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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현지 조달·설계로 亞 중산층 노린다

이지평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의 ‘새로운 기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전의 고소득층 중심 마케팅에서 벗어나 범용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으며, 전과 다른 지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전 산업의 강자 파나소닉은 최근 중국과 인도, 베트남의 현지 제품 개발 기능을 확충하면서 판매망 재정비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현지용 제품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후지필름은 100달러짜리 신흥 시장용 디지털카메라를 올해 가을 내놓기로 했다. 이외에 자동차, 건설기계 등의 많은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현지 시장을 겨냥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현지 생산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빠른 경기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무궁무진한 시장 가능성에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9년 통상백서’에서 “아시아의 중간 소득 계층(연간 세대당 소득 5000∼3만5000달러)이 8억8000만 명(중국 4억4000만 명, 인도 2억1000만 명)에 이른다”며 일본 기업들의 현지 시장 개척을 촉구했다.
 
일본 기업, 범용 시장으로 눈길 돌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일본 기업의 아시아 시장 개척 전략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르다. 우선 고소득층만을 겨냥하지 않고 경제산업성이 정의한 8억8000만 명의 중간층, 다시 말해 범용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림1) 중간층 소비자 시장에서는 디지털카메라와 평판TV 등의 첨단 제품이 이제 막 성장세에 들어갔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가격을 실현하기 위해, 현지 부품·자재를 조달하고 설계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원가를 절감하려 노력 중이다.
 
 

 
이런 노력과 함께 지역 전략도 바뀌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 등 연해 지역의 고소득 시장을 벗어나 내륙의 쓰촨성(四川省) 등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시장이었던 연해 지역의 경제 성장률이 5∼6%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내륙 지역은 정부의 대대적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10%를 넘는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륙 지역의 중간 소득 계층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쓰촨성의 청두(成都), 충칭(重慶)과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을 잇는 서부 삼각 경제권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함께 농촌에서의 인구 유입이 확대되면서 시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새로 중국 사업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은 연해 지역 고소득층을 먼저 공략한 후 점진적으로 내륙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지양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내륙의 중견 도시를 포함한 전국적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연해 지역 고소득 소비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업 간의 각축전이 치열해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내륙 지역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입지가 미약하다. 따라서 중국 진출 후발 기업이 현지화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사업 규모를 확대(궁극적으로는 연안 지역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전략에서도 기존 진출 거점인 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미성숙하지만 성장세 확대가 예상되는 신흥국’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의 실제 움직임
시세이도는 약 14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명품 화장품 기업이다. 이 회사의 중국 내 매출은 300억 엔(2005년)에서 700억 엔(2008년)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중국 현지 시장 공략의 방향을 프리미엄에서 범용 시장으로 확대한 덕이 크다.
 
시세이도는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 확립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 점포망을 확대 중이다. 이 회사가 2004년 이후 중국 내륙 도시에 설립한 점포는 3500개에 이른다. 향후 2, 3년 동안 1000여 개를 더 만들 예정이다.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시판도 눈에 띈다. 시세이도는 2006년 중국 시장 전용 브랜드 ‘우라라(Urara)’를 내놓아 큰 성공을 거뒀다(<닛케이 비즈니스>, 2009년 6월 29). 우라라는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니즈(건조에 대한 대응,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에 대응하기 위해 ‘촉촉하면서도 밝고 투명한 피부’를 주제로 개발됐다. 시세이도는 이를 위해 자체적인 대사 능력을 높이는 물질(Metabolism Force Complex·MFC)을 첨가했다(시세이도 보도자료, 2006년).
우라라 등 중국 시장 전용 브랜드는 2005년 말 1000개였던 전문 점포 수를 3500개로 늘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세이도는 현지 브랜드를 통해 구축한 입지를 계속 강화할 계획이다.
 
파나소닉은 중장기 경영 계획에서 브릭스(BRICs)와 베트남을 전략적 시장으로 규정하며 이들 지역에 대한 경영 자원 투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는 우선 2009∼2011년 3억 달러를 투자해 전문 소매 판매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5개인 인도 현지의 생산 공장도 향후 3년간 8개로 늘릴 방침이다.
 
또 인도의 생활 습관과 사용 환경에 맞춘 제품 개발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전(停電)이 잦은 인도의 실정을 고려해 개발한 전기가 멈춰도 일정 시간 작동하는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파나소닉의 인도 매출액은 2007∼2008년 2배로 증가했으며, 2008∼2009년에는 2.7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동남아 경제의 새로운 주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강화 중이다. 혼다는 올해 3월 인도네시아에서 미니밴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인도네시아를 태국에 버금가는 동남아 시장의 중추적 수출 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일본에서 ‘프리드(freed)’란 브랜드로 팔리는 다목적차량(Multi Purpose Vehicle·MPV)이다. 프리드에는 성인이 3열로 9명까지 탈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가족을 겨냥한 MPV 차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시장점유율이 40%까지 상승하고 있는 데 주목한 것이다.
 
한편 혼다는 현지 생산의 이점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드의 부품을 인근의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신흥 시장 전략의 방향
이상과 같이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내수 시장 확대 트렌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런 전략은 현지의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대중 소비 계층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일본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를 선택하면서 필요 없는 기능은 단순화시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제품 설계 측면의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엔고와 신흥국 기업 부상에 대응해 일본 공장에서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생산 체계를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대응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강해지고 있는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성향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아시아 진출 전략 강화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이같은 행보 끝에 범용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의 중견 도시 규모에서 현지화된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유통망을 구축하면 우리 기업이나 제품이 설 땅은 좁아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들도 아시아 현지의 대량 소비 계층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자체적인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신흥 시장의 신중간층이 누구이며, 이들의 니즈는 무엇인지부터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일본 호세이(法政)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LG경제연구원에서 근무해, 현재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격월간)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일본식 파워경영> <주5일 트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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