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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대 캐치업과 마케팅 전략

비즈니스 역사 바꾼 캐치업 10選

김주환 | 34호 (2009년 6월 Issue 1)
후발 브랜드는 괴롭다. 선발주자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자원도 부족하다.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을 가진 최고의 협력업체도 1등 브랜드만 찾는다. 2, 3등의 설움은 당해보지 않고는 잘 모른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선발기업을 추월하고 당당히 해당 제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발주자도 적지 않다. 이들은 어떻게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캐치업 성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간추린다. 또 한국 비즈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10대 캐치업’ 스토리도 함께 소개한다.
 
CEO의 비전과 리더십: 선택과 집중
최고경영자(CEO)의 혁신적인 비전 제시와 리더십이야말로 후발기업이 선발기업을 추월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무리 전략이 좋고 뛰어난 인재를 확보했더라도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냉정하게 외부 위협과 기회 요인을 판단하고, 내부 여건을 점검해 어떤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CEO만이 할 수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기 시장에서 순간의 선택은 곧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은 어느 순간 소닉블루와 결별을 선언했다. 레인콤은 리오 브랜드로 유명했던 미국 소닉블루에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자, 2001년 당시 레인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던 소닉과의 관계를 과감하게 청산했다. 양 사장은 “여기서 포기하면 ‘아이리버’ 브랜드는 소멸할 테니 힘들어도 우리 브랜드로 밀고 나가자”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소신 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CEO의 결단은 아이리버 신화의 시작이 됐다.
 
락앤락도 CEO의 선택과 집중이 있었기에 성공했다. 락앤락이 선택한 히든카드는 바로 잠금장치였다. 락앤락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하지 못한 600여 개 상품 라인을 폐쇄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밀폐용기 분야의 기술 개발에만 전념해 독보적인 역량을 쌓아갔다. 락앤락은 이런 전략을 토대로 4면 잠금장치 형태의 밀폐용기를 개발해 해당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업체로 떠올랐다. 

시장 주도 전략 추진
후발주자의 목표가 선발업체 추월이라면 과감한 시장 주도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시장 주도 전략(market driving strategy)’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자 학습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기업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전략을 말한다. 과거의 ‘시장 중심 전략(market driven strategy)’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니즈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시장 주도 전략은 소비자를 학습시키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니즈를 발굴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즉 소비자의 잠재 니즈에 근거한 소비자 정보를 발굴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찾아 선도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소비자의 니즈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적 소비자 니즈를 발굴하고 소비자를 학습시켜야 한다. 시장의 후발주자는 경쟁에 끌려가기보다 경쟁 구도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 시장 주도 전략을 펴려면 신제품 창출, 제품의 혁신, 가치 혁신,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이 필요하다.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무조건 따라가서는 안 된다. 소비자 경험을 새롭게 창출하고, 소비자를 학습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트맥주다. 과거에 맥주는 보리의 숙성이 매우 중요한 경쟁 포인트였다. 하지만 하이트맥주는 이를 과감히 버리고 시장 주도 전략을 폈다. 맥주의 주성분인 물을 집중적으로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수요를 창출하고 학습시켰다. 이후 ‘천연암반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라는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엘라스틴 샴푸도 ‘머리=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잠재돼 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했고, 새로운 방향으로 소비자들을 주도적으로 학습시켰다. 제품 및 프로세스 차별화 전략
 
후발업체는 무조건 달라야 한다. 선발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지 못하면 결코 추격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캐치업 전략의 성공은 차별화로부터 시작된다. 차별화 전략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나아가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메이션은 CD 제조 프로세스를 차별화해 데이터가 기록되는 CD 표면에 UV 코팅을 했다. 이로써 데이터 기록의 보존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 선발주자를 따라잡았다. 더페이스샵은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및 ‘적정 품질과 저가격’이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브랜드숍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선두업체였던 미샤와 차별화해 캐치업에 성공했다.
  
