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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비의 핵, ‘아라포 여성’을 주목하라

미야와키 요코(宮脇陽子),임연숙 | 40호 (2009년 9월 Issue 1)
여성의 소비가 생애 단계(life stage)별로 변화하며, 특히 출산을 전후해 큰 변화를 맞는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결혼 또는 출산 전의 20∼30대 여성은 여행과 취미, 교제 등에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 반면 아이를 가진 30∼40대가 되면 예금이나 양육, 교육에 대한 지출이 늘어난다. 엄마가 된 여성은 대부분 자신을 위한 소비를 상당 부분 줄인다. 그러다 50대가 되어 자녀 양육이 끝나면 여행이나 취미 등에 대한 소비가 다시 활발해진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소비 유형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신소비 계층으로 불리는 ‘아라포(アラフォ―)’ 세대다. 아라포란 영어의 ‘40세 전후(around 40)’의 일본식 줄임말이다. 2008년 4월부터 일본 TBS가 방영한 같은 이름의 금요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유행어가 됐다.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이들 여성 소비자들은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닥쳐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비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는 가운데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들은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라포 세대는 버블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당시 20대)다. 따라서 화려한 소비 문화를 체험했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1986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시행된 이후에 취업했으며, 소득이 높아 자신을 위해 소비할 여유 자금이 많다. 취업 당시 ‘신인류(한국의 X세대와 비슷)’라 불리며 기존 가치관과 대립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철학을 갖고 있으며 자유에 대한 갈망이 높다.
 
아라포들은 ‘노처녀’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독신을 관철하거나, 결혼은 하지만 아이는 낳지 않거나, 결혼 후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등 자신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라포 중 특히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층은 부부가 지갑을 따로 챙기고 서로의 수입에 관여하지 않는 등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아라포 세대의 수가 약 5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소득 여성 소비자 계층의 부상
아라포는 여성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격적인 여성 사회 진출 1세대인 아라포들 중에는 남성과 어깨를 견줄 만한 재력을 갖춘 고소득층도 생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역학 구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고소득층은 아직까지 남성에 비하면 ‘한 줌’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여성의 취업 환경은 매년 개선되고 있으며, 취업에 대한 생각이나 성별 역할 분담 의식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소득 여성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필자들은 최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2가지 특징을 도출해봤다.
 
①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쇼핑에 투자할 시간 부족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06년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1) 조사 결과 연간 소득이 700만 엔이 넘는 고소득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돈보다 시간 절약을 중시하는 경향’이 많았다.(그림1) 물론 고소득 여성들도 저렴한 가격을 중시한다. 누구나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소득 여성은 바쁜 업무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따라서 쇼핑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니즈(needs)가 현저히 높았고, 시간 절약을 위해서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②자신의 개성과 기호 중시 조사 결과 여성 소비자들은 소득에 관계없이 ‘유행과 화제’ ‘사회적 지위’ 등의 소비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고소득 여성은 ‘자신의 개성과 기호’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개성과 기호를 매우 중시한다’는 응답은 고소득 여성에서 46.8%가 나왔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응답 비율은 36.4%에 불과했다. 매스컴과 유명인의 평가에 대한 고소득 여성들의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그림2)


 
또 고소득 여성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싶다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고소득 여성 중 ‘가격보다 시간 절약을 중시’하는 타입은 확실히 상품과 서비스 구매 금액이 많았다.(그림3)


 
한편 고소득 여성들은 상품이나 기업의 사회 공헌을 여타 소비자들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고소득 여성들의 소비 패턴(돈보다 시간 절약 중시, 자신의 개성·기호 중시)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을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여성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지만, 그런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철저하게 정보를 수집하거나 꼼꼼하게 상품을 비교 검토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신 ‘A 브랜드라면 나의 스타일을 만족시켜준다’ ‘B씨가 소개하는 것이라면 나에게 어울릴 것이다’와 같이 브랜드나 추천인을 구매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필자들은 최근 일본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아울렛몰이 고소득 여성들의 니즈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아울렛몰에서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며, 대개 캐주얼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반면 패스트 패션이나 고급 브랜드의 렌털 서비스는 선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쇼핑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고소득 여성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1) 노무라종합연구소 ‘연 수입 700만 엔을 기준으로 한 여성 소비자 설문조사’, 2006년 9월 실시(인터넷 조사). 연 수입 700만 엔 이상 186샘플, 연 수입 700만 엔 이하 118샘플.
 
고소득 여성을 위한 서비스 전개 가능성
기업들이 앞서 언급한 고소득 여성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전개한다면, 고소득 여성의 소비를 지금보다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들은 특히 기업들이 고소득 여성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나,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액세서리와 화장품 등 제품 차원에서의 움직임은 있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고소득 여성을 명확한 타깃으로 삼는 사례는 거의 없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고소득 여성이 풍요로운 소비 생활을 하고 싶어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없어 소비 욕구가 사그라질 가능성이 있다.
 
고소득 여성은 다소 가격이 비싸도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엄선된 정보(브랜드나 추천인 등)를 바탕으로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고소득 여성을 위한 ‘개인 관리자(concierge) 서비스’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고객의 취향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 가방, 구두 등 패션 잡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부 백화점이 고객의 기호나 니즈에 맞춰 여러 매장의 상품을 모아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소득 여성은 취향이 까다로워 쉽게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은 그들이 추구하는 ‘편리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장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일본 기업들은 고소득 여성이라는 새로운 세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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