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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의사결정 ‘깔때기 모형’ 유효성 끝났다

올레 제르겐 베트비크(Ole Jørgen Vetvik),수잔 멀더(Susan Mulder),데이비드 코트(David Court),데이브 엘징어(Dave Elzinga) | 39호 (2009년 8월 Issue 2)
마케팅의 목표는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점에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가전회사들은 자사의 TV 제품을 매장에 진열해 고객들이 직접 생생한 HD 화면을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아마존은 온라인 고객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10년 전부터 도입했다. 과거 P&G는 비누와 같은 생활용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라디오와 TV 드라마에 간접광고를 넣었다. 이것이 ‘소프 오페라(soap opera)’가 연속극을 지칭하는 말이 된 유래다.
 
이와 같이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과 그에 따른 기업의 고객 접촉 시점은 ‘깔때기(funnel)’ 모형을 통해 설명돼왔다. 여러 개의 잠재적 브랜드들을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결정의 깔때기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구매한다는 뜻이다.(그림1)
 
그러나 제품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이 좀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제 깔때기 모형만으로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을 충분히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깔때기 모형으로는 구매 과정에서 나오는 수많은 고객 접촉 포인트와 핵심 구매 요인들을 모두 포착하지 못한다. 때문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소비자의 복잡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해졌다.
 
맥킨지는 최근 ‘소비자 의사결정 여정(consu-mer decision journey)’이라 이름 붙인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개발했다. 이 접근 방법은 다양한 미디어와 제품 선택권을 가진 지역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의 대도시 지역에도 적합한 모형이다. 맥킨지는 3개 대륙의 5개 산업 영역에서 소비자 2만여 명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해 이 접근 방법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이 넓어짐에 따라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은 자사의 제품이 소비자의 구매 후보군 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회사와 소비자 간의 쌍방향적 의사소통의 확대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구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마케팅 방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또 이전과는 다른 고객 충성도 유형이 파악됨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에 운영해온 고객 충성도 및 고객 경험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맥킨지의 이 연구는 전략, 예산, 채널, 메시지와 같은 마케팅의 모든 요소들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맞춰 정렬하고, 이들 요소를 조직 전체에 걸쳐 통합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마케팅 예산과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최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에 집중한다면,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합한 메시지로 타깃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사람들은 매일 광고와 신문 기사, 친지와의 대화,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경험 등 다양한 접점으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인상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를 하지 않는 한 이런 브랜드 노출의 상당 부분은 의미 없이 낭비된다. 하지만 뭔가가 구매 충동을 자극해 소비자들이 소수의 잠재적 구매 후보군을 결정하는 초기 단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깔때기 모형은 소비자들이 여러 옵션들을 비교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최종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구매 후보 브랜드의 수를 체계적으로 줄여 나간다고 주장한다. 판매 후 단계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 및 재구매 가능성을 결정하는 일종의 시험 단계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깔때기 프로세스의 각 단계마다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밀어내기(push)’ 마케팅을 실시하도록 교육받아왔다. 그러나 자동차와 스킨케어, 보험, 소비자 가전, 무선통신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실시한 맥킨지의 정량적·정성적 연구 결과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은 4가지 주요 단계를 반복하는 순환식 프로세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구성하는 각 단계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전쟁터다. 이들 4개 주요 단계는 ①초기 고려(소비자들이 구매 후보 브랜드들을 일차적으로 정함) ②적극적 평가(잠재적 구매 대상 브랜드들을 비교, 평가) ③구매 결정(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최종 구매) ④사후 경험(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을 직접 경험)으로 구성된다.(그림2) 물론 깔때기 모형도 각 단계별로 특정 브랜드의 강점을 이해하게 해주며,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 요인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1. 브랜드 고려 방식의 변화
 
어떤 소비자가 어느 종류의 제품을 사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는 구매 고려 대상이 되는 다수의 ‘초기 구매 후보’ 브랜드들을 떠올리게 된다. 맥킨지의 정성적 연구 결과, 제품과 미디어의 수가 늘어났음에도 소비자들이 초기 단계에서 고려하는 브랜드의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품에 대한 정보의 홍수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는 일부 소수의 브랜드들만을 신뢰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중요해진 것이 바로 최초 브랜드 인지도다. 실제로 소비자가 ‘초기 고려 단계’에 넣는 브랜드를 최종적으로 구매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브랜드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그렇다고 초기 고려 단계에 넣지 않은 브랜드에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정보를 검색하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는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는 고려 대상에 포함되는 브랜드 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전통적인 깔때기 모형과의 큰 차이점이다. 새로운 브랜드들은 다시 고려 대상에 들어오면서 소비자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방해할 수도 있고, 심지어 경쟁 브랜드를 고려 대상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 추가되는 브랜드들의 수는 산업에 따라 다르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개인용 컴퓨터는 평균 1개의 브랜드가 초기 고려 단계의 1.7개 브랜드에 추가된다. 자동차는 초기 고려 단계의 3.8개 브랜드에 2.2개의 브랜드가 추가된다.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이 좀더 다양한 시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반면, 초기 고려 단계에 이미 자사 브랜드가 들어갔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게 됐다.