포지셔닝 전략
캐치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포지셔닝 전략의 수립이 필수적이다. 포지셔닝 전략은 차이성(difference) 포지셔닝, 방향성(direction) 포지셔닝, 신·하위 범주(new·subtyping) 포지셔닝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차이성 포지셔닝은 기존 상표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핵심 속성으로 강조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삼양라면과 달리 신라면은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매운맛을 키워드로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재해석해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신라면 이후에도 차이성 포지셔닝에 기초해 차별적 속성을 강조한 라면 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빙그레의 매운콩라면은 건강을 강조하는 속성을, 삼양라면의 수타면은 면발의 쫄깃함을 강조했다. 섬유 유연제 시장에서 선발제품인 피죤이 부드러움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공략한 반면, 후발제품인 샤프란은 ‘향기’로 포지셔닝을 했다. 또 냉장고 시장에서 지펠은 선발제품과 다른 ‘독립 냉각 시스템’이라는 차이성을 앞세워 마케팅을 전개했다. 차이성 포지셔닝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선발제품의 핵심 속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성에만 중점을 두다가 정작 고객이 중시하는 기본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열등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 새로 추가되는 속성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방향성 포지셔닝은 기존 상표의 핵심 속성과 공통적인 속성이 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다다익선’ 개념이다. 일례로 쌍용제지가 개발한 코디화장지는 선발제품인 뽀삐의 핵심 가치였던 올록볼록한 표면을 더욱 강조했다. 라면 시장에서 선두제품인 신라면이 매운맛을 강조하자 경쟁사들은 ‘더 매운’ 맛을 강조한 열라면, 빨개면, 핫라면 등을 내놓았다. 고농축 세제 시장에서 애경의 퍼펙트는 기존 선발제품인 비트나 한스푼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소량으로도 빨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발효유 시장에서 서울우유의 네버다이칸은 닥터캡슐이 이중 캡슐로 장까지 비피더스균이 살아서 간다는 제품 속성을 강조한 점에 착안해, ‘절대 죽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승부했다. 이 전략은 선발제품이 강조하는 속성과 편익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선두제품을 열등재로 몰아 후발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유인 효과(attraction effect)를 노린 포지셔닝이다. 하지만 선발제품의 가치 제안을 능가하지 못하면 아류로 전락할 수 있다.
 
신·하위 범주 포지셔닝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 차별화를 추구한다. 아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형성해 과거 소비자들이 선택하던 기준과 다른 새로운 속성을 부각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이온음료인 게토레이는 ‘스포츠 드링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농심의 ‘아낌없이 담은 라면’은 어린이를 표적 고객으로 한 하위 범주를 창출했다. 또 여성 운전자 보험이나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 프리미엄 우유 등은 기존 제품 시장과는 다른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고급 제품을 내놓거나 틈새시장에서 생존을 목표로 할 때 이 전략이 자주 활용된다. 이 전략은 성공하면 비교적 큰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기존 출시 제품과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실패 위험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최적의 마케팅 믹스 제공 
소위 4P(제품, 가격, 유통, 촉진)로 불리는 마케팅 믹스를 전략 변수로 활용하면 선발업체 역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기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점은 소비자의 ‘지각된 가치’라는 개념이다.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이기려면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줘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공급자가 생각하는 가치가 아니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다.
 
예를 들어 품질의 객관적 속성, 포장, 특징 등을 바꾸면 소비자의 지각된 가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가격을 낮추는 것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가치를 높여 선발업체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특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의 지각된 품질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광고를 비롯한 제품 품질의 유형화된 단서를 통해서도 지각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최적의 마케팅 믹스를 보여준 대표적인 제품으로 ‘비타500’을 꼽을 수 있다. ‘비타민은 과립이나 정제형으로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마시는 비타민’을 내세워 성공한 비타500은 소비자들이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을 설정했다. 또 박카스가 약국을 통해서만 유통된다는 약점을 간파하고 약품 성분을 쓰지 않아 슈퍼마켓,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곳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새로운 개념의 드링크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시음회, 현상 경품, 퀴즈 이벤트 등의 판촉 수단을 동원했으며, ‘비’라는 대형 모델을 동원해 광고를 제작했다. 이런 마케팅 믹스의 적절한 활용은 신속한 시장 진입과 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 시장 지배력 활용
기존 시장 지배력이란 영업력(유통망과 판매력)이나 상표자산 등을 뜻한다. 후발제품이 선발제품을 추월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전략은 바로 기존 시장 지배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유명 상표명, 명성, 그리고 기존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이를 토대로 신제품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2% 부족할 때’는 다른 경쟁 제품들과 기능 속성상 차이는 없지만, 롯데칠성이라는 음료업계 선두업체가 가진 막강한 유통 채널을 활용해 경쟁 업체를 따돌렸다. 신라면도 농심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선두제품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실주 부문의 설중매, 메신저 부문의 네이트온 등도 선두제품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존 시장 지배력을 적극 활용했다. 해태음료의 ‘봉봉’ 주스가 시장에 먼저 나왔지만, 막강한 영업력과 판매 역량을 가진 롯데칠성이 ‘쌕쌕’이라는 주스를 시판해 선두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도 있다.
 

