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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참신하고 친근한 브랜드’ 神話를 써라

하정민 | 35호 (2009년 6월 Issue 2)
일관성과 신선함. 두 가치는 상호 모순적입니다. 신선한 느낌을 주려면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는 일관성을 저해합니다.
 
이 모순을 잘 해결한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수십 년 넘게 생명을 유지해온 장수 브랜드들은 ‘모순 경영(paradox management)’을 통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참신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장수 브랜드의 혁신 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이들의 지혜는 불황 극복 전략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라면, 야쿠르트, 칠성사이다, 까스활명수, 빈폴… 이름만 들어도 제품 이미지가 절로 연상될 만큼 오랜 세월 소비자들 곁에 머물러온 브랜드들이다. 반짝 떴다 지는 제품들과 달리 짧아도 2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유독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의 독창성과 우수한 품질은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도 시시각각 받아들여야 한다. 쏟아져 나오는 모방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농심, 한국야쿠르트, 롯데칠성, 동화약품, 제일모직 등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핵심 정체성 고수하되 주변 기능을 변화시켜라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라면 브랜드는 무려 160여 종에 달한다. 경쟁이 치열한 라면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약 3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제품이 농심 신라면이다. 신라면은 2008년 국내에서만 4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986년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신라면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70억 봉지에 달한다.
 
신라면 출시 당시 농심이 내세운 차별화 콘셉트는 바로 ‘매운맛(辛)’이었다. 당시 판매되던 라면은 순한 맛 일색이었다. 하지만 농심은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매운맛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인이 귀하게 여기던 쇠고기국의 얼큰한 맛과 조화를 이루는 시원한 매운맛 국물을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인 고유의 식문화를 깊이 파고들어 ‘얼큰한 매운맛’을 내세운 신라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을 정도다.
 
농심은 23년 내내 ‘매운맛이라는 신라면의 정체성(핵심)은 고수하되,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미세하게 맛의 변화(주변 기능)를 준다’는 전략을 고수했다. 농심의 제품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R&BD센터에서는 120여 명의 연구원 중 3분의 1인 40여 명이 신라면을 연구하고 있다. 20년 이상 신라면을 연구한 전문가도 있다. 이미 한국인의 입맛을 충분히 길들여놓은 제품인데도 지속적으로 맛을 연구하는 이유는 뭘까.
 
이정근 농심 면 CM팀 팀장은 맛의 표준화, 즉 매운맛이라는 핵심 기능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농산물 수급 상황에 따라 매년 고추의 맛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뭄이 들면 고추의 매운맛이 강해지고, 비가 많이 내리는 해에는 덜 매워지니까요. 생산 지역에 따라 매운 정도가 조금씩 달라요. 소비자들에게 항상 같은 맛을 제공하기 위해 매운맛의 기준을 정해 수치화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분석기기를 통해 매운맛의 강도가 다른 고추들을 적정 수준에서 배합해야 신라면 고유의 표준화된 매운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23년 전과 지금의 맛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 기호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모색했다. 초기 신라면에 비해 지금의 신라면은 쇠고기맛과 매운맛이 더 진해졌다.
 
“아주 미세하게 꾸준히 맛을 바꿔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눈치재지 못하지만 신라면의 맛은 계속 변했습니다.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외국 음식도 쉽게 접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맛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를 꾸준히 추적해 재료 배합 비율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장수할 수 없습니다. 이때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맛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농심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 매운맛의 강도를 눈에 띄게 높인 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고객들이 더 매운맛을 찾기 때문이다. 농심은 10년 만에 닥친 이번 불황에 다시 한 번 매운맛을 늘려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고급 캐주얼 웨어의 대표 브랜드는 ‘폴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폴로가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바로 ‘빈폴’ 때문이다. 1989년 등장한 제일모직 빈폴은 2001년 국내 캐주얼 1위 브랜드에 올랐다. 이후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골프복, 청바지, 액세서리의 6개 하위 브랜드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다각화를 추진했다. 이에 힘입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20%대의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이 오히려 위기를 잉태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매출 증가율이 주저앉았다. 2008년 상반기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빈폴 멘즈의 매출이 6%나 줄었다. 고유현 빈폴 상품 기획 담당 상무는 급격한 사업 다각화로 빈폴 브랜드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진 게 위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제품 기획 및 디자인 권한을 각각의 하위 브랜드에 모두 분산시키다 보니 브랜드의 일관성과 정체성이 사라졌습니다. 일관성 없는 디자인이 갑자기 등장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제품이 개발되면서 빈폴의 전체 이미지가 훼손된 거죠.”
 
빈폴은 핵심 브랜드와 주변 브랜드를 엄격히 구분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우선 6개 하위 브랜드 중 정체성을 동일하게 지녀야 할 핵심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구분했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브랜드에는 본사의 상품 기획과 디자인 관리를 강화해 일관성을 유지했다. 반면 골프복, 청바지, 액세서리 브랜드는 자율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도록 허용했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제품에는 자율성을 인정해 신선함을 잃지 않도록 유도한 셈이다.
 
