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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지켜봐야 할 10가지 트렌드

에릭 바인하커 | 37호 (2009년 7월 Issue 2)
지난 1년 내내 위기 상황을 경험한 후, 기업 경영진은 미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다시 전략적 사고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변했음을 깨닫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지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부분이 아니라, 경제 질서 자체를 바꿔놓는 사건이었다. 과연 옳은 생각일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무엇이며, 여기에 어떤 불연속성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맥킨지&컴퍼니는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 중 개도국의 성장에서부터 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기업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인들을 살펴봤다. 필자들은 이 글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런 요인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전략을 제시하려 한다.

경영 환경 트렌드의 일부는 변함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을 알리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의 상황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1. 자원 부족 
금융위기 발생 직전, 에너지에서부터 식량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불황은 변화를 몰고 왔다. 원유 가격이 6개월 만에 배럴당 140달러에서 40달러로 급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 현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로 자원 생산 시설 투자가 지연된다면 공급 부족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원유의 여유 생산 능력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불황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에 따라) 유가가 급등했던 2007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찬가지로 물 부족 현상도 인구 증가와 산업화,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다. 2030년쯤이면 물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지역에 세계 인구의 85%가 거주하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는 물이 부족한 국가에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략 전문가들은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심지어 자원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구글은 북서태평양의 수력발전소 근처에 서버 시설(server farm)을 만들기 위한 땅을 미리 확보해두고 있다. 필자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원 생산성’, 즉 석유나 물, 기타 자원의 한 단위를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산출량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2. 세계화를 비난하는 목소리
 
세계화는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필자들이 면밀하게 관찰했던 모든 트렌드 가운데 가장 안전해 보였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제 통합의 몇몇 측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수요 감소와 함께 국제 교역 규모가 줄어들면서 ‘재화 및 서비스 세계화’의 성장세가 한동안 정체기를 맞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트렌드 자체가 뒤집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인 손익을 따졌을 때는 도하 라운드 타결 같은 방법으로 무역 자유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자유무역 자체에 전면 공격을 퍼부을 경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자 물가가 높아지며, 경제 회복을 점치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제 교역 시스템이 회복될 가능성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
 
한편 ‘인재의 세계화’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각국 정부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대중을 의식해 관련 규정을 강화한다면 이민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서구 국가들은 결국 노동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개도국은 계속 엄청난 수의 대졸자들을 양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지식 중심 업무가 전 세계로 골고루 분산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영 및 기술 인력과 관련된 글로벌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더욱 취약한 실정에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시장이 점차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최악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자본 통제의 부활(가장 생산적인 용도로 자원이 분배되는 것을 방해한다), 일관성 없는 규제 체계의 증가, 조화롭지 않은 금융 정책, 혁신을 억압하는 규제 환경 등을 들 수 있다. 최상의 경우로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 증대, 규제 기관과 중앙은행 간의 긴밀한 협력, 한층 개선된 위기관리 접근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 전문가들은 다양한 세계화 시나리오를 가정한 다음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화와 서비스, 자본, 인재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동하는 시나리오 교역 상대국에서 공정하지 않은 규제 및 관세 시스템을 적용하는 시나리오 세계적으로 무역 보호주의가 되살아날 시나리오 등을 가정해볼 수 있다.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이런 분석의 목표다. 질문은 어떤 환경에서 관세로 인해 가장 바람직한 생산 시설의 위치가 달라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자본의 제약으로 해외 사업부의 가치가 떨어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노동력의 이동에 제약이 가해져 자국이나 타국에서 핵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이 줄어드는가 등이다.
 