한국의 10대 캐치업
하이트맥주 하이트맥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후발주자의 캐치업 사례로 꼽힌다. 1993년 하이트맥주(조선맥주)가 나왔을 때, 시장에서는 OB맥주가 월등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OB는 곧 맥주의 대명사였다. 이때 공교롭게도 OB맥주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으로 두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OB맥주의 브랜드에도 당연히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겼다.
 
하이트 입장에서는 기막힌 기회였다. 하이트는 자사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외부 기회와 위협 요인을 분석해 차별화 전략과 최적의 마케팅 믹스를 찾아냈다. 그 결과 1996년에는 하이트맥주가 역전의 드라마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이트맥주는 맥주의 주성분인 물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제품 개선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 중 20대 초반∼30대 초반의 젊은 직장인, 대학생 및 주부를 타깃으로 정했다. 또 핵심 제품 콘셉트를 ‘지하 150m의 100% 천연암반수로 만든 순수한 맥주’로 설정했다. 제품 포장에는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검은색 라벨을 붙이고, 최적의 음용 온도를 제공하기 위한 온도계 마크, 신호등 마크 등도 선보였다. 새로운 제조 공법 사용으로 인상된 원가를 반영하고, 기타 제품과는 다른 ‘비열처리 맥주’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을 감안해 보통 맥주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자사 제품인 드라이 맥주보다는 약 7.3% 낮은 가격으로 정했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 맥주보다 프리미엄임을 강조하면서도 자사 제품인 드라이 맥주의 가격 저항감을 고려해 나온 것이다.
 
유통망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트맥주는 1차 거래처를 대상으로 하는 루트 판매팀(route sales team)을 구성해 직접 돌아다니면서 도·소매점과 계약을 체결했다. 2차 거래처인 소매점에 다양한 지원책도 실시했다. 편의점을 최우선 표적 시장으로 정했으며, 철저하게 가정용 중심으로, 특히 수도권 지역에 밀착해 영업을 펼쳤다. 업계 최초로 1회용 썩는 비닐 봉투를 제공했고, 다양한 시제품 배포와 무료 시음회 등으로 고객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각종 문화 행사를 후원해 인지도도 높여갔고, 고객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했다. 대학생 객원 마케터 제도를 실시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젊은 고객층의 입맛을 파악하고, 최신 음주 트렌드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 수립에 반영했다.
 
G
마켓 높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급증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오픈 마켓에서는 최근 G마켓이 절대 강자로 여겨졌던 옥션을 누르고 선두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런 선전으로 결국 옥션의 모기업인 미국 이베이는 G마켓을 인수하고 말았다. 인터파크의 자회사로서 2000년 4월 ‘인터파크 구스닥’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G마켓은 물건을 사고파는 고객들을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오픈 마켓으로, 모든 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시장이다.
 
경매를 기본 개념으로 하는 옥션에 비해 후발주자인 G마켓이 급성장한 요인은 경매와 달리 가격 흥정이 가능하고, 할인쿠폰 시스템을 통해 판매자가 온라인에서 곧바로 제품 가격을 깎아주는 등 판매자와 구매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유연성에 있다. 뿐만 아니라 경매와 공동 구매 형태의 거래 방식을 함께 제공해 구매자의 유연성을 높여줬다. 또 인터넷 쇼핑이나 오픈 마켓은 정보기술(IT)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G마켓은 현재 거래량보다 훨씬 많은 수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빠른 서비스를 가능케 했다. GSM(G-market Sales Manager)이라는 원스톱 운영 방식을 도입해 판매자들은 물품 관리, 가격, 재고 관리, 배송 관리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소비자들에게도 마일리지, 쿠폰, G스탬프 등 다양한 혜택을 주며 행운 경매, 해외 배송, 스타 브랜드숍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마련했다. 스타 브랜드숍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던 업체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효리 같은 스타를 모델로 활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냈다.
 