각 브랜드별로도 주력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선정했다. 남성복 가운데는 폴로티, 줄무늬 셔츠, 면바지만을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여기에 디자인 역량을 집중했다. 상품 종류도 20%씩 줄였다. 상품의 가짓수가 많아야 잘 팔린다고 매장 점주들이 하소연했지만 이 방침을 밀고 나갔다.
 
결국 빈폴은 재도약했다. 몇몇 인기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에, 매장 방문객 수가 늘지는 않았어도 1인당 구매 금액이 높아졌다. 또 소수 주력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져 재고나 배송 등 간접비도 줄일 수 있었다. 덕분에 극심한 불황에도 올해 1분기에 남성복과 여성복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어났다. 주력 브랜드와의 디자인 연계성을 강화한 아동복 매출도 급증, 출시 5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단기 실적 향상을 위한 할인은 없다
치열한 레드오션인 의류 시장에서 빈폴이 20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 세일(No sale)’ 정책이다. 빈폴은 수시로 가격 할인을 하는 다른 국내 브랜드와 달리 최초로 ‘노 세일’ 정책을 도입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출범 초기 매우 열악했던 빈폴의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하면 상당한 모험이었다. 빈폴은 재고 소진을 위해 아울렛을 운영하면서도, 3년 이상 묵은 재고품은 전량 소각했다.
 
세일을 하지 않는 대신 좋은 원단을 사용해 품질을 높이고, 사은품 증정 등의 행사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또 ‘단납기 시스템’이라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무재고 경영을 추진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즉각 공급했다.
 
신라면 역시 판촉 할인이나 덤을 얹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형마트에서 5개나 10개 묶음으로 나오는 라면 대부분은 매우 낮은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농심은 국내 최고 라면이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할인과 덤을 거부했다.
 
농심은 1986년 신라면을 출시했을 때부터 경쟁자보다 비싼 가격을 내세웠다. 당시 신라면의 가격은 200원이었다. 주요 경쟁자인 삼양라면은 100원, 안성탕면은 120원이었다. 신라면은 중국에서도 꾸준히 고가 전략을 추진했다. 1990년대 중반 중국에서 시판 중인 라면들은 대개 2, 3개에 1위안 내외였다. 반면 신라면은 1개당 2.7∼3위안 정도로 6, 7배 비쌌다.
 
가격 할인은 단기적 매출 증가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자칫 브랜드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한때 캘빈 클라인, DKNY 등과 어깨를 겨뤘던 미국의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작 미즈라히’는 섣부른 가격 할인 정책으로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2003년 기존 제품 가격의 10%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의 자매 브랜드를 대형마트 타깃에 선보였다. 한때 매출이 늘어났지만, 아이작 미즈라히의 고급 이미지는 서서히 빛을 바랬다. 고급 제품을 구입할 때 얻는 고객의 심리적 가치가 하락했고, 이 브랜드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본질 가치 고수하는 진정성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제약업계에서 무려 112년간 살아남은 브랜드가 있다. 바로 동화약품의 ‘부채표 까스활명수’다. 동화약품은 국내 최고(最古)의 제조회사이자 최장수 상장 기업이다. ‘부채표’는 국내 최초의 등록상표이기도 하다. 

1897년 생산된 까스활명수는 2008년 기준으로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금도 국내 액체 소화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억 병, 누적 판매량은 80억 병에 이른다. 까스활명수의 성공 비결을 연구해온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남이 두드려본 돌다리도 건너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사내 의사결정 문화가 까스활명수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회사가 여러 가지 제품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관심과 투자를 분산하기보다 한 우물만 파서 장수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동화약품의 보수성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바로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넣을 때의 일이다. 1960년대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각광받자, 1965년 경쟁사 삼성제약이 액체 소화제에 탄산가스를 넣은 ‘까스명수’를 선보였다. 삼성제약은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쳤고, 소비자들은 까스명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위기가 닥쳤지만 동화약품은 탄산가스를 넣을지 말지를 무려 1년 넘게 고민했다. 시장점유율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1년 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당시 상무였던 윤광렬 동화약품 회장은 직원들에게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넣어도 고유의 약효가 훼손되지 않는지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1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탄산가스를 투입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접한 동화약품은 그제야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넣기 시작했다. 1966년 ‘까스활명수’라는 이름의 개선 제품을 내놓은 동화약품은 막강한 브랜드 가치 덕분에 삼성제약에 빼앗겼던 시장점유율을 금방 회복했다.
 