3. 기업에 대한 신뢰 하락  
기업과 사회의 관계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부터 경색 징후를 보였다. 불황이 시작된 이후 기업에 대한 신뢰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2008년 12월의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에서는 세계 20개국 성인의 62%가 “1년 전보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업의 전략 전문가들은 왜 이런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할까?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기업의 모든 활동이 한층 힘들어진다. 소비자의 신뢰 수준이 낮아지면 개별 기업의 거래 비용이 높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낮아지며, 인재의 확보·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 수준은 궁극적으로 불매 운동, 부정적 여론, 원치 않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전체의 측면에서는 기업 경영의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을 대중이 신뢰하지 않게 되면, 결국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 규범을 따르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생기며, 그만큼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2000년 미국에서 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후 사베인-옥슬리 법안이 도입됐을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최고 경영진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경영진 보상제도, 위기관리, 이사회의 감독, 해고 대상자에 대한 처우 등과 관련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대중의 신뢰를 되찾으려는 기업은 ‘기업 경영의 유일한 목표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신 핵심 이해관계자의 범주에 임직원과 고객, 공급업체, 지역사회, 언론, 노조, 정부, 시민사회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접근 방식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의사결정, 보상 문제, 성과 관리에 주주 중심적 접근 방식을 택해온 미국과 영국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4. 한층 중요해진 정부의 역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정책 입안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고, 재정난을 겪는 기업에 도움을 줬으며,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 요즘 정책 입안자들은 한때 경영진 및 이사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예전에도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역할에 영구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경영진은 전략을 세울 때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정부가 새로운 규제 체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자신들이 새로운 규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게 대비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지출 규모 증가로 인해 많은 업계에서 공공 부문이 주요 고객으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와는 별개로, 많은 국가들이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재정 적자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재정 악화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들은 낮은 비용으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창의적인 파트너 관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5. 과학적 경영
데이터와 연산 능력, 수리적 모형 등은 한때는 ‘예술적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영의 많은 부문들을 ‘과학적 영역’으로 바꿔왔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몇몇 과학적 경영 도구의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의 금융기관들이 경제적 합리성, 선형성(linearity), 평형(equilibrium), 종형 곡선(bell-curve) 분포 등을 가정하는 금융 모델에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불황으로 이런 모델들에 엄청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밝혀졌다.
 
하지만 경영자들이 예전처럼 본능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러 경영 도구에 인간 행동에 대한 좀더 현실적인 견해를 접목할(행동경제학을 적극 응용하고, 역동적인 면을 강화하며, 실질적인 피드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영자가 더욱 능숙하게 그런 도구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기업들은 늘어나는 데이터와 컴퓨터의 연산력을 활용할 방안을 탐색할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업계의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은 최신 정량 분석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의 내면(black box)을 긴밀하게 살펴보고, 정량 도구의 기능과 가정, 한계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6. 소비 패턴의 변화
1985년 이후 미국인들의 실질 소비는 매년 3.4%씩 증가해왔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이 소비 둔화를 피할 수는 없었던 셈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최근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가 산더미 같은 빚을 얻어 마구 소비를 해대느라 미국 내 소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불황이 닥치지 않았더라도 소비가 서서히 감소세를 보였을 텐데, 불황 여파로 소비가 급락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보이면 소비가 회복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와 가계 저축의 고갈 상황을 볼 때, 미국 내 소비가 금융위기 이전만큼 빠르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전략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시장의 소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어떤 나라나 지역이 그 역할을 맡게 될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2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해볼 수 있다.
 
첫째, 아시아가 새로운 소비의 축으로 떠오를 수 있다. 중국과 인도를 더하면, 중산층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수입을 벌어들이는 인구가 무려 10억 명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다시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이 가계들이 연간 2만 달러의 가처분 소득(구매력 평가 기준)을 벌어들이게 되면, 재량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중국이 유럽연합(EU)과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소비 시장이 되고, 인도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소비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전망이 실현되면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 다섯 곳 가운데 세 곳이 아시아에 속하게 된다.
 
둘째, 첫 번째 시나리오와는 달리 여러 시장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하지만, 정부 정책과 오랫동안 몸에 배어온 습관으로 인해 저축률은 높은 반면 소비는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EU와 미국, 일본이 지금처럼 세계 3대 소비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소비 성장률은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소비 지출 성장률은 향후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금융위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기업의 전략은 어떤 시나리오가 실현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지금 당장 따라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 시장에서 장기적인 소비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라.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믿어온 기업들,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시아에 투자하라.선진국보다 중국, 아시아 등에서 소비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 소비자에게 관심을 가져라. 앞으로 5년이 지나면, 50세 이상 인구가 미국 내 소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에서도 고령 소비자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예산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호사(luxury)를 누릴 방법을 제안하라. 예산이 빠듯하다고 해서 욕망이 줄어들진 않는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더라도 소비자들은 근사하게 살아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 아시아의 성장
아시아 국가들은 한동안 금융위기를 제법 잘 넘길 듯이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아시아로 유입되는 돈줄이 말라버렸고, 수출량은 폭락했으며, 주식시장 및 소비자 신뢰도는 급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아시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몇 가지 근본적인 요인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다. 첫째, 아시아 경제는 현대적 기술과 산업 관행, 조직 운영 방안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을 놀랍게 올렸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한다. 중국의 노동 생산성 성장률은 심각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8년 7.7%에서 2009년 9.1%로 높아질 전망이다. 둘째, 높은 저축률로 인해 단기간에 많은 자본이 형성됐고, 그 덕에 기업과 각국 정부들은 생산 확대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자본이 늘어나자 자연스럽게 GDP도 증가했다. 금융위기로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성장 자체가 아예 멈추지는 않았다.
 
