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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4> 시너지 효과가 없다

DBR | 1호 (2008년 1월)
지자체들 ‘따로따로 개발’ 추진… 연계성 경쟁력 10위권 밖
교통-산업 인프라 미흡, 갈등 조정 컨트롤타워 취약… 내부 에너지 극대화 못해
경인권 지역 연계성 중위권 - 中 정부주도 광역체제 구축 - 글로벌 경제권역 추격나서
 


최근 경남 김해시가 인접한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일부 지역을 통합하는 행정구역 개편안을 내놓자 부산시가 발끈했다. 부산시는 “오히려 김해시가 부산시에 편입돼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남과 부산은 1995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신(新)항만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까지 낼 정도로 대립각을 세웠다. 최근에는 남강댐 물 공급,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사이의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거점도시들과 주변지역으로 구성된 광역경제권의 시너지는 지역 내외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극대화된다는 게 정설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광역경제권은 이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역량이 떨어지는 가운데 내부의 자생적인 성장 에너지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다.
 
 
 
 
○ 지역간 의사결정체제 중하위권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20대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평가에서 경인권(서울 경기 인천)의 거버넌스(지역 간 의사결정체제)는 중위권 그룹(7.0 만점에 4.0점), 부울경권(부산 울산 경남)은 하위권 그룹(3.0점)으로 분류됐다. 부울경권은 권역 내 거점도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중심지로서 부산의 기능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현정 모니터그룹 이사는 “그나마 이번 평가는 현 정부가 전국을 5개 광역경제권과 2개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나눠 거점지역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5+2 광역경제권’ 국토발전 전략을 시작한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권역인 인도 콜카타권, 중국 상하이권 등은 강력한 중앙정부의 주도로 광역 행정체계를 구축해 정부주도형 모델의 상위그룹(6.0점)에 포진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해 이끌어 나가는 광역행정체계를 구축한 영국과 프랑스는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참여하는 탈(脫)정부주도형 모델 중 상위그룹으로 분류됐다.
 
 
○ 칸막이식 발전으로 연계성 취약
 
이처럼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보니 △광역권 내 연계성 △글로벌 역량 △거버넌스 등을 종합 반영한 국내 MCR의 연계성 경쟁력도 떨어졌다.
 
부울경권의 연계성 종합경쟁력은 16위로 하위권이었다. 경인권은 11위로 ‘경제적 번영’이나 ‘장소 매력도’ 항목의 경쟁력(각각 10위)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이는 이들 광역경제권의 글로벌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권역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칸막이식 발전 전략을 추구해온 것도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같은 경제권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네트워크와 집적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접 지자체에 빈 공단이 있는데도 새로 공단을 조성하거나 생명공학 등 이른바 뜬다는 산업 위주로 겹치기 발전전략을 추구한 기업도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권역 내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도 열악했다. 특히 광역 교통 인프라 경쟁력은 경인권이 11위, 부울경권은 최하위 수준인 19위에 머물러 거점도시와 주변지역의 시너지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경인권의 지하철 연장은 289km로 조사돼 런던권(416km), 뉴욕권(398km), 라인-루르권(342km)에 이어 가장 뛰어난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광역경제권 내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도망은 도심 지하철 연장의 83%에 그쳐 도쿄권(760%)에 크게 뒤졌다.
 
 
○ 서비스산업 클러스터 일부에 편중
 
제조업에서 강점을 가진 경인권의 산업 클러스터 연계성은 7위(4.30점)를 차지해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는 일본의 도쿄권(9위)과 오사카권(8위)보다 높은 성적이다. 부울경권도 10위에 올라 중국 베이징권(11위)과 상하이권(12위)을 앞질렀다.
그러나 미래의 일자리 원천으로 평가받는 서비스산업 클러스터는 서울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 편중돼 있는 데다 분야도 교육산업 등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1위를 차지한 미국 뉴욕권(5.80점)은 거점도시인 뉴욕시와 뉴어크, 브리지포트 등의 지역에 걸쳐 의료, 금융서비스 등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산업클러스터를 골고루 확보하고 있었다.
 
 
<특별취재팀>
 
 
▼외국인용 병원도, 영어로 된 정보도 적은 Korea▼
 
■ 글로벌 인프라 꼴찌권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경쟁력 평가팀은 지수 개발 과정에서 한국 대도시권의 낮은 글로벌 인지도를 절감했다.
 
유엔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도이체은행 등의 기초자료에서 한국 대도시권이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제기구나 해외 기관의 연구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면 글로벌 기업들에 한국 MCR의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어로 된 정보가 적고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한국을 아예 뺐습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유를 묻는 평가팀에게 영어로 된 자료 부족을 꼽았다. 이는 한국 광역경제권의 뒤떨어진 글로벌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의 세계 20개 MCR의 경쟁력 평가에서 글로벌 인프라와 위상을 종합한 글로벌 역량 순위는 경인권이 17위, 부울경권이 20위로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이번 조사에서 경인권과 부울경권의 외국인을 위한 병원 수는 비교 대상 가운데 각각 13위, 17위에 그쳤다. 외국인 학교는 경인권이 15위, 부울경권이 17위로 역시 하위권이었다.
 
모니터그룹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13개국 14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원인으로 경제성과 함께 해외기업에 불리한 규제 불편한 언어소통과 열악한 지방 환경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문화 등을 꼽았다.
 
이는 중국 베이징권이나 상하이권 등이 글로벌 인재와 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을 통해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 MCR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연계성을 보여주는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 유치 실적에서도 한국 MCR는 경쟁 대도시권보다 크게 부진했다. 경인권과 부울경권의 평가점수는 7.0점 만점에 1.0점으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인 미국 뉴욕권과 국가 주도로 글로벌기업의 지역본부 유치 전략을 펼친 싱가포르가 각각 7.0점으로 1위권을 형성했다. 중국의 베이징권(2.50점)과 상하이권(1.60점)도 각각 7위, 9위를 차지해 한국을 앞질렀다.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인 금융업종에서도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홍콩,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 상하이를 한국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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