표로 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적은 SKU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8개 시장 가운데 5개 시장에서 경쟁사의 생산성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쟁사가 시장의 리더일 때 더 분명히 나타난다. 낮은 SKU 생산성으로는 경쟁사를 이길 수 없다. 마케팅과 유통 등을 혁신해 기존 SKU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은 채 SKU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면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이러한 분석은 기업들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정리해야 함을 보여준다. 당신의 기업이 10종의 샴푸를 생산하고 그중 4종이 샴푸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면, 분명히 매출이 부진한 나머지 6종은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아 있는 4종이 매출에 똑같이 기여하는데 경쟁사는 2, 3종의 샴푸만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의 기업은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경쟁사보다 복잡성과 비용이 높고, 가격이 높거나 마진이 낮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종 가운데 하나를 없애면 어떨까?
 
‘잘나가는 제품을 없앨 수 없다’는 일반적인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이 당신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다른 제품을 선택해 매출이 오를 수도 있다. 오늘날 소비재 시장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
 
스마트 컴플렉시티는 꼬리 자르기를 넘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결국 이는 정원의 생산성을 해치는 잡초만을 뽑는 게 아니다. 때로는 화초들도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햇빛, 물, 영양분을 갖고 경쟁할 수 있다. 화초를 더 많이 심거나 가장 부실한 화초를 없애는 게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해 각 화초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면 정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이 방법은 수많은 제품군을 파생시킴으로써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소비재 산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제품 진열대에 일반, 순한, 주방장이 추천하는, 무향의, 고급의, 나트륨 함량이 낮은, 소금이 안 들어 있는, 6온스, 10온스, 12온스, 15온스 등의 제품을 놓는다고 가정하자. 그 수가 어느 정도나 다양해야 소비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제품을 고를 수 있을까?
 
쇼핑과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제품 수가 너무 많을 때 소비자의 소비 욕구는 오히려 줄어든다. 너무 다양한 제품들을 접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몇 개의 제품만 쳐다보게 된다. 심하면 아예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는 진열대를 떠난다. 이것이 바로 복잡성이 비용을 늘릴 뿐 아니라 매출까지 줄이는, ‘나쁜 복잡성’의 최악의 결과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SKU 꼬리 자르기를 넘어 ‘더 적은 것이 더 좋은 것’인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는 ‘스마트 컴플렉시티’를 실행해야만 비용을 줄이고 성장할 수 있다.
 
3단계 비용 투명성을 늘리자
복잡성이 만들어내는 비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2>는 복잡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항상 비용이 늘어남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의심 많은 사람들은 비용이 각 기업의 복잡성 관리 역량에 달렸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주장도 맞다. 하지만 운영 및 마케팅 부서 관리자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복잡도와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근거 자료 없이는 그동안 실행돼온 과거의 관습을 감정적으로 방어하게 될 뿐이다. 계량경제학자인 이언 에어즈는 “의사결정권자들은 자신들의 직관의 힘을 과대평가한다. 사람들의 기호는 변한다. 마케팅 노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재검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 투명한 분석은 스마트 컴플렉시티 방법론의 이득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다.
 
기존 비용 분석 방법들은 좀더 적은 색상 및 부품을 운반하고, 선적 및 재고를 줄임으로써 얻게 되는 비용 절감 등 공급망의 총 운송 비용을 고려한다. 그러나 스마트 컴플렉시티는 총 운송 비용을 넘어 전사적 비용을 정량화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공급망과 상관없는 비용, 즉 R&D, 영업, 마케팅, 회계 등에 드는 관리 비용을 고정비로 취급하고 복잡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이러한 비용들은 복잡성을 관리할 때 별로 고려되지 않는다.
 
하지만 복잡성은 관리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을 더욱 잘게 쪼개 세분화하는 방법은 전체 조직까지 세분화하게 되므로 업무 효율을 끌어내린다. 마케팅 부서에서 20가지 샴푸의 도판을 디자인해야 한다면, 당연히 5가지나 10가지 도판을 그리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는 도판의 품질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제품 종류를 줄이면 영업, 회계, 기타 지원 부서의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 수를 한정한다면 잘나가는 제품의 마케팅 및 유통을 개선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필자들은 복잡성이 만들어내는 비용을 계산하기 위한 회계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복잡성을 일으키는 각각의 요소가 전체 가치 사슬상에서 눈에 잘 띄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그림3)
 
 
 
 
SKU는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색상, 포장 크기, 원자재 유형, 단일 도판이 필요한 부티크 컬렉션, 그리고 특정 제품 및 시장과 관계있는 추가 요소들도 복잡성을 일으킨다. 복잡성을 관리하는 부서는 이러한 비용 척도를 사용함으로써 제품군을 없애는 데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구매 행동 및 비용에 관한 정보가 있으면 복잡성 관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포장 크기에 소비자 반응이 좋고, 운영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든다면 스마트 컴플렉시티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다양한 향기를 가진 제품을 여러 개 만들었음에도, 매출에 대한 기여도는 낮고 비용만 많이 든다면 정리해야 한다.
 