경쟁자인 옥션과의 수수료 차별화 전략도 주효했다. 판매자는 보통 등록 수수료, 판매 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부가 수수료 등 4가지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G마켓에서는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런 혜택으로 많은 판매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고, 다수의 판매자들이 경쟁함으로써 가격은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제크 1994년 7월 제크 출시 당시 한국 비스킷 시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대형 유통점을 중심으로 외국 비스킷류의 수입이 급증한 반면, 국내 비스킷 시장은 1992년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또 소비자의 기호가 점차 고급화되면서 제품 가격도 높아지는 추세였다. 당시 해태제과의 에이스와 수입품 리츠가 비스킷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제크는 롯데제과가 20대를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다. 젊은 층의 특성을 파악해 브랜드명, 포장, 촉진, 가격, 광고 등 일련의 마케팅 활동에서 감성적으로 접근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0년대 들어 제과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 롯데제과는 소비자들 중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20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특성을 면밀히 파악해 히트 상품인 ‘제크’를 만들어냈다.
 

제크의 추월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맛과 품질에서 다른 제품보다 뛰어났다. 둘째,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셋째, 효과적인 광고로 세련된 이미지와 제품의 신뢰성을 동시에 높였다. 넷째, ‘제대로 만든 크래커’의 준말인 ‘제크’ 브랜드에 강렬한 이미지를 부여해 제품 콘셉트 전달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포장 및 제품 크기를 차별화해 편의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추구했다.
 
더페이스샵 비싼 화장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저가 화장품 돌풍’을 몰고 온 미샤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적극 반영해 ‘비싸야 잘 팔린다’는 화장품 업계의 통념을 깨뜨렸다. 더페이스샵이 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선발 브랜드 ‘미샤’보다 약 6개월 뒤인 2003년 12월이다. 당시 미샤는 이미 전국에 40여 개 매장을 확보하고 100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더페이스샵은 미샤가 개척한 원가 절감 방식을 고스란히 모방하면서 이른바 ‘후발자 이익’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천연 원료를 사용한 순식물성 화장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자연주의 화장품’ 콘셉트로 미샤와 차별화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대부분 ‘품질-가격 연상’ 심리가 적용되지만, 더페이스샵 제품은 ‘고품질-저가격’을 지향하면서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유지했다. 또 본사에서 대리점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책을 폈다. 리뉴얼이나 반품 비용을 본사가 부담했고, 무료 샘플도 대규모로 공급했다. 자칫 저가 제품 매장이 가질 수 있는 부실 서비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매장에 별도의 디스플레이존을 만들고 신제품을 따로 전시해 소비자들이 쇼핑 때 ‘물건 고르는 재미’에 더해 ‘보는 재미’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터넷 활용으로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배달되는 유통 시스템을 운영해 비용을 줄였다.
 
2%
부족할 때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과즙 음료’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물에 가까운, 그러나 소량의 과즙을 함유해 물과는 다른 음료가 미과즙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탄산음료, 주스, 이온음료에 싫증을 느끼지만 생수는 싫어하는 10∼20대 층에서 미과즙 음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 부족할 때’는 1999년 7월에 나왔고, 이에 앞서 남양유업의 ‘니어워터’가 같은 해 4월 첫선을 보였다. 니어워터는 한국 미과즙 음료 시장의 개척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2% 부족할 때는 다른 경쟁 제품들과 속성상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음료 분야의 선두업체로 막강한 시장 지배력(유통망, 판매 역량 등)을 갖고 있었다. 2% 부족할 때는 이런 롯데칠성의 기존 유통망과 판매 역량을 충분히 활용해 선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었다. 또 경쟁업체들은 ‘니어워터’나 ‘씬’ 같은 다소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2% 부족할 때’는 수분이 2%만 부족해도 사람이 갈증을 느낀다는 점에 착안, 제품의 핵심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낼 만큼 참신하고 창의적인 브랜드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정우성, 전지현 등 빅 모델을 기용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연결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광고를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타500 2005년은 한국 드링크류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한 해였다. ‘비타500’이 박카스의 40년 아성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박카스는 1963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인 1964년부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장수 선발제품이다. 이런 박카스 불패 신화를 비타500이 단 4년 만에 깨버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0년 초부터 불기 시작한 비타민 열풍에 아이디어를 얻은 한 직원이 “마시는 비타민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비타500의 개발이 시작됐다.
 