자사의 장점만 강조하라
과거 한 패스트푸드 업체는 벌레를 뭉쳐 햄버거 고기를 만든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참다 못한 이 업체는 “고기의 원 재료비는 100원인데, 벌레로 그 정도 양을 만들려면 수백 원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헛소문을 해명했다. 하지만 매출은 더 떨어졌다. 업체의 적극적인 해명이 벌레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연상을 오히려 더 강화했기 때문이다. 자사제품의 단점을 해명하는 데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면 이처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40
년간 국내 탄산음료 시장을 장악해온 칠성사이다의 최대 경쟁자는 막강 코카콜라다. 콜라 생산회사들은 사이다가 콜라보다 상대적으로 밋밋한 맛을 지녔다며 콜라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집중 홍보했다. 이때 칠성사이다가 ‘제품 조사를 해보니 사이다 맛이 결코 콜라보다 밋밋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홍보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이다가 밋밋하다는 소비자들의 편견이 더 굳어졌을 수 있다.
 
대신 칠성사이다는 ‘3무(無) 마케팅’, 즉 사이다에는 색소, 카페인, 인공 향이 없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콜라가 강조하는 ‘자극적인 맛’이라는 무기와 굳이 싸우지 않고, 맑고 투명하다는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불기 시작한 웰빙 열풍과 맞물려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1998년 국내 전체 탄산음료 시장에서 사이다와 콜라의 비중은 각각 24.7%와 55.1%였다. 하지만 2006년 말 이 수치는 각각 33.3%와 41.3%를 기록했다. 10년 전 2배 이상이었던 콜라와 사이다의 비중 격차가 불과 8%포인트대로 좁혀졌다.
 
성기승 롯데칠성 고객홍보팀장은 “웰빙 트렌드 덕을 보기는 했지만, 사이다가 콜라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는 건 맑고 깨끗한 사이다 자체의 장점을 줄기차게 홍보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2년 방영된 칠성사이다의 백두산 천지 광고는 국내 TV 광고 사상 최초로 백두산 현지에서 촬영했다. 이후에도 백두대간, 독도, 연못 등에서 비슷한 광고를 내보내며 콜라에 비해 환경 친화적, 건강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집중 강조하고 있다.
 
유사품을 두려워 마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운맛 라면을 표방한 신라면이 인기를 끌자, 경쟁 업체들에서도 매운맛을 강조한 라면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홍콩에서는 신라면의 포장까지 모방한 ‘짝퉁’ 신라면이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라면을 긴장시킬 정도의 이렇다 할 경쟁자는 없었다.
 
경쟁 업체들이 매운맛 라면을 내놓으며 광고 공세를 할 때마다 신라면 매출은 오히려 더 늘었다. 라면은 소비자들이 별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저관여 상품’이기 때문이다. 타사의 매운맛 라면 광고를 보고 식욕을 느낀 소비자들이 막상 매장에서는 신라면을 집어 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매운맛 라면=신라면’이라는 등식이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칠성사이다 역시 경쟁 제품이 칠성사이다의 영역과 브랜드 위상을 키워줬다고 평가한다. 이제껏 킨사이다, 쿨사이다, 해태사이다, 초록사이다, 천연사이다, 매실맛사이다, 축배사이다 등 수많은 경쟁 제품이 등장했지만, 롯데칠성의 사이다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70%를 넘는다. 스프라이트나 세븐업 같은 미국 제품이 들어와도 역시 칠성사이다를 당해내지 못했다.
 
성기승 팀장은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물에다 레몬라임 향, 설탕, 구연산을 혼합하는 사이다의 제조 비법 자체는 간단하지만, 향과 배합 비율은 제품마다 모두 다릅니다. 얼핏 보기에는 다 같은 사이다지만 마셔보면 차이가 납니다. 많은 경쟁 제품이 나온 게 오히려 칠성사이다의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사소한 고객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라
장수 브랜드는 한결같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사소한 기호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로 창업 40년을 맞은 한국야쿠르트는 1만3000명에 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활용해 고객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잡아냈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제품의 최초 소비자이자 움직이는 광고판이며 소비자 의견의 취합자다. 한국야쿠르트는 실제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의견을 매일 취합한다. 그리고 이 중 중요한 의견을 곧바로 제품 개발이나 리노베이션에 반영한다. 주부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 제도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성공한 대표 상품이 바로 유기농 야채즙 음료인 ‘하루야채’다. 2005년 7월 선보인 하루야채는 6개월 만에 야채즙 음료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허길성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녹즙을 비롯한 기존 야채즙 제품이 비릿한 맛 때문에 먹기 불편하다는 지적을 모니터 요원들이 접수했고, 이 비릿한 맛을 줄이려고 애쓴 덕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출시된 얼린 야쿠르트 ‘요러케’도 야쿠르트를 얼려 먹는 고객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발한 제품이다.
 
농심 신라면도 다른 라면보다 5배 이상 많은 소비자들을 모아 조사한다. 사소한 리노베이션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농심은 특히 사람들이 직접 먹어보고 맛의 차이를 분별해내는 관능 검사를 병행한다. 마케팅팀에서는 소비자들을 회사로 직접 부르고, 학교에 나가 학생들에게 단체로 먹이고, 주부 모니터단을 운영하는 식으로 신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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