4단계 한결같은 정원사가 되자
 복잡성 관리는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정원을 가끔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결같은 정원사가 돼야 한다. 우선 잡초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잡초 방지 매트’를 설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잡초 방지 매트와 같은 접근법을 사용하면, 한 제품군에서 새로운 종류의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장에 선보이기 전에 복잡성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다양한 신규 제품 모두에 이런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전사적으로 생기는 비용은 얼마인가? 신규 제품은 새로운 소비자 구매 행동을 가져오는가, 아니면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가?
 
제품 개발 과정에 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 소비자에게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복잡성이 점점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잡초 방지 매트는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미래에 잡초 제거를 더욱 쉽게 만들어준다. 물론 이따금 잡초가 생길 테고 몇 년이 지나면 매트가 닳아 교체해야겠지만, 잡초투성이 정원을 매번 가꾸는 것보다는 낫다.
 
한 번만 집중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잡초 제거가 필요 없어지진 않는다. 복잡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한 번의 집중 관리뿐 아니라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업무까지 복합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마트 컴플렉시티 방식에는 잡초 제거 이상의 추가적인 후속 활동이 따른다. 또한 이 새로운 철학은 회사의 조직 구조, 인센티브, 인력이 제품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에까지 관여한다.
 
예를 들어 ‘더 많은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개념에서 제품 관리자의 인센티브는 단순히 매출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스마트 컴플렉시티 개념에서는 더욱 포괄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한 예로 자사가 가진 다른 제품 라인이나 다른 브랜드의 매출 잠식을 반영해 인센티브를 책정할 수 있다.
 
뛰어난 R&D 부서를 갖춘, 전통적으로 성공한 대다수 기업들은 전사적인 인센티브를 혁신에 기초해 책정한다. 영업 사원의 인센티브는 신규 제품을 얼마나 밀어내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마찬가지로 마케터의 인센티브는 새 제품의 판촉에 달려 있다. 성장이 혁신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정은 조직 내에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이는 많은 경우에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돼왔다.
 
그러나 이 가정은 어리석은 복잡성을 불러왔다. 복잡성을 통제하려면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조건들을 없애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는 소매업자 같은 외부 파트너를 포함해 마케터와 영업 사원이 제품의 변화 없이도 제품을 성장시키도록 교육받는다. 기존 제품으로 신규 광고 캠페인을 하거나, 추가 진열 공간에 대해 고민하거나, 조직 내부의 관심을 얻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혁신적인 새 제품에 집중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위험 부담도 낮다. 하지만 이 방법이 하루아침에 적용되진 않는다. 스마트 컴플렉시티 접근법은 보다 큰 잠재력을 지니면서도 더 강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새로운 조직 철학에 가깝다.
 

 
 
더 단순한 게 더 낫다
복잡성을 제거하는 데 부적절한 시기는 없다. 비용을 줄이고, 조직원들의 관심을 유도하며, 자원을 극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좋다. 특히 복잡성을 없애려는 노력이 동시에 미래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더욱 좋다. 그런데 복잡성 관리가 특히 필요한 시기가 있다. 경제가 위기에 놓인 지금이 바로 그때다.
 
복잡성을 없애면 일반적으로 재고는 줄고 현금화 능력은 개선된다. 운영 비용 절감 역시 현금 창출 능력을 키우고, 예측하기 어려운 소비자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높인다. 많은 기업들이 전반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하고 있는 이 시기에, 매출 향상을 이끌어내도록 복잡성을 제거하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지구 온난화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은 단순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소비자는 마케터가 아니다. 소비자는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불안함을 느낀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과 상관없이, 향후 소비자는 구매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품 포트폴리오가 단순한 기업에 고마워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게 더 좋다
과거에 복잡성은 매출을 늘리는 주요 요인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서 높은 비용을 일으키는 복잡성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복잡성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문제는 복잡성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복잡성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복잡성은 조직 내 운영 프로세스만 복잡하게 만들고, 소비자의 구매는 유도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등 돌리게 한다. 스마트 컴플렉시티는 이 2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번역|황태준 AT커니 서울 사무소 어소시에이트 컨설턴트
 taejoon.hwang@atkearney.com
번역 감수 |양문흠 AT커니 서울 사무소 시니어 매니저
 
편집자주 이 글은 전 세계 기업의 고위 경영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컨설팅사 AT커니가 발행하는 최신호에 다니엘 말러 AT커니 취리히 사무소 부사장 등이 쓴 기사 ‘Cultivating Smart Complex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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