2.
소비자 파워의 확대
 
또 하나의 근본적 변화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push)보다 소비자가 마케팅 담당자에게 다가오는 것(pull)이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그동안 전통적 광고와 직접 마케팅, 스폰서십 등의 채널을 통해 ‘밀어내기’ 방식으로 소비자와 접촉했다. 즉 그들은 소비자들이 구매 옵션을 걸러내는 깔때기의 각 지점에서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자 시도해왔다. 이런 접근 방법은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적합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데 실패하는 원인이 된다.
 
이제 소비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구매 프로세스를 좌우하기 때문에 점차 소비자 중심의 ‘끌어오기(pull)’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인터넷상의 사용 후기 검토나, 친구 및 지인들의 추천, 과거 브랜드 사용 경험 등 소비자 중심 마케팅에서 오고 있다. 회사가 주도하는 마케팅의 영향도는 나머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그림3) 이처럼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이 바뀜에 따라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은 단순한 밀어내기 식 마케팅에서 벗어나 어떻게 소비자 중심 마케팅을 강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사례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왜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크라이슬러와 GM 같은 기업들은 강력한 영업 인센티브와 대리점 판매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적극적 평가 단계’와 ‘구매 결정 단계’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오랫동안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잘못된 곳에 투자했다. 실제로 큰 문제가 된 부분은 ‘초기 고려 단계’와 ‘사후 경험 단계’였다.
 
사실 도요타와 혼다 등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들은 브랜드 강점과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이 두 단계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 후의 긍정적인 경험으로 구매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긍정적인 구전 효과를 가져와 결국 아시아계 자동차들이 다시 초기 고려 단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판매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아시아계 자동차 회사들의 ‘선순환 고리’를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3. 2가지 유형의 충성도
 
마케팅 담당자들이 할 일 중 많은 부분은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 구매 후의 경험이 향후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이 ‘순환 고리’의 형태를 띠는 이유다.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60% 이상이 구매 후 인터넷으로 추가 정보를 수집한다. 이 같은 소비자 접점의 변화는 깔때기 모형이 처음 고안됐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반복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판매 사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해지고 복잡성이 늘어나는 세상에서는 브랜드 충성도를 좀더 세분화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 중 일부는 그 브랜드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충성도를 보인다. 반면 다른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의 폭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해당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충성도 없이 익숙한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극적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해 충성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사실 경쟁사들의 메시지에 귀를 열어놓고 있다.
 
자동차 보험업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매년 자동차 보험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맥킨지의 조사 결과, 적극적인 충성도를 가진 고객과 수동적인 충성도를 가진 고객 사이에는 충성도 차이가 6배 정도 있었다. 이는 보험사들이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미국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와 프로그레시브는 이런 틈새를 노려 성공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좀더 편리하게 경쟁사 상품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경쟁사들의 수동적 충성 고객들을 빼앗아오고 있다. 즉 기존 보험사에 머물지 말고 떠나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제 마케팅 담당자들은 적극적인 충성 고객층을 확대하는 일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사이트 등 구전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고객 접점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 변화에 맞는 마케팅 방법
 
기업들은 우선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객 접촉 포인트에 마케팅 예산과 활동을 집중시켜야 한다. 일부 회사들은 마케팅 전략 자체의 방향을 전환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초기 고려 단계’에 브랜드 광고를 집중해온 기업들은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 소비자들의 제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인터넷 접점을 개발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낮은 충성도를 가진 수동적 고객보다는 높은 충성도를 지닌 적극적 충성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춰 충성도 프로그램을 보완하거나, 매장 내 활동 및 구전 효과 관리 프로그램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거의 모든 기업들은 전체 마케팅 프로세스에 걸쳐 고객들의 태도 변화와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비용 지출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 같은 마케팅 예산 지출 조정에 실패한다면 마케팅 담당자들은 2가지 위험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마케팅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 마케팅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적시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광고비 등 마케팅 투자의 효과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둘째, 소비자들과 교감하지 못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구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지원,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기존의 밀어내기 식 마케팅 방법만을 고수한다면, 고객들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떻게 변화된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에 맞도록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야 할까?
 
1. 목표와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과거 대부분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의도적으로 소비자 의사결정 깔때기의 양쪽 끝 부분 중 하나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즉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기존 고객들 사이에 충성도를 구축했다. 그러나 맥킨지의 연구 결과, 마케터들은 구매 의사결정 과정 전체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접촉 포인트가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기업들은 전통적인 깔때기의 앞과 뒤만 봐서는 적절한 고객군을 공략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또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포인트들에 제대로 투자할 수도 없다.
 