따라서 전략 전문가들은 계속 아시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엄선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현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상품, 가치 제안, 마케팅 전략, 운영 방식, 공급망 등을 현지 특성에 맞게 바꿔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아시아의 주요 도시로 진출했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의 일부 시장은 이미 포화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은 중소 도시 및 농촌이다. 물론 이들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서비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연구개발(R&D), 혁신, 디자인 기능을 아시아의 중소 도시 및 농촌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서구 기업들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하이얼, 체리, 타타 같은 아시아 대기업들은 이미 까다로운 아시아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치의 제품을 초저가에 공급해본 경험이 있다. 서구의 소비자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시아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가치 중심의 상품을 선보이길 기대해도 좋다.
 
8. 변화하는 산업 경쟁 구도
몇 년 전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을 지나는 동안, 각 업계의 선두기업 세 곳 중 한 곳이 몰락했다. 최근 제약업계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인수 사례를 보면, 이번 불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격적인 업체들은 불황을 절호의 찬스로 바꾸곤 한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불황 기간 동안 강한 기업과 약한 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냈다. 강한 기업들은 경쟁 환경을 재정비하기 위한 기회를 남보다 더 많이 발견해낸다. 물론 업계에 따라 재정비 방식은 달라진다. 소비가전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는 중소형 기업들이 가치 사슬을 세분화해, 대형 업체들을 상대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산업 구조 자체가 금융위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경영자들은 2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채비를 갖춰야 한다. 첫째, 불황으로 인해 생기는 지금 당장 잡아야 하는 기회, 특히 인수합병(M&A)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 해당 업계의 구조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연구해야 한다.
 
9. 혁신은 진행 중  
경제 위기로 인해 상용화를 위한 R&D 투자나 위험도가 높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불황이라고 해서 IT,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재료과학, 청정기술 등의 부문에 혁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발견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상업화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혁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의 경영진은 재원이 부족하더라도 R&D 지출을 줄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 설비 통합,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합리화, 라이선스 협약 재평가 등을 통해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효율성 개선으로 생긴 유휴자금은 위기가 끝난 뒤 빛을 보게 될 대상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좋다.
 
여러 연구를 통해 호황이 시작되면 불황기 R&D에 투자했던 청개구리 같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우수한 실적을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애플은 매출과 이윤의 급감에도 20012003년 R&D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소비가전 부문의 강자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R&D에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게 애플에 많은 이윤을 안겨줬다. 대공황 시절 나일론, 제트엔진 등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애플도 혁신을 향한 결단이 있었기에,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만한 제품인 아이팟을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10. 흔들리는 물가 안정성
기업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대체로 안정적인 물가 환경에 익숙해졌다.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영자들은 이 같은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디플레이션이 지금 당장 많은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 과잉 설비로 인해 신선한 농산품에서부터 건축용 자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가격에 하향 조정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한편 금융위기에 제동을 걸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으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앨런 블라인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부의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FRB는 언젠가 직접 찍어내고 있는 모든 돈을 없애버려야 할 것이다. 물론 그때가 언제인지는 FRB도 모른다.” 채권 가격이 인플레이션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은 곧 투자자들도 이 같은 위험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제 회복세를 꺾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나날이 높아만 가는 상품 가격을 따져보면 두 요소 간의 균형을 잡는 일은 매우 힘들 것 같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인플레이션 자체를 하나의 트렌드라고 부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임금이 치솟으면서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던 1970년대의 노동 시장과는 달리, 요즘은 대다수 노동 시장들이 유연성을 갖고 있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기업은 정확한 예측보다는 가격 불안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공급업체와의 계약, 임금 협약 내용, 가격 정책, 위험 분산 전략 등을 살펴보고 어느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판단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유연성을 유지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입장에서 모두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할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가능하다면 투입 비용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가령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때에는 단기적으로 투입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장기 계약 체결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불황에는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어느 경우든 구매 담당 부서에서는 전략적인 중요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구매 방식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우선순위조차 제대로 정할 수 없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에릭 바인하커는 맥킨지&컴퍼니 연구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선임연구원(senior fellow)으로, 경제와 경영 및 공공 정책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안 데이비스는 맥킨지의 글로벌 회장이다. 레니 멘돈카는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 및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7, 8월 호에 실린 에릭 바인하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의 글 ‘The 10 Trends You Have to Watch’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에릭 바인하커 | 맥킨지&컴퍼니 연구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선임연구원(senior fellow)으로, 경제와 경영 및 공공 정책에 관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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