비타500의 성공 요인으로는 틈새시장 창출, 유통 채널 다변화 및 촉진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비타500은 어디서나 쉽게 구입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의 장점과 비타민 함량을 높여 한 번 섭취로 많은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알약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약품을 구매하듯 비타민을 섭취해야 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톱 모델인 ‘비’ ‘이효리’ ‘원더걸스’ 등을 캐스팅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고, 제약사들이 등한시하던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해 10∼20대의 비타500 마니아를 확보함으로써 구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엘라스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프리미엄 샴푸 시장은 팬틴, 비달사순을 내놓은 P&G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며 선두를 고수해왔다. 그러다 유니레버의 도브크림 샴푸와 시세이도의 아쿠에어샴푸, 슈퍼마일드 등이 나왔고, 2001년 2월에는 CJ와 태평양에서 각각 ‘워터셀’과 모발 타입별로 세분화한 ‘비타민 헤어팩 샴푸’를 내놓았다. 단순히 트리트먼트 효과만을 강조하던 제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저마다 독특한 기능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은 계속 ‘더블리치’라는 기존 브랜드만 고수하다가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프리미엄 샴푸 ‘엘라스틴’을 내놓았다.
 
엘라스틴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우선 독특한 포지셔닝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머리도 피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부 자극에 손상된 모발을 보호하고 탄력적인 머릿결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20대 여성층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정해 마케팅을 했다. 이와 함께 이영애나 전지현 같은 빅 모델을 이용한 거대 광고를 실시해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를 쌓았다. 또 LG생활건강의 막강한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슈퍼마켓, 편의점, 대형마트 등을 공략했다.
 
신라면 국내에 라면이 본격 보급된 것은 19 63년으로, 삼양식품이 일본의 묘조식품과 기술 제휴로 하루 5만 개씩 라면을 생산했다. 이후 삼양라면은 라면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1988년 시장점유율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1989년 ‘우지(牛脂) 파동’이 터지면서 타격을 입고 60%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내려앉았다. 이때 농심이 삼양식품을 제치고 라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86년 신라면을 히트시켰다.
 
신라면이 삼양라면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적절한 기회 포착 덕분이었다. 우지 파동이 터지자 농심은 식물성 기름으로만 라면을 만든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또 한국인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제품 브랜드부터 재료, 맛 등 모든 측면에서 매운맛을 강조했다. 또 10∼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이 오고 가는 편의점, 유원지, 학교 매점, 학원가, 사무실 밀집 지역 등에 신라면을 집중 배치했다.
 
지펠 1996년 지펠 출시 당시 성숙기에 접어든 냉장고 시장은 전반적으로 총수요가 줄어들고 수요 정체 상황에 있었다. 하지만 GE나 월풀 등과 같은 외국 업체에 의해 점유되고 있던 대형 냉장고 시장은 1996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6∼7%를 차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또 1990년 중반 이후 소득 수준 향상과 여성의 지위 향상으로 주부들이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작은 사치 욕구(검소한 사람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서만은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현상)’가 생겼다. 고소득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문형 냉장고에 대한 인식이 사치품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이때 나온 지펠은 제품 차별화를 위해 원목과 컬러 도어를 활용한 ‘인테리어 가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또 세계 최초로 냉장실과 냉동실에 각각의 냉각기를 장착한 독립 냉각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은 냉장실과 냉동실에 냉각기가 따로 있어 냄새 섞임 현상을 없애주며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음식 문화에 맞는 철저한 현지화도 위력을 발휘했다. 지펠은 강력 탈취기를 장착해 유난히 냄새가 많은 우리 음식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서랍실, 냉동실, 냉장실을 만들어 고춧가루나 콩 등의 곡물을 비닐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야 했던 불편함을 덜어줬다.
 
이와 함께 30∼40대 중·장년층 가운데 고소득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했다. 또 삼성의 기존 유통망을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 직접 카탈로그를 보내는 등 새로운 채널도 적극 공략했다. 차별적 서비스도 캐치업에 한몫을 담당했다. 지펠을 구입한 고객에게 방문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지펠 홈페이지와 맞춤 주문 시스템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도 강화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생활 수준의 향상 및 가족 단위의 외식 문화 발달로 다양한 먹을거리 체험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외식 산업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외식업계 변화의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이 중 후발업체인 아웃백은 매년 60% 이상 성장하면서 마침내 업계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아웃백의 추월 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부쉬맨 브레드’라는 공짜 빵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음료 무료 리필 서비스’ 등으로 고객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또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웨이팅 푸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런치 메뉴’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기존 고객 및 직원들을 중시하고, 철저한 지역 밀착형 마케팅 및 스페셜 이벤트로 주민과 동화할 수 있는 친근한 매장 이미지를 구축했다. 메뉴 현지화도 적극 추진해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전체 메뉴의 30% 정도는 한국에서 자체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선발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비슷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필자는 홍익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 경영대학원 AMP 과정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PR의 이론과 실제> <캐치업 전략> 등의 저서가 있으며, 마케팅 전략과 프로모션, PR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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