스킨케어 산업의 일부 브랜드들은 적극적 평가 단계나 구매 결정 단계보다는 초기 고려 단계에서 매우 강한 인지도를 보인다. 이 브랜드들은 이미 초기 고려 단계에 포함될 만큼 강력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갖추고 있으므로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일으키는 매장 내 영업 활동에 투자하는 데 집중하는 방안을 좀더 모색해야 한다.
 
2. 맞춤형 메시지를 개발하라
 
기업들은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기는 매출 창출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메시지를 개발해야 한다. 메시지는 모든 의사결정 단계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것이 아닌, 특정 포인트에서의 약점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많은 브랜드들이 초기 고려 단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바로 이 점을 정확하게 간파해 성공했다. 현대차는 고객들이 실직할 경우 타던 차를 반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를 재정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의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런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현대차는 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라는 느낌을 줬다. 결국 다수의 소비자들이 초기 고려 단계에 현대자동차를 넣게 됐다. 현대차의 점유율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3. 소비자 중심 마케팅에 투자하라
 
기업들은 이제 깔때기 방식의 밀어내기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 담당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활동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와 사용 후기, 추천 의견을 탐색하는 ‘적극적 평가 단계’의 중요한 대안으로 인터넷이 등장했다. 마케팅 담당자가 인터넷을 활용해 적극적 평가 단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차별화된 포인트들을 개발해야 한다. 제품 정보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 구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시스템 등 다양한 방안들이 필요하다. 1930년대 라디오, 1950년대 TV를 통한 노출 확대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P&G의 경우처럼, 현재 많은 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예산을 투입해야만 한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은 이제는 온라인 마케팅의 핵심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카드 찾기(card finder)’ 기능과 포드의 ‘자동차 만들기(configurator)’ 기능은 한 번의 클릭만으로도 여러 옵션들을 보여줘 소비자들이 보다 손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터넷상에서 소비자 의견을 분석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해 구전 마케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담당자들은 콘텐츠 관리 시스템 및 온라인 타깃팅 엔진을 이용해 하나의 광고에 대해서도 수백 가지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때그때의 상황 변화와 제품 평가자들의 과거 행동,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한 변형도 가능하다. 항공사들은 상품 내용과 유형, 가격 옵션들을 조합해 다양한 형태의 여행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맞춤형 상품 조합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좀더 정확하고 비용 효율적인 타깃팅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마케팅 도구들이 등장한 것이다.
 
4. 매장 내 전투에서 승리하라
 
맥킨지의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제품이 실제 매장에 나올 때까지 최종 구매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품 구성과 제품 포장이 매우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으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보고 싶어 하며, 제품의 시각적인 측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약 40%의 소비자들이 제품의 포장과 진열 상태, 매장 직원과의 의사소통 등 자신들이 매장에서 보고 듣고 알게 되는 정보에 따라 마음을 바꾼다.
 
스킨케어 산업의 경우, 초기 고려 단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은 일부 브랜드들이 매력적인 포장과 메시지 덕분에 최종 구매 단계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있다.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매장에 들어설 때까지도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판매 기법들은 스킨케어 시장의 필수적인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적용돼 가전 매장에 가면 항상 여러 대의 고화질 TV가 작동하고 있다.
 
초기 고려 단계에서 일차적으로 선택한 브랜드들에 강한 애착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포장과 흥미를 끌 수 있는 매장 내 진열 상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표지판 등 여러 도구들을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 맥킨지의 연구 결과, 이런 매장 내 요소들 덕분에 주요 구매 대상 후보군에 속하지 않은 브랜드들도 중요한 판매 기회를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 모든 고객 대면 활동들을 통합하라
 
많은 기업들에서 다양한 부서들이 고객 대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각 부서들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홍보 활동을 전개하거나, 충성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관련 부서 간의 업무 조율을 위한 의사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모든 고객 대면 활동들을 통합하고, 이 활동들을 종합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 운영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고객 대면 활동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일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마케팅책임자(CMO)뿐만 아니라 각 사업부를 담당하는 임원들에게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전체 의사결정 과정은 브랜드 구축과 광고, 시장 조사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전통적 CMO 역할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이런 업무들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의 변화에 맞는 마케팅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인 시각이 CMO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보험업에서 고객들의 경험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여러 방법들을 살펴보자. 사실 일부 자동차 보험사들은 경쟁사가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할 경우 유혹에 넘어갈 정도로 충성도가 낮은 수동적 고객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적극적 고객들의 비중을 늘리려면 다양한 고객 대면 활동을 통합하기 위한 관련 조직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조사를 통해 충성도가 높은 적극적 고객들을 파악하고, 충성도를 높여주는 동인과 구전 마케팅을 통해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기업들은 광고에서부터 홍보, 제품 개발, 시장 조사, 고객 정보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에 걸쳐 통합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통합하는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수행할 적임자가 CMO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알아보고 구매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감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맞춰 마케팅의 초점을 바꾸는 데 실패함으로써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순간에 고객들과 접촉하려는 노력이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방식을 바꿔 